모비 딕 상·하

D-29
그러나 신앙은 한 마리 자칼처럼 무덤 속에서 먹이를 찾고, 이런 죽음의 의구심에서조차 더없이 생기 넘치는 희망을 그러모은다.
모비 딕 - 하 7. 예배당, 허먼 멜빌 지음, 강수정 옮김
작은 물고기에게 고래처럼 말하게 하라는 것은 우리 삶이 비루할지라도, 내면의 사유와 영혼의 크기만큼은 고래처럼 거대하게 유지하며 당당하게 세상에 맞서라는, 그의 응원을 받는 것 같아요. 모비 딕을 행간을 읽다보면 오글거리게 웅장해지는 것 같지만 그래도 멜빌 식으로 적어보면, 지금 내 육체가 책상이라는 좁은 감옥에 갇혀 시간을 죽이고 있을지라도, 고래를 사유하는 내 정신은 이미 저 광활한 대양을 유영하고 있으므로, 나는 결코 작아지지 않는다. 현실의 초라함은 내 영혼의 거대함을 더욱 돋보이게 하는 완벽한 배경일 뿐이다.. "자칼이 무덤을 파헤쳐 먹이를 찾듯, 인간의 신앙은 공포와 허무를 먹고 자란다"라고 본문에서 말하죠. 이 말은 제게 신앙의 결핍을 지적하는 것이 아니라, 힘을 키우는 근거로 다가와요. 책상에서 느끼는 권태, '내가 지금 무얼 하고 있나' 하는 실존적 불안은 우리 삶의 '무덤(허무)'과 같아도 오히려 그 권태와 허무라는 먹잇감이 있기에, 역설적으로 그것을 이겨내려는 우리 내면의 사유(신앙/의지)가 가장 날카롭게 깨어날 수 있다는 논리로요.
영적인 것을 보는 우리는 물속에서 태양을 보며 탁한 물을 더없이 맑은 공기라고 생각하는 굴조개와 흡사하다....
모비 딕 - 하 7.예배당, 허먼 멜빌 지음, 강수정 옮김
굴조개처럼 저도 갇혀 있지만 읽고 생각하고 적기도 하고..틀을 깨보고 싶네요.
의기양양한 신들과 지상의 선장들에 맞서 굽히지 않는 자아를 내세우는 자에게 기쁨, 높고 깊은 내면의 기쁨 있을지니.
모비 딕 - 하 8.설교단, 허먼 멜빌 지음, 강수정 옮김
매플 목사의 요나 설교, 꼭 읽어보시길 추천해요. 진실을 외면하지 않는 용기 하느님(혹은 내면의 양심)이 시키는 일은 늘 고통스럽지만, 요나는 결국 그 사명을 받아들이며 구원받아요. 매플 목사는 세상의 비위를 맞추려 애쓰는 자에게 화가 있을 거라고 해서 흠찟 했답니다.
몸의 온기를 제대로 만끽하려면 어느 한 부분은 차가워야 하는데, 이 세상의 모든 특징은 단지 비교에 의해서만 드러나기 때문이다. 단독으로 존재하는 건 아무것도 없다.
모비 딕 - 하 11장 잠옷, 허먼 멜빌 지음, 강수정 옮김
코끝이나 정수리가 조금 춥다면, 그때야말로 전반적인 의식 속에서 가장 기껍고 확실한 따뜻함을 느끼게 되는 것이다. 이런 이유 때문에 침실에는 절대로 난로를 두어서는 안 된다.
모비 딕 - 하 11장 잠옷, 허먼 멜빌 지음, 강수정 옮김
침대 속의 퀴퀘그와 이스마엘의 이야기라 요즘이면 오해 받았겠어요. 증거들 올립니다:) 10장 소중한 친구에서는 혼인, 사랑스러운 한쌍, 마음의 밀월 ㅎㅎ 원래 의미와는 전혀 다른 이야기지만, 워낙 요즘 세상이 좀 많이 달라졌쟎아요~ 요즘이 아니라도 당시 19세기 문학에서도 남자 주인공들이 서로를 '혼인한 사이'라고 부르는 건 파격적입니다. 왜 굳이 '우정'이라는 단어 대신 '혼인'이라는 단어를 선택했는지..생각해봐요.
아무리 완고한 편견이라도 사랑으로 구부리자고 들면 얼마나 부드러운지 모를 일이었다
모비 딕 - 하 11장 잠옷, 허먼 멜빌 지음, 강수정 옮김
정말 왜 멜빌은 이토록 낯선 이방인과 주인공을 '결혼'이란 표현으로 강한 사회적 유대 관계에 묶었을까요? 사랑, 윗 문장에 답이 있는 것 같아요. 아래 여섯모서리님 답변 소름이 끼치네요. 멜빌이 정말 위대한 작가 같습니다.
퀴퀘그의 고향에서는 그게 소중한 친구라는 뜻이었대요. 현실의 굴레(문명/기독교적 편견)를 벗어던지고, 순수한 영혼끼리 맺은 계약으로 보여주는 멜빌의 휴머니즘의 표현 같아요.
가장 낯선 존재(이교도)와 맺는 가장 깊은 유대로 소설의 핵심 주제인 인간에 대한 깊은 애정으로 들어가는 문장 같죠. 이 둘의 관계를 보면서 나누신 글들 읽고 든 생각이에요.
그 섬은 어떤 지도에도 표시되어 있지 않은데, 진실한 고장들이란 원래 그런 법이다.
