와다 하루키의 북조선

D-29
북조선은 죽은 수령의 계승자 국가, 즉 '수령 없는 수령제 국가'가 되어버림으로써 불가피하게 정치체제의 변화가 필요했다.
북조선 - 유격대국가에서 정규군국가로 251, 와다 하루끼 지음, 서동만.남기정 옮김
톤이 미묘하게 변화하고 있었다. 전면화한 유일사상체계, 유격대국가의 단계에서 보통의 국가사회주의의 기본으로 돌아가려는 경향이 나타나고 있는 것처럼 생각되었다.
북조선 - 유격대국가에서 정규군국가로 256, 와다 하루끼 지음, 서동만.남기정 옮김
그러나 이러한 미묘한 표현에 대한 새로운 노선의 제시로는 변화의 분위기를 이끌어내지 못한다. 권력 계승의 지체는 사망한 수령 김일성에 대한 지속적인 찬미 현상을 초래하고 있었다. 새로운 지도자로의 교체 없이 사회의 분위기를 일신하고 개혁을 추진할 수는 없다. 특히 경제에서 악화일로의 상황으로 치닫고 있는 이상 하루라도 빨리 새로운 수를 두지 않으면 안 되었다.
북조선 - 유격대국가에서 정규군국가로 256-257, 와다 하루끼 지음, 서동만.남기정 옮김
물론 고르바초프의 페레스트로이카를 거부하는 것은 어쩔 수 없다 하더라도 이러한 논리는 중국이 취한 길을 부정하는 방향으로 기울고 있음을 시사하는 것으로 보였다. 제1논문부터 차례로 살펴보면 제4의 논문에서 가장 보수적인 논리를 전개하고 있다는 점에 놀라지 않을 수 없다. 왜 제1, 제2의 논문에서 보인 변화의 메시지가 제3, 제4의 논문에서는 보수노선의 고취로 바뀌게 되었을까? 이에 대해서는 세 가지로 해석할 수 있다. 하나는 김정일의 참모 가운데 개명파(開明派)가 후퇴하고 보수파가 부상했다고 보는 해석이다. 또 한 가지는 김정일 스스로가 동요하고 있어서 북조선식 개혁·개방에 대해 자신감을 상실했다는 해석이다. 마지막으로는 국내 상황이 점점 더 엄중해져 원칙주의로 견뎌 나갈 것을 호소할 필요가 있었다는 해석이다. 현실은 세 가지 가운데 어느 하나라기보다는 세 가지 요소가 복합적으로 작용하고 있다고 생각된다. 개명파의 존재 여부는 물음표로 남아 있지만 이러한 상황에서는 떨어져 나가는 사람이 생기게 마련이다.
북조선 - 유격대국가에서 정규군국가로 261, 와다 하루끼 지음, 서동만.남기정 옮김
'고난의 행군'은 전망이 없는 정신이다. 왜냐하면 '고난의 행군' 중인 1940년 3월에 마에다 부대를 전멸시키는 승리를 이끌어내긴 했지만 그것은 패주하는 과정에서의 역습이었으며 같은 해 9월 김일성 부대는 결국 소련령으로 탈출해 버렸기 때문이다. 오늘날의 북조선에게 탈출구로서의 소련은 없다. 소련은 해체되어 버렸다.
북조선 - 유격대국가에서 정규군국가로 263-264, 와다 하루끼 지음, 서동만.남기정 옮김
지도자를 옹위하고 체제를 수호하는 자세로 인민을 결속하는 작업이 계속 추진된 결과, 한편에서는 이것이 지도자 스스로를 결박하면서도 다른 한편에서는 체제 붕괴의 위기감에 사로잡힌 지도자가 사태 타개를 모색하지 않을 수 없는 모순된 상황이 계속되고 있었다.
북조선 - 유격대국가에서 정규군국가로 269, 와다 하루끼 지음, 서동만.남기정 옮김
'위대한 수령 김일성 동지의 조국통일 유훈을 철저히 관철시키자'는 제목의 8월 4일자 김정일의 논문은 표면적으로는 남북통일 문제를 주제로 삼고 있지만 내용적으로는 미국과 일본에 대한 공식 메시지였다. 남북관계 개선과 긴장 완화의 필요성을 역설하고 있지만 그 책임은 오로지 외세 의존적인 정책을 취하는 남의 당국자에게 있으며 그들이 정책을 전환한다면 최종적으로는 남북회담도 가능하다는 것이었다. 그 내용은 남한의 '민주화', 국가보안법의 철폐였다.
