와다 하루키의 북조선

D-29
1961년에 일어난 일은 만주파의 승리였다. 이제까지는 정점에 김일성밖에 없었다가 만주파 전체가 등장했다. 일견하면 김일성이 만주파 속에 끌어들여져 김일성 개인의 리더십 대신에 만주파의 집단적 리더십이 앞에 나선 것과 같다. .... 만주파의 승리가 얄궂게도 유일지도자였던 김일성의 위치와의 사이에 모순을 발생시켰다는 것이 유일사상체계 확립의 전제가 되지 않았나 생각한다.
북조선 - 유격대국가에서 정규군국가로 123-124, 와다 하루끼 지음, 서동만.남기정 옮김
이러한 필자의 주장에 대하여 이종석은 표면적이라고 비판하였다. 1960년대 초부터 김일성은 유일지도자였으며 만주파가 그것을 대신하는 '정점으로서의 만주파'가 된 것은 아니라는 것이다. 이때 김일성 개인숭배가 자제되어 지도부 전체의 이미지가 강하게 부각된 것은 확실하지만 그것은 중·소논쟁 속에서 정통적 마르크스주의자와 경쟁해야 했기 때문에 겉으로 보기에 자제한 것이다. 따라서 직접적인 계기는 1965년경부터 혁명전통을 기존의 항일혁명전통으로부터 민족의 전 역사와 폭넓은 항일운동으로 전환시키는 움직임이 일어나 유일지도자로서의 김일성의 이미지 저하가 생긴 데 있다. 이것을 진행한 것이 박금철 등 갑산계였다. 1966년부터 중국의 마오쩌둥 사상에 대항하여 사회주의적 애국주의가 강조되고 민족의 문화유산이 내세워졌다. ... 이종석의 주장은 1967년 대립의 계기를 올바르게 지적했다고 생각되지만 필자의 지적은 1961년에 생겨나 1967년을 낳은 기본 전제를 말한 것이다. 그 점에서는 필자의 지적도 유효하다고 생각한다.
북조선 - 유격대국가에서 정규군국가로 124, 와다 하루끼 지음, 서동만.남기정 옮김
김일성이 한국에서의 혁명 가능성을 현실적인 것으로 생각했는지 어떤지는 실제 확인할 수 없지만 베트남 사태, 한국의 출병이 그를 자극했음은 틀림없다.
북조선 - 유격대국가에서 정규군국가로 126, 와다 하루끼 지음, 서동만.남기정 옮김
결국 여기에서 내세워진 노선은 김일성과 만주파가 있고 당이 있으며 대중이 있다는 것이 아니라, 김일성이 유일한 사령관으로서 인민 전체가 만주파, 즉 유격대원이기를 요구하는 노선이었다. 만주파를 탈실체화하여 그것을 국가적으로 확대하고 전 인민의 만주파화, 유격대원화를 추진한다. 요컨대 전 인민을 수령의 전사화(戰士化)한다는 것 아니었을까?
북조선 - 유격대국가에서 정규군국가로 127-128, 와다 하루끼 지음, 서동만.남기정 옮김
이리하여 1970년 무렵에는 새로운 상부구조가 완성되었다고 생각한다. 유격대를 모델로 하여 이것을 전 국가로 확대하며, 김일성을 사령관으로 하여 전 인민이 받드는 유격대국가이다. 이 구조는 국가사회주의체제 위에 구축된 2차적 형성물이다.
북조선 - 유격대국가에서 정규군국가로 131, 와다 하루끼 지음, 서동만.남기정 옮김
북조선의 정치문화는 대단히 실용주의적인 절충주의 문화이다. 이를 조선의 유교적 전통문화와 사회주의의 결합으로 보는 유력한 견해가 있다. 대표적인 연구로는 스즈키 마사유키의 책 '북조선 - 사회주의와 전통의 공명' 이 있다. 그러나 북조선의 정치문화는 실제로는 그보다 훨씬 잡종적인 문화적 혼합물이라고 할 수 있다.
