와다 하루키의 북조선

D-29
미국과의 관계가 개선된다면 남북한 관계와 조·일 관계는 긴장되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것이 북조선의 체제논리이다. 물론 조·미 간의 협의에 대해 초조감을 보이던 한국의 움직임이 북조선의 반발을 산 것도 사실이다. 그러나 북조선이 한국과 미국, 일본에 대해 문호를 열어가는 과정에서 세 나라와 일거에 화해한다는 고르바초프의 방식은 애당초 선택할 수 없는 것이었다. 적을 일거에 잃어버리면 국가사횢주의체제는 붕괴할 위험이 크다. ... 처음에는 일본과 화해하여 미국과의 긴장을 유지하는 길을 택했는데 여의치 않자 미국과의 화해를 진행시킨 상황이 되면서 북조선으로서는 한국 및 일본과의 긴장을 유지하겠다는 쪽으로 방향을 선회한 것으로 생각된다.
북조선 - 유격대국가에서 정규군국가로 192, 와다 하루끼 지음, 서동만.남기정 옮김
10일 IAEA 이사회는 북조선에 대한 기술 협력 정지, 특별사찰 수용을 포함하는 제재 결의를 채택했다. 6월 13일 북조선은 IAEA 즉시 탈퇴를 표명하고 체재는 선전포고로 간주하겠다고 했다. 안보리에서 제재가 토의되려 하고 있었다. 결정적인 위기에 돌입했던 것이다. 북조선은 되돌아올 수 없는 다리를 건넌 것처럼 보였다.
북조선 - 유격대국가에서 정규군국가로 197, 와다 하루끼 지음, 서동만.남기정 옮김
해리슨의 보고는 "평양과의 핵 문제를 해결하고 김일성 체제를 자유화하는 데는 채찍보다는 당근이 효과가 있다고 믿는다"는 말로 시작되었다. "요컨대 가격이 적정하다면 그들을 사들일 수 있다"는 것이었다. 회의가 끝난 뒤 해리슨은 서울에서 베이징을 경유하여 평양에 들어갔다. 지금 생각하면 그때가 결정적인 순간이었다. 그의 설득으로 카터(Jimmy Carter) 전 대통령의 방북이 실현되었다. ... 클린턴 대통령은 카터의 전화를 받고 북조선의 진의를 확인하는 것을 전제로 북조선이 핵 개발을 동결하겠다는 사실이 확인된다면 조·미 간의 제3차 회담 개최가 가능하다고 밝혔다. 또한 김일성은 남북 정상회담 개최 의사도 표명했다. 이것으로 위기로부터의 탈출이 가능해졌다. ... 미국은 이때 북조선과의 전쟁을 검토하고 있었다. ... 서전(緖戰)의 90일 동안 사상자는 미군이 5만 2,000명, 한국군이 49만 명에 달할 것이라는 예측은 클린턴 대통령에게 충격을 안겨 주었다. .... 6월 16일 국방성은 대통령에게 병력 증강의 승인을 요구했다. 그 실시가 북조선에게 어떠한 인상을 줄지는 누구도 자신하지 못했다. 대통령 주재회의에서 이 결정을 검토하던 그 시간에 카터로부터 평양발 전화가 걸려왔다. 이렇게 해서 긴장은 해소되었다. 일본은 이와 때를 같이하여 이시하라 관방부장관 지휘하에서 한반도 유사시의 미군에 대한 협력에 관해 연구를 진행하고 있었다.
북조선 - 유격대국가에서 정규군국가로 197-198, 와다 하루끼 지음, 서동만.남기정 옮김
정말.. 이렇게 미국과 북조선과 전쟁을 벌이면 죽는 남한군은 미군의 몇십배에 달할 건데.. 이걸 남한은 전혀 모른 채 일본과 협동 공격을 계획하고 있었다니... 소름끼친다. JFK의 쿠바미사일사태처럼 클린턴도 정말 순한 겉모습과 달리 호박씨 까며 발등에 도끼 찍어내릴 것 같아 쉽게 믿을 수 없다.
북조선의 유격대 외교는 벼랑 끝 외교로 되었다. 미국이 외교 접촉과 군사행동을 동시에 구사하고 있던 상황에서 소국인 북조선이 대국인 미국을 상대로 벼랑 끝 외교를 구사한다는 것은 파국을 가져올지도 모르는 위험천만한 외줄 타기였다. 일본은 미국을 따라가고 있었을 뿐이다. 전쟁을 피할 수 있었던 것은 행운이었다.
북조선 - 유격대국가에서 정규군국가로 198, 와다 하루끼 지음, 서동만.남기정 옮김
두말 할 필요도 없이 유격대국가의 실력은 군사력이다. 북조선의 군사력은 그 자체가 위협이라는 견해도 있으나 실제로는 그렇게 우려할 만한 무력이 아니라는 견해도 있어 신중한 검토가 필요하다.
