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을 쓴다는 것은 침묵 속에서 자신을 고립시키는 일이지만, 동시에 그것은 아주 멀리 있는 낯선 이에게 가닿으려는 지독하게 간절한 몸짓이다.
『낯선 사람에게 말 걸기』 폴 오스터 지음, 김석희 외 옮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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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낯선 사람에게 말 걸기》는 어떤 책일까
이 책은 1967년부터 2017년까지, 무려 반세기에 걸친 그의 글쓰기 여정을 담고 있다. 그 속에는 시를 쓰고 프랑스 문학을 번역하며 가난과 싸우던 젊은 날의 고군분투부터, 세계적인 거장이 된 후 세상과 예술을 바라보는 깊은 시선까지 모두 녹아 있다.
진짜 목소리
그의 소설 속 주인공들은 늘 비밀스럽고 고독하지만, 에세이 속 오스터는 놀라울 정도로 솔직하고 다정하다. 자신이 왜 글을 쓰기 시작했는지, 젊은 시절 어떤 절망을 통과해 왔는지, 그리고 글쓰기가 자신에게 어떻게 구원이 되었는지를 들려준다.
그를 만든 ‘거인’들과의 만남
그가 사랑한 예술가들에 대한 고백록. 사무엘 베케트, 프란츠 카프카, 크누트 함순 등 그에게 깊은 영감을 준 작가들의 작품을 소개하는 그의 글을 읽다 보면, 폴 오스터라는 거대한 문학적 나무의 뿌리가 어디에 닿아 있는지 선명하게 보게 된다.
문학이란,
그는 책의 제목이기도 한 '낯선 사람에게 말 걸기'를 통해 문학의 정의를 내린다.
글 쓰는 이와 읽는 이가 서로 알지 못하는 낯선 존재일지라도, 책이라는 매개체를 통해 우연히 연결되는 순간의 기적을 그와 나는 믿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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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이란 사적인 공간에서 태어나 사적인 공간에서 소비되는 예술이다. 이 세상에 존재하는 그 어떤 소통보다도 가장 은밀하고 철저한 고독의 결합이다.
『낯선 사람에게 말 걸기』 서문 중, 폴 오스터 지음, 김석희 외 옮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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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나 연극은 수많은 관객이 어두운 극장에 모여 동시에 감상하지만, 책은 전혀 다르다. 작가가 어느 날 밤 외딴 방에서 홀로 써 내려간 글을, 독자 역시 자신의 방에서 홀로 숨을 죽이고 읽는다. 오스터는 이 기묘한 현상을 '고독이 고독에게 말을 거는 행위'라고 정의한다.
작가와 독자는 서로 얼굴도 모르는 '낯선 사 람'들이지만, 책이라는 작은 종이 묶음을 통해 시공간을 초월한 가장 깊은 연대를 맺는다고.
그는 냉철한 실존주의적 통찰을 통해, 역설적이게도 문학이 가진 가장 강력하고도 지적인 구원의 힘을 증명해 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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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을 읽는다는 것은 타인의 방에 불을 켜는 일과 같다.
『낯선 사람에게 말 걸기』 폴 오스터 지음, 김석희 외 옮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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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장을 넘겨 오스터가 건넨 이 다정한 손을 잡은 이상, 나의 서재는 더 이상 이전과 같지 않다.
두려움 없이 그에게 불을 켜고 들어가 고요한 탐독의 시간들을 보내고 싶다. 대화의 끝에는 그의 다정한 벗이 되어 있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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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문 노트 메모들>에서
— 오스터 자신의 언어론
(1967년, 오스터 20대 작)
"세상은 내 머릿속에 있다. 내 몸은 세상에 있다."
"언어는 경험이 아니다. 경험을 체계적으로 정리하는 수단이다."
"언어의 경험이란 무엇인가? 그것은 우리에게 세상을 주었다가 빼앗아 간다. 단숨에."
"인간의 타락은 죄나 위반의 문제가 아니다. 언어가 경험을 정복하는 것의 문제다."