북조선 - 유격대국가에서 정규군국가로 132, 와다 하루끼 지음, 서동만.남기정 옮김
8.15 해방이 '일본적인 것'으로부터 '조선적인 것'으로의 회복을 가져오지는 않았다. 일본 식민지 지배에서의 해방이 소련군에 의해 이루어진 결과 일본 문화를 '가장 진보적인 세계 문화'라 여겨졌던 소련의 사회주의 문화로 치환시키는 과정이 진행되었다. 전통적인 조선 문화는 지주제의 부정과 함께 사회의 표층으로부터 사라졌다. 기독교 문화는 되살아나는 듯했으나 점차 북조선 정부의 탄압을 받기 시작했으며 조선전쟁 때 완전히 소멸되었다.
북조선 - 유격대국가에서 정규군국가로 135, 와다 하루끼 지음, 서동만.남기정 옮김
영화 제작이 유격대식 전투에 비유되어 구상, 실천되었다. 그리고 그 경험을 정치 지도에 활용하려는 생각이 보인다. 그러나 "속도전은 창작 과제를 무조건 수행하기 위한 창작 전투이므로, 일단 전투에 들어가면 그 누구도 집체적으로 토의 결정한 전투 목표와 계획을 함부로 변경할 수 없으며 제정된 일과를 어길 수 없다"고 하는 것을 보면 이미 유격대식의 자유도 허용되지 않는다.
북조선 - 유격대국가에서 정규군국가로 141, 와다 하루끼 지음, 서동만.남기정 옮김
연안계가 들여온 중국 혁명문화 가운데 가장 중요한 것은 각 국의 공산당에는 한 사람의 지도자가 있다는, 중국공산당 제7회 대회에서 제기된 지도자론이다. 그들은 이에 충실하려 하였으며 북조선에서 김일성을 유일한 지도자의 자리에 올려 앉히기 위해 노력하였다.
북조선 - 유격대국가에서 정규군국가로 137, 와다 하루끼 지음, 서동만.남기정 옮김
1976년 10월 2일 김정일은... '김일성주의'는 마르크스-레닌주의를 뛰어넘은 것이라고 설명했는데, 김일성이 제지했는지 '김일성주의'라는 말은 1980년대 중반부터 감추고 '주체사상'이란 말로 다시 일원화되었다.
북조선 - 유격대국가에서 정규군국가로 142, 와다 하루끼 지음, 서동만.남기정 옮김
이 구호는 인민에게 하루 스물네 시간 공사(公私)를 막론하고 자나깨나 항일유격대원으로 살아갈 것을 요구하고 있다 수령과 인민의 관계는 사령관과 전사의 관계라는 것이 확인되었다.
북조선 - 유격대국가에서 정규군국가로 142, 와다 하루끼 지음, 서동만.남기정 옮김
1980년 무렵부터 국가의 디자인이라는 면에서 새로운 것이 등장하였다. 그것은 가족국가론이라고 부를 만한 것이었다. 이것은 유격대국가의 건물 위에 간판처럼 내걸린 형상이었다.
북조선 - 유격대국가에서 정규군국가로 145, 와다 하루끼 지음, 서동만.남기정 옮김
1986년에는 '사회정치적 생명체'론이 제기되었다. 같은 구호와 같은 디자인을 계속 반복할 경우 싫증내게 마련이라는 점을 김정일은 의식하고 있었던 것 같다. 따라서 간판을 바꿔 내걸 듯 호소력 있는 새로운 디자인을 내놓았다. ... 한 사람 한 사람의 생명은 유한하지만 사회정치적 생명은 영원히 이어진다는 사고방식은 비교적 흔하게 볼 수 있는 생각이다. 어떠한 정치집단이나 국가가 그 성원에게 생명을 건 행동을 요구할 경우에는 그가 집단의 영원한 생명 속에서 영생한다는 보장을 해야 한다. 또한 모든 종교도 죽은 자를 보낼 때 영원의 생명을 얻었다고 설명한다.
