와다 하루키의 북조선

D-29
나카히라 단장은 회담에서 한·일합방조약은 합법적으로 체결, 실시되었고 그 이후 한반도에는 주권국가가 존재하지 않았으며 빨치산은 독립 무대가 아니라 중국 공산당 동북인민혁명군의 한 부대로 동북 지방에서 활동한 데 불가하다고 주장하였고 IAEA 사찰 수용의 조건으로 미국의 핵 불사용 보증을 요구하는 것을 인정할 수 없다는 입장과 팀스피리트 실시를 이유로 남북 총리회담을 중단한 데 대해 유감의 뜻을 표명했다. 북조선 측은 이러한 주장에 반발했다. 어떤 의미에서는 이 2차 교섭에서 기본적인 문제점이 다 드러났다고 할 수 있다. 1965년의 한·일조약에서는 합방조약은 합의에 기초해 체결되어 유효하며 식민지 지배는 조약에 기초한 합법적인 것이었다는 일본 측 주장과, 합방조약은 강제된 것으로 원천적으로 효력이 없는 불법적인 것이었다는 한국 측 주장이 대립한 결과, "are already null and void"라는 제2조의 영문을 쌍방이 제각각 자신에게 유리하게 번역, 해석하는 것으로 타협했다. 일본은 어떠한 보상이나 배상도 지불할 수 없으며 한국 측이 청구권에 기초한 요구를 취하하는 대신에 무상원조 3억 달러, 유상원조 2억 달러를 제공한다는 협정을 체결했다. 그로부터 26년이 흘렀다. 정치가는 사죄하였고 보상하겠다는 의사를 보였으나 외무관료의 논리는 1965년에서 조금도 발전하지 못했다. 이런 상황에서 교섭이 난항에 빠지는 것은 당연했다. 물론 북조선이 조·일 교섭을 교전국 간의 평화조약으로 끌어올리려 한 것은 무리가 있었다. 김일성 부대가 일본군과 교전한 것은 사실이지만 이를 교전국 간의 전쟁으로 볼 수는 없다.
북조선 - 유격대국가에서 정규군국가로 184-185, 와다 하루끼 지음, 서동만.남기정 옮김
결국 조·일 회담은 미국이 핵 문제를 제기하며 개입하고 일본이 '이은혜' 문제를 제기함으로써 초기 단계에서 이미 회담의 진전을 가로막는 장애를 만나고 만 셈이었다. 이 회담이 끝난 직후인 5월 27일 북조선은 갑자기 남북한 유엔 동시가입을 수용하겠다는 성명을 발표했다. 그것은 '두 개의 조선'을 획책하는 것이라며 한국의 제안을 일관되게 반대해 온 북조선으로서는 표변이라고도 할 만한 변화였다. 4월 5일 한국이 유엔 단독가입 신청을 해 놓은 상태에서의 대응이었지만 이는 갑작스러운 방향 전환이라고 하는 북조선 유격대 외교의 특징이 잘 드러난 사건이었다.
북조선 - 유격대국가에서 정규군국가로 186, 와다 하루끼 지음, 서동만.남기정 옮김
제4차 조·일 교섭 일본 측은 청구권에 기초한 보상을 위해서는 바료가 필요하다는 입장을 거듭 밝히고 "당시 적법한 절차에 따라 이루어진 징병과 징용으로 인한 사망 등의 피해는 보상 대상이 아니다"라고 표명했다. 북조선 측은 이에 강력히 반발했다.
북조선 - 유격대국가에서 정규군국가로 186-187, 와다 하루끼 지음, 서동만.남기정 옮김
제5차 조·일 교섭 일본은 거듭 핵사찰을 요구했다. 북조선 측은 독일의 예를 들어 배상이 아니라 보상을 요구하는 주장을 전개했다. 이러한 주장은 북조선 측이 학습한 결과였다. 북조선 측은 일본인 처에 관해 조사한 결과를 보고했다.
