괴물, 용혜

D-29
'나의 낯선 동행자'를 다 읽고 이제 다시 김진영의 '괴물, 용혜'를 읽어보자. 뭔가 글을 어렵게가 아닌 쉽게 잘 쓰는 것 같다. 이 소설도 한번 만나보자.
세월의 빠름만은 알 것 같다 자신의 젊은 시절보단 더 많이 알겠지만, 나이 들었다고 인생을 더 아는 것 같지도 않다. 인생을 여전히 모른다. 문학(文學)도 모른다. 그래 AI가 인간을 이길 수 없는 것 같지만, 하여간 나이 들었다고 인생을 더 많이 아는 것 같지도 않고 어리석음에서 벗어나 더 지혜로워지는 것도 아닌 것 같다. 우매하고 몽매(蒙昧)함에 더 빠질 수도 있다. 대개는 이미 자신이 가진 걸 놓지 못하기 때문이다. 그래 누군가는 유튜브에서 65세 넘으면 여러 사람에게 영향을 주는 곳에 앉아 있으면 안 된다고 했고, 자신도 그걸 지키며 산다고 했다. 나이가 들면서 오히려 유연하지 못하고 더 고집만 부릴 수 있다. 다른 걸 받아들이는 게 아니라 이젠 자기가 옳은 것만 옳다고 생각한다. 다른 걸 받아들이는 게 힘에 벅차고 가진 것도 제대로 다스리지 못하기 때문이다. 그것만 경험했고 봐왔고 느꼈기 때문이다. 그게 세상의 전부라고 착각한다. 수용할 생각도 없고 실제 그러지도 못하고 배우지 않고 다른 사람의 생각을 접하고 포용하지 못하면 그렇게 되고 만다. 전엔 그래도 농사일을 가르쳐 주고 해서 어른에 대한 대접이 융숭(隆崇)했는데, 가마솥에서 어른에겐 보리밥 쪽이 아닌 쌀밥만 주걱으로 퍼서 상에 올려 드렸다. 아랫목은, 지금 지하철 경로석처럼 비어 있어도 앉지 못했다. 아이들은 차가운 윗목에서만 놀았다. 어른에 대한 공경으로. 그렇지만 나이가 들면 상대적으로 세월이 더 빠르다는 것은 잘 알 것 같다. 다른 건 몰라도 이것만은 확실히 알 것 같다. 나이가 어느 정도 들기 전엔 실감하기 어렵다. 어느 순간, 자신이 팍 늙었음을 안다. 나이 들수록 시간이 더 빨리 지나간다. 새롭고 신기한 건 없고 이미 다 봤다고 생각해 그렇다. 실제로도 그렇고. 나이가 어릴수록 신기한 것 천지지만. 나이가 들면 그야말로 모든 게 주마간산(走馬看山)이다. 다 헛되고 허무함이 엄습해 온다. 시간이 빠르다는 건 확실히 알 것 같다. 이것만은 나이 들며 사무치게 배운다. 그런 중에도 배움을 놓지 않으면 생각이 깊고 넓어지면서 호기심이 동해 생각이 유연해지고 시간이 좀 늦춰지는 것 같고 머리가 좀 더 말랑해지는 것도 같다. 꽉 막힌 고집이 아닌 자기만의 독창성도 증가하는 것 같고. 배움엔 끝이 없다는 것도 나이에 따른 세월의 빠름처럼 삶에서 진실에 가까운 것 같다.
의례/으레 ‘으레’는 ‘거의 틀림없이 언제나’를 뜻하는 말이고, ‘의례(儀禮)’는 행사를 진행하는 법도와 양식을 뜻하는 말이다. 두 뜻이 전혀 달라 헷갈리지 않을 것 같지만, 막상 쓰려면 고민하게 된다. 그는 우리집을 방문할 때면 으레 꽃다발을 들고 왔다. 현대에 이르러 편의성을 중시하게 되면서 의례가 점점 간략화되고 있다.
간지르다/간질이다 ‘간질이다’는 간지럽게 한다는 뜻이다. 그래서 활용할 때에도 간질이+어, 니 등이 붙어 ‘간질이어’, ‘간질이니’로 써야 한다. ‘간지르다’라는 말은 잘못된 말로 없는 말이다. 향긋한 딸기 냄새가 코끝을 간질인다.
