괴물, 용혜

D-29
남에게 내 개인 고민을 털어놓을 필요가 없다 소크라테스 같은 위대한 철학자에게 악처가 있다는 것은 좀 알려졌지만, 대개는 알려진 사람 중에 사생활까지 알려진 사람은 많지 않다. 그냥 겉으로 알려진 것만 가지고 판단한다. 그는 내부에 다른 깊은 고민과 열등감이 있을 수 있는데 우리는 그것으로 판단하지 않는다. 그의 사생활을 모르기 때문이다. 그의 큰 업적만 알고. 그는 심각하지만 우린 아니다. 그저 알려진 것만 갖고 판단할 뿐이다. 이러니 내가 그라면 알려진 내가 남에 대해 고민할 필요는 없다. 그는 내가 알려진 것을 나를 알기 때문이다. 알려질까, 내 약점이 알려질까, 고민할 필요가 없다. 사생활은 나를 잘 아는 사람과 공감의 대화를 하면 그뿐이다. 남은 그저 겉으로만 알려진 것을 갖고 나를 본다. 남은 다 그렇다.
그렇게 피곤했는데 그 피곤이 풀려 이제 입술이 트기 시작한다. 원래 좀 피곤했다.
천박한 만신들은 사회에서 출세하는 것을 중히 여긴다. 그게 엄청나게 중요한 줄 안다. 그러나 난 중의 기질을 타고나 그것으로 살아야 한다. 출세 같은 천박한 것에 얽매면 내 인생은 그야말로 그냥 끝이다.
잠을 많이 잤는데 좀 피곤한 것 같다. 술 때문에 간이 망가져 그런 것이다.
무심결에 하는 말이 진짜 작가가 하고 싶은 말일 수 있다 이 얘기를 하기 전에 먼저 다루고 싶은 게 있다. 나는 글을 제목만 봐도 그 내용을 알 수 있게 쓰려고 한다. 쓰다 보니 나는 그런 타입인 것이다. 그러니까 내 주제가 이미 제목에 드러나 있는 것이다. 그래서 제목이 대부분 좀 길다. 글엔 모순이 있을 수 있다. 원래 인간은 모순을 벗어날 수 없고 세상도 그렇다. 그 마음을 솔직히 전하는 것이라면 그래야 한다. 그러니 그저 이는 생각을 그대로 글로 풀어낼 일이다. 전체적으로 논리가 안 맞고 그래서 결국 무슨 말이냐, 하고 따져도 그냥 이는 감정과 내 생각를 글에 넣는 수밖에 없는 것이다. 글은 인간 현실을 반영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불합리(不合理)와 모순을 그대로 옮기는 게 어쩌면 진실한 이야기일 수 있는 것이다. 단정적인 말은 거짓을 꾸미는 것일 수도 있는 것이다. 작가가 말하고자 하는 것을 결론이나 논리에서 찾지 않고 중간이든 어디든 아무 곳에서 군데군데 내뱉는 말이 진짜 작가가 하고자 하는 말일 수 있다. 뭔가 작정하고 하는 말은 어쩌면 꾸밈일 수 있지만 이것저것 신경 안 쓰고 무심코 던지는 말, 글 아무 곳에서나 가볍게 내놓는 말이 어쩌면 작가가 진정으로, 무의식에서 진실을 설파(說破)하는 것일 수 있는 것이다. 그러니 “그래서 결론이 뭔데?”라고 묻지 말자.
자신이 타고나길 자유로운 영혼인데 그런데도 자신을 알지 못해 사회에 너무 깊이 개입하며 살면 잘 사는 게 아니다.
개성 사회가 개인의 개성을 존중하지 않으면 많은 사람이 정말 쓸데없는 짓을 하며 각자의 삶을 낭비하는 꼴이 될 수 있다. 사람은 다 다른데 획일화(劃一化)되어 극소수만 제외하고 다수가 그 한 가지로만 향해가 낭비가 이만저만이 아닐 것이다. 이러면 지금 중국이나 북한 같은 독재국의 국민과 다른 게 뭐가 있나.
균형과 견제만이 유일한 답 이 글에서 남자들은 다 어리석고 문제가 많고 여자들만 희생자였지만 그래도 제대로 간다는 것이다. 왜 이렇게 가르나. 여자 작가라 할 수 없다. 이래서 균형 있게 남자 작가도 같이 배출되어야 한다는 말이 나오는 것이다. 언제나 인간 사회는 균형과 견제만이 유일한 답이다. 절대 스스로 알아서 못 한다.
구조적 문제 요즘엔 K여자와 아무나 결혼 못 한다. 많이 갖춰야만 그게 가능하다. 그것 하나만 가지고도 성공한 한국 남자다. 진짜 불행한 한국 사회다. 이미 얻은 자가 열심히 해서 노력해 얻으라고 하지만 그건 소수에 불과하다. 사회 구조적인 문제다. 개인이 다룰 문제를 넘어섰다.
화장 안 하고 맨 얼굴로는 슈퍼도 못 간다. 안 그런 사람은 그냥 의식하지 않고 그냥 나간다. 그런 버릇이 붙은 사람은 화장을 해야 한다. 이건 남이 봐서 그런 것보다 우선 자신에 대한 자신감이 떨어져 그런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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