북조선 - 유격대국가에서 정규군국가로 147-148, 와다 하루끼 지음, 서동만.남기정 옮김
이와 같이 국가를 인체에 비유하는 것은 부분부분을 고정하여 상하관계를 명확히 하려는 중세적인 정치문화를 표현한다. 이것이 북조선의 유격대국가에 도입된 것인데 이는 유격대의 존재 방식과는 본질적으로 어울리지 않는 문화였다. 왜냐하면 유격대란 대원 하나하나가 스스로 알아서 생존을 확보하고 전투를 계속해 간다는 것을 기본으로 하므로, 사령관만이 생각하는 힘을 독점하고 있는 곳에서는 존재하고 기능할 수 없기 때문이다. 사회정치적 생명체론이라는 국가 디자인은 절충주의와 무원칙적인 편의주의가 뒤섞인 예에 해당한다.
북조선 - 유격대국가에서 정규군국가로 149, 와다 하루끼 지음, 서동만.남기정 옮김
다음으로 등장한 제3의 디자인이 전통적 국가론이다. 이는 유교적 국가관이라고 해도 무방하다. ... 이처럼 '일심단결'이 강력히 제시되었지만 이는 대단히 추상적이며 문화적 내실을 갖추지 못한 말이다. 이것에 내용을 부여하는 것으로서 '충효'라는 덕목이 떠올랐다. .... 이와 같이 디자인은 그때그때 바뀌고 있다. 국가 위에 걸쳐진 간판을 바꿔 가면서 사람들이 식상하지 않게 대처하고 있는 것이다. 디자인이 바뀐다고는 해도 그 변화란 오래된 간판을 부정하고 거두어들이는 것이 아니라, 원래 있던 간판을 옆으로 옮기면서 새로운 간판이 오래된 것 위에 덧씌워지는 것으로 이해할 수 있다. .... 필자는 시스템을 이루는 요소들의 결합 방식이 원리적이며 일원적인 것이 아니라 실용적이며 절충적인 것이라는 점은 이 시스템이 변할 수 있는 것임을 보여준다고 생각한다.
북조선 - 유격대국가에서 정규군국가로 151-152, 와다 하루끼 지음, 서동만.남기정 옮김
'극장국가'는 아무래도 정태적인 질서를 전제로 하고 있어 역동적인 변화에는 적합하지 않다. 따라서 김정일은 자신이 만들어낸 것에 스스로 얽매이는 딜레마에 처해 있다.
북조선 - 유격대국가에서 정규군국가로 156, 와다 하루끼 지음, 서동만.남기정 옮김
유격대국가는 1960년대 후반의 국내적·국제적 조건에 대한 대응으로 형성되었다. 그 존립 자체가 압도적으로 강력한 적에게 둘러싸여 있다는 대외인식을 전재로 하고 있었다. 그리고 북조선이 그 뒤 어떠한 국제관계의 구도 속에 놓이는가는 유격대국가의 존속과 변화에 커다란 영향을 미친다.
북조선 - 유격대국가에서 정규군국가로 158, 와다 하루끼 지음, 서동만.남기정 옮김
조·소 관계가 타인 관계였던 데 비해 조·중 관계는 친척 관계였던 만큼 심리적으로는 보다 복잡했다고 할 수 있다. 그러나 김일성은 자주성을 주장하는 것과 원조를 요구하는 것 사이에서 모순을 느끼지 않으면서 이를 동시에 추진할 수 있었다는 점에서 남달랐다.
북조선 - 유격대국가에서 정규군국가로 160, 와다 하루끼 지음, 서동만.남기정 옮김
흐루시초프의 거듭된 스탈린 비판에 대한 김일성의 반감은 결정적이었다. ... 따라서 1962년 북조선이 중국으로 기운 것은 당연한 결과였다.
북조선 - 유격대국가에서 정규군국가로 160, 와다 하루끼 지음, 서동만.남기정 옮김
북조선이 소련과 관계를 개선하자 중국과의 관계는 냉각되었다. ... '현대 수정주의'보다 '좌익 기회주의'가 더욱 위험하다는 것이었다.
북조선 - 유격대국가에서 정규군국가로 162, 와다 하루끼 지음, 서동만.남기정 옮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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