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때 남편이었고 이제는 오랜 친구인 윌리엄과 루시의 복잡하고도 섬세한 관계를 알아보아요.

D-29
유쾌한 거리감과 온화한 표정을 지닌 그는, 가슴속에 묵직한두려움 덩어리를 지닌 내가 다가갈 수 없는 사람 같았다. 하지만 실상은 그보다 더 나빴다. 그의 고양된 유쾌함 이면에는 청소년이나 할 법한 불평불만이 깔려 있었고, 영혼에는 못마땅한 기색이 번뜩였다. 아랫입술을 쑥 내밀고 이 사람 저 사람을 탓하는ㅡ그는 나를 탓했고, 나는 종종 그것을 느꼈다―퉁퉁한 소년같았다. 우리의 현재 삶과 아무런 관련이 없는 뭔가로 나를 비난했고, 나를 ˝여보˝라고 부르면서 커피를 내려-당시에 그는 커피를 전혀 마시지 않았음에도 매일 아침 나를 위해 한 잔을 만들었다 내 앞에 순교자처럼 내려놓으면서도 나를 비난했다.그 바보 같은 커피는 그만 됐어, 나는 이따금 외치고 싶었다. 내 커피는 내가 만들어 마실 테니. 하지만 나는 윌리엄이 내민 커피를 받고 그의 손을 만지면서 ˝고마워, 여보˝ 하고 말했다.그리고 우리는 또 하루를 시작했다.
오, 윌리엄! p.37, 엘리자베스 스트라우트 지음, 정연희 옮김
불빛을 보고 대학 입학 첫날에 나를 태워다준 진로 상담 교사,내시 선생님을 떠올렸다ㅡ오 나는 그녀를 정말로 사랑했다! 그날 선생님은 나를 태우고 달리다가 갑자기 고속도로에서 차를돌려 쇼핑몰로 들어가더니 내 팔을 톡톡 치며 ˝내려, 내리자˝ 하고 말했다. 우리는 차에서 내려 쇼핑몰로 들어갔고, 그녀는 한손을 내 어깨에 올리고 내 눈을 들여다보며 말했다. ˝십 년 뒤에갚으면 돼, 루시, 알겠지?˝ 그러고는 내게 옷을 몇 벌 사주었다.긴소매 티셔츠를 색깔별로 여러 벌 사주고 스커트 두 벌, 블라우스 두 벌을 사주었는데, 그중 한 벌은 예쁜 페전트블라우스였다.하지만 기억에 가장 많이 남은 것은 선생님이 사준 옷이었고,그것이 그녀를 사랑하게 된 가장 큰 이유였다. 내가 그때까지 본것 중 가장 예쁜 작은 속옷 뭉치. 그리고 선생님은 내 몸에 맞는청바지도 사주었다. 그리고 여행용 가방도 사주었다! 베이지색바탕에 붉은색 테두리가 둘린 것이었는데, 차로 돌아갔을 때 그녀가 말했다. ˝좋은 생각이 있어. 여기 안에 전부 담자.˝ 그러더니 차 트렁크 안에 가방을 넣고 연 다음, 옷의 가격표를 하나하나 조심스럽고 부드럽게, 나는 난생처음 보는 아주 작은 가위 -나중에 그게 손톱 손질용 가위라는 것을 알게 되었다―로 잘라냈다. 그리고 우리는 여행 가방 안에 내 물건을 전부 담았다. 그녀가 그렇게 해준 것이다. 내시 선생님이 선생님은 그로부터 십년이 안 돼 돌아가셨다. 자동차 사고가 죽음의 원인이었고, 그래서 나는 은혜를 갚을 기회를 잃었으며, 그뒤로 한 번도 그녀를잊은 적이 없다. (캐서린과 함께 쇼핑하러 갈 때마다 나는 내시선생님과의 그날을 생각했다.) 그날 우리가 대학에 도착했을 때,나는 내시 선생님에게 농담처럼 ˝선생님이 제 엄마인 것처럼 해도 돼요?˝ 하고 물었다. 그러자 그녀는 놀란 표정을 짓더니 이내 말했다. ˝그럼, 그래도 되지, 루시!˝ 내가 선생님을 엄마라고 부르진 않았지만, 그녀가 나와 함께 기숙사로 들어갔을 때 사람들에게 친절히 대해주었으니, 사람들은 선생님이 내 엄마라고 생각했을 것이다.나는 ! - 나는 늘 그 여인을 사랑할 것이다.
