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비 딕 상·하

D-29
노예의 발꿈치와 말굽에 잔뜩 파인 흔해 빠진 도로를, 길로 뒤덮인 땅을 얼마나 경멸했던가! 그 모습을 보면서 나는 어떤 흔적도 용납하지 않는 바다의 도량을 찬미했다.
모비 딕 - 하 13. 외바퀴 수레, 허먼 멜빌 지음, 강수정 옮김
이슈마엘이 왜 바다를 갈망했는지, 그리고 멜빌이 생각하는 '바다'와 '육지'의 차이에 대해 알려주는 것 같아요. 도로는 이미 누군가 닦아놓은 길이며, 그 길 위를 걷는 존재들은 노동에 시달리는 말(말굽)로 비유해요. 모든 사람이 정해진 궤도(도로)로만 움직여야 하는 억압을 경멸한다고 하죠. 반면, 바다는 절대적 자유를 주는 곳. 바다는 아무리 배가 지나가도 그 뒤에 영구적인 길이나 흔적을 남기지 않습니다. 거품을 일으키며 파도가 치고 나면 다시 무로 돌아가요. 모든 차별과 굴레를 순식간에 삼켜버리는 바다의 도량(자유)을 찬미하고 있어요. 만약 이들이 육지의 도로 위에 있었다면, 기독교인 백인과 문신을 한 야만인은 친구가 될 수 있었을까요.
와, 좋은 통찰을 꺼내주셨네요. 아뇨. 인간 대 인간으로 만날 수 없었다고 봐요. 예를 들면 강번역자도 편견이 있어(식인종이니까) 그런 오역을 하지 않았나 싶을 정도로, 현대에서도 인식 못하는 편견이 많쟎아요. 누군가 닦아놓은 길(육지) 아닌, 스스로 개척해야 하는 무한한 자유(바다)로 나아가는 해방감이 느껴져요.
먼바다에 저녁이 내리면, 베개 밑으로 바다코끼리와 고래가 떼 지어 지나는 곳에 누워 잠을 청한다.
모비 딕 - 하 14.낸터컷 사람들, 허먼 멜빌 지음, 강수정 옮김
15장 '차우더'는 그냥 지나가기엔, 운명을 암시하는 것 같아요. 주인공들이 여인숙을 찾을 때 교수대처럼 생긴 돛대와 냄비를 보며 불길함을 느끼면서도, 막상 차우더가 나오니 정신없이 먹어치우잖아요. 죽음의 그림자, 교수대 바로 아래에서 따뜻한 음식 차우더를 먹는 이 장면이요. 짠합니다.
야망에 부푼 젊은이들이여, 명심하라. 인간의 위대함이란 질병에 불과하다는 것을.
모비 딕 - 하 16. 배, 허먼 멜빌 지음, 강수정 옮김
위대함이란 감당하기 어려운 짐이라는 사실을 미리 알려주고 싶어하는 맘이 느껴져서 올립니다.
야망은 병들게 할 만큼 위험한 것임을 알고 감당할 준비를 하라는 것 같아요 에이해브 선장은 자신의 다리를 앗아간 고래에 대한 복수심에 사로잡혔쟎아요. 이런 정상이 아닌 상태를 질병이라 하는데 선장은 이미 멜빌이 주는 여러 암시로 보면 고통을 잘 다스릴 것 같지는 않아요. 위대하기는 힘들 것 같지 않나요? 그럼에도 끊임없는 시도 자체가 위대함이라 보는 건지, 제 짧은 생각으론 헷깔립니다.
에이해브는 고통을 다스리지도 못하고 결국 파멸하는데, 이걸 정말 위대하다고 할 수 있을까? 위대함은 고통을 승화시키는 것 아닌가 라고 물으시는 것 같아요.
위대함이 성공이나 훌륭한 인격을 뜻한다면 에이해브는 위대하지 않습니다. 고통을 다스리지 못하고 파멸로 가는 것 같죠. 하지만 멜빌이 말하는 위대함은 한계에 스스로를 소진하는 시도 자체에 있는 것 같아요. 에이해브는 비극을 잘 통과한 사람이 아니라, 비극을 껴안고 침몰해버린 사람이죠. 그렇담 위대함은 '질병'아닐까요. 스스로를 죽음으로 몰아넣는 병이니까요.
에이해브는 일상으로 돌아가는 평범한 사람이라기보다 고통, 질병을 복수로 키워내어, 모두 태워버리려 하죠. 멜빌은 비극이 없는 삶을 백지와 같다고 했는데, 그가 비극을 '잘' 통과했느냐 아니냐는 중요하지 않은 것 같아요. 얼마나 처절하게 먹혔느냐, 즉 자신의 인생 전부를 걸고 끝까지 갔느냐가 멜빌이 생각한 위대함인 것 같아요.
