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절사회 읽고 있습니다.

D-29
4월에 나온 손절사회에 대해 혼자 읽으며 정리하려고 열었습니다. 기본은 혼자 읽기이지만, 들어오신 분들이 의견 주실 수 있도록 참여 열어두었습니다. 책 소개문구 중 일부를 붙여둡니다. 사회 구성원 대다수가 외로움을 호소하는 동시에 자발적으로 단절을 선택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손절사회》는 타인을 감정적 득실에 따라 평가하며, 손절이라는 행위를 통해 관계를 최적화하는 것이 우리의 새로운 문화적 과제가 되었다고 이야기하는 책이다. 손익계산이 되어버린 오늘날의 인간관계, 그 안에 담긴 각자도생의 논리를 심리학에서 대중문화에 이르는 전방위적 탐구를 통해 설명한다.
더 놀라운 사실은 가장 깊은 수준의 외로움을 호소하는 인구 집단이 바로 20-30대 청년들이라는 것이다. 외로움은 모든 인구 집단에 만연해 있지만, 젊은 세대는 특히 우려스러운 수준으로 외로움을 호소하고 있다. 통념적으로 외로움이나 고립 같은 문제를 얘기할 때 흔히 청년보다는 노인을 떠올린다는 것을 생각하면 놀라운 일이다.
손절사회 - 손익계산이 되어버린 인간관계, 연결 불가능성의 시대에 관한 탐구 이승연 지음
흔히 누구를 만날 시간도 에너지도 없다고들 한다. 우리는 일하기 위해 점점 더 많은 시간을 준비하고 점점 더 오래 불안정한 환경에서 노동한다. 이와 같은 시간의 재편은 우리가 관계를 위해 쓸 시간과 에너지가 없다고 느끼는 첫 번째 이유다.
손절사회 - 손익계산이 되어버린 인간관계, 연결 불가능성의 시대에 관한 탐구 이승연 지음
임금은 제자리걸음을 걷는데, 물가는 계속해서 오르기만 한다면 가장 먼저 줄어드는 것은 사교활동을 위한 비용일 수밖에 없다.
손절사회 - 손익계산이 되어버린 인간관계, 연결 불가능성의 시대에 관한 탐구 이승연 지음
인간관계에 관한 문화적 사고방식의 변화를 들여다볼 수 있는 현상 중 하나가 바로 손절이라는 용어의 유행이다.
인간과 관계에 대한 현대의 문화적 서사를 이해하는 데 있어 신자유주의는 하나의 문화적 세계관으로서 중요한 배경을 제공한다. 정치학자 웬디 브라운의 말을 빌리자면 "신자유주의는 존재의 모든 측면을 경제적인 관점에서 해석하는 독특한 통치 이성 형식"이다. 다시 말해, 신자유주의는 경제적 체제일 뿐만 아니라, 인간과 인간의 삶, 인간 사회의 모든 측면을 경제적 관점에서 이해하게 함으로써 사회적 연대와 공공의 책임을 해체하는 하나의 정치적 세계관이자 문화이기도 하다.
손절사회 - 손익계산이 되어버린 인간관계, 연결 불가능성의 시대에 관한 탐구 이승연 지음
자존감을 지키고 감정적 항상성을 유지하는 것이 문화적 이상, 심지어는 일종의 도덕이 된 사회에서, 우리는 외로움을 병리화하고 관계에 대해 한층 더 방어적이고 평가적인 태도를 견지한다. 건강하고 아름다운 인간관계를 약속하는 이 문화는 아이러니하게도 더 큰 외로움을 선사하는 한편, 타인에게 냉정하고 무관심한 태도, 관계와 감정에 대한 끊임없는 감시와 관리를 은연중에 체화하게 만들기도 한다. 신자유주의의 냉혹한 경쟁 원리와는 반대되는 것처럼 보이는, 치유와 행복을 추구하는 이 문화는 아이러니하게도 경쟁주의 문화만큼이나 우리를 냉정하고 외로운 성과기계로 빚어내는 데 있어 중요한 역할을 담당하게 되었다.
손절사회 - 손익계산이 되어버린 인간관계, 연결 불가능성의 시대에 관한 탐구 이승연 지음
현대문화의 흥미로운 특징 중 하나는 외상 후 스트레스장애(PTSD)와 '트라우마'라는 단어의 의미가 끊임없이 확장된다는 것이다
손절사회 - 손익계산이 되어버린 인간관계, 연결 불가능성의 시대에 관한 탐구 이승연 지음
그러나 다양한 고통을 갈수록 영구적인 흉터나 질병으로만 개념화하는 우리 문화에서는 갈등과 고통은 우리가 성찰하고 직면하고 관여할 수 있는 사건이 아니라 우리를 무력화하는 사건, 항상 피해야만 하는 사건이라는 가정이 점점 일반화되어가고 있다. 우리가 인간관계의 사소한 고통과 상처에도 점점 더 민감해져 가는 이유다.
손절사회 - 손익계산이 되어버린 인간관계, 연결 불가능성의 시대에 관한 탐구 이승연 지음
앞으로 계속해서 보겠지만 신자유주의와 치료요법 문화는 여러 층위에서 공명한다. 신자유주의가 원하는 이상적인 노동자상은 언제나 긍정적인 인간, 그래서 끊임없는 생산에 원활히 참여할 수 있는 인간이다. 이 체제에서 정신적인 고통이란 원활한 생산 활동의 장애물일 뿐이며, 고통을 통해 이루어질 수도 있는 성찰과 인간적 유대, 사회적 연대 같은 인간적인 성장은 전혀 중요하지 않다.
