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비 딕 상·하

D-29
흰 고래를 인간을 가로막는 운명, 벽으로요
저기 터키 녀석들의 얼룩덜룩한 황갈색 뺨을 보란 말이야. 태양이 그린, 살아 숨 쉬는 그림이 아닌가.
모비 딕 - 하 36. 뒤쪽 갑판, 허먼 멜빌 지음, 강수정 옮김
아, 훈계와 경고여! 어째서 너희들은 오는가 하면 가버리는 것인가? 그러나 그림자여, 너희는 경고라기보다 차라리 예언인 것을! 그것도 외부에서 전해 주는 예언이 아니라 앞질러 달려가는 내면의 확인인 것을. 외부에서 제약하는 것이 거의 없을 때 존재의 가장 깊숙한 곳에 도사린 내면의 요구가 우리를 몰아가기 때문이다.
모비 딕 - 하 36. 뒤쪽 갑판, 허먼 멜빌 지음, 강수정 옮김
주위의 만류나 불길한 경고를 들으면서도, 나도 모르게 그 길로 걸어 들어가 본 적 있었던 것 같아요. 온갖 불길한 징조들(그림자)이 왜 아무런 브레이크 역할을 하지 못하는지 알 것 같아요. 예언일것을 예감하면서도. 결국 우리를 망하게 하는 건 나. 내 존재 가장 깊은 곳에 도사린 멈출 수 없는 요구가 문제네요.
저도 주위에서 말려도 내 똥고집대로 직진해 본 경험 있어요 ㅎㅎ
그쵸, 고생길을 자처한 적 있죠. 정신 차리니 이미 데카르트의 소용돌이 바로 위였고, 주위의 경고와 충고는 바람처럼 왔다가 가버렸더라고요.
그림자가 상징하는 것은 내 존재 깊은 곳에 도사린 '멈출 수 없는 요구'가 밖으로 배어 나와 눈앞에 드리운 운명의 실루엣 같은 것이에요. 외부에서 누가 주는 경고가 아닙니다. 내 영혼은 이미 알고 있기에(성격, 무의식), '앞질러 달려가서' 미리 땅에 드리워져 있는 미래의 자화상입니다. 그래서 불길한 징조(그림자)를 보았을 때, 인간은 깜짝 놀라 멈추는 게 아니라 "아, 결국 내가 저 길로 가겠구나" 하고 내면의 확인을 하며 씁쓸하게 고개를 끄덕이게 됩니다. 정신분석학자 칼 융이 "무의식을 의식화하지 않으면, 무의식이 우리 삶을 인도하고 우리는 그것을 '운명'이라 부른다"라고 했는데, 멜빌의 "그림자는 앞질러 달려가는 내면의 확인"이라는 말과 참 깊게 통하네요.
위대한 교황이 삼중관을 물 단지 삼아 거지들의 발을 씻어 주는 건 뭐란 말인가? 아, 나의 사랑스러운 추기경들이여! 스스로 몸을 낮추면 저절로 하게 될 것이다.
모비 딕 - 하 36. 뒤쪽 갑판, 허먼 멜빌 지음, 강수정 옮김
내가 증오하는 건 무엇보다 불가사의한 그것이야. 나는 놈을 상대로 내 원한을 풀 거야. 나한테 신성 모독이라는 말은 하지 말게. 날 욕보인다면 난 태양한테라도 덤벼들 수 있어
모비 딕 - 하 36. 뒤쪽 갑판, 허먼 멜빌 지음, 강수정 옮김
와, 감동이에요! 서설님 글을 읽으니 170년 전 소설이 심리분석서처럼 다가오네요. 단어 하나하나 품은 의미에 또 감탄하게 됩니다.