글과 영화 드라마 <모자무싸>를 집중해서 보다가 문득 머리를 스치는 게 있어 그걸 종이 위에 끼적여 본다. 글을 바탕으로 하는 영화는 대개 글이 더 뛰어난 경우가 많은 것 같다. 글이 더 낫다고 사람들도 대개는 말한다. 글을 먼저 읽은 사람들이 영화에 실망하는 것이다. 그 글을 쓴 사람이 영화감독도 하면 그 느낌을 더 잘 자기 영화에 투사(投射)할 수도 있겠으나 그건 또 다른 재능을 요(要)하는 문제라 쉽지 않다. 대개는 글쟁이가 자기 글이 영화화되면 상식선 멘트엔 만족스럽다고 하지만 아마도 70% 이상은 자기 마음에 안 들어 할 것이다. 속으론, “내 글과 느낌이 사뭇 다르고, 난 그런 얘기를 한 게 아니었어.”라고 중얼거릴 것이다. 이번에 한국인 최초 칸영화제 심사위원장으로 위촉(委囑)된, 박찬욱 감독마냥 글을 자기 영화 스타일로 다시 꾸며 거듭나는 사람도 있는데, 그런 사람은 글을 더 잘 성공시킬 수 있는 사람이다. 글을 쓴 사람도 영화를 보며 감탄할 수도 있는 것이다. “내 글로도 이런 이미지와 메시지를 전할 수 있다니!” 하며. 가장 좋은 경우는 영화감독이 책을 뒤적이다가 -이거 뭔가 되겠는데, 하고- 느낌이 팍 오는 작품을 우연히 발견하고 그걸 가지고 자기 영화를 만드는 경우다. 이런 경우는 성공하기 쉬운 것 같다. 작품성과 흥행성을 모두 거머쥘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각본(脚本)도 쓰고 감독도 해서, 마치 음악의 싱어송라이터처럼, 이렇게 성공하는 경우도 있다. 자기 글을 영화로 만들면서 마음대로 글도 바꾸고 영화도 바꾸는 것이다. 이런 사람은 둘에 모두, 어느 정도 재능이 있어야 할 것 같다. 이건 최대 자기만족인 경우인데, 그렇지만 흥행까진 아직 물음표다. 세상엔 둘 다 잘하는 경우는 극히 드물기 때문이다. 글이 뛰어나면 영화가 그에 미치지 못한다고 하고, 영화가 뛰어나 그걸 글로 표현하면 영화보다 못하다고 하는 것 같다. 글과 영화 ● 글과 영화가 다 뛰어나긴 쉽지 않다. ● 가장 좋은 예는, 좋은 글이 감독과 조우(遭遇)해 자기 식대로 다시 만드는 것이다. ● 각본과 감독을 모두 할 때, 이건 최대 자기만족에 이르지만 과연 흥행도 그럴까.
지금이 바로 복지부동할 때 좆되는 수가 있다. 제대 말년엔 떨어지는 낙엽도 조심하랬다고 직장 생활 얼마 안 남아 징계받아 퇴직금 깎이는 일 예방하려면 항상 몸을 사리는 게 상책이다. 어떤 새끼의 말도 들을 필요가 없다. 그들은 아직 많이 남았고 내 처지가 아니라서 엉뚱한 개소리만 지껄이는 것이다. 항상 안전이다. 둘째도 안전이다. 복지부동(伏地不動)만이 유일한 정답이다.
너무 늦은 나이에 결혼해 임신하기도 힘들다.
나는 어릴 때 소외양간에 들어가 거름과 쇠똥을 자주 치웠다.
이 책에 "감사합니다!" 외치며 여섯 번 감사의 절을 올렸다. 원래는 하루에 세 번씩 하는데 어제 안 한 것 같이 여섯 번 올린 것이다. 솔직히 요즘 세상에 책밖에 믿을 수 있는 게 없고 내가 좋아 감사해서 그러는 것이다.
한 장에 5,000원 하는 것을 다이소에서 2,000원에 팔아 너무 젛다. 얼굴 팩.
작은 부분 하나라도 계획에서 벗어나는 걸 원치 않았다.
책은 그냥 지금 제일 피부에 와 닿는 걸 읽어야 피가 되고 살이 되는 법이다. 이게 안 되면 읽을 필요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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