희고 어지러운 자국을 남긴다. 창백한 물, 더 창백한 얼굴. 시샘하는 파도가 비스듬히 일어나 내 지나온 자국을 삼켜 버린다. 파도가 그러는 걸 어찌하리. 하지만 내가 먼저 지나간다
『모비 딕 - 하』 37. 저물녘, 허먼 멜빌 지음, 강수정 옮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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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섯모서리
사랑스러움이 내겐 다만 고통일 뿐이니,
나는 즐거움을 누릴 수 없는 인간이기 때문이다.
『모비 딕 - 하』 37. 저물녘, 허먼 멜빌 지음, 강수정 옮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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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섯모서리
내 앞에 선 녀석들은 마치 화약 더미와 같고 나는 거기에 불을 붙 이는 성냥이었다고 말할 수도 있다.
아, 어렵구나! 누군가에게 불을 붙이려면 성냥 자체는 타고 버려져야 하는 법!
『모비 딕 - 하』 37. 저물녘, 허먼 멜빌 지음, 강수정 옮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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잔해
나는 악마의 광기, 미쳐버린 광기다! 내 다리를 자른 놈을 잘라 버리겠노라고 예언하겠다. 이로써 나는 예언자이자 예언의 집행자가 된다. 당신들, 위대한 신들을 능가하는 것이지.
『모비 딕 - 하』 37. 저물녁, 허먼 멜빌 지음, 강수정 옮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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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ontentree
에이해브의 광기를 보면
"나는 미쳐버린 광기다" (괴물의 자각)
자신의 광기를 객관적으로 들여다보고 있어서 더 파괴적입니다.
"예언자이자 예언의 집행자" (운명과의 정면 승부)
운명의 노예가 아닌, 스스로 운명의 주인이 되겠다는 의지입니다.
"위대한 신들을 능가하는 것" (신을 향한 야유)
신들은 인간에게 비극적 운명을 던져놓고 방관할 뿐이지만, 자신은 예언을 하고 실행하므로 "내가 신들보다 위대하다"는 신성모독입니다. 대자연과 신의 질서 앞에 무릎 꿇기를 거부하는 인간의 오만(Hubris)을 보여주고 싶어한 것 같아요.
kontentree
세월과 물은 널리 흐르는 법.
조그만 금붕어의 세상은 어항이 전부지만
그가 증오하는 고래는 온 세상 바다를 제집처럼 헤엄쳐 다닌다.
『모비 딕 - 하』 38. 황혼, 허먼 멜빌 지음, 강수정 옮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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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ontentree
인간은 어항 속 금붕어처럼 한계가 명확한 존재일 뿐이라는 스타벅의 자각, 대자연(바다와 고래)과 신의 섭리가 저 노인의 광기를 막아줄지도 모른다라며 에이해브에 짓눌려 절망하던 스타벅이 마지막에 희망으로 돌리는 독백이에요
여섯모서리
스타벅이 힘들어 하는게 보이죠.
증오하면서도 에이해브의 눈을 보면 비애가 보인다. 섬뜩하지기는 하지만 나라면 아마 말라 죽었을 비애라면서 동정하죠. 이게 사단인 것 같아요.
서설
저기 원 모양의 수평선이 보이는가.
그 원 안에서 카인이 아벨을 죽였지.
그렇다면 신은 왜 도대체 그 원을 만든 거지?
『모비 딕 - 하』 40, 한밤중, 앞간판, 허먼 멜빌 지음, 강수정 옮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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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ontentree
가장 신비롭고 불길한 예언자 역할을 하는 '맨 섬의 늙은 선원(Old Manx Sailor)'이 읊조리는 대사예요.
40장은 다른 선원들이 술에 취해 춤추고 노래하며 흥청거리는 분위기 속에서 진행되는데, 이 늙은 선원 혼자만 그 축제의 한복판에서 인간의 파멸과 죄악을 날카롭게 보고 있어요.
바다 한가운데 서면 사방을 둘러싼 수평선이 완벽한 '원'을 이룹니다. 늙은 선원에게 이 원은 신이 인간들을 가두어 둔 거대한 지구이자 바다, 혹은 덫을 의미해요.
38장에서 스터브가
"앞은 술판, 뒤는 적막이구나"
하며 인생의 실상을 보았다면, 늙은 선원은 한 걸음 더 나아가 우리가 달리는 이 둥근 바다는 결국 서로를 죽이는 비극성을 말해요.
성경에서 카인이 아벨을 죽인 사건, 인류 최초의 살인, 형제 살해를 가져와서요.
서설
바다 밑 비밀 수로로 물이 흘러왔다는 아레투사 샘처럼, 기이한 신화들.
등에 꽂힌 창이 숲을 이룰 지경인데도 아무렇지 않게 사라지며, 피를 쏟더라도.. 불멸의 환영, 모비 딕
『모비 딕 - 하』 41. 모비 딕, 허먼 멜빌 지음, 강수정 옮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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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설
'시라쿠사 근처의 아레투사(Arethusa) 샘'에 얽힌 이야기는 그리스 신화에서 시작해 중세 전설로 이어진 로맨틱한 지하 수로 이야기입니다.