화제로 지정된 대화
네 번째 항해, 인물들이 각자의 목소리로 말하기 시작합니다 안녕하세요, 오늘(5/23)은 모비 딕 상권의 네 번째 구간, 37장 ~ 48장을 함께 읽어봅니다. 그 유명한 '고래의 흰색'(42장)이라는 거대한 사유의 장도 만나게 됩니다. ▶ 오늘(5/23) 함께 읽을 구간: 37장 ~ 48장 37~40장은 멜빌이 잠시 소설의 형식을 바꿔 거의 희곡처럼 인물들의 독백과 합창을 펼치는 구간이에요. 에이해브·스타벅·스터브·플래스크가 각자 자기 내면을 무대 위에서 토로하듯 말하고, 한밤중 갑판 위에 모인 선원들의 떠들썩한 소란까지 이어집니다. 41~42장은 모비 딕이라는 존재가 도대체 무엇인지를 본격적으로 사유하는 두 개의 큰 챕터예요. ▶ 37~48장 대략적인 줄거리 먼저 ‘저물녘'(37장)에서 선실에 홀로 앉은 에이해브가 자기 자신에게 말을 거는 독백이 펼쳐져요. 이어 ‘황혼'(38장)에서는 스타벅이, ‘첫 번째 야간 당번'(39장)에서는 스터브가 각자 갑판 위에서 자기 마음을 풀어놓습니다. 그리고 '한밤중, 앞 갑판'(40장)은 여러 나라에서 모인 선원들이 한자리에 모여 떠들고 노래하고 다투는, 무대극 같은 합창 장면이 펼쳐져요. 그리고 마침내 '모비 딕'(41장) 이슈메일이 직접 흰 고래에 대해 알려진 모든 소문과 이야기를 풀어놓고, 에이해브의 집착이 어디서 비롯되었는지를 거슬러 올라가요. 모비 딕이 단순한 짐승이 아니라, 사람들의 공포와 상상 속에서 얼마나 거대하게 부풀려진 존재인지가 드러납니다. 이어지는 '고래의 흰색'(42장)은 이 책 전체에서도 손꼽히는 사유의 장이에요. 왜 하필 '흰' 고래인가? 흰색이라는 색이 왜 그토록 사람을 두렵게 만드는가? 이슈메일이 흰색의 양면성 — 순결과 공포, 신성과 허무 — 사이를 길게 오가며 사유를 펼쳐요. ‘쉿!’(43장)에서 갑판 아래에서 들리는 정체불명의 소리, '해도'(44장)에서 선실에 홀로 앉아 해도를 펼쳐 든 에이해브의 모습이 그려져요. '선서 진술서'(45장)는 짧은 사유챕터 입니다. '추측'(46장)이 이어지고, '거적 짜기'(47장)에서 이슈메일과 퀴퀘그가 갑판에 앉아 함께 일하는 장면이 펼쳐집니다. 그리고 마지막, '첫번째 출격'(48장) 마침내 피쿼드호가 처음으로 고래를 쫓는 추격전이 시작됩니다. 이때 그동안 선실 어딘가에 숨어 있던 정체불명의 인물들이 갑자기 갑판 위로 모습을 드러내, 선원들을 놀라게 해요. 누구인지는 본문에서 직접 만나보시는 게 좋겠죠. 오늘 구간은 내면의 독백 → 거대한 사유 → 다시 사건으로 이어집니다. "저주받은 이단아는 주변의 모든 풍경을 감싼 광대한 흰색 수의를 보다가 눈이 멀어 버린다. 그리고 백색증 고래는 이 모든 것의 상징이었다. 그러니 격렬한 추격을 어찌 의아하게 생각할 것인가?" - 42장 고래의 흰색
한없는 오르막이 나를 지치게 한다. 혹시 내가 쓴 왕관이 너무 무거운 걸까? 이 롬바르디아 무쇠관이?"
모비 딕 - 하 37. 저물녁, 허먼 멜빌 지음, 강수정 옮김
'롬바르디아 무쇠관(Iron Crown of Lombardy)'의 역사적 배경 입니다. 역사적으로 샤를마뉴 대제나 나폴레옹 같은 유럽의 절대 권력자들이 썼던 실제 왕관입니다. 겉은 황금과 보석으로 화려하지만, 안쪽에는 예수가 십자가에 못 박힐 때 쓰인 철못을 펴서 만든 철띠가 둘러져 있습니다. 그래서 문학적으로 '절대적인 권력'인 동시에, 피할 수 없는 '신성한 고통과 저주'를 상징한다 해요.
에이해브가 약해보일때도 있구나. 복수에 지쳐 내가 왜 이러고 있지? 이 왕관이 너무 무거운가? 안에 철못이라니 생각만해도 아프네요.
이것이 무쇠이며 황금이 아니라는 사실을 나는 안다. 톱니 같은 가장자리가 살을 긁어댄다.
모비 딕 - 하 37.저물녘, 허먼 멜빌 지음, 강수정 옮김
왜 이리 아프지? 아 내 영혼을 찢는 파멸의 길을 내가 골랐구나 하며 내면의 고통을 자각하죠
내 길에는 철로가 놓여 있고, 내 영혼은 그 철로의 궤도를 달린다.
모비 딕 - 하 37.저물녘, 허먼 멜빌 지음, 강수정 옮김
위태로운 골짜기를 넘고 첩첩산중을 관통하고 급류가 흐르는 강바닥 밑을 지나 나는 확실하게 돌진한다! 철길을 막아설 수 있는 건 아무것도 없으며, 구부러진 모퉁이도 없다.
모비 딕 - 하 37. 저물녘, 허먼 멜빌 지음, 강수정 옮김
이 레일의 끝이 벼랑 끝(파멸)일지라도, 나는 핸들을 틀어 피할 생각이 추호도 없다, 돌이킬 수 없다고 합니다.
다 부수고 돌진한다. 내면 대 외면적인 폭주. 왕관이 인간의 신음이라면 기차는 괴물의 의지. 마지막 구부러진 모퉁이도 없다가 짱
작성
글타래
화제 모음
지정된 화제가 없습니다
💡독서모임에 관심있는 출판사들을 위한 안내
출판사 협업 문의 관련 안내[모임] 간편 독서 모임 만들기 매뉴얼 (출판사 용)
그믐 새내기를 위한 가이드
그믐에 처음 오셨나요?[메뉴]를 알려드릴게요. [그믐레터]로 그믐 소식 받으세요
천천히 읽어요
[함께 읽는 과학도서] 천천히 곱씹으며 느리게 읽기 <지구의 짧은 역사> 3부세계문학전집 느리게 읽기 (1) 브람스를 좋아하세요...
