와다 하루키의 북조선

D-29
결국 북조선도 원자력발전을 고려하지 않을 수 없게 되었다. 이 점에서도 북조선은 한국에 크게 뒤떨어지고 말았다. 자체 개발에 집착했기 때문일까? 자력으로 개발한 실험용 발전로는 1985년에 겨우 임계에 도달할 수 있었다.
북조선 - 유격대국가에서 정규군국가로 236, 와다 하루끼 지음, 서동만.남기정 옮김
1993년부터 1994년에 걸쳐 문제가 되었던 북조선 핵 개발 의혹의 배경에는 중도에서 실패로 끝난 원자력발전소 건설 계획이 있었다.
북조선 - 유격대국가에서 정규군국가로 237, 와다 하루끼 지음, 서동만.남기정 옮김
소련은 사회주의로부터의 이탈에 따른 정책 전환으로 1991년부터 우호국에 대한 원조를 포함한 특혜무역을 중지하고 달러를 거래화폐로 하는 무역으로 전환했다. 이것은 북조선에게 심각한 타격을 안겨주었다. 이는 이제까지 북조선 경제가 자주적이지 못하고 소련에 얼마나 의존하고 있었는가를 분명히 보여주었다. 동시에 중국도 무역대금을 달러로 할 것을 통고하려다가 어려운 북조선 경제를 고려하여 정책을 수정했기 때문에 중국과의 무역은 약간 증가하였다.
북조선 - 유격대국가에서 정규군국가로 237, 와다 하루끼 지음, 서동만.남기정 옮김
중국과 베트남에서는 농업 부문이 커서 가격 자유화를 실시하면 과잉노동력이 해방되어 사적 내지 반관적(半官的) 제조업, 경공업, 및 서비스업에 흡수되는 효과를 볼 수 있다. 이들 팽창 부문에서 거두어들이는 세수(稅收)를 중공업으로의 전환을 위한 완충적 역할을 하는 국가자금으로 투입할 수 있다. 그러나 북조선에서는 이것이 불가능하다. 따라서 거시경제의 안정화, 합리적인 가격 설정, 국제무역의 자유화, 교환통화의 도입, 세법, 파산법, 사회 안전망의 개혁 등을 동시에 실시하지 않으면 안 된다는 것이다.
북조선 - 유격대국가에서 정규군국가로 242, 와다 하루끼 지음, 서동만.남기정 옮김
분권적이면서 느슨한 중국의 경제구조야말로 오히려 중국식 개혁 추진을 가능하게 했던 조건이었다. 그러나 북조선은 극도로 집권화·일원화되어 있다. 게다가 작은 나라이다. 부분적으로 시장경제를 도입하면 전체가 영향을 받아 혼란에 빠질 우려가 있다. 따라서 북조선의 지도자는 개혁·개방을 통제할 수 있다고 자신할 수 없어 주저하고 있다.
북조선 - 유격대국가에서 정규군국가로 243, 와다 하루끼 지음, 서동만.남기정 옮김
김일성 체제는 유격대국가의 신화에 감싸여 있다. 신화는 부자 계승에 커다란 문제가 된다. 절대적 지도자의 죽음은 체제로서는 변화의 기회를 뜻한다. 아버지의 권력을 계승한 자식은 아버지로부터 떨어져 나와 스스로의 권력을 수립하는 과정에서 개혁을 실시하지 않으면 안 된다. 사회가 이를 필요로 하고 인민도 불안 속에서 이를 원하고 있다. 그러나 신화가 이를 방해하는 것이다.
북조선 - 유격대국가에서 정규군국가로 245, 와다 하루끼 지음, 서동만.남기정 옮김
그러한 결단을 할 수 있는 계기는 일본과의 화해, 즉 조·일조약이었을 것이다.
북조선 - 유격대국가에서 정규군국가로 246, 와다 하루끼 지음, 서동만.남기정 옮김
그러나 치명적인 것은 김일성의 경력은 가능한 한 사실에 가깝게 하려고 수정하면서도 김정일과 관련한 신화, 즉 백두산 밀영 신화는 온존하는 데 노력했다는 점이다. 그것은 오히려 확대되었다.