북조선 - 유격대국가에서 정규군국가로 199, 와다 하루끼 지음, 서동만.남기정 옮김
북조선이 그와 같은 군확노선을 계속 걸어온 이유는 두 가지밖에 없다. 하나는 이 기간 동안에 한국의 장비 수준이 북조선의 장비 수준을 대폭 앞질렀기 때문에 병력을 늘리지 않으면 균형을 유지할 수 없다고 생각했을 것이다. 즉 적의 무기의 살상력이 두 배가 되면 아군의 군인 수를 두 배로 하여 균형을 잡겠다는 생각이다. 두번째로는 북조선이 한국에 대한 군사침공을 계획하고 있어서 공격을 위해 병력 대비를 두 배 가까이 늘려 서전에서의 압승을 노린다는 것이다. 그러나 오늘날 이와 같은 이야기는 거의 설득력을 잃었다. 침공을 위해서는 병력 수만이 아니라 장비를 포함한 병력의 총체적인 차이를 생각하지 않으면 안 되기 때문이다. 결국 장비의 양과 질이 비교되어야 한다.
북조선 - 유격대국가에서 정규군국가로 206, 와다 하루끼 지음, 서동만.남기정 옮김
이와 같이 북조선군은 장비에서 한국군보다 상당히 열세에 놓여 있으며 주한미군을 합칠 경우 거의 문제가 되지 않는다고 할 수 있다. 따라서 북조선 측은 늘 상당한 압박감과 공포감을 갖고 있었다고 보인다. 이 때문에 병력을 늘려야겠다고 생각했을 가능성은 충분하다.
북조선 - 유격대국가에서 정규군국가로 208, 와다 하루끼 지음, 서동만.남기정 옮김
북조선 사회에서 100만의 정규군의 존재는 사회의 군대화를 결정짓고 있는 요인이라고 해야 할 것이다. 당연히 그만큼의 청년을 사회에서 뽑아갈 경우 사회 자체가 존립할 수 없는 지경에 빠진다. 사회는 그만큼의 군대를 지탱할 수 없다. 결국 당연한 결과로 군인은 군대에 있으면서 생산노동에도 종사해야 한다. 즉 군대를 산업군으로 활용하는 것이다. ... 결국 한도를 넘어서 대량의 군인을 징집하면 생산노동으로부터 젊은 노동력이 인출됨으로써 북조선 경제에 심각한 타격을 안겨준다. 경제 위기의 원인 가운데 하나가 여기에 있다고 할 수 있다.
북조선 - 유격대국가에서 정규군국가로 209-210, 와다 하루끼 지음, 서동만.남기정 옮김
여기에서 생각할 수 있는 것은 북조선이 유격대적 착란전술을 취하여 대병력의 존재를 전시하려 했다는 것이다. 병력 추산은 기본적으로 공중의 정찰기나 스파이기, 정찰위성 등에 포착된 사진 촬영에 기초한 것이기 때문에 북조선이 병력이 많은 것처럼 위장하여 현혹하고 있다고 생각할 수 있다.
북조선 - 유격대국가에서 정규군국가로 210-211, 와다 하루끼 지음, 서동만.남기정 옮김
그럼에도 불구하고 한국 측은 북조선의 이러한 병력 수를 두려워하지도 않으며 어쩌면 믿지 않는 것처럼 보인다. 북조선은 사회의 정상적인 기능을 손상시킬 정도로까지 군확을 끌고 가면서 한편으로는 스스로가 만들어낸 가공의 군확을 무한정 계속해야 할 딜레마에 빠져 있는지도 모른다. 그른 의미에서 보면 북조선은 현실의 군사적 긴장의 수인(囚人)이면서 동시에 가상현실의 수인이기도 하다.
북조선 - 유격대국가에서 정규군국가로 211, 와다 하루끼 지음, 서동만.남기정 옮김
전쟁의 후반부에서 조선인민군 최고사령관 김일성과 참모총장 남일은 명목상의 존재에 불과했으며 실제로는 중국의 국공내전에서 경험을 쌓은 연안계의 장군 김웅, 방호산 등이 중국인민지원군과 협력해서 전쟁을 지휘하였다. 전후에 연안계는 숙청당했고 군의 주도권을 다시 만주파가 장악했다.
북조선 - 유격대국가에서 정규군국가로 213, 와다 하루끼 지음, 서동만.남기정 옮김
현재 북조선의 병력은 질적으로는 한국군과 주한미군에 비해 열세이다. 더구나 소련과 중국의 군사 지원은 기대할 수 없다. 따라서 정상적인 판단력으로는 북조선이 남을 공격하는 일은 있을 수 없으며 오직 자신의 나라를 방위하기 위해서 전력을 다하고 있다고 할 수 있다.
북조선 - 유격대국가에서 정규군국가로 217, 와다 하루끼 지음, 서동만.남기정 옮김
국가의 실력은 경제력으로 결정된다. 북조선은 경제 발전의 수준에서 한국을 능가했다. 자력갱생 경제의 모델이라는 점을 자랑하던 때도 있었다. 그러나 현재는 경제적 위기 상태에 있으며 출구가 보이지 않는다.
