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질문에 대한 주신 깊은 생각들에서 많이 배워요.
모비 딕 상·하
D-29
여섯모서리

서설
왜 멜빌은 이런 독한 문장을 썼냐면 본인의 삶이 그랬기 때문이래요. 모비딕은 당대 사람들에게 외면받았던 책이라더군요. 글쓰기가 남들은 일상을 살때 혼자 고통을 길어야 하는 질병 같은 일로 생각하지 않았을까요.
에이해브의 위대한 질병은 창작하는 고통에 대한 이야기 같아요. 작가가 속마음을 그것도 앞에 숨겨둔 것이란 상상이 자꾸 드네요.
잔해
네, 정말 대단한 작가죠.
질병을 통과하는 방식이 치유가 아니라 투영이라 생각해요.
잘 못 통과하는 것 같은데 위대하나 라는 질문이 중요한 점을 깨닫게 해주네요. 멜빌의 관점에서 에이해브는 비극을 확장시키게 만든 것 같아요.
평범한 사람은 고통을 겪으면 치유하고 살던 식으로 돌아가려 하죠.
에이해브는 고통을 키워 우주, 모비딕과 맞서게 한 것이란 생각을 해봐요.

kontentree
너무 좋은 의미들을 들었습니다. 상상이 아니라 정확하신 것 같아요. 작가의 맘이 듬뿍 포함됬구말구요.
16장 뒷부분에서 펠레그와 빌대드라는 두 선주가 이슈마엘의 배당금을 놓고 싸우는 장면이 나와요. 속물이죠. 인간의 위대함은 질병이라며 비장한 문장을 던져놓고는, 곧바로 과부의 빵 운운하며 계산기를 두드리는 위선적인 신앙인들을 등장시켜요. 이 대비가 참, 우리는 일상에서 늘 돈과 효율을 따지며 살지만, 에이해브는 그 모든 계산과 무관한 인물이다라는게 더 강조되지 않나요? 서로 얼마나 멀리 떨어졌는지도 실감나고 참 대단한 작가입니다.

kontentree
더없이 경이로운 것들은 언제나 말로 표현할 수 없고, 가슴 깊은 곳의 추억에는 묘비도 세울 수 없는 법이니, 이 짧은 장(章)은 벌킹턴의 비석 없는 무덤인 셈이다.
『모비 딕 - 하』 23. 바람이 닿는 해안, 허먼 멜빌 지음, 강수정 옮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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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ontentree
항구는 기꺼이 도움의 손길을 내민다. 하지만 그런 돌풍 속에서는 항구가, 육지가, 배에게 가장 긴박한 위험이 된다. 배는 모든 환대를 피해 달아나야 한다.
『모비 딕 - 하』 23. 바람이 닿는 해안, 허먼 멜빌 지음, 강수정 옮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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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ontentree
단순히 배가 떠나는 장면이 아니라 자기 존재의 한계를 넘어서기 위해 안전한 세상(항구)을 스스로 등지는 순간입니다. 환대해주면 그냥 좋아하기만 했던 저를 돌아봅니다.
여섯모서리
가장 숭고한 진리, 신처럼 가없고 무한한 진리는 망망대해에만 존재한다.
『모비 딕 - 하』 23. 바람이 닿는 해안, 허먼 멜빌 지음, 강수정 옮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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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섯모서리
그러니 바람이 아우성치는 무한한 바다에서 죽어 없어지는 편이 바람이 불어 가는 해안에 수치스럽게 내던져지는 것보다 낫다.
『모비 딕 - 하』 23. 바람이 닿는 해안, 허먼 멜빌 지음, 강수정 옮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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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ontentree
어떻게 살 것인가!
여섯모서리
안전한 항구 vs 거친 망망대해 사실 항구가 좋은데 계속해서 "너는 어디에 머물 것인가?"를 묻네요.

kontentree
우리의 직업이 지닌 위엄은 하늘이 증명한다. 남쪽 하늘에 고래자리라는 별자리가 있거든!
『모비 딕 - 하』 24.변론, 허먼 멜빌 지음, 강수정 옮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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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ontentree
항구가 좋다는 말씀에 공감합니다. 우리도 내가 머무는 이 '항구'가 중요한 곳이라고 뻔뻔하게 우겨보면 어떨까요? 요즘 평온한 항구에 계시는 분들, 거기서 갖는 소소한 즐거움들은 어떤 건지 궁금해집니다.
전 모비 딕 읽는 즐거움이란 뻔한 답인데 정말이거든요.
여섯모서리
안 그래도 24장 읽는데, 고래잡이가 최고라며 하늘에 '고래자리'가 있다는 둥 귀여운 억지를 부리더라고요.
저만의 고래자리를 물어 보시는 것 같아요. 내가 매일 쓰는 일기요^^
이 열띤 변론은 평생 남들에게는 고래잡이 소설이나 쓰는 비주류 작가로 인정을 못 받으니까 외치고 싶었던 작가의 목소리란 생각도 들어요.
잔해
이제 왜 멜빌이 그렇게 필사적으로 포경업을 변론했는지 조금은 알겠네요.ㅎㅎ 전 내 아이 키우는 일이요~
잔해
내가 숨을 거두는 순간에, 내 책상에서 어떤 귀한 원고를 찾아낸다면, 모든 명예와 영광을 포경에 바친다고 여기서 미리 밝혀 두겠다. 포경선은 나의 예일 대학이자 하버드였으므로.
『모비 딕 - 하』 24.변론, 허먼 멜빌 지음, 강수정 옮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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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제로 지정된 대화