북조선 - 유격대국가에서 정규군국가로 187, 와다 하루끼 지음, 서동만.남기정 옮김
제5차 남북총리회담에서는 남북한 간의 화해와 불가침 및 교류협력에 대한 합의서가 서명되었다. 이는 획기적인 일이었다.
북조선 - 유격대국가에서 정규군국가로 187, 와다 하루끼 지음, 서동만.남기정 옮김
북조선은 일본과의 국교 수립을 선택하고 가능하면 한국과의 관계 개선은 미뤄두려는 생각이었다고 보이는데 한국과 미국에 의해 계획에 없던 남북 불가침선언에까지 끌려들어가고 말았던 것이다. 반면 원했던 조·일 교섭은 진전이 없었다. 이는 북조선이 의도한 바가 아니었다.
북조선 - 유격대국가에서 정규군국가로 187-188, 와다 하루끼 지음, 서동만.남기정 옮김
제6차 조·일교섭 회담에서는 먼저 북조선이 '종군위안부' 문제를 들고 나와 사죄를 요구하였고 이에 대해 일본 대표는 한국에 대해 했던 '사죄와 반성'을 표명했다. 합방조약 문제에 관해서는 북조선이 조약을 정당한 것이라고 주장하는 근거를 요구한 데 대해 일본은 "국제법상 유효하다고 했을 뿐 정당하다고는 하지 않았다. 법적 효력과 가치판단은 별도의 문제"라는 견해를 발혔다. 이는 한일회담과는 달라진 태도였다. 그러나 북조선의 보상 요구에 대해 일본 측은 제4차 교섭의 주장을 반복하는 데 그쳤다.
북조선 - 유격대국가에서 정규군국가로 188, 와다 하루끼 지음, 서동만.남기정 옮김
8월24일 한·중 간에 국교가 수립되었다. 북조선은 이를 침묵 속에서 받아들였으나 이는 무엇보다도 심각한 위기였다. 진전이 보이지 않는 일본과의 교섭을 계속해 봤자 한·중 국교 수립으로 입은 타격을 만회할 수는 없었다. 그리고 바로 그 달 일본 국내 정치에서 가네마루 신의 스캔들이 터짐으로써 그의 정치생명은 끝나고 말았다. 이것이 마지막 결정타였다.
북조선 - 유격대국가에서 정규군국가로 189, 와다 하루끼 지음, 서동만.남기정 옮김
미국은 과감하게 양보해 6월 11일 조·미 공동성명이 발표되었다. 북조선은 NPT 탈퇴의 발효를 "필요하다고 인정되는 만큼 일방적으로 임시 정지한다"고 표명했고, 미국은 핵무기를 사용하거나 그것으로 위협하지 않고, "전면적인 보장 적용의 공정성 보장을 포함한 한반도의 비핵화 및 평화 안전의 보장, 상대방의 자주권 존중, 내정 불간석", "한반도의 평화적 통일 지지"의 원칙에 서서 대화를 계속하겠다고 약속했다. 양국은 남북 비핵화 공동선언의 지지를 표명했다. 이는 북조선 핵 카드 외교의 커다란 성공이었다. 한편 미국 정부의 일부에는 북조선에 대한 경계를 풀지 말아야 한다는 의견이 있었다.
북조선 - 유격대국가에서 정규군국가로 190, 와다 하루끼 지음, 서동만.남기정 옮김
미국과의 관계가 개선된다면 남북한 관계와 조·일 관계는 긴장되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것이 북조선의 체제논리이다. 물론 조·미 간의 협의에 대해 초조감을 보이던 한국의 움직임이 북조선의 반발을 산 것도 사실이다. 그러나 북조선이 한국과 미국, 일본에 대해 문호를 열어가는 과정에서 세 나라와 일거에 화해한다는 고르바초프의 방식은 애당초 선택할 수 없는 것이었다. 적을 일거에 잃어버리면 국가사횢주의체제는 붕괴할 위험이 크다. ... 처음에는 일본과 화해하여 미국과의 긴장을 유지하는 길을 택했는데 여의치 않자 미국과의 화해를 진행시킨 상황이 되면서 북조선으로서는 한국 및 일본과의 긴장을 유지하겠다는 쪽으로 방향을 선회한 것으로 생각된다.