"눈은 유동적인 세상을 본다. 말은 그 흐름을 붙잡고 고정하려는 시도이다."
"말에 대한 믿음을 나는 고전주의라 부른다. 말에 대한 의심은 낭만주의라 부른다."
"언어에서 멀어진 기분을 느끼는 건 자신의 몸을 잃는 것과 같다. 말이 당신을 저버리면 당신은 무의 상(像)에 녹아든다. 사라져 버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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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볼 때 중요한 것은
굶주림을 방치하는 문화를 옹호 하는 것이 아니라
소위 문화라는 것으로부터 굶주림의 힘과
동일할 정도로 강력한 힘을 가진 아이디어를
이끌어 내는 것이다.
『낯선 사람에게 말 걸기』 - 앙토냉 아르토, 굶주림의 예술 중, 폴 오스터 지음, 김석희 외 옮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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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굶주림의 예술에서 >
— 함순·카프카·울프슨을 다루며
(1974년 에세이)
"굶주림은 주체와 대상을 분열시키는 수단이고, 변화된 의식을 가져오는 촉매이다."
"그는 굶어야 하기 때문에 굶는 것이 아니라 내적 충동 때문에 굶는다."
"굶주림은 은유가 아니고 문제의 핵심이다."
"도덕의 영역에서 선과 악이 상대적 개념이라면, 언어의 영역에서는 거짓말과 진실이 상대적 개념이다."
바타유의 말(오스터가 인용): "저자가 꼭 쓰고 싶다는 간절한 마음 없이 쓴 책을 우리가 어떻게 오래 붙잡고 있겠는가?"
"예술을 하려면 용기가 필요하다. 무(無)로 끝날지도 모르는 예술을 위해 모든 것을 걸려는 사람은 그리 많지 않다."
"우리의 문학적 감각을 되살려 주고 문학의 본령에 대해 새로운 생각을 갖게끔 하는 작품은 곧 우리의 생활을 바꾸어 놓는 작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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혼란을 수용하는 형태를 발견하는 것, 이것이 오늘날 예술가에게 부여된 과업입니다.
『낯선 사람에게 말 걸기』 베케트, 폴 오스터 지음, 김석희 외 옮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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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일련의 과정은 엄혹하다. 글을 쓰자면 먼저 먹여야 한다. 그런데 그는 글을 쓰지 않으면 먹지 않으려 한다. 먹지 못하면 글을 쓸 수가 없다. 그래서 그는 글을 쓰지 못한다.
그는 글을 쓴다. 아니, 글을 쓰지 않는다. 음식을 먹으면 곧 모조리 토해 낸다. 어느 시점에 한 여자를 만나 잠시 교제하지만 굴욕감 외에는 아무것도 느끼지 못한다. 그는 굶주린다. 세상을 저주한다. 그는 죽지 않는다. 끝에 가서 아무런 그럴듯한 이유 없이 선원 계약을 맺고 배에 올라타 도시를 떠난다.
--함순의 첫 장편소설 굶주림
작가가 사랑하는 설정!
"왜 다들 배를 타고 떠나는가"
함순/ 굶주림의 무명의 작가지망생처럼, 빵 굽는 타자기/오스터 자신처럼, 지금 탐독 중인 멜빌/ 모비 딕 의 이스마엘처럼
뭍은 사회다. 계약, 신분, 책임, 관계, 규칙. 실패한 사람이 할 수 있는 가장 극단적인 선택은 바다. 바다는 그 모든 것 바깥이디. 법도 없고, 신분도 없고, 어제도 없다.
선원 계약이라는 건 간단치 않다. 그냥 도망가는 게 아니다. 새로운 질서 안으로 들어간다. 선장이 있고, 규율이 있고, 목숨을 건다. 자유로 가는 게 아니라 다른 종류의 굴레로 가는 것이다. 그래도 육지의 굴레보다는 낫다고 느낀다.
