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탁월한 묘사력은 후천적 능력이므로 많이 읽고 많이 쓰지 않으면 성공할 수 없다. 묘사의 '방법'을 아는 정도로는 부족하다. 묘사의 '분량'도 그만큼 중요하다. 많이 읽으면 적절한 분량이 어느 정도인지 알고, 많이 써 보면 묘사하는 요령을 안다. 묘사력은 직접 해보며 습득해야 한다.
묘사는 독자에게 어떤 경험을 주고 싶은지 떠올려보는 데서 시작한다. ......
작가로 성공하고 싶다면 어떻게 설명해야 좋을지 알아야 한다. 그것도 독자가 금방 알아듣고 그 모습을 떠올릴 수 있도록 설명해야 한다. 그렇게 묘사할 수 없다면 여러분은 수 많은 거절 쪽지를 받으리라. ......
묘사가 빈약하다면 독자들은 어리둥절하고, 근시안이 된다. 묘사가 자나치면 온갖 자질구레한 설명과 이미지 속에 묻히고 만다. 중용을 지키는 것이 요령이다. 그리고 어디는 묘사하고 어디는 내버려둬야 하는지 아는 것도 중요하다. 여버분의 주된 소임은 이야기를 들려주는 일이니까. ......
묘사는 작가의 상상력에서 출발해 독자의 상상력에서 끝나야 한다. 그런 일에는 작가가 영화 제작자보다 훨씬 유리하다. ......
독자에게 이야기 '속으로' 들어온 듯한 느낌을 주려면 등장인물의 겉모습보다 장소와 분위기를 묘사하는 편이 훨씬 더 중요하다. ..... 제발 부탁하는데, 주인공의 '예리하고 지적인 푸른 눈동자'나 '앞으로 내밀어 굳은 의자를 보이는 턱' 따위는 삼가하시라. 여주인공의 '도도한 광대뼈'도 마찬가지다. 이런 말을 쓰면 한심하고 나태한 짓이다. 지긋지긋한 부사와 다를 게 없으니까.
내가 말하는 탁월한 묘사는 모든 것을 한꺼번에 말해주는 엄선된 사실 몇 개를 제시한다. 대개는 머리에 처음 떠오르는 사실이다. 적어도 출발점으로서는 손색이 없으리라. 나중에 바꾸거나 덧붙이거나 빼고 싶으면 얼마든지 그럴 수 있다. 수정 작업이 필요한 이유다. 그러나 아마도 처음 떠올랐던 사실이 가장 진실하고 가장 훌륭하다고 깨닫겠지. 묘사는 흔히 부족하기도 쉽지만 자나치게 많아지기도 쉽다는 점을 잊지 말아야 한다. ..... 글을 쓰기 시작하기 전에 우선 기억을 바탕으로 그곳의 이미지를 떠올리라. 이같은 마음의 눈은 쓰면 쓸수록 발달한다. 심안이라고 부르는 까닭은 우리에게 낮익은 낱말이기 때문이다. ”
『유혹하는 글쓰기 (25주년 기념 라이터스 에디션) - 스티븐 킹의 창작론』 209~211, 스티븐 킹 지음, 김진준 옮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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