괴물, 용혜

D-29
"너 아직 키스도 안 했지?"
"야. 일단 먹어라, 불만은 다 먹고 나서 얘기하는 거다."
여자 기숙사에 남직원이 들어오는 일은 거의 없기 때문에 다섯 명 모두는 내심 놀랐다.
다른 직원들도 은근히 그를 무시하고 있었다.
술도 자두 마시면 적응이 되고 더 느는 것 같다.
사람들이 먹기 위해 동물을 도축하는 건 합법이잖아.
나도 내 규칙에 따라 사는 거야.
자연사하는 게 인생의 목적이란다.
주체적으로 법륜 스님 같은 경우에 그에게 생활을 묻는다. 그가 세상을 살아 그런 건 아니지만 그에게 묻는다. 실은 본질을 알면 세상을 사는 게 그렇게 어려운 것도 아니다. 핵심과 본질 그대로 살면 된다. 아마도 머리로는 알면서도 그렇게 못 사는 경우도 있을 것이다. 그냥 남 말의 도움을 받아 사는 것이다. 주체적으로 살지 못하고 남의 말에 휩쓸려 사는 것이다. 점 보는 것도 다 그런 것이다. 자기 생각에 확신을 갖지 못하고 주류나 힘 있어 보이는 자에게 의지하는 꼴이다. 책을 많이 읽어 제대로 자기 생각을 가지고 사는 것이 그래서 좋은 것이다.
책 읽을 땐 술 입에도 대지 말자.
남자는 번식이고 여자는 생존이다.
석중은 용혜를 좋아하고 있었다.
다시 생각해도 주어진 것 여자는 사랑 타령을 하는데, 사랑 받기를 누구나 원하는데 그것도 다 생존 본능이라 그런 것이라면 실망할 수 있다. 자기 순수한 의지가 아니라 그저 그것도 본능에 불과한 것이라고 생각하면. 이미 자신이 가진 것을-원인이 뭐라고 해도-맘껏 실현하는 게 가장 잘 사는 법 같다. 내 글의 방향은 언제나 항상 여기로 향하고 있다. 이미 가진 걸 외면하고 엉뚱한 짓 하는 건 어리석은 것이고 진정 자신이 원하는 것도 아니다. 이미 주어진 것에 저항하느니 그걸 활용하는 게 가장 좋다고 본다.
서른다섯 살이 되어서도 자신의 마음을 제대로 들여다볼 줄을 몰랐다.
전에 가난한 게 자랑으로 여길 정도였는데 지금은 안 그렇다. 그리고 직장에서 남 휴가 쓰는 게 안 부러웠는데 지금 애들은 안 그런 것 같다. 뭔가 손해 본다고 생각하는 것 같다. 나는 안 그렇다. 돌아가며 쉬면 되는 것이다.
왜 누군가를 먼저 좋아하게 된 것에 자존심이 상한 걸까.
이성의 책을 접하자 나는 사회 주류에 반감 갖는 글을 쓰고 싶은 것 같다. 그리고 기존에 가진 걸 현실에서 잘 활용하자는 주의라 남녀 차이를 잘 관찰하고 그걸 알며 서로 이해하자는 주의도 있다. 남자 사이엔 잘 알기 때문에 남자가 쓴 책을 통해 별로 배우는 것도 없다. 모르던 것을 처음으로 아는, 그런 것은 없다. 그러나 여자가 쓴 책을 통해 모르던 것을 많이 알게 된다. 여자에게 신경 쓰이고 관심이 많은 것을, 남자는 별로 평소에 생각하지 않는 것도 많을 것이다. 스포츠나 게임처럼 남자는 지대한 관심을 갖는데 또 여자는 아닌 경우가 많다. 서로를 알고 싶으면 동성 책이 아닌 이성 책을 접하는 게 유리할 것이다. 뭐든 결국 유리하게 써먹는 게 어리석음에서 벗어나 현명한 길을 선택하는 방법이다. 물론 동성 책을 통해 자기가 생각하고 있는 것을 이 사람도 그렇다는 것을 확인할 수는 있지만, 아예 생각도 못한 것을 얻기는 이성의 책보단 덜하다.
술을 많이 먹어 간이 안 좋아져 쉽게 피로하구나.
이 출판사는 오자가 별로 없는데 오자를 발견했다. 희영이 사진을 찍어를 희영의 사진을 찍어로 바꿔야 할 것.
석중은 더 이상 재현의 계획에 동참하지 않고 도망갈 작정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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