북조선 - 유격대국가에서 정규군국가로 192, 와다 하루끼 지음, 서동만.남기정 옮김
10일 IAEA 이사회는 북조선에 대한 기술 협력 정지, 특별사찰 수용을 포함하는 제재 결의를 채택했다. 6월 13일 북조선은 IAEA 즉시 탈퇴를 표명하고 체재는 선전포고로 간주하겠다고 했다. 안보리에서 제재가 토의되려 하고 있었다. 결정적인 위기에 돌입했던 것이다. 북조선은 되돌아올 수 없는 다리를 건넌 것처럼 보였다.
북조선 - 유격대국가에서 정규군국가로 197, 와다 하루끼 지음, 서동만.남기정 옮김
해리슨의 보고는 "평양과의 핵 문제를 해결하고 김일성 체제를 자유화하는 데는 채찍보다는 당근이 효과가 있다고 믿는다"는 말로 시작되었다. "요컨대 가격이 적정하다면 그들을 사들일 수 있다"는 것이었다. 회의가 끝난 뒤 해리슨은 서울에서 베이징을 경유하여 평양에 들어갔다. 지금 생각하면 그때가 결정적인 순간이었다. 그의 설득으로 카터(Jimmy Carter) 전 대통령의 방북이 실현되었다. ... 클린턴 대통령은 카터의 전화를 받고 북조선의 진의를 확인하는 것을 전제로 북조선이 핵 개발을 동결하겠다는 사실이 확인된다면 조·미 간의 제3차 회담 개최가 가능하다고 밝혔다. 또한 김일성은 남북 정상회담 개최 의사도 표명했다. 이것으로 위기로부터의 탈출이 가능해졌다. ... 미국은 이때 북조선과의 전쟁을 검토하고 있었다. ... 서전(緖戰)의 90일 동안 사상자는 미군이 5만 2,000명, 한국군이 49만 명에 달할 것이라는 예측은 클린턴 대통령에게 충격을 안겨 주었다. .... 6월 16일 국방성은 대통령에게 병력 증강의 승인을 요구했다. 그 실시가 북조선에게 어떠한 인상을 줄지는 누구도 자신하지 못했다. 대통령 주재회의에서 이 결정을 검토하던 그 시간에 카터로부터 평양발 전화가 걸려왔다. 이렇게 해서 긴장은 해소되었다. 일본은 이와 때를 같이하여 이시하라 관방부장관 지휘하에서 한반도 유사시의 미군에 대한 협력에 관해 연구를 진행하고 있었다.
북조선 - 유격대국가에서 정규군국가로 197-198, 와다 하루끼 지음, 서동만.남기정 옮김
정말.. 이렇게 미국과 북조선과 전쟁을 벌이면 죽는 남한군은 미군의 몇십배에 달할 건데.. 이걸 남한은 전혀 모른 채 일본과 협동 공격을 계획하고 있었다니... 소름끼친다. JFK의 쿠바미사일사태처럼 클린턴도 정말 순한 겉모습과 달리 호박씨 까며 발등에 도끼 찍어내릴 것 같아 쉽게 믿을 수 없다.
북조선의 유격대 외교는 벼랑 끝 외교로 되었다. 미국이 외교 접촉과 군사행동을 동시에 구사하고 있던 상황에서 소국인 북조선이 대국인 미국을 상대로 벼랑 끝 외교를 구사한다는 것은 파국을 가져올지도 모르는 위험천만한 외줄 타기였다. 일본은 미국을 따라가고 있었을 뿐이다. 전쟁을 피할 수 있었던 것은 행운이었다.
북조선 - 유격대국가에서 정규군국가로 198, 와다 하루끼 지음, 서동만.남기정 옮김
두말 할 필요도 없이 유격대국가의 실력은 군사력이다. 북조선의 군사력은 그 자체가 위협이라는 견해도 있으나 실제로는 그렇게 우려할 만한 무력이 아니라는 견해도 있어 신중한 검토가 필요하다.