그러니까 배를 탄다는 건 — 이 세계를 버리되, 완전한 자유가 아닌 다른 세계의 질서를 선택한다는 메타포. 탈출이면서 동시에 헌신.
작가들이 이 설정을 사랑하는 이유가 거기 있다. 글을 쓴다는 것도 똑같다. 일상을 버리고 언어라는 다른 질서 안으로 들어가는 거 아닌가.
화제로 지정된 대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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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스스로 선택한 유배: 배와 언어라는 엄격한 굴레에 대하여
그 일련의 과정은 엄혹하다. 글을 쓰자면 먼저 먹어야 하지만 그는 글을 쓰지 않으면 먹지 않으려 한다. 먹지 못하면 글을 쓸 수가 없다. 그래서 그는 글을 쓰지 못한다. 그는 글을 쓴다. 아니, 글을 쓰지 않는다. 음식을 먹으면 모조리 토해 낸다. (…) 결국 그의 마지막은 아무런 그럴듯한 이유 없이 선원 계약을 맺고 도시에서 배로 떠나는 모습이다.
— 함순, 《굶주림》 중에서
작가가 사랑하는 설정이 있다. “왜 그들은 모두 배를 타고 떠나는가.”
함순의 무명 작가지망생이 그렇고, 《빵 굽는 타자기》 속 폴 오스터가 그러하며, 《모비 딕》의 이스마엘 또한 그렇다. 그들에게 뭍은 곧 사회다. 계약과 신분, 책임과 관계라는 촘촘한 그물망 속에서 실패한 자가 선택할 수 있는 가장 극단적인 ‘바깥’은 바로 바다다. 그곳엔 육지의 법도, 어제의 신분도 존재하지 않기 때문이다.
하지만 바다로 떠나는 것은 단순한 자유를 향한 도피가 아니다. 그것은 육지의 굴레를 버리고 ‘선원의 규율’이라는 또 다른 굴레, 어쩌면 더 가혹하고 엄격한 질서 속으로 제 발로 걸어 들어가는 행위다. 단순한 해방을 향한 이탈이 아니라, 선장과 규율 아래 목숨을 거는 실존적 투신을 선택하는 것이다.
글을 쓴다는 행위 역시 이와 똑같은 메타포를 지닌다. 작가는 일상의 무질서를 버리고 ‘언어’라는 다른 질서 안으로 망명한다. 폴 오스터는 이를 두고 “인간의 타락은 언어가 경험을 정복하는 것의 문제”라고 단언했다. 날것의 경험을 갈무리하여 언어라는 체계에 굴복시키는 과정은, 경험이 가진 본래의 순수성을 훼손하는 ‘타락’일지도 모른다.
그럼에도 작가는 이 타락을 기꺼이 감수한다. 스스로 선택한 이 엄격한 굴레 속에서만, 비로소 흩어지는 경험에 영원한 의미를 부여하는 ‘헌신’에 도달할 수 있기 때문이다. 육지의 무질서(혹은 위선적 질서)에서 벗어나기 위해 배(언어의 질서)라는 더 엄격한 규율을 선택한다는 설정은, 글쓰기를 ‘기꺼이 선택한 굴레’로 정의한다.
경험의 입장에서는 언어에 정복당하는 ‘타락’이지만, 의미를 남기려는 작가에게는 지독한 ‘헌신’인 셈이다. 결국 오스터의 ‘타락’과 나의 ‘언어로 살려냄’은, 삶을 문장으로 바꾸는 고통스러운 변이를 서로 다른 각도에서 바라본 결과라 할 수 있다. 날것의 경험은 죽지만(타락), 언어라는 새로운 형태의 생명으로 부활한다는 ‘승화’의 논리는 바로 이 지점에서 완성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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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것은 세상에 정답은 없다는 인식을 가지고 출발하는 예술이다. 그렇기 때문에 질문을 제대로 하는 것이 훨씬 중요하다
『낯선 사람에게 말 걸기』 크누트 함순의 굶주림 중 사뮈엘 베케트, 폴 오스터 지음, 김석희 외 옮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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굶주림의 예술: 결핍과 부조리에서 출발하는 예술
정답 없는 세상과의 마주함
이 예술은 풍요나 만족이 아닌, '결핍·필연·욕망'이라는 인간의 근원적인 굶주림에서 태어납니다. 세상이 정해놓은 확실한 답이나 고정된 형태(질서)는 무너지고, 끊임없이 헤매는 '과정'만 남게 됩니다.