북조선 - 유격대국가에서 정규군국가로 246, 와다 하루끼 지음, 서동만.남기정 옮김
국방위원장은 계속해서 김일성의 자리였으며 김정일은 제1부위원장이었으나 이와 동시에 김정일이 최고사령관에 임명된다는 것은 초헌법적인 조치였다. 두말 할 나위 없이 이 개혁은 김일성이 계속해서 주석으로 존재하면서 그 지위의 일부를 김정일에게 넘겨주기 위한 것이었다.
북조선 - 유격대국가에서 정규군국가로 247, 와다 하루끼 지음, 서동만.남기정 옮김
결국 이는 김정일이 제2인자로 당과 정무를 지도해 왔지만 수령=국가 주석을 계승하기 위해서는 군사 부문에서부터 시작해야 한다는 것을 의미하는 것이다. 유격대국가에서는 사령관의 지위야말로 근원적인 것이어서 김정일이 이를 경험하고 군사령관으로서의 지도자의 이미지에 기초를 둘 필요가 있었다. 사령관이 주석으로 성장한다는 식의 이미지를 만들어 간다는 생각이었을 것이다. 더구나 김일성은 자신이 그렇게 일찍 죽을 것이라고는 상상도 하지 못했다. 바로 그 때문에 김정일이 군사령관으로서의 수련을 쌓아 나가길 바란 반면에 자신이 독점하던 외교 문제에서는 김정일을 관여시킬 필요를 느끼지 못했던 것이다.
북조선 - 유격대국가에서 정규군국가로 247-248, 와다 하루끼 지음, 서동만.남기정 옮김
김정일이 권력 계승을 연기하고 있는 데 대해서 와병설, 내부 대립설 등이 소란스럽게 난무했으나 모두 근거가 없었다. 김정일은 병들어 있지 않았고 방해하는 자가 있었던 것도 아니며 스스로 계승을 연기했던 것이다. 그 이유는 다른 데에 있었다. 계승 의식이 형식적으로 대단히 어려운데다가 정해지지 않아서였을 수도 있다. ... 김정일로는 불안하다는 태도 표명이 김일성의 죽음을 애도하는 심정 표현 속에 담겨 있을 수도 있다. 아마도 김정일은 그러한 압력을 느끼고 있었을지도 모른다. 아니면 김정일은 스스로의 존재를 신비화하는 유격대 사령관의 수법을 구사했을 수도 있다. ...... 어쨌거나 김정일은 김일성을 '영원한 수령'으로 남게 하여 수령직 계승은 없다고 표명하고 스스로를 '위대한 령도자'로서 구별하면서 복상(服喪)하기로 했다. 이것이 예정된 코스였다고는 생각되지 않는다.
북조선 - 유격대국가에서 정규군국가로 249-250, 와다 하루끼 지음, 서동만.남기정 옮김
북조선은 죽은 수령의 계승자 국가, 즉 '수령 없는 수령제 국가'가 되어버림으로써 불가피하게 정치체제의 변화가 필요했다.
북조선 - 유격대국가에서 정규군국가로 251, 와다 하루끼 지음, 서동만.남기정 옮김
톤이 미묘하게 변화하고 있었다. 전면화한 유일사상체계, 유격대국가의 단계에서 보통의 국가사회주의의 기본으로 돌아가려는 경향이 나타나고 있는 것처럼 생각되었다.
북조선 - 유격대국가에서 정규군국가로 256, 와다 하루끼 지음, 서동만.남기정 옮김
그러나 이러한 미묘한 표현에 대한 새로운 노선의 제시로는 변화의 분위기를 이끌어내지 못한다. 권력 계승의 지체는 사망한 수령 김일성에 대한 지속적인 찬미 현상을 초래하고 있었다. 새로운 지도자로의 교체 없이 사회의 분위기를 일신하고 개혁을 추진할 수는 없다. 특히 경제에서 악화일로의 상황으로 치닫고 있는 이상 하루라도 빨리 새로운 수를 두지 않으면 안 되었다.
