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맹 속의 섹스 - Sex Among Allies

D-29
일본 위안부에 대해서는 언론에서 많이 다루어왔지만 정작 우리나라 정부가 자국의 여성들을 기지촌 미군들의 위안부로 만든 것, 그리고 이를 통한 동맹의 정치학에 대한 저서는 거의 없다. 재미교포인 캐서린 H.S. 문은 기지촌 여성들을 단지 피해자로서가 아닌 역사의 주인공들로 생생히 담고 인권 유린과 외교 정책 사이의 뗄 수 없는 밀접한 관계를 재인식하게 한다.
이러한 재인식은 국수주의를 조장하는 경향도 보였습니다. 자신에 대한 평가나 비판에 앞서 무조건 외부, 즉 외국인이나 외국으로 책임을 전가시키는 경향이 있습니다. 이 책을 통하여 내가 절실히 바라는 것은 책임 전가에 앞서 자신에 대한 평가와 비판이 요구된다는 것입니다. 한국인과 미국인 모두가 기지촌 문제와 한미 군사 외교 정책 등에 관해 담대하고 솔직하게 그리고 정당하게 다루어 나아가야 합니다.
동맹 속의 섹스 10, 캐서린 H.S. 문 지음, 이정주 옮김
왜 이 여성들이 한국인의 의식 밖으로 추방되었는가에 대해서는 이야기되지 않은 또 다른 이유가 있다고 생각한다. 한국인은 그들 주변에 잠재해 있는 전쟁 그리고 새로 발견된 부와 국제 권력에 내재한 불안이 상기되는 것을 원하지 않는다. 기지촌 여성들은 파괴·가난·전쟁의 살육·전쟁으로 인한 가족과의 분리를 보여주는 살아 있는 상징이다. 그들은 남북한의 지리적·정치적 분단과 남한 군대의 불안, 그리고 미국에 대한 끊임없는 종속의 살아 있는 증언들이다. 수만 명의 한국 여성들에 대한 '양키 외국인'의 성적 지배는, 사회적으로는 불명예이지만 국가 안보라는 목적 아래 미군을 한국에 계속 주둔시키기 위해서 참아야만 한다고 믿는 '필요악'이다. 그러한 굴욕감은 '형'으로부터의 보호를 위한 동맹 속에서 '아우'가 지불한 대가이다.
동맹 속의 섹스 29, 캐서린 H.S. 문 지음, 이정주 옮김
이 주제에 관해 학문적 관심이 부족한 까닭은 이 문제를 경시하는 한국 사회 활동가들 자신의 탓이기도 하다. ...... 기지촌 매매춘이라는 문제는 그들의 마음에 한 번도 문제로 받아들여지지 않았던 것이다. 그녀는 자신과 동료들이 기지촌 매춘 여성들을 한 번도 착취나 억압의 틀로 보지 않았으며, 심지어 대개의 활동가들이 이 여성들을 자신들과 '너무 다르다'고 여긴다고 고백했다.
동맹 속의 섹스 30, 캐서린 H.S. 문 지음, 이정주 옮김
반공주의와 국가 안보의 수사학은 정보의 경제 정책과 외교 정책에 대한 사회의 지원을 결집시키는 데 일상적으로 이용되었을 뿐만 아니라 미군 주둔의 필요성과 한·미 동맹이라는 정치적 문제에 대한 정치적 이견·저항·대안적 해석을 위한 연구를 탄압하는 데 이용되었다. 국가 안보의 공백 아래 기지촌 매춘 여성들의 일과 삶은 남한 사회가 성장·번영할 수 있도록 보호해 주는 미군들의 일과 삶에 불가피하게 끌어들여졌다. 어떤 의미에서 기지촌 매춘 여성들의 처지를 조사하고 미국 기지촌 생활에서 그들의 역할에 문제를 제기하는 것은 양국 관계의 기본과 미군의 필요성 및 역할에 관해 문제를 제기하는 것이 될 것이다.
동맹 속의 섹스 31, 캐서린 H.S. 문 지음, 이정주 옮김
이 책이 도전하는 바는 인로(Enloe) 자신이 페미니스트들은 잘 알지 못한다고 인정했던 부분, 즉 "주둔 마을의 영향력 있는 민간인과 지역 군사령관간에 어떻게 거래가 형성되었는지"를 결정하는 국가간 맥락을 분석하는 것이다.
동맹 속의 섹스 33, 캐서린 H.S. 문 지음, 이정주 옮김
이 기지촌 매매춘이 다른 곳과 구분되는 것은 한국전쟁 이후 남한이 미국에 보여 왔던 고도의 군사적 종속 - 부대, 무기, 협약 그리고 군사 원조 물량의 측면에서-이다. 그러한 종속의 직접적인 원인은 여전히 남쪽과 전쟁 상태라고 말할 수 있는 북한의 공산주의 체제이다. ......... 남한은 1950년대부터 1970년대 후반까지 정치·경제·사회 생활의 거의 모든 측변을 안보 이해가 결정 지었던 국가의 일례로서, 국가의 군사 안보 목적 추구를 위해 어느 정도까지 인적·사회적 비용을 정당화할 수 있는지 질문을 던지게 한다.
