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비 딕 상·하

D-29
어떻게 살 것인가!
안전한 항구 vs 거친 망망대해 사실 항구가 좋은데 계속해서 "너는 어디에 머물 것인가?"를 묻네요.
우리의 직업이 지닌 위엄은 하늘이 증명한다. 남쪽 하늘에 고래자리라는 별자리가 있거든!
모비 딕 - 하 24.변론, 허먼 멜빌 지음, 강수정 옮김
항구가 좋다는 말씀에 공감합니다. 우리도 내가 머무는 이 '항구'가 중요한 곳이라고 뻔뻔하게 우겨보면 어떨까요? 요즘 평온한 항구에 계시는 분들, 거기서 갖는 소소한 즐거움들은 어떤 건지 궁금해집니다. 전 모비 딕 읽는 즐거움이란 뻔한 답인데 정말이거든요.
안 그래도 24장 읽는데, 고래잡이가 최고라며 하늘에 '고래자리'가 있다는 둥 귀여운 억지를 부리더라고요. 저만의 고래자리를 물어 보시는 것 같아요. 내가 매일 쓰는 일기요^^ 이 열띤 변론은 평생 남들에게는 고래잡이 소설이나 쓰는 비주류 작가로 인정을 못 받으니까 외치고 싶었던 작가의 목소리란 생각도 들어요.
이제 왜 멜빌이 그렇게 필사적으로 포경업을 변론했는지 조금은 알겠네요.ㅎㅎ 전 내 아이 키우는 일이요~
내가 숨을 거두는 순간에, 내 책상에서 어떤 귀한 원고를 찾아낸다면, 모든 명예와 영광을 포경에 바친다고 여기서 미리 밝혀 두겠다. 포경선은 나의 예일 대학이자 하버드였으므로.
모비 딕 - 하 24.변론, 허먼 멜빌 지음, 강수정 옮김
화제로 지정된 대화
세 번째 항해, 에이해브가 마침내 모습을 드러냅니다 안녕하세요. 오늘(5/22)은 모비 딕 상권의 세 번째 구간, 25 ~ 36장을 함께 읽어봅니다. 드디어 피쿼드호의 사람들이 한 명씩 갑판 위로 올라오는 — 이 배의 인물들이 등장하는 구간이에요. ▶ 오늘(5/22) 함께 읽을 구간: 25장 ~ 36장 피쿼드호의 항해사들과 작살잡이들이 차례로 소개되고, 줄곧 선실에만 머물러 있던 에이해브 선장이 마침내 갑판 위로 올라옵니다. 그리고 이 책에서 가장 자주 인용되는 장면 중 하나인 '뒤쪽 갑판(The Quarter-Deck)'이 36장에서 펼쳐져요. ▶ 25~36장 대략적인 줄거리 먼저 짧은 '덧붙여서 (Postscript)'(25장)입니다. 그리고 피쿼드호의 세 항해사가 차례로 소개됩니다. 일등항해사 스타벅은 낸터킷 출신의 신중하고 경건한 사내이고, 이등항해사 스터브는 어떤 위험 앞에서도 무심하게 파이프를 무는 낙천가, 삼등항해사 플래스크는 작고 다부진 무모함의 인물이에요(26~27장). 마침내 에이해브 선장이 갑판 위로 올라옵니다. 한쪽 다리를 하얀 고래뼈로 만든 의족으로 대신한 채, 청동상 같은 얼굴에 번개 자국 같은 흉터를 지닌 그의 첫 등장이 묘사돼요(28장). 이어 스터브와 에이해브 사이의 짧은 충돌, 그리고 짧은 '파이프'장, 그의미가 뭔지 알아가요.(29~30장). 잠시 멈춰 생각하는 챕터. 스터브의 기묘한 꿈 이야기(31장), 그리고 이슈메일이 본격적으로 시도하는 '고래학(Cetology)'(32장) — 멜빌이 고래라는 존재를 어떻게 분류하고 사유할 것인가를 길게 풀어놓는, 모비 딕이 '고래에 관한 모든 것'을 담으려 한 시도임을 알게 돼요. 이후 작살잡이들 — 퀴퀘그, 타슈테고, 다구 — 의 면면이 그려지고(33~34장), 이슈메일이 돛대 꼭대기에서 망보는 장면도 등장합니다(35장). 망망대해 위 높은 곳에서 사유에 잠기는 장면은, 23장 '바람이 부는 쪽 해변'의 분위기와도 닮았습니다. 그리고 마침내 36장 '뒤쪽 갑판'. 에이해브가 모든 선원을 갑판으로 불러 모으고, 금화 한 닢을 돛대에 못 박으며 외칩니다. 이 장면에서 에이해브가 어떤 사람인지, 그가 무엇을 향해 가고 있는지가 비로소 드러나요. 스타벅이 홀로 그에 맞서 항변하는 짧은 대목도 함께 펼쳐집니다. 오늘도 즐거운 독서 되시길 바랍니다! " 굽힐 줄 모르는 인간의 정신을 극한까지 정공법으로 다루려는 비극 작가는 지금 넌지시 내비친 것 같은 암시, 우연히 중요한 의미를 갖게 될 그런 암시를 작품에 활용하는 걸 결코 잊지 않을 터다. " - 33. 작살잡이장
바다 위의 모든 섬, 육지의 모든 구석에서 온 아나카르시스 클로츠 대표단이 피쿼드호를 타고 에이해브 영감과 함께 별로 많은 사람이 돌아오지 못한 법정에 나가 세상의 불만을 토로하려 한다
모비 딕 - 하 27. 기사와 종자2, 허먼 멜빌 지음, 강수정 옮김
이 문장에서 소름 돋는 부분 찾으셨나요? 멜빌은 이미 여기서 에이해브 영감과 선원들이 살아서 돌아오지 못할 거란 결말을 대놓고 스포일러 했습니다. 위에 올리신 마지막 문장, '비극 작가의 암시'가 바로 이것인가봐요.