북조선 - 유격대국가에서 정규군국가로 256-257, 와다 하루끼 지음, 서동만.남기정 옮김
물론 고르바초프의 페레스트로이카를 거부하는 것은 어쩔 수 없다 하더라도 이러한 논리는 중국이 취한 길을 부정하는 방향으로 기울고 있음을 시사하는 것으로 보였다. 제1논문부터 차례로 살펴보면 제4의 논문에서 가장 보수적인 논리를 전개하고 있다는 점에 놀라지 않을 수 없다. 왜 제1, 제2의 논문에서 보인 변화의 메시지가 제3, 제4의 논문에서는 보수노선의 고취로 바뀌게 되었을까? 이에 대해서는 세 가지로 해석할 수 있다. 하나는 김정일의 참모 가운데 개명파(開明派)가 후퇴하고 보수파가 부상했다고 보는 해석이다. 또 한 가지는 김정일 스스로가 동요하고 있어서 북조선식 개혁·개방에 대해 자신감을 상실했다는 해석이다. 마지막으로는 국내 상황이 점점 더 엄중해져 원칙주의로 견뎌 나갈 것을 호소할 필요가 있었다는 해석이다. 현실은 세 가지 가운데 어느 하나라기보다는 세 가지 요소가 복합적으로 작용하고 있다고 생각된다. 개명파의 존재 여부는 물음표로 남아 있지만 이러한 상황에서는 떨어져 나가는 사람이 생기게 마련이다.
북조선 - 유격대국가에서 정규군국가로 261, 와다 하루끼 지음, 서동만.남기정 옮김
'고난의 행군'은 전망이 없는 정신이다. 왜냐하면 '고난의 행군' 중인 1940년 3월에 마에다 부대를 전멸시키는 승리를 이끌어내긴 했지만 그것은 패주하는 과정에서의 역습이었으며 같은 해 9월 김일성 부대는 결국 소련령으로 탈출해 버렸기 때문이다. 오늘날의 북조선에게 탈출구로서의 소련은 없다. 소련은 해체되어 버렸다.
북조선 - 유격대국가에서 정규군국가로 263-264, 와다 하루끼 지음, 서동만.남기정 옮김
지도자를 옹위하고 체제를 수호하는 자세로 인민을 결속하는 작업이 계속 추진된 결과, 한편에서는 이것이 지도자 스스로를 결박하면서도 다른 한편에서는 체제 붕괴의 위기감에 사로잡힌 지도자가 사태 타개를 모색하지 않을 수 없는 모순된 상황이 계속되고 있었다.
북조선 - 유격대국가에서 정규군국가로 269, 와다 하루끼 지음, 서동만.남기정 옮김
'위대한 수령 김일성 동지의 조국통일 유훈을 철저히 관철시키자'는 제목의 8월 4일자 김정일의 논문은 표면적으로는 남북통일 문제를 주제로 삼고 있지만 내용적으로는 미국과 일본에 대한 공식 메시지였다. 남북관계 개선과 긴장 완화의 필요성을 역설하고 있지만 그 책임은 오로지 외세 의존적인 정책을 취하는 남의 당국자에게 있으며 그들이 정책을 전환한다면 최종적으로는 남북회담도 가능하다는 것이었다. 그 내용은 남한의 '민주화', 국가보안법의 철폐였다.
북조선 - 유격대국가에서 정규군국가로 271, 와다 하루끼 지음, 서동만.남기정 옮김
결국 김정일은 총비서로 취임한 뒤에도 여전히 현실정치의 지도자가 아니라 극장국가의 지도자로 활동하고 있었다.
북조선 - 유격대국가에서 정규군국가로 274, 와다 하루끼 지음, 서동만.남기정 옮김
핵심그룹과 측근들이 김정일의 뜻을 받들어 전권을 쥐고 당에서 정부기관을 움직이고 있다고 생각된다. 한편 이 과정에서 정규의 정책 결정기구는 무시되었다. 총비서를 추대할 때에도 중앙위원회 전원회의는 소집된 바 없으며 당대회도 이미 17년 동안 열리지 않고 있다. "당이 결정하면 우리는 한다"는 문구는 유명한 슬로건이 되었는데 당은 김정일이 이들 핵심그룹과 함꼐 결정한 것을 실시하는 기구로 되어 있는 것이다.
북조선 - 유격대국가에서 정규군국가로 278, 와다 하루끼 지음, 서동만.남기정 옮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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