제 질문에 대한 주신 깊은 생각들에서 많이 배워요.
왜 멜빌은 이런 독한 문장을 썼냐면 본인의 삶이 그랬기 때문이래요. 모비딕은 당대 사람들에게 외면받았던 책이라더군요. 글쓰기가 남들은 일상을 살때 혼자 고통을 길어야 하는 질병 같은 일로 생각하지 않았을까요. 에이해브의 위대한 질병은 창작하는 고통에 대한 이야기 같아요. 작가가 속마음을 그것도 앞에 숨겨둔 것이란 상상이 자꾸 드네요.
네, 정말 대단한 작가죠. 질병을 통과하는 방식이 치유가 아니라 투영이라 생각해요. 잘 못 통과하는 것 같은데 위대하나 라는 질문이 중요한 점을 깨닫게 해주네요. 멜빌의 관점에서 에이해브는 비극을 확장시키게 만든 것 같아요. 평범한 사람은 고통을 겪으면 치유하고 살던 식으로 돌아가려 하죠. 에이해브는 고통을 키워 우주, 모비딕과 맞서게 한 것이란 생각을 해봐요.
너무 좋은 의미들을 들었습니다. 상상이 아니라 정확하신 것 같아요. 작가의 맘이 듬뿍 포함됬구말구요. 16장 뒷부분에서 펠레그와 빌대드라는 두 선주가 이슈마엘의 배당금을 놓고 싸우는 장면이 나와요. 속물이죠. 인간의 위대함은 질병이라며 비장한 문장을 던져놓고는, 곧바로 과부의 빵 운운하며 계산기를 두드리는 위선적인 신앙인들을 등장시켜요. 이 대비가 참, 우리는 일상에서 늘 돈과 효율을 따지며 살지만, 에이해브는 그 모든 계산과 무관한 인물이다라는게 더 강조되지 않나요? 서로 얼마나 멀리 떨어졌는지도 실감나고 참 대단한 작가입니다.
더없이 경이로운 것들은 언제나 말로 표현할 수 없고, 가슴 깊은 곳의 추억에는 묘비도 세울 수 없는 법이니, 이 짧은 장(章)은 벌킹턴의 비석 없는 무덤인 셈이다.
모비 딕 - 하 23. 바람이 닿는 해안, 허먼 멜빌 지음, 강수정 옮김
항구는 기꺼이 도움의 손길을 내민다. 하지만 그런 돌풍 속에서는 항구가, 육지가, 배에게 가장 긴박한 위험이 된다. 배는 모든 환대를 피해 달아나야 한다.
모비 딕 - 하 23. 바람이 닿는 해안, 허먼 멜빌 지음, 강수정 옮김
단순히 배가 떠나는 장면이 아니라 자기 존재의 한계를 넘어서기 위해 안전한 세상(항구)을 스스로 등지는 순간입니다. 환대해주면 그냥 좋아하기만 했던 저를 돌아봅니다.
가장 숭고한 진리, 신처럼 가없고 무한한 진리는 망망대해에만 존재한다.
모비 딕 - 하 23. 바람이 닿는 해안, 허먼 멜빌 지음, 강수정 옮김
그러니 바람이 아우성치는 무한한 바다에서 죽어 없어지는 편이 바람이 불어 가는 해안에 수치스럽게 내던져지는 것보다 낫다.
모비 딕 - 하 23. 바람이 닿는 해안, 허먼 멜빌 지음, 강수정 옮김
작성
글타래
화제 모음
지정된 화제가 없습니다
💡독서모임에 관심있는 출판사들을 위한 안내
출판사 협업 문의 관련 안내[모임] 간편 독서 모임 만들기 매뉴얼 (출판사 용)
그믐 새내기를 위한 가이드
그믐에 처음 오셨나요?[메뉴]를 알려드릴게요. [그믐레터]로 그믐 소식 받으세요
천천히 읽어요
[함께 읽는 과학도서] 천천히 곱씹으며 느리게 읽기 <지구의 짧은 역사> 3부세계문학전집 느리게 읽기 (1) 브람스를 좋아하세요...
웰다잉 오디세이 2분기의 여정
[웰다잉 오디세이 2026] 6. 잘못은 우리 별에 있어 [웰다잉 오디세이 2026] 5. 죽은 다음[웰다잉 오디세이 2026] 4. 인생의 짧음에 대하여
나누고 싶은 책 이야기 by 꼬모
편지들이 알려주는 먼 시절의 인생역정낙담과 희망이 뒤섞인 사우디 아라비아 이야기편안하게 명랑하고, 평범해서 비범한 일상과 성장여전히 재미있고 여전히 김빠지는 시리즈 신간추리로 양념 친 러브스토리 연작집
조선과 한국을 바라보는 특별한 시선!