다 죽을 걸 알고 보는 그리스 비극과 같네요. 신의 법정에서 감히 대들었으니 돌아올 수 없죠. 난파선일 걸 아니 다 평범하게 읽히지가 않아요.
그대는 검게 그을린 죄인인 버니언에게 시의 하얀 진주를 거부하지 않으셨고, 늙은 세르반테스의 뭉뚝하고 빈곤한 팔에 두 번 두드려 편 최고의 금박을 입혀 주셨으며, 앤드루 잭슨을 자갈밭에서 건져 군마에 태우시고 끝내는 왕좌보다 높은 자리에 앉히셨도다.
모비 딕 - 하 26. 기사와 종자1, 허먼 멜빌 지음, 강수정 옮김
존 버니언은 천로역정의 저자로 왕의 허가 없이 설교를 했다는 이유로 12년 동안 감옥에 갇혔던 '죄인'이고 미겔 데 세르반테스 돈키호테의 저자죠. 레판토 해전에서 왼팔을 잃어 외팔이가 되었고, 평생을 가난과 빚에 시달리며 노예로 잡혀가기도 했대요. 앤드루 잭슨은 미국의 제7대 대통령입니다. 고아나, 스스로의 힘으로 군 사령관이 되고 결국 대통령이 된 사람인 역사적 인물들이에요.
인생 대부분을, 말로 채운 무기력한 책이 아니라 몸으로 이야기하는 팬터마임으로 살아온, 착실하고 충실한 남자였다.
모비 딕 - 하 26. 기사와 종자1, 허먼 멜빌 지음, 강수정 옮김
희끄무레한 납빛 흉터는 윗부분에 떨어진 벼락이 맹렬하게 아래로 관통하면서도 나뭇가지 하나 떨어뜨리지 않은 채 우듬지부터 밑동까지 나무껍질을 벗겨 홈을 새기며 땅으로 흘러 들어가, 나무는 여전히 푸르게 살아 있지만 벼락의 낙인이 찍힌, 그런 아름드리나무의 곧고 고결한 줄기에 새겨지곤 하는 수직 솔기와 비슷했다
모비 딕 - 하 28. 에이해브, 허먼 멜빌 지음, 강수정 옮김
일본 앞바다에서 돛대를 잃었단 말이거든. 돛대를 잃은 그의 배처럼, 그도 항구로 돌아오는 대신 다른 돛대를 단 거야. 그런 건 잔뜩 가지고 있었으니까.
모비 딕 - 하 28. 에이해브, 허먼 멜빌 지음, 강수정 옮김
완벽을 장담할 수는 없다. 인간의 일에서 완벽을 추구한다면, 바로 그 탓으로 인해 오류에 빠질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모비 딕 - 하 32. 고래학, 허먼 멜빌 지음, 강수정 옮김
현재에 이르기까지 많은 박물학자들이 바다소와 듀공이라는 물고기(낸터컷의 코핀 성을 가진 사람들이 돼지물고기와 암퇘지물고기라고 부르는)를 고래에 포함시켰다는 건 나도 안다. 하지만 이 돼지물고기들은 시끄럽고 하찮은 부류인 데다 주로 강 하구에 몸을 숨긴 채 젖은 목초를 먹으며, 더구나 물을 뿜지 않기 때문에 이에 나는 고래의 신분증명서 발급을 거부하며 고래학 왕국을 떠날 수 있도록 통행증을 발행하는 바이다 ─ 원주
모비 딕 - 하 32. 고래학 중 주석 70, 허먼 멜빌 지음, 강수정 옮김
고래의 신분증명서 발급을 거부하고 고래 왕국을 떠날 통행증을 발급한다니... 스티븐 킹이 글쓰기를 시작하려면 유머감각이 필수는 말이 이제 좀 이해되는 것 같아요.
작은 건물들은 애초에 시작한 건축가가 완성할지 모르지만, 웅장하고 참된 건물은 후대에게 최후의 마무리를 넘기는 법이다. 내 손으로 뭔가를 마무리 짓는 건 신이 금하는 바, 이 책은 전체가 초고, 아니 초고의 초고에 지나지 않는다.
모비 딕 - 하 32. 고래학, 허먼 멜빌 지음, 강수정 옮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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