괴물, 용혜

D-29
희영이를 입양하기 전, 둘만 있던 시절로 돌아간 듯한 착각마저 불러일으키는 고요였다.
은옥이 자신의 고통을 나눌 수 있는 사람은 남편뿐이었다.
"근데, 애기가 안 보이네요."
저 관리인은 애가 없는 걸 벌써 알아챘다고. 눈빛 못 봤어? 우리는 애를 버린 부모가 됐다고.
아마 희영이 죽었을 거야.
"그다음에는? 걔랑 다시 살 자신 있어?"
그는 눈앞의 광경을 믿을 수 없었던 나머지 자신이 꿈을 꾸고 있다고 생각했다.
남자가 능력만 되면 여자를 가능하면 많이 거느리려고 한다. 여자도 같이 다가가고. 이건 사이비 교주하고 같다.
오히려 미소를 띠며 만족스러운 표정을 지어 보였다.
오른쪽 눈 위 핏줄이 찌릿하고 자꾸 아프다. 언젠가 뇌경색으로 쓰러져 혼자 골방에서 죽을 것 같다. 고독사.
떡볶이에 치즈 넣는 건 진짜 아니다. 늘어지는 치즈 모양도 그렇고 그래도 떡볶이는 고추장을 넣은 한국 음식이라 속이 느끼할 때 먹는 건데 거기에 궁합이 안 맞을 것 같은 느끼한 치즈라니, 이건 진정 아닌 것 같다. 마치 와인을 김치찌개와 먹는 것 같은 느낌이다.
글은 뭐든 자기에게 유리하게 쓴다. 다 현실을 살아내려는 시도이고 수작이다.
수사팀원들 대부분은 자살을 의심하고 있었다.
게다가 실종 하루 전에는 현금 인출기에서 50만 원을 인출한 기록도 있었다.
단순히 젊은 여자의 몸을 탐하는 음흉한 시선이 아니었다.
"됐어요. 그냥 커피나 한잔 사 주세요."
용혜는 이 열일곱 살 아이의 우울함이 가정 환경의 영향을 받았을 것이라 추측했다.
뭔가 설명과 대화가 밸런스가 안 맞는다. 대화는 우울한 것 같진 않다.
"그래. 가자."
이제 삿포로를 가고 싶다. 남들이 안 가는 한여름에 가고 싶다. 혼자 가고 싶다. 그리고 다음엔 도쿄를 가고 싶다. 한 일본만 다섯 번정도 여행을 하고 싶다. 뭔가 고향 같다는 생각이 든다. 사람들도 나와 맞는 것 같고. 피천득의 '인연'이 생각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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