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그대는 검게 그을린 죄인인 버니언에게 시의 하얀 진주를 거부하지 않으셨고,
늙은 세르반테스의 뭉뚝하고 빈곤한 팔에 두 번 두드려 편 최고의 금박을 입혀 주셨으며,
앤드루 잭슨을 자갈밭에서 건져 군마에 태우시고 끝내는 왕좌보다 높은 자리에 앉히셨도다. ”
『모비 딕 - 하』 26. 기사와 종자1, 허먼 멜빌 지음, 강수정 옮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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잔해
존 버니언은 천로역정의 저자로 왕의 허가 없이 설교를 했다는 이유로 12년 동안 감옥에 갇혔던 '죄인'이고 미겔 데 세르반테스 돈키호테의 저자죠. 레판토 해전에서 왼팔을 잃어 외팔이가 되었고, 평생을 가난과 빚에 시달리며 노예로 잡혀가기도 했대요. 앤드루 잭슨은 미국의 제7대 대통령입니다. 고아나, 스스로의 힘으로 군 사령관이 되고 결국 대통령이 된 사람인 역사적 인물들이에요.
서설
인생 대부분을, 말로 채운 무기력한 책이 아니라 몸으로 이야기하는 팬터마임으로 살아온, 착실하고 충실한 남자였다.
『모비 딕 - 하』 26. 기사와 종자1, 허먼 멜빌 지음, 강수정 옮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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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설
“ 희끄무레한 납빛 흉터는
윗부분에 떨어진 벼락이 맹렬하게 아래로 관통하면서도 나뭇가지 하나 떨어뜨리지 않은 채
우듬지부터 밑동까지 나무껍질을 벗겨 홈을 새기며 땅으로 흘러 들어가,
나무는 여전히 푸르게 살아 있지만 벼락의 낙인이 찍힌,
그런 아름드리나무의 곧고 고결한 줄기에 새겨지곤 하는 수직 솔기와 비슷했다 ”
『모비 딕 - 하』 28. 에이해브, 허먼 멜빌 지음, 강수정 옮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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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섯모서리
일본 앞바다에서 돛대를 잃었단 말이거든.
돛대를 잃은 그의 배처럼,
그도 항구로 돌아오는 대신 다른 돛대를 단 거야.
그런 건 잔뜩 가지고 있었으니까.
『모비 딕 - 하』 28. 에이해브, 허먼 멜빌 지음, 강수정 옮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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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섯모서리
완벽을 장담할 수는 없다.
인간의 일에서 완벽을 추구한다면,
바로 그 탓으로 인해 오류에 빠질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모비 딕 - 하』 32. 고래학, 허먼 멜빌 지음, 강수정 옮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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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섯모서리
“ 현재에 이르기까지 많은 박물학자들이
바다소와 듀공이라는 물고기(낸터컷의 코핀 성을 가진 사람들이 돼지물고기와 암퇘지물고기라고 부르는)를
고래에 포함시켰다는 건 나도 안다.
하지만 이 돼지물고기들은 시끄럽고 하찮은 부류인 데다
주로 강 하구에 몸을 숨긴 채 젖은 목초를 먹으며,
더구나 물을 뿜지 않기 때문에 이에
나는 고래의 신분증명서 발급을 거부하며
고래학 왕국을 떠날 수 있도록 통행증을 발행하는 바이다 ─ 원주 ”
『모비 딕 - 하』 32. 고래학 중 주석 70, 허먼 멜빌 지음, 강수정 옮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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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섯모서리
고래의 신분증명서 발급을 거부하고 고래 왕국을 떠날 통행증을 발급한다니...
스티븐 킹이 글쓰기를 시작하려면 유머감각이 필수는 말이 이제 좀 이해되는 것 같아요.
서설
“ 작은 건물들은 애초에 시작한 건축가가 완성할지 모르지만, 웅장하고 참된 건물은 후대에게 최후의 마무리를 넘기는 법이다.
내 손으로 뭔가를 마무리 짓는 건 신이 금하는 바,
이 책은 전체가 초고, 아니 초고의 초고에 지나지 않는다. ”
『모비 딕 - 하』 32. 고래학, 허먼 멜빌 지음, 강수정 옮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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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설
“ 신의 왕국의 진정한 왕자들이 지상의 법정에 서는 일이 없고,
대중의 저급한 수준보다 의심할 나위 없이 탁월해서가 아니라
〈무위한 신성〉을 지니는 소수의 숨은 선민에 비해
한없이 열등하기 때문에 유명해진 자들에게
지상 최고의 명예가 돌아가는 것도 그 때문이다. ”
『모비 딕 - 하』 33. 작살잡이장, 허먼 멜빌 지음, 강수정 옮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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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설
유명해진 자들의 본질이 뭔지 깊이 생각하지 않을 수 없네요. 고결한 자들은 하지 않을 수단을 써서 얻는 명예니 그들의 영혼은 실은 한없이 열등하다고요. 어제 오늘 5.18 뉴스의 어떤 오너가 생각나네요.