오, 윌리엄! p.40, 엘리자베스 스트라우트 지음, 정연희 옮김
내시 선생님을 만난 건 루시 일생의 행운이었을듯. 어둡고 힘들었던 시골생활을 탈출하라고 하늘에서 보낸 천사!! 구원자여~~~ 인생을 살면서 내시 선생님같은 분을 만나면 얼마나 좋을까요? 반면에 엄마는 딸이 공부잘해 상경하는데 무관심한 태도를 보이는데 루시는 정나미가 떨어졌을 듯 ㅋㅋ
루시는 일생을 두고 고통을 받지요. 상속이라는게 돈 뿐만이 아니고 대대로 무관심,폭력, 정서 등이 상속되더라고요. 그런데 책에 나온 빌런 급 인물들도 자세한 사연이 밝혀지는 순간에는 윗 세대나 주변에 받은 게 없어서 그런 걸로 나와서, 멈칫하게 되기도 했어요. 현실에서 받은 게 없거나 피해를 입은 사람들이 자기경험과는 다르게 행동한 경우가 있는데, 그런 사람이 사실 위인이 아닐까 생각도 해요. 엘리자베스 스트라우트의 작품에도 그런 사람들이 좀 있지요? 루시도 사실 그런 인물이고요.
같이 있어서 안전하다는 느낌이 들었던 사람은 윌리엄이 유일하다고. 그가 내가 가져본 유일한 집이라고.내가 파티에서 그냥 나와버리지 않았다면 팬 칼슨에게 그 이야기를 했을지도 모른다
오, 윌리엄! p.52, 엘리자베스 스트라우트 지음, 정연희 옮김
그러니 캐서린은 가난하지 않았다. 그리고 그녀를 만나러 갔을때 나는 그 집의 우아한 분위기에 깜짝 놀랐다. 나는 그녀가 사회 계급에서 제법 높은 위치까지 올라갔다고 생각한다. 하지만나는 미국에서의 계급이라는 문제에 대해 한 번도 완전히 이해한 적이 없었다. 그건 내가 밑바닥 출신이고, 그렇게 태어나면 그 사실은 절대 당신을 진정으로 떠나지는 않기 때문이다. 그건내가 정말로 그것을, 내 출신을, 가난을 결코 극복하지 못했다는뜻이다. 그게 내가 하려는 말 같다.하지만 내가 처음 캐서린을 만났을 때, 그녀는 나를 자기 친구들에게 소개하면서 조용히 내 팔에 손을 올리고 말했다. ˝이쪽이 루시. 루시는 출신이랄 게 없어
오, 윌리엄! p.54, 엘리자베스 스트라우트 지음, 정연희 옮김
화제로 지정된 대화
아이들이 아빠는 괜찮겠죠? 하고 물어서, 당연히 그럴 거라고 말했다. 나는 그 말을 강조했는데, 나 자신도 몰랐기 때문이다 - 다만 그에게 달리 어떤 선택이 있겠는가? 우리 대부분에게 달리 어떤 선택이 있겠는가? 괜찮은 것 말고는.
오, 윌리엄! p. 99, 엘리자베스 스트라우트 지음, 정연희 옮김
여기에서의 O.K, 괜찮다는 그런 일이 있었다는 것을 알게 된 것을 일컫는 것이다. 그러나 이 사실은 윌리엄이 지금껏 알고 있던 것, 겪었던 것의 의미를 모두 달라지게 만드는 사실이므로 받아들인다, 이해한다라는 상태가 되기까지는 노력, 그려ㅂ고 시간이 필요하다.