손절사회 - 손익계산이 되어버린 인간관계, 연결 불가능성의 시대에 관한 탐구 이승연 지음
이런 사례들은 자존감만을 중시하는 문화에 공존감을 위한 자리는 없다는 사실을 재확인하게 한다. 자신의 감정이 가장 중요하다고 믿는 이가 타인과 타인의 감정에 책임을 느끼기는 어렵다. 그리고 타인과 공동체에 아무런 감정적 책임도 지지 않는다면 내가 타인과 연결되어 함께 살아간다고 느끼기란 불가능하다.
손절사회 - 손익계산이 되어버린 인간관계, 연결 불가능성의 시대에 관한 탐구 이승연 지음
손절이라는 단어가 유행하는 현상의 바탕에는 당신의 의식적 평가를 통과한 사람들만이 이러한 투자를 받을 가치가 있다는 가정이 깔려 있는 셈이다. 왜 그들로 인해 스트레스를 받아야 하는가? 그런 데 감정을 소모하고 에너지를 투자하기에는 당신은 너무나 소중한 존재다. 당신 자신을 먼저 돌보라! 이때 인간관계는 대화적이고 맥락적이며 체화된 것, 함께 가꾸어나가는 것이 아니라 최소한의 에너지로써 최적화되어야 할 대상으로 개념화된다. 관계는 꼭 필요한 무언가가 아닌 단지 선택의 문제라고들 한다. 깊이 있고 풍성한 인간관계를 꾸리고 가꾸려면 어떻게 노력해야 하는지 알려주는 미디어는 흥미를 끌지 못하는데, 인간을 전자 기기의 성능처럼 쉽게 평가하도록 일련의 일반화된 기준을 제공하는 미디어들이 인기가 많은 것도 그런 이유일 것이다.
손절사회 - 손익계산이 되어버린 인간관계, 연결 불가능성의 시대에 관한 탐구 이승연 지음
이러한 현상과 관련해 일루즈는 "선택하지 않음의 선택"이 오늘날의 주체를 이루는 결정적 특성으로 자리잡았다고 주장한다. 하지만 깊이 있는 관계를 맺고 싶다는 바람은 인간의 본원적 욕망이다. 타인을 나의 자율성을 확인하는 도구로 여기면서도 정작 내가 내 '자유'로 무엇을 하고 싶은지를 알 수 없는 혼란과 두려움 속에서 사람들은 차라리 깊이 있는 관계를 맺고 싶다는 욕망으로부터 도피하기를 택한다고 일루즈는 지적한다.
손절사회 - 손익계산이 되어버린 인간관계, 연결 불가능성의 시대에 관한 탐구 이승연 지음
타인과 관계를 맺는다는 것은 체화된 공간 속에서 끊임없이 이어지는 하나의 대화를 나누는 것과도 같다. 그렇기에 관계를 단절하는 것 또한 하나의 표현이자 극단적 표현이라 할 수 있다. 그러나 현대인은 점점 더 자신의 표현으로 반향을 일으키게 될 타인의 마음이 중요하지 않은 것은 물론, 심지어 그 마음과 결국에는 공명할 자신의 마음조차도 중요하지 않은 것처럼 말하고 행동한다. "나와 내 자존감을 방어하고 스트레스와 상처를 받지 않는다"는 문화적 목표를 가장 쉽게 달성할 방법이란 결국 도피이기 때문이다.
손절사회 - 손익계산이 되어버린 인간관계, 연결 불가능성의 시대에 관한 탐구 이승연 지음
심리적 상태를 이해할 수 있는 모든 열쇠가 과거, 특히 유년기에 있다는 주장은 과학적으로 얼마나 신빙성이 있을까?사실 양육가설은 다양한 분야의 학자들에게 꾸준히 비판받아 왔다. 인간발달에 영향을 미치는 '환경'에는 부모 외에도 많은 것들이 포함되며, 건강한 인간이 되는 데 부모의 영향은 절대적이지 않다는 것이다.... 부모의 역할과 의무에 관한 생각은 문화와 가회에 따라 현격한 차이가 있고 가족의 크기와 형태, 보편적 양육법 또한 문화에 따라 다르다. 그럼에도 인간은 어디서나 비슷하게 건강하고 성숙한 성인으로 성장한다.
손절사회 - 손익계산이 되어버린 인간관계, 연결 불가능성의 시대에 관한 탐구 이승연 지음
그러나 사실 시장의 관점에서는 우리가 온전한 성인의 존엄과 안정적 자아 정체성을 획득하지 못하는 것처럼 좋은 일도 없다. 우리가 공허하고 불안정한 자아로 고통받는 동안, 시장은 그 공백을 채워주겠노라 약속하며 기회를 창출하기 때문이다. 무드 경제는 노력으로 해결할 수 없다는 절망과 노력하면 나아진다는 잔인한 희망 가운데에서 고통받는 우리의 상처를 위무하겠다고 약속하며 우리 곁에 다가온다. 그리고 그렇게 상품은 인간적 유대와 연대를 대신해 우리의 자아와 정체성을 새로 쓴다.
손절사회 - 손익계산이 되어버린 인간관계, 연결 불가능성의 시대에 관한 탐구 이승연 지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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