동맹 속의 섹스 37-38, 캐서린 H.S. 문 지음, 이정주 옮김
아메리칸 타운이 다른 기지촌과 구별되는 것은 물리적 격리- 그곳은 완전히 담으로 박혀 있고, 경호병이 출입구를 지키고 있다 - 와 그것의 '결합된' 지위 때문이다. 아메리칸 타운은 단순히 어떤 장소가 아니다. 그곳은 거기에 살며 일하는 모든 사람과 사업을 관리하는 회장과 이사회를 가진 자치 단체이자 일종의 주식회사이다.
동맹 속의 섹스 40, 캐서린 H.S. 문 지음, 이정주 옮김
1장. 매매춘의 파트너들
클럽에서 일하기 위해서는 반드시 지역 경찰서에 가서 자신의 이름과 주소, 그리고 앞으로 일하게 될 클럽 이름을 등록해야 한다. 또한 지역 성병 진료소에 가서 산부인과 검사와 혈액 검사를 받은 후 보건증을 받아야 한다. ..... 한국 보건사회부는 1960년대 초·중반 이후 이러한 규제들의 공식화와 시행을 감독해 왔다.
동맹 속의 섹스 41, 캐서린 H.S. 문 지음, 이정주 옮김
'채무 속박 체계'는 착취의 가장 두드러진 방식이다. 여성의 빚은 치료를 받으려고, 가족에게 돈을 보내려고, 급한 일을 막으려고, 경찰과 성병 진료소 직원에게 뇌물로 주려고 업주에게 돈을 빌릴 때마다 계속 늘어난다.
동맹 속의 섹스 45, 캐서린 H.S. 문 지음, 이정주 옮김
기지촌 매매춘에 들어오는 거의 대다수의 여성들은 이미 심각한 박탈과 학대-빈곤, 강간, 연인이나 남편에 의한 반복적인 구타-를 경험한 사람들이다. 전쟁시 기지를 따라다녔던 이들은 자기 몸을 팔아서 살았고, 그 수입으로 가족을 먹여 살렸다. ...... 이 여성들 대다수는 1960년대 이농 흐름을 타고 농촌을 떠나온 사람들이다. 그들은 도시에서는 '성공할' 기회가 반반이라고 믿고 일자리를 찾아 고향을 떠났다. 그러나 일자리, 특히 자신과 시골에 있는 가족을 부양할 만큼 충분한 보수를 받는 일을 구하기란 쉽지 않았다. ...... 여성들이 경공업에 종사하며 남한의 경제 기적의 근간으로 기여했다고는 하지만, 모든 여성이 일자리를 얻는 행운을 가진 건 아니었다. 초등학교 이상의 교육이라곤 받지 못한, 아이 딸린 중년의 이혼녀였던 '현자'는 최후의 수단으로 미군 매춘 여성이 되었다. 공장 일은 대개 젊은 여성들에게만 주어져서 얻기가 힘들었기 때문이다.
동맹 속의 섹스 46-47, 캐서린 H.S. 문 지음, 이정주 옮김
현실적으로 자치회가 결코 자율적이었던 적은 없다. 지역 경찰과 정부 당국자들이 자치회 대표를 선정하여 여성들의 활동을 감시하게 했으며, 각 경찰서는 자치회의 연락을 담당하는 사람을 두었다. 다른 여성들에 비해 영어를 좀 잘하거나 영향력이나 리더십이 있는 매춘 여성이 보통 회장으로 선출된다. 경찰이나 지방 정부의 입장에서 볼 때 자치회의 목적은 성병 구제와 '사업 수행' 등의 문제에서 여성들이 서로를 감시하도록 하는 것이다. ....또한 자치회들은 1970년대 초반 이후 거리 여자들(등록되지 않은 여성들)을 몰아내는 역할을 맡기도 했다.
동맹 속의 섹스 50, 캐서린 H.S. 문 지음, 이정주 옮김
그들은 심리적으로 '정상적 세계에 적응하기도 어렵고 낮은 임금으로 살아가기도 어려워 대부분 기지촌으로 되돌아온다.
동맹 속의 섹스 52, 캐서린 H.S. 문 지음, 이정주 옮김
대부분의 여성은 자신이 벌어들인 소득으로 가족을 부양한다. 부모의 치료비나 남자 형제의 교육비 마련을 위해 돈을 벌려는 것이 그들에게 공통된 동기이다. ....... 박양은 기지촌 클럽에 들어가기 전에 한국인에게 성을 팔았는데, 남자 형제들의 미래를 위해 미국인에게 성을 팔기로 선택한 경우이다. 만약 내가 한국 남자와 이 일을 한다면, 언젠가 내 남자 형제들의 앞길을 막게 될지도 모르잖아. ...... 여기는 좁은 세상이야. 나는 내 남자 형제들의 삶을 그런 식으로 망치고 싶지 않아. 내가 남자와 섹스를 해서 돈을 벌고자 한다면, 차라리 미국인과 하는 게 낫다고 생각해. 매춘 여성들은 미군과 결혼할 때조차 고향 가족을 잊지 않는다. .... 통계적으로 1명의 전직 매춘 여성을 따라 15명의 친척이 미국으로 간다고 보도하였다. ... 가족을 미국으로 초대할 수 없으면 그들을 부양하기 위해 한국에 돈을 보낸다.