모비 딕 - 하 12. 간략한 생애, 허먼 멜빌 지음, 강수정 옮김
세상의 지도(타인의 시선, 사회적 기준, 책상의 비루함)에는 내 가치가 표시되어 있지 않을 수도 있다. 하지만 그게 내 가치가 없다는 뜻은 아니죠. 진실한 고장은 원래 지도에 없으니까. 나의 영혼은 그 누구의 지도에도 없는, 오직 나만이 알고 유영할 수 있는 '코코보코' 에요.
화제로 지정된 대화
두 번째 항해, 피쿼드호에 오릅니다. 안녕하세요, 어제 첫 닻을 올린 뒤 무사히 하루를 읽어 내셨어요. 오늘(5/21)은 모비 딕 상권의 두 번째 구간, 13장 ~ 24장을 함께 읽어봅니다. 어제까지가 육지에서의 파트였다면, 오늘은 드디어 이슈메일과 퀴퀘그가 피쿼드호에 승선해 바다로 나아가는, 본격적인 '항해 준비' 구간이에요. ▶ 오늘(5/21) 함께 읽을 구간: 13장 ~ 24장 낸터킷에서 두 사람이 배를 고르고 계약을 맺는 장면, 그리고 미스터리한 인물 일라이저의 불길한 예언이 등장합니다. 출항 이후에는 멜빌 특유의 사변적 에세이 챕터들 — 변론, 고래잡이 예찬같은 장 — 이 시작됩니다. ▶ 13~24장 대략적인 줄거리 낸터킷에 도착한 두 사람은 손수레에 짐을 싣고 항구로 향합니다. 퀴퀘그가 손수레를 처음 써 보고 우스꽝스러운 실수를 하던 일화, 그리고 그가 들려주는 고향 이야기가 정겹게 펼쳐져요(13장). 이슈메일은 낸터킷이라는 작은 모래섬이 어떻게 세계 포경의 중심지가 되었는지, 그 척박하지만 위대한 땅에 대한 헌사를 바칩니다(14장). 저녁 식사로 등장하는 진한 클램 차우더 장면(15장)을 지나, 이슈메일은 출항할 배를 직접 고르러 갑니다. 세 척의 배 중에서 그가 고른 것은 바로 인디언 부족의 이름을 딴 피쿼드호예요. 펠레그 선장과 빌대드 선장, 이 두 퀘이커 노선장의 거래 장면이 인상적입니다(16장). 이튿날 이슈메일은 퀴퀘그도 배에 등록시키려 데려가는데, 이교도라는 이유로 거절당했다가 결국 그의 작살 실력을 보고 채용되는 장면이 나옵니다. 그 사이에 퀴퀘그가 라마단(금식)을 행하느라 방 안에 꼼짝 않고 앉아 있어, 이슈메일이 문을 부수다시피 들어가는 소동도 벌어지죠(17~18장). 이때 부두에서 누더기 차림의 수상한 사내 일라이저(Elijah)가 나타나, 에이해브 선장과 피쿼드호의 운명에 대해 의미심장한 경고를 던집니다 구약의 예언자 이름을 그대로 가진 이 인물이 던지는 한마디가, 앞으로의 비극을 미리 암시하게 만들어요.(19장). 출항 준비를 마치고(20장), 마침내 두 사람은 어둑한 새벽 피쿼드호에 오릅니다. 정작 에이해브 선장은 아직 모습을 드러내지 않은 채, 배는 크리스마스 날 닻을 올려 차가운 대서양으로 미끄러져 나가요(21~22장). 이후 이어지는 23~24장은 화자 이슈메일이 잠시 서사를 멈추고 독자에게 말을 거는 짧은 사변 챕터예요. '바람이 부는 쪽 해변'에서 친구 벌킹턴에게 바치는 짧고 아름다운 송가, 그리고 '변호'에서 포경업이라는 직업의 위엄과 정당성을 변호하는 목소리가 펼쳐집니다. 오늘 구간은 인물과 사건이 본격적으로 자리를 잡으면서도, 잠시 멈춰 사유하는 지점이에요. 진도는 가이드일뿐 나만의 속도로, 마음에 남는 문장이 있다면 한 줄이라도 함께 나눠 주세요. 즐거운 독서 되시길 바랍니다. " 바람이 아우성치는 무한한 바다에서 죽어 없어지는 편이 바람이 불어 가는 해안에 수치스럽게 내던져지는 것보다 낫다 " — 23. 바람이 부는 쪽 해변
세상은 공동 자본으로 세운 주식회사 같은 거야. 어딜 가나 마찬가지야
모비 딕 - 하 13. 외바퀴 수레, 허먼 멜빌 지음, 강수정 옮김
13장은 첫 구절부터 ㅋ 향유 바른 사람 머리를 이발사에게 가발거리로 팔아버리다니요. "저 남자같은 작은 고기 (ㅋ 고기라고 하네요) 안 죽인다. 큰 고래 죽인다." 기독교도를 구한 식인종 퀴퀘그에게 화자는 따개비처럼 찰싹 달라 붙고, 위대한 영웅의 인류애를 전해요.
6장 거리에서 고약스런 야만인이 살점이 그대로 붙은 뼈를 들고 다니는게 많다고 해서 호러소설로 만들어 버린 오역이 있더니 (... many of whom yet carry on their bones unholy flesh. 자신의 몸에) 이건 오역은 아닌거죠. ㅎㅎ 19세기 소설이라 그런가요.
눈을 감지 않고서는 누구라도 자기 자신을 제대로 느낄 수 없기 때문이다. 흙으로 빚은 우리 몸에는 빛이 더 적합하지만, 우리의 본질을 이루는 진정한 요소는 어둠인 것 같다.
모비 딕 - 하 11. 잠옷, 허먼 멜빌 지음, 강수정 옮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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