괄호 속 "성지에서 흘러왔다"는 짧은 한 줄 뒤에 숨겨진 전설과, 멜빌이 이 이야기를 41장에서 굳이 꺼낸 기가 막힌 이유가 있어요.
아레투사 샘에 얽힌 신비로운 전설
아레투사는 원래 그리스에 살던 아름다운 요정(님프)이었습니다.
강(江)의 신 '알페이오스'가 그녀에게 반해 끈질기게 쫓아오자, 아레투사는 그를 피해 바다 건너 이탈리아 시칠리아섬의 시라쿠사까지 도망쳐서 스스로 '맑은 샘물(아레투사 샘)'로 변해버렸습니다.
하지만 집요한 강의 신 알페이오스는 포기하지 않고, 그리스의 성지(올림피아)에서부터 바다 밑바닥으로 거대한 지하 터널을 뚫고 물줄기를 보내 결국 시라쿠사에 있는 아레투사 샘과 하나로 합쳐졌다고 합니다.
그래서 고대 그리스나 중세 사람들은 "그리스 성지 올림피아의 강물에 나무 컵을 던지면, 바다 건너 이탈리아 시라쿠사의 아레투사 샘물 위로 그 컵이 둥둥 떠오른다"는 황당한 이야기를 실제로 믿었습니다. 전혀 다른 두 바다와 대륙이 '보이지 않는 지하 통로'로 연결되어 있다는 믿음이었죠.
멜빌이 41장에서 이 이야기를 꺼낸 진짜 이유
바로 직전 문장과 연결해 보면, 지금 "고래잡이들이 겪는 현실은 이 신화보다 더 신화 같다"는 이야기를 하고 있어요.
당시 포수들은 그린란드(북극해/대서양)에서 고래에게 꽂았던 하푼(고래 창)이, 몇 년 뒤 전혀 다른 바다인 태평양에서 잡힌 고래 몸통에서 발견되는 기이한 일을 자주 겪었습니다.
대륙과 얼음으로 가로막혀 갈 수 없을 것 같은 두 거대한 바다를 고래들이 '얼음 밑 비밀 지하 통로'를 통해 자유자재로 넘나들었던 것이죠.
kontentree
옛 신화가 고래들이 대양을 넘나드는 실제 현실이었음을 보여주는 멋진 비유네요!
서설
분노가 일으킨 흰 거품을 피해 마치 아기의 탄생이나 결혼이라도 축하하는 것처럼 환한 햇살이 미소 짓는 잔잔한 바다로 헤엄쳐 나왔을 때, 필사적으로 고래를 쫓던 자들의, 미칠듯한.
『모비 딕 - 하』 41. 모비 딕, 허먼 멜빌 지음, 강수정 옮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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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설
눈처럼 희고 주름이 잡힌 독특한 이마와 피라미드처럼 높이 솟은 하얀 혹.
같은 색 줄무늬와 점, 그리고 대리석 무늬로 뒤덮여서 결국에는 '흰 고래'라는 독특한 이름을 얻게 된 존재
『모비 딕 - 하』 41. 모비 딕, 허먼 멜빌 지음, 강수정 옮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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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설
“ 아칸소의 결투사가 상대에게 달려들듯 부서진 뱃머리에서 단검을 움켜쥔 채 고래에게 돌진했다.
낫처럼 구부러진 아래턱이 초원의 풀을 베듯 에이해브의 다리를 싹둑 잘라 버린 것도 바로 그때였다. ”
『모비 딕 - 하』 41. 모비 딕, 허먼 멜빌 지음, 강수정 옮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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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설
그는 고래의 하얀 혹 위에 아담 이래 인류가 느낀 모든 분노와 증오를 전부 쌓아 올렸고,
마치 자신의 가슴이 대포라도 되는 것처럼 뜨거운 포탄을 퍼부었다
『모비 딕 - 하』 41. 모비 딕, 허먼 멜빌 지음, 강수정 옮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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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설
허드슨 강의 고고한 북쪽 물줄기가 고원의 골짜기를 지날 때, 폭은 좁아 들지언정 가늠할 수 없는 깊이로 흐르며 수량이 줄지 않는 것과 마찬가지였다
『모비 딕 - 하』 41. 모비 딕, 허먼 멜빌 지음, 강수정 옮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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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설
심원한 사상을 대중화하려는 노력은 부질없고, 모든 진리는 심원한 법이다.
『모비 딕 - 하』 41. 모비 딕, 허먼 멜빌 지음, 강수정 옮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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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설
고귀하고 슬픈 영혼들이여,
지금은 이 높은 클뤼니 미술관 한복판에서 서 있지만,
아무리 웅장하고 아름답더라도 여기를 뒤로 한 채 로마의 넓은 공중목욕탕으로 내려가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