북조선 - 유격대국가에서 정규군국가로 218, 와다 하루끼 지음, 서동만.남기정 옮김
김정일은 "전투기간이라고 해서 한두 달씩이나 막장에서 나오지 않고 일하는 것"은 안 된다고 하고 있지만 이 말은 70일 전투에 돌입하면 그동안 노동자는 갱에서 생활하며 작업을 계속하는 것이 일반적이었다는 것을 보여준다. 이 연설에 의해 개선이 되었다 해도 그것은 70일 가운데 며칠을 나올 수 있었던 정도의 개선이 아니었을까 생각된다.
북조선 - 유격대국가에서 정규군국가로 224, 와다 하루끼 지음, 서동만.남기정 옮김
북조선에서는 이런 전투적 노동이 20년 동안이나 계속되어 왔는데 인민들의 필사적인 노력에도 불구하고 경제는 낙후해 갔다.
북조선 - 유격대국가에서 정규군국가로 225, 와다 하루끼 지음, 서동만.남기정 옮김
북조선 국가의 존재 방식이 경제에 커다란 부담이 되어 왔다는 점도 간과해서는 안 될 것이다. 우선 1970년대 말부터 진행된 급격한 군확정책이 북조선의 민생경제를 압박했다. 게다가 군대에 봉사하는 군산복합체는 국가계획위원회로부터 자립하여 대단히 특권적인 경제 부문을 이루고 있었다고 한다. .... 1980년대의 대기념비적 건축물에 들어간 비용도 상당했다. .... 더 큰 문제는 제3세계 여러 나라, 특히 아프리카 국가들에 대한 원조였다. 1970년대에 들어와 북조선은 이들 국가들과의 관계에 적극적인 움직임을 보였다.
북조선 - 유격대국가에서 정규군국가로 225, 와다 하루끼 지음, 서동만.남기정 옮김
1981년에 처음 북조선을 방문한 뒤... 1년 4개월간 체재한 적이 있는 이우홍은 북조선의 농업이 위기에 처해 있다고 보았다. .... 이렇게 된 원인은 자연개조 사업의 실패에 있었다. 돌을 쌓아 만든 계단식 밭이 전국적으로 널리 개간되었는데 토사 유출을 방지하는 장치가 마련되지 않은데다, 옥수수와 같이 생육기간이 짧은 작물을 경작했기 때문에 토사 유출이 불가피하였다. 그 결과 토사의 유입으로 하천의 강바닥이 높아져 이것이 쉽게 범람하는 원인이 되었다. 항만이 간척지처럼 변한 것이다. 또한 이우홍의 관찰에 의하면 북조선에서는 화학비료가 부족하여 인분과 퇴비가 기본이며 기계화에서도 극도로 뒤쳐져 있다.
북조선 - 유격대국가에서 정규군국가로 229, 와다 하루끼 지음, 서동만.남기정 옮김
'주체농법'은 인간이 자연을 지배할 수 있다는 오만에서 나온 것으로, 자연으로부터 반격을 받고 있는 것으로 볼 수 있다. 또한 탈곡이 기계화되었다는 것도 발로 밟는 방식의 탈곡기를 사용하고 있다는 정도의 이야기이다. ... 자연재해로 인한 북조선 식량 위기는 이러한 사정을 전제로 하고 있다.
북조선 - 유격대국가에서 정규군국가로 231, 와다 하루끼 지음, 서동만.남기정 옮김
제조업은 속도전이 불가능하다. 따라서 이 부문에서는 외국자본을 도입하여 합영기업을 설립하는 것이 도모되었다. ... 그러나 이들 합영기업은 처음부터 커다란 문제에 봉착해 있었다. 첫째는 북조선 사회 일반의 관료주의이다. "북조선 또한 일본보다 더한 관료주의의 나라이며 일본에서는 믿을 수 없을 정도로 비능률이 지배하고 있다. 그 체질이 큰 문제점인데 게다가 비교할 상대가 없어 자신들이 하고 있는 일이 가장 정당하다고 하는, 부정적인 의미의 자존심이 있다. "... 둘째는 경영에서 공장의 당위원회 위원장이 최고 지도자가 되는 대안의 사업 방식을 강요하는 것이었다. ... 대부분의 경우에는 이사장과 사장 자리를 북조선 측이 쥐고 있어 결국 회사의 실권을 당위원회가 장악하는 결과가 되었다고 지적했다. 노동자의 인사권은 경영자가 모르는 곳에서 당위원회의 의사에 따라 행사되었다. 그의 기업에서도 2년에 걸쳐 양성한 기술자를 당무 담당으로 배치하거나 사무직으로 전속하는 일이 발생했다. ... 셋째는 계약의 불이행이다. ... 마지막으로 북조선은 하나의 프로젝트가 초기에 이득을 올린 다음 문제에 봉착하면 이를 포기하고 다른 프로잭트로 무게중심을 옮겨 버리는 유격대적 경제 운영을 하는 경향이 있다는 점이다.
북조선 - 유격대국가에서 정규군국가로 231-233, 와다 하루끼 지음, 서동만.남기정 옮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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