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비 딕 상·하

D-29
한없는 오르막이 나를 지치게 한다. 혹시 내가 쓴 왕관이 너무 무거운 걸까? 이 롬바르디아 무쇠관이?"
모비 딕 - 하 37. 저물녁, 허먼 멜빌 지음, 강수정 옮김
'롬바르디아 무쇠관(Iron Crown of Lombardy)'의 역사적 배경 입니다. 역사적으로 샤를마뉴 대제나 나폴레옹 같은 유럽의 절대 권력자들이 썼던 실제 왕관입니다. 겉은 황금과 보석으로 화려하지만, 안쪽에는 예수가 십자가에 못 박힐 때 쓰인 철못을 펴서 만든 철띠가 둘러져 있습니다. 그래서 문학적으로 '절대적인 권력'인 동시에, 피할 수 없는 '신성한 고통과 저주'를 상징한다 해요.
에이해브가 약해보일때도 있구나. 복수에 지쳐 내가 왜 이러고 있지? 이 왕관이 너무 무거운가? 안에 철못이라니 생각만해도 아프네요.
이것이 무쇠이며 황금이 아니라는 사실을 나는 안다. 톱니 같은 가장자리가 살을 긁어댄다.
모비 딕 - 하 37.저물녘, 허먼 멜빌 지음, 강수정 옮김
왜 이리 아프지? 아 내 영혼을 찢는 파멸의 길을 내가 골랐구나 하며 내면의 고통을 자각하죠
내 길에는 철로가 놓여 있고, 내 영혼은 그 철로의 궤도를 달린다.
모비 딕 - 하 37.저물녘, 허먼 멜빌 지음, 강수정 옮김
위태로운 골짜기를 넘고 첩첩산중을 관통하고 급류가 흐르는 강바닥 밑을 지나 나는 확실하게 돌진한다! 철길을 막아설 수 있는 건 아무것도 없으며, 구부러진 모퉁이도 없다.
모비 딕 - 하 37. 저물녘, 허먼 멜빌 지음, 강수정 옮김
이 레일의 끝이 벼랑 끝(파멸)일지라도, 나는 핸들을 틀어 피할 생각이 추호도 없다, 돌이킬 수 없다고 합니다.
다 부수고 돌진한다. 내면 대 외면적인 폭주. 왕관이 인간의 신음이라면 기차는 괴물의 의지. 마지막 구부러진 모퉁이도 없다가 짱
희고 어지러운 자국을 남긴다. 창백한 물, 더 창백한 얼굴. 시샘하는 파도가 비스듬히 일어나 내 지나온 자국을 삼켜 버린다. 파도가 그러는 걸 어찌하리. 하지만 내가 먼저 지나간다
모비 딕 - 하 37. 저물녘, 허먼 멜빌 지음, 강수정 옮김
사랑스러움이 내겐 다만 고통일 뿐이니, 나는 즐거움을 누릴 수 없는 인간이기 때문이다.
모비 딕 - 하 37. 저물녘, 허먼 멜빌 지음, 강수정 옮김
내 앞에 선 녀석들은 마치 화약 더미와 같고 나는 거기에 불을 붙이는 성냥이었다고 말할 수도 있다. 아, 어렵구나! 누군가에게 불을 붙이려면 성냥 자체는 타고 버려져야 하는 법!
모비 딕 - 하 37. 저물녘, 허먼 멜빌 지음, 강수정 옮김
나는 악마의 광기, 미쳐버린 광기다! 내 다리를 자른 놈을 잘라 버리겠노라고 예언하겠다. 이로써 나는 예언자이자 예언의 집행자가 된다. 당신들, 위대한 신들을 능가하는 것이지.
모비 딕 - 하 37. 저물녁, 허먼 멜빌 지음, 강수정 옮김
에이해브의 광기를 보면 "나는 미쳐버린 광기다" (괴물의 자각) 자신의 광기를 객관적으로 들여다보고 있어서 더 파괴적입니다. "예언자이자 예언의 집행자" (운명과의 정면 승부) 운명의 노예가 아닌, 스스로 운명의 주인이 되겠다는 의지입니다. "위대한 신들을 능가하는 것" (신을 향한 야유) 신들은 인간에게 비극적 운명을 던져놓고 방관할 뿐이지만, 자신은 예언을 하고 실행하므로 "내가 신들보다 위대하다"는 신성모독입니다. 대자연과 신의 질서 앞에 무릎 꿇기를 거부하는 인간의 오만(Hubris)을 보여주고 싶어한 것 같아요.
세월과 물은 널리 흐르는 법. 조그만 금붕어의 세상은 어항이 전부지만 그가 증오하는 고래는 온 세상 바다를 제집처럼 헤엄쳐 다닌다.
모비 딕 - 하 38. 황혼, 허먼 멜빌 지음, 강수정 옮김
인간은 어항 속 금붕어처럼 한계가 명확한 존재일 뿐이라는 스타벅의 자각, 대자연(바다와 고래)과 신의 섭리가 저 노인의 광기를 막아줄지도 모른다라며 에이해브에 짓눌려 절망하던 스타벅이 마지막에 희망으로 돌리는 독백이에요
스타벅이 힘들어 하는게 보이죠. 증오하면서도 에이해브의 눈을 보면 비애가 보인다. 섬뜩하지기는 하지만 나라면 아마 말라 죽었을 비애라면서 동정하죠. 이게 사단인 것 같아요.
저기 원 모양의 수평선이 보이는가. 그 원 안에서 카인이 아벨을 죽였지. 그렇다면 신은 왜 도대체 그 원을 만든 거지?
모비 딕 - 하 40, 한밤중, 앞간판, 허먼 멜빌 지음, 강수정 옮김
가장 신비롭고 불길한 예언자 역할을 하는 '맨 섬의 늙은 선원(Old Manx Sailor)'이 읊조리는 대사예요. 40장은 다른 선원들이 술에 취해 춤추고 노래하며 흥청거리는 분위기 속에서 진행되는데, 이 늙은 선원 혼자만 그 축제의 한복판에서 인간의 파멸과 죄악을 날카롭게 보고 있어요. 바다 한가운데 서면 사방을 둘러싼 수평선이 완벽한 '원'을 이룹니다. 늙은 선원에게 이 원은 신이 인간들을 가두어 둔 거대한 지구이자 바다, 혹은 덫을 의미해요. 38장에서 스터브가 "앞은 술판, 뒤는 적막이구나" 하며 인생의 실상을 보았다면, 늙은 선원은 한 걸음 더 나아가 우리가 달리는 이 둥근 바다는 결국 서로를 죽이는 비극성을 말해요. 성경에서 카인이 아벨을 죽인 사건, 인류 최초의 살인, 형제 살해를 가져와서요.
바다 밑 비밀 수로로 물이 흘러왔다는 아레투사 샘처럼, 기이한 신화들. 등에 꽂힌 창이 숲을 이룰 지경인데도 아무렇지 않게 사라지며, 피를 쏟더라도.. 불멸의 환영, 모비 딕
모비 딕 - 하 41. 모비 딕, 허먼 멜빌 지음, 강수정 옮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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