여섯모서리
“ 굽힐 줄 모르는 인간의 정신을 극한까지 정공법으로 다루려는 비극 작가는
지금 넌지시 내비친 것 같은 암시,
우연히 중요한 의미를 갖게 될 그런 암시를
작품에 활용하는 걸 결코 잊지 않을 터다. ”
『모비 딕 - 하』 33. 작살잡이장, 허먼 멜빌 지음, 강수정 옮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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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섯모서리
“ 조용한 갑판 위로 30미터 높이에 서서
돛대가 거인의 죽마라도 되는 것처럼 깊은 바다를 성큼성큼 걸어가면,
그 옛날 로도스 섬에 있던 유명한 거상의 가랑이 사이로 배가 지나던 것처럼
저 아래 내 다리 사이로 바다의 커다란 괴물들이 헤엄쳐 지나는 것 같다. ”
『모비 딕 - 하』 35. 돛대 꼭대기, 허먼 멜빌 지음, 강수정 옮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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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설
기원전 3세기, 로도스 섬 사람들이 전쟁 승리를 기념해 세운 30미터 높이의 태양신(헬리오스) 청동상이 항구 입구 양쪽 끝에 발 을 하나씩 딛고 서 있었대요. 배들은 그 거대한 가랑이 사이를 통과해 항구로 들어왔다는데 실제로는 이는 불가능하다고 해요. 이 전설은 르네상스 시대 화가들이 그린 상상화를 통해 퍼지고 바다를 가랑이 사이에 둔 비주얼때문에 신화가 됬다고 해요.
역사와 주권은 그리스에 속한 아름다운 지중해의 섬이라는데 한번 가보고 싶네요.
여섯모서리
멜빌은 이 이야기가 과학적 사실이 아니라는 걸 알았을 것 같아요.문학적으로 더 완벽한 비유는 없을 것 같아요.
서설
지금 그대가 지닌 목숨은 가볍게 굽이치는 배가 흔들림을 나눠 주는 그 목숨뿐이다.
배는 그것을 바다에서 빌려 오고, 바다는 그것을 측량할 길 없는 신의 조류에서 빌려 왔다.
『모비 딕 - 하』 35. 돛대 꼭대기, 허먼 멜빌 지음, 강수정 옮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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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설
스피노자나 괴테가 말한 ' 온 세상에 신이 깃들어 있다' 내 자아가 사라지는 기분, 황홀경에 빠진 것 같아요. 범신론을 비판할 것 같습니다.
서설
관념에 취해 있을 때, 손 한번 놔봐라며 등 뒤에서 밀어버립니다. 손을 놓는 순간, '더없이 청명한 날씨'에 '비명조차 지르지 못하고' 떨어진다는 묘사는 극치의 허무주의입니다. 현실의 발판을 잊은 채 거대한 사유(초고, 고래)에만 취해 있는 지식인이나 창작자들은, 결국 그 몽상의 대가로 소리 소문 없이 파멸할 것이라는 경고요.
서설
"하지만 이 꿈을 계속 꾸는 동안 발이나 손을 슬쩍 움직여 보라.
슬그머니 손을 놔보면 기겁하며 자신의 존재를 다시 깨달을 것이다.
그대는 데카르트가 말한 소용돌이 위에 맴돌고 있다.
그리고 어쩌면 한낮에, 더없이 청명한 날씨에, 비명조차 제대로 지르지 못한 채 그 투명한 공기를 가르며 여름 바다에 떨어져 다시는 떠오르지 못할지도 모른다.
그러니 부디 유념하라, 그대 범신론자들이여!"
데카르트의 소용돌이(Cartesian Vortex)
데카르트의 우주관은 범신론과 정반대입니다. 우주를 영혼이 없는 '차가운 물리적 소용돌이와 운동'으로 보았습니다. 네가 아무리 대자연과 하나가 되는 아름다운 철학적 몽상을 할지라도, 우주는 본질적으로 무정한, 네 목숨 따윈 신경 쓰지 않는다라고 해요.
서설
그리고 어쩌면 한낮에, 더없이 청명한 날씨에,
비명조차 제대로 지르지 못한 채 그 투명한 공기를 가르며 여름 바다에 떨어져 다시는 떠오르지 못할지도 모른다.
그대 범신론자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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