kontentree
세 번째 항해, 에이해브가 마침내 모습을 드러냅니다
안녕하세요.
오늘(5/22)은 모비 딕 상권의 세 번째 구간, 25 ~ 36장을 함께 읽어봅니다.
드디어 피쿼드호의 사람들이 한 명씩 갑판 위로 올라오는 — 이 배의 인물들이 등장하는 구간이에요.
▶ 오늘(5/22) 함께 읽을 구간: 25장 ~ 36장
피쿼드호의 항해사들과 작살잡이들이 차례로 소개되고, 줄곧 선실에만 머물러 있던 에이해브 선장이 마침내 갑판 위로 올라옵니다. 그리고 이 책에서 가장 자주 인용되는 장면 중 하나인 '뒤쪽 갑판(The Quarter-Deck)'이 36장에서 펼쳐져요.
▶ 25~36장 대략적인 줄거리
먼저 짧은 '덧붙여서 (Postscript)'(25장)입니다.
그리고 피쿼드호의 세 항해사가 차례로 소개됩니다. 일등항해사 스타벅은 낸터킷 출신의 신중하고 경건한 사내이고, 이등항해사 스터브는 어떤 위험 앞에서도 무심하게 파이프를 무는 낙천가, 삼등항해사 플래스크는 작고 다부진 무모함의 인물이에요(26~27장).
마침내 에이해브 선장이 갑판 위로 올라옵니다. 한쪽 다리를 하얀 고래뼈로 만든 의족으로 대신한 채, 청동상 같은 얼굴에 번개 자국 같은 흉터를 지닌 그의 첫 등장이 묘사돼요(28장).
이어 스터브와 에이해브 사이의 짧은 충돌, 그리고 짧은 '파이프'장, 그의미가 뭔지 알아가요.(29~30장).
잠시 멈춰 생각하는 챕터. 스터브의 기묘한 꿈 이야기(31장),
그리고 이슈메일이 본격적으로 시도하는 '고래학(Cetology)'(32장) — 멜빌이 고래라는 존재를 어떻게 분류하고 사유할 것인가를 길게 풀어놓는, 모비 딕이 '고래에 관한 모든 것'을 담으려 한 시도임을 알게 돼요.
이후 작살잡이들 — 퀴퀘그, 타슈테고, 다구 — 의 면면이 그려지고(33~34장),
이슈메일이 돛대 꼭대기에서 망보는 장면도 등장합니다(35장).
망망대해 위 높은 곳에서 사유에 잠기는 장면은, 23장 '바람이 부는 쪽 해변'의 분위기와도 닮았습니다.
그리고 마침내 36장 '뒤쪽 갑판'. 에이해브가 모든 선원을 갑판으로 불러 모으고, 금화 한 닢을 돛대에 못 박으며 외칩니다. 이 장면에서 에이해브가 어떤 사람인지, 그가 무엇을 향해 가고 있는지가 비로소 드러나요. 스타벅이 홀로 그에 맞서 항변하는 짧은 대목도 함께 펼쳐집니다.
오늘도 즐거운 독서 되시길 바랍니다!
" 굽힐 줄 모르는 인간의 정신을
극한까지 정공법으로 다루려는 비극 작가는
지금 넌지시 내비친 것 같은 암시,
우연히 중요한 의미를 갖게 될 그런 암시를
작품에 활용하는 걸 결코 잊지 않을 터다. "
- 33. 작살잡이장
잔해
“ 바다 위의 모든 섬, 육지의 모든 구석에서 온
아나카르시스 클로츠 대표단이 피쿼드호를 타고
에이해브 영감과 함께 별로 많은 사람이 돌아오지 못한 법정에 나가
세상의 불만을 토로하려 한다 ”
『모비 딕 - 하』 27. 기사와 종자2, 허먼 멜빌 지음, 강수정 옮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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잔해
이 문장에서 소름 돋는 부분 찾으셨나요? 멜빌은 이미 여기서 에이해브 영감과 선원들이 살아서 돌아오지 못할 거란 결말을 대놓고 스포일러 했습니다. 위에 올리신 마지막 문장, '비극 작가의 암시'가 바로 이것인가봐요.

서설
다 죽을 걸 알고 보는 그리스 비극과 같네요. 신의 법정에서 감히 대들었으니 돌 아올 수 없죠. 난파선일 걸 아니 다 평범하게 읽히지가 않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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