[김영사/책증정] 다니엘 튜더 소설 《마지막 왕국》 편집자와 함께 읽어요![어크로스/책증정] <뉴요커> 칼럼니스트 콜린 마샬과 함께 진짜 한국 탐사하기!
우리 아버지는요...
[책걸상 '벽돌 책' 함께 읽기] #34. <아버지의 시간>[도서 증정] 《아버지를 구독해주세요》마케터와 함께 자유롭게 읽어요~! <책방지기의 인생책> 좋은 날의 책방과 [아버지의 해방일지] 함께 읽기
한 출판사에서 나온 이토록 다양한 책들의 향연, 오늘 당신이 고를 이야기는?
[김영사/책증정] 쓰는 사람들의 필독서! 스티븐 킹 《유혹하는 글쓰기》 함께 읽기[김영사 / 책 증정] <새로운 실용주의 과학철학> 편집자 & 번역가와 함께 읽기[김영사/책증정] 무작정 퇴사하기 전에, <까다로운 사람과 함께 일하는 법> 함께 읽기[벽돌책 독파] 주자와 다산의 대결 <두 개의 논어> 편집자와 함께 읽기 [김영사/책증정]수학자의 눈으로 세상을 바라보다《세상은 아름다운 난제로 가득하다》함께 읽기
같이 연극 보실 분들, 구합니다.
[그믐연뮤번개] 3. [독서x관극x모임지기 토크] 우리 몸에 살고 있는 까라마조프를 만나다[그믐연뮤번개] 2. [독서x관극x번역가 토크] 인간 내면을 파헤치는 『지킬앤하이드』[그믐연뮤번개] 1. [책 읽고 연극 보실 분] 오래도록 기억될 삶의 궤적, 『뼈의 기록』
우리의 노동 일지
[책걸상 '벽돌 책' 함께 읽기] #35. <쇳돌>[그믐연뮤클럽] 6. 우리 소중한 기억 속에 간직할 아름다운 청년, "태일"[일은 당신을 사랑하지 않는다] 여러분은 일을 즐기고 있나요?[그믐밤] 4. 『난장이가 쏘아올린 작은 공』 다시 읽기 @국자와주걱
🎁 여러분의 활발한 독서 생활을 응원하며 그믐이 선물을 드려요.
[인생책 5문 5답] , [싱글 챌린지] 완수자에게 선물을 드립니다
이기원 단장과 함께 스토리의 비밀, 파헤칩니다
스토리탐험단 시즌2 : 장르의 해부학 1. 호러스토리탐험단 시즌2 : 장르의 해부학 2. 액션 + 로버트 맥키의 액션스토리 탐험단 시즌 2 : 장르의 해부학 읽기 3. 신화 4. 회고록과 성장물
한국 희곡 낭독이 이렇게 재밌다니!
<플.플.땡> 4. 우리는 농담이 (아니)야<플.플.땡> 3 당신이 잃어버린 것 2부<플.플.땡> 2. 당신이 잃어버린 것플레이플레이땡땡땡
히어로와 함께
카라마조프의 피도스토옙스키와 29일을[그믐연뮤번개] 3. [독서x관극x모임지기 토크] 우리 몸에 살고 있는 까라마조프를 만나다
나이지리아 소설가, 치누아 아체베
노예제, 아프리카, 흑인문화를 따라 - 08.신의 화살, 치누아 아체베노예제, 아프리카, 흑인문화를 따라 - 07.더 이상 평안은 없다, 치누아 아체베노예제, 아프리카, 흑인문화를 따라 - 06.모든 것이 산산이 부서지다, 치누아 아체베
혼자이기에 오히려 깊이 읽은 책들
<인간의 대지> 오랜만에 혼자 읽기 『에도로 가는 길』혼자 읽기천국의 열쇠 혼자 읽기거실의 사자 : 고양이는 어떻게 인간을 길들이고 세계를 정복했을까
부커상을 받았어요
[책증정][1938 타이완 여행기] 12월 18일 오후 8시 라이브채팅 예정! [이 계절의 소설_봄] 『벵크하임 남작의 귀향』 함께 읽기[Re:Fresh] 3. 『채식주의자』 다시 읽어요.[서울국제작가축제X비채] 버나딘 에바리스토의 <소녀, 여자, 다른 사람들> 함께읽기 챌린지
모집중밤하늘
내 블로그
내 서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