북조선 - 유격대국가에서 정규군국가로 271, 와다 하루끼 지음, 서동만.남기정 옮김
결국 김정일은 총비서로 취임한 뒤에도 여전히 현실정치의 지도자가 아니라 극장국가의 지도자로 활동하고 있었다.
북조선 - 유격대국가에서 정규군국가로 274, 와다 하루끼 지음, 서동만.남기정 옮김
핵심그룹과 측근들이 김정일의 뜻을 받들어 전권을 쥐고 당에서 정부기관을 움직이고 있다고 생각된다. 한편 이 과정에서 정규의 정책 결정기구는 무시되었다. 총비서를 추대할 때에도 중앙위원회 전원회의는 소집된 바 없으며 당대회도 이미 17년 동안 열리지 않고 있다. "당이 결정하면 우리는 한다"는 문구는 유명한 슬로건이 되었는데 당은 김정일이 이들 핵심그룹과 함꼐 결정한 것을 실시하는 기구로 되어 있는 것이다.
북조선 - 유격대국가에서 정규군국가로 278, 와다 하루끼 지음, 서동만.남기정 옮김
시간이 흐르면서 만주파 가운데 김일성과 동갑내기 이상의 세대는 모두 사망했으며 김일성을 절대적으로 믿고 우러르던 젊은 대원들만이 현재까지 생존하여 가장 보수적인 입장을 대표하고 있다. ..... 이러한 인물들이 군의 최고지위에 앉아 있는 현실은 김정일이 새로운 방향을 취하려 할 때 치명적인 제약 요인이다. 만주파가 완전히 사라질 날은 분명 멀지 않았지만 그들이 현재의 변화를 저지하고 있다면 이는 중대 사태라 하지 않을 수 없다.
북조선 - 유격대국가에서 정규군국가로 280, 와다 하루끼 지음, 서동만.남기정 옮김
첫 수해가 발생했을 때무터 북조선의 조선중앙통신은 재빨리 수해 사실을 대외적으로 공표하고 국제지원을 요청했다. ... 이는 사태가 극도의 심각성을 띠고 있었기 때문이기도 했지만 새로운 국제질서 속에 북조선이 조금씩 발을 들여놓고 있다는 것을 의미하기도 했다.
북조선 - 유격대국가에서 정규군국가로 282, 와다 하루끼 지음, 서동만.남기정 옮김
개인이나 기업이 암시장에서 거래하는 것을 북조선 정부가 묵인하고 있는 것으로 생각된다. 국가는 이제 더 이상 이러한 행동을 단속할 수 없게 되었다. 거꾸로 말하면 개인 상거래와 암시장의 확대가 특별한 혼란을 야기하지 않는다는 사실을 알게 된 것이라고도 할 수 있다.
북조선 - 유격대국가에서 정규군국가로 284, 와다 하루끼 지음, 서동만.남기정 옮김
결국 농업 위기를 극복하기 위해서는 주체농법의 결함을 인정하고 이를 수정하려는 적극적인 정책이 취해져야 할 것이다.
북조선 - 유격대국가에서 정규군국가로 285, 와다 하루끼 지음, 서동만.남기정 옮김
합영회사에서 '대안의 사업체계'를 중지하고 획기적인 조치를 취하여 자유를 부여해 간다면 노동자들의 높은 지적 수준을 고려할 때 새로운 가능성이 열릴 것으로 생각된다.