북조선 - 유격대국가에서 정규군국가로 199, 와다 하루끼 지음, 서동만.남기정 옮김
북조선이 그와 같은 군확노선을 계속 걸어온 이유는 두 가지밖에 없다. 하나는 이 기간 동안에 한국의 장비 수준이 북조선의 장비 수준을 대폭 앞질렀기 때문에 병력을 늘리지 않으면 균형을 유지할 수 없다고 생각했을 것이다. 즉 적의 무기의 살상력이 두 배가 되면 아군의 군인 수를 두 배로 하여 균형을 잡겠다는 생각이다. 두번째로는 북조선이 한국에 대한 군사침공을 계획하고 있어서 공격을 위해 병력 대비를 두 배 가까이 늘려 서전에서의 압승을 노린다는 것이다. 그러나 오늘날 이와 같은 이야기는 거의 설득력을 잃었다. 침공을 위해서는 병력 수만이 아니라 장비를 포함한 병력의 총체적인 차이를 생각하지 않으면 안 되기 때문이다. 결국 장비의 양과 질이 비교되어야 한다.
북조선 - 유격대국가에서 정규군국가로 206, 와다 하루끼 지음, 서동만.남기정 옮김
이와 같이 북조선군은 장비에서 한국군보다 상당히 열세에 놓여 있으며 주한미군을 합칠 경우 거의 문제가 되지 않는다고 할 수 있다. 따라서 북조선 측은 늘 상당한 압박감과 공포감을 갖고 있었다고 보인다. 이 때문에 병력을 늘려야겠다고 생각했을 가능성은 충분하다.
북조선 - 유격대국가에서 정규군국가로 208, 와다 하루끼 지음, 서동만.남기정 옮김
북조선 사회에서 100만의 정규군의 존재는 사회의 군대화를 결정짓고 있는 요인이라고 해야 할 것이다. 당연히 그만큼의 청년을 사회에서 뽑아갈 경우 사회 자체가 존립할 수 없는 지경에 빠진다. 사회는 그만큼의 군대를 지탱할 수 없다. 결국 당연한 결과로 군인은 군대에 있으면서 생산노동에도 종사해야 한다. 즉 군대를 산업군으로 활용하는 것이다. ... 결국 한도를 넘어서 대량의 군인을 징집하면 생산노동으로부터 젊은 노동력이 인출됨으로써 북조선 경제에 심각한 타격을 안겨준다. 경제 위기의 원인 가운데 하나가 여기에 있다고 할 수 있다.
북조선 - 유격대국가에서 정규군국가로 209-210, 와다 하루끼 지음, 서동만.남기정 옮김
여기에서 생각할 수 있는 것은 북조선이 유격대적 착란전술을 취하여 대병력의 존재를 전시하려 했다는 것이다. 병력 추산은 기본적으로 공중의 정찰기나 스파이기, 정찰위성 등에 포착된 사진 촬영에 기초한 것이기 때문에 북조선이 병력이 많은 것처럼 위장하여 현혹하고 있다고 생각할 수 있다.
북조선 - 유격대국가에서 정규군국가로 210-211, 와다 하루끼 지음, 서동만.남기정 옮김
그럼에도 불구하고 한국 측은 북조선의 이러한 병력 수를 두려워하지도 않으며 어쩌면 믿지 않는 것처럼 보인다. 북조선은 사회의 정상적인 기능을 손상시킬 정도로까지 군확을 끌고 가면서 한편으로는 스스로가 만들어낸 가공의 군확을 무한정 계속해야 할 딜레마에 빠져 있는지도 모른다. 그른 의미에서 보면 북조선은 현실의 군사적 긴장의 수인(囚人)이면서 동시에 가상현실의 수인이기도 하다.
북조선 - 유격대국가에서 정규군국가로 211, 와다 하루끼 지음, 서동만.남기정 옮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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