웰다잉 오디세이 2분기의 여정
[웰다잉 오디세이 2026] 6. 잘못은 우리 별에 있어 [웰다잉 오디세이 2026] 5. 죽은 다음[웰다잉 오디세이 2026] 4. 인생의 짧음에 대하여
나누고 싶은 책 이야기 by 꼬모
편지들이 알려주는 먼 시절의 인생역정낙담과 희망이 뒤섞인 사우디 아라비아 이야기편안하게 명랑하고, 평범해서 비범한 일상과 성장여전히 재미있고 여전히 김빠지는 시리즈 신간추리로 양념 친 러브스토리 연작집
조선과 한국을 바라보는 특별한 시선!
[김영사/책증정] 다니엘 튜더 소설 《마지막 왕국》 편집자와 함께 읽어요![어크로스/책증정] <뉴요커> 칼럼니스트 콜린 마샬과 함께 진짜 한국 탐사하기!
우리 아버지는요...
[책걸상 '벽돌 책' 함께 읽기] #34. <아버지의 시간>[도서 증정] 《아버지를 구독해주세요》마케터와 함께 자유롭게 읽어요~! <책방지기의 인생책> 좋은 날의 책방과 [아버지의 해방일지] 함께 읽기
한 출판사에서 나온 이토록 다양한 책들의 향연, 오늘 당신이 고를 이야기는?
[김영사/책증정] 쓰는 사람들의 필독서! 스티븐 킹 《유혹하는 글쓰기》 함께 읽기[김영사 / 책 증정] <새로운 실용주의 과학철학> 편집자 & 번역가와 함께 읽기[김영사/책증정] 무작정 퇴사하기 전에, <까다로운 사람과 함께 일하는 법> 함께 읽기[벽돌책 독파] 주자와 다산의 대결 <두 개의 논어> 편집자와 함께 읽기 [김영사/책증정]수학자의 눈으로 세상을 바라보다《세상은 아름다운 난제로 가득하다》함께 읽기
같이 연극 보실 분들, 구합니다.
[그믐연뮤번개] 3. [독서x관극x모임지기 토크] 우리 몸에 살고 있는 까라마조프를 만나다[그믐연뮤번개] 2. [독서x관극x번역가 토크] 인간 내면을 파헤치는 『지킬앤하이드』[그믐연뮤번개] 1. [책 읽고 연극 보실 분] 오래도록 기억될 삶의 궤적, 『뼈의 기록』
우리의 노동 일지
[책걸상 '벽돌 책' 함께 읽기] #35. <쇳돌>[그믐연뮤클럽] 6. 우리 소중한 기억 속에 간직할 아름다운 청년, "태일"[일은 당신을 사랑하지 않는다] 여러분은 일을 즐기고 있나요?[그믐밤] 4. 『난장이가 쏘아올린 작은 공』 다시 읽기 @국자와주걱
🎁 여러분의 활발한 독서 생활을 응원하며 그믐이 선물을 드려요.
[인생책 5문 5답] , [싱글 챌린지] 완수자에게 선물을 드립니다
이기원 단장과 함께 스토리의 비밀, 파헤칩니다
스토리탐험단 시즌2 : 장르의 해부학 1. 호러스토리탐험단 시즌2 : 장르의 해부학 2. 액션 + 로버트 맥키의 액션스토리 탐험단 시즌 2 : 장르의 해부학 읽기 3. 신화 4. 회고록과 성장물
한국 희곡 낭독이 이렇게 재밌다니!
<플.플.땡> 4. 우리는 농담이 (아니)야<플.플.땡> 3 당신이 잃어버린 것 2부<플.플.땡> 2. 당신이 잃어버린 것플레이플레이땡땡땡
히어로와 함께
카라마조프의 피도스토옙스키와 29일을[그믐연뮤번개] 3. [독서x관극x모임지기 토크] 우리 몸에 살고 있는 까라마조프를 만나다
나이지리아 소설가, 치누아 아체베
노예제, 아프리카, 흑인문화를 따라 - 08.신의 화살, 치누아 아체베노예제, 아프리카, 흑인문화를 따라 - 07.더 이상 평안은 없다, 치누아 아체베노예제, 아프리카, 흑인문화를 따라 - 06.모든 것이 산산이 부서지다, 치누아 아체베
혼자이기에 오히려 깊이 읽은 책들
<인간의 대지> 오랜만에 혼자 읽기 『에도로 가는 길』혼자 읽기천국의 열쇠 혼자 읽기거실의 사자 : 고양이는 어떻게 인간을 길들이고 세계를 정복했을까
부커상을 받았어요
[책증정][1938 타이완 여행기] 12월 18일 오후 8시 라이브채팅 예정! [이 계절의 소설_봄] 『벵크하임 남작의 귀향』 함께 읽기[Re:Fresh] 3. 『채식주의자』 다시 읽어요.[서울국제작가축제X비채] 버나딘 에바리스토의 <소녀, 여자, 다른 사람들> 함께읽기 챌린지
모집중밤하늘
내 블로그
내 서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