북조선 - 유격대국가에서 정규군국가로 286, 와다 하루끼 지음, 서동만.남기정 옮김
다소 낙관적인 게 아닌가
북조선이 일국 사회주의의 고독한 보루를 지키고 있으면 언젠가 세계 혁명이 일어날 것이라고 믿고 싶은 것이다. 러시아가 가장 가능성이 있어 보였다. ... 그러나 만일 1996년의 선거에서 주가노프가 승리했다고 해도 소련 사회주의로의 회귀는 없었을 것이며 북조선을 무조건 원조해 주었던 선심 좋은 이웃은 이제 돌아오지 않는다. 게다가 지금 북조선으로서는 다음 선거를 기다릴 선거적 여유도 없다. 이러한 점을 잘 알고 있기 때문에 북조선은 미국과의 화해를 요구하고 있는 것이다. 그러나 미국과 화해할 때의 전제조건은 한국과 동시에 화해할 수는 없다는 것이다. ...... 적이 사라지면서 국가사회주의체제는 더이상 유지할 수 없게 되었다. 이 체제를 유지하기 위해서는 대외적으로 긴장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북조선 - 유격대국가에서 정규군국가로 286-287, 와다 하루끼 지음, 서동만.남기정 옮김
따라서 북조선으로서는 미군의 한국 주둔을 인정하고 4자간 평화조약을 체결하는 것밖에 방법이 없다. 그렇게 되면 북조선과 미국은 서로 대사관을 개설하고 판문점의 제반시설은 폐기될 것이며 현재의 휴전선이 남북의 국경선이 될 것이다. 이를 경계로 해서 남북의 군사적 대치상황은 계속될 것이기 때문에 남북 화해는 피할 수 있게 된다.
북조선 - 유격대국가에서 정규군국가로 287, 와다 하루끼 지음, 서동만.남기정 옮김
북조선은 일본과의 국교 교섭 재개와 타결을 원하고 있다. 경제적으로는 이것이 유일한 희망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교섭 재개를 가로막는 장애가 있다. 핵 개발 문제는 일단 해결되었으나 일본인 납치 의혹 문제가 이전보다 더 확대되어 주목을 끌고 있었다. ... 북조선 측으로서는 납치사건을 인정할 수 없었다. 궁지에 몰린 북조선 측은 일본 정부가 요구해 온 일본인 처의 고향 방문에 응함으로써 난관을 돌파했다.
북조선 - 유격대국가에서 정규군국가로 288, 와다 하루끼 지음, 서동만.남기정 옮김
외화가 특별한 힘을 발휘하는 북조선에서 일본에 친척이 있고 그들을 방문객으로 맞이하는 '귀국 동포'들은 일반 북조선 사람들과는 달리 특별한 수입원을 따로 가진 특별한 존재였다. 이러한 점 때문에 당한 고통도 많았다. 그러나 상황이 바뀌면 이들은 북조선과 일본을 이어주는 매개자, 중개자가 될 수 있는 존재인 것이다.
북조선 - 유격대국가에서 정규군국가로 289, 와다 하루끼 지음, 서동만.남기정 옮김
한국은 일본을 신뢰하지 않았기 때문에 조·일 교섭이 4자회담 및 남북회담보다 앞서가는 데 대해 반대해 왔다. 즉 한국은 우선 남북간 화해를 선행시키도록 요구해 왔다. 이는 북조선에 대해 미국, 일본, 한국과의 동시화해를 요구하는 것과 다름없는 없으로, 고르바초프의 길을 경계하는 북조선으로서는 도저히 받아들일 수 없는 조건이었다. 미국에 이어 일본과의 화해를 추진하면서도 한국과는 긴장 관계를 유지하려는 북조선을 인정해 주지 않으면 어떠한 진전도 이루어지지 않을 것이다. 물론 최소한의 조건으로 북조선은 한국의 당국자를 비방하지 않을 것, 악의에 찬 반한선전을 중지할 것 등을 약속해야 한다. 이러한 형태의 조·일 교섭 타결은 한국에 이익이 된다는 것을 한국 정부와 국민이 이해할 필요가 있다. 조·일 교섭과 그 타결이 북조선 경제에 회생약으로 작용해 체제붕괴를 피할 수 있다면 이는 전쟁 가능성이 사라진다는 것을 의미한다. ...... 북조선의 재건에 일본의 힘을 이용한다고 생각하는 것이 한국으로도 이익이 될 것이다.
북조선 - 유격대국가에서 정규군국가로 291, 와다 하루끼 지음, 서동만.남기정 옮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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