남성과 아이들의 안락함과 행복이 최우선으로 여겨져 온 ‘가족의 집’이라는 동화 같은 환상의 벽지를 벗겨내면, 그 이면에는 감사받지도, 사랑받지도 못한 채 방치되고 지쳐버린 한 여성이 드러난다. 모두가 즐기고 원활하게 기능하는 가정을 꾸리는 데는 기술과 시간, 헌신, 그리고 공감 능력이 필요하다. 무엇보다 다른 모든 사람의 행복을 책임지는 건축가가 되는 것은 엄청난 관대함의 표현이다. 이 임무는 여전히 대부분 여성의 몫으로 여겨진다. 그 결과, 이 거대한 노력을 폄하하는 온갖 말들이 난무한다. 아내이자 어머니가 사회에 의해 그 역할을 주입받았다면, 그녀는 모든 사람의 아내이자 어머니 역할을 하고 있는 셈이다. 그녀는 구시대 가부장제가 핵가족을 위해 설계한 이야기를 구축했으며, 물론 그 위에 자신만의 현대적인 요소를 몇 가지 더했다. 자신의 가정에서 편안함을 느끼지 못하는 것은 사회와 그 안의 여성들의 불만이라는 더 큰 이야기의 시작이다. 희망과 자부심, 행복, 양가감정, 분노를 담아 연기해 온 그 사회적 이기에 너무 짓눌리지 않는다면, 그녀는 그 이야기를 바꿀 것이다.
오, 윌리엄! pp. 20~21 <살림 비용> 데보라 리비 , 엘리자베스 스트라우트 지음, 정연희 옮김
위 문장은 <오 윌리엄>의 내용이 아니다. 루시가 다시 윌리엄을 가깝게 느끼는 장면을 보면서 이해하기 좀 어려웠다. 윌리엄을 더 잘 이해할수 있는 시어머니 캐서린의 비밀을 알게 되지만 과연 윌리엄과 가까워지는 것이 방법일까? 자신을 더 이해해줄 사람을 찾아야지, 왜 어머니 포함 평생 여성들의 보살핌을 받은 윌리엄을 루시가 또 이해해줘야 하는가? <바닷가의 루시>에서는 같은 공간에서 지내게 되고 마침내 <이야기를 들려줘요>에서는 법적으로 다시 부부가 되는 것까지 생각하면 좀 과하다고 생각이 든다. 그 윌리엄과 다시 합칠필요까지는 없지. 그래서 50대에 이혼한 여자중에 이혼을 계기로 새로운 삶을 선택한 사람이 있는지를 찾아보았다. ㅇ그러자 영국 작가인 데보라 리비가 나왔고, <살림 비용>이라는 책이 검색되었다. 이 책의 세번째 글이 이혼하면서 살던 집을 해체하던 때의 감상을 담은게 것인데 읽으면서 속이 시원해졌다. 그러니까 가정은 여성이 엄마와 아내노릇이라는 노동으로 투입해서 돌리고 있는 장치라는 것이다. 그런데 이 노동은 보이지 않게 되어 있어서 없어져서야 없어졌는지 깨닫게 되는데 그걸 거두고 나면 그동안의 노동에 감사하다는 말을 듣기 보다는 갑자기 이러는게 어디있냐는 원망을 듣게 된다. 감사함도 주어지지 않고 원망만 주어지는 그 노동에 대한 애씀을 일부 거두어 그 자신에게 투입한다면 그 열매가 달 것이다.그래서 저자나 역자도 일상에서 수도가 터진다던가 하는 어려움을 겪어도 주부였을 때 겪었던 것과는 다르다고 말한다. 그러니 그 안에 있을 때도 혼자서 너무 애쓰지는 말아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런데 만일 수틀리는 일이 생겨서 그 판이 어그러지면, 차라리 그 김에 그 판을 작파하는 게 더 낫다고 생각한다. 생활의 어려움도 노비로 겪는 것과 주인으로 겪는 것이 맛이 다른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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