동맹 속의 섹스 52, 캐서린 H.S. 문 지음, 이정주 옮김
한·미 관계에서 기지촌과 기지촌 매매춘의 영구적 정착은 한국전쟁과 미군 주둔으로 시작되었다. ...... 그러나 기지촌 매매춘이 무슨 전쟁의 영웅주의와 관련된 문제는 아니다. 그것은 오히려 한국전쟁에 관해 다룬 수많은 두꺼운 책들 속에 기록된 역사가 한결같이 이 문제를 소홀해 했기 때문일 것이다. 미 군대와 한국 정부와 국민 모두에게 그것은 자랑스러운 이야기가 아니다. ..... "섹슈얼리티를 삭제하고 그것을 '편집실 바닥'에 남겨둔 박물관 큐레이터-혹은 기자, 소설가 혹은 정치 평론가-는 청중에게 어떤 종류의 신화, 분노, 불평등이 전쟁과 군사화된 형태의 평화 유지에 연루되었는지를 곡해시키고 결국은 무기력한 설명만을 줄 뿐이다."
동맹 속의 섹스 53, 캐서린 H.S. 문 지음, 이정주 옮김
한국전쟁과 한미상호방위조약(1954년 11월 발효)은 기지촌의 휴식과 여흥 체계를 위한 원료를 제공해 준 것이었다. 전쟁은 빈곤, 사회적·정치적 혼란, 가족간의 이별, 수백만 명의 어린 고아와 과부를 양산하여, 가정이나 생계 수단이 없는 소녀들과 여성들을 '대량 생산된' 매춘 여성들로 만들었다.
동맹 속의 섹스 54, 캐서린 H.S. 문 지음, 이정주 옮김
신시아 인로는 "군 기지라는 소우주 안에서 군인 손님들은 남성성-그리고 그들이 재현하는 국가의 역량-을 기지 근처에 사는 여성들에 대한 성적 지배를 통해 보도록 배운다"고 말한다. 나는 한국에서 미군의 성적 능력에 대한 매춘 여성들의 인식이 미국의 정치적·경제적 역량에 대한 그들의 관점에 달려 있음을 깨달았다. 오늘날까지 여전히 기지촌에서 영업중인 매춘 여성들은 한국의 '경제적 기적'으로 생겨난 자신감과 오만감이 배인 말투로 이야기한다.
동맹 속의 섹스 57, 캐서린 H.S. 문 지음, 이정주 옮김
일부 기지촌 매춘 여성들이 말하는 미국, 특히 한국 내 미군 부대들에 대한 비판은 사회의 비판을 그대로 반영한다. 남한 사회는 "양키 고 홈" 소리가 들리지 않는 몇몇 지역 중 하나였는데 시간이 지나면서 점차 미국에 대한 비판적 시각이 퍼지고, 1980년 이후 학생 운동가들은 점차 반미주의자가 되어 갔다. ....... 기지촌 내 미군의 지배에 대한 이러한 감정과 저항은 필리핀과 오키나와에서도 마찬가지이다. ....... "미국에 대한 존경과 감탄의 감정은 미·일 동맹에 따른 공적 지원이 수년 사이에 점차 줄어드는 것과 미국에 대한 커져 가는 반감으로 대체되었다."
동맹 속의 섹스 58-59, 캐서린 H.S. 문 지음, 이정주 옮김
인종과 국적을 둘러싼 이데올로기들은 아시아에 있는 미 기지촌 지역사회에서, 특히 매춘 여성에게 영향을 미치는 사회적 불평등과 갈등에 기여했다. ..... 미국 사회 내 아시아인들에 대한 인종 차별은 아시아 여성에 대한 성차별과 뒤섞여 아시아에서 미국인들이 기지촌 매춘을 하도록 조장한다. ..... 더욱이 미국인 남성과 아시아 매춘 여성의 성 관계는 혼혈아라는 살아 있는 유산을 만들어 내었는데, 이 아이들은 어머니 사회와 아버지 사회 양쪽 모두에게 거부당하는 삶을 살아간다. .... 흑인 아메라시언 아이들은 한국 사회로부터 가장 소외되어 있다. 그래서 대부분의 어머니들은 교육 기회와 미래를 위해 자식들을 미국으로 보내고자 한다.
동맹 속의 섹스 62-64, 캐서린 H.S. 문 지음, 이정주 옮김
성적 접촉이라는 개별적 순간들은 미국인과 한국인에게 개인적 상처(trauma)와 도전일 뿐 아니라 대규모의 사회·경제적 변화들을 성별화시킨 것이기도 하다. 그러나 미 군대의 정책과 관행을 분석하지 않은 채 개인적 행위에서 매매춘의 결과들을 찾아낸다는 것은 숲은 보지 않고 나무만 보는 것과 같다.
동맹 속의 섹스 65, 캐서린 H.S. 문 지음, 이정주 옮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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