질문의 중요성
해답이 없는 부조리한 삶이기에, 예술가의 역할은 구차한 답을 내놓는 것이 아닙니다.
"혼란을 수용하는 형태"
를 찾아내어 세상에 올바른 '질문'을 던지는 것,
그리고 그 질문을 자신의 삶으로 직접 살아내는 것이 오늘날 예술가의 진정한 과업(사뮈엘 베케트의 말)이라고 설명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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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식은 본질상 다른 사람의 이해를 거부... 오로지 그만이 자신의 단식을 구경할 수 있는 가장 흡족한 구경꾼이었다.
『낯선 사람에게 말 걸기』 카프카의 단식 예술가 중, 폴 오스터 지음, 김석희 외 옮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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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프카의 《단식 예술가》: 이해받지 못하는 절대적 고독
진정한 단식의 이유
단식 예술가가 굶는 진짜 이유는 남들에게 보여주기 위한 쇼가 아니라,
"마음에 드는 음식을 발견하지 못했기 때문"
입니다. 즉, 기성 사회가 제공하는 가치관과 체제를 받아들일 수 없다는 '절망의 토로'입니다.
타인은 결코 알 수 없는 세계
대중은 그의 단식을 서커스 구경하듯 즐기지만, 그의 예술(단식)이 가진 순수성과 진정성을 완벽히 이해할 수 있는 사람은 오직 자기 자신뿐입니다. 예술가의 숙명적인 고독을 뜻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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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술을 하고자 한다면 목숨을 내놓을 각오가 있어야 한다. 굶주림의 예술은 실존의 예술.
『낯선 사람에게 말 걸기』 굶주림의 예술 중, 폴 오스터 지음, 김석희 외 옮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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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술을 포기했기 때문에 맞이한 죽음
단식 예술가의 죽음은 역설적입니다. 단식을 '지속'하기 위해서는 살아있어야 하지만, 단식을 끝까지 밀어붙이면 죽음에 이릅니다. 결국 그가 죽었다는 것은 단식(예술)이라는 행위의 한계에 부딪혀 이를 '포기'했음을 뜻하며, 예술의 완성이 곧 삶의 파멸이라는 위험한 속성을 보여줍니다.
하느님도, 구원도 없는 실존
이 굶주림의 예술은 신의 구원이나 사회적 체제에 의지하지 않고, 죽음과 부조리를 정면으로 노려보는 '실존의 예술'입니다. 모든 믿음을 내던지고 스스로 부과한 결핍을 통해 아무것도 없는 '무(無)'에 도달하지만, 예술가는 거기서 멈추지 않고 그 허무를 디딘 채 꿋꿋이 앞으로 나아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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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의 거짓된 정답과 타인의 시선을 거부하고, 자신의 결핍과 절망을 온전히 책임지며 죽음(무)앞에서도 끝내 앞으로 나아가는 예술가의 위대한 용기와 숙명을 말하고 있다. 깊이 있고 묵직한 실존적 사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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루이스 울프슨은 조현병 환자이다. 저자의 강박증이 이룬 미로를 방황하면서 저자의 심정을 느끼게 되고, 그와 동일시하게 되고, 키릴로프와 몰로이의 괴팍함과 고통을 알아보게 된다.
그렉 이건 <잠과 영혼> 하드SF의 정수생명, 경계에 서다 - 양자생물학의 시대가 온다마음의 그림자 : 노벨물리학상 수상자 로저 펜로즈의 양자역학적 의식 연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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