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민중항쟁 답사기 : 광주·전남 편

D-29
지나간 일, 자신의 이해관계와 직접 관련을 갖지 않는 역사 속의 사건에 대해 올바른 입장을 취하는 건 아주 쉬운 일입니다. […] 우리는 광주에서 끝까지 싸웠던 사람들을 훌륭하다고 말합니다. 그러나 내가 그 상황에 있다면 어떻게 했을까 가만히 생각해 보십시오. 얼마나 많은 고뇌가 있었을까요. 얼마나 외로웠을까요. 다시는 만날 수 없는 늙은 어머니, 처음으로 입을 맞춘 날의 두근거림이 그대로 남은 애인, 제 목숨보다 귀한 새끼와 영원히 만나지 못할 상황입니다. 일제시대의 독립군들처럼 죽고 나서 존경과 명예가 남는 것도 아니고 오로지 폭도요, 빨갱이로 남는 것입니다. 남은 가족이나 사랑하는 사람들이 자신 때문에 언제까지 어떤 고통을 겪을지도 알 수 없습니다. 과연 그런 상황에서 우리는 끝까지 총을 들 수 있을까요? 그런데 그들은 그렇게 했습니다. 그게 바로 광주의 정신입니다. 여러분들 매일 밤 인터넷에서 활동하지요? 지금 이 나라의 젊은 사람들 대부분이 하루 일과를 마치고 저녁 먹고 나서 인터넷 세상에 들어가 다들 사회평론가로 활동합니다. 바야흐로 온 국민이 사회평론가인 시절이지요. 그러나 마치 세상을 다 안다는 얼굴이지만 그 대부분은 개혁이라는 체제의 손바닥 안에서 놀고 있을 뿐입니다. 체제는 그들에게 "세상을 바꾸는 네티즌"이라고 부추기고 그들은 다시 "세상을 바꾸는 네티즌들"로서 활동합니다. 오로지 체제가 제공하는 이슈에 매일 밤 메뚜기 떼처럼 몰려다니며 좀더 근본적인 사회적 모순들을 은폐하는 데 동원되지요.
나는 왜 불온한가 - B급 좌파 김규항, 진보의 거처를 묻다 광주의 정신, 민주주의의 정신 | 2005.05.18...연세대 강연문, 김규항 지음
'네 사람이 있었다. 두 사람이 죽고 한 사람은 미쳤고 나머지 한 사람은 도망쳐서 살아남았다. 살아남은 한 사람이 나였다.' 5·18 항쟁이 끝난 2년 뒤 박효선이 형 김영철을 만나고 와서 쓴 일기다. 마지막 시민군으로 전남도청을 지켰다가 윤상원의 죽음을 지켜본 김영철은 정신병 증세가 점점 깊어졌다. 박효선은 자주 병문안을 갔다. 현실과 환상을 넘나드는 형의 말동무가 되는 일이 쉽지 않았다. 그래도 찾아가기를 멈추지 않았다. "형, 저 왔어요. 저 알아보시겠어요?" 김영철은 한참 만에야 박효선임을 깨닫고 해맑게 웃곤 했다. "박효선. 집에 가부렀어." 박효선의 입은 웃지만 마음은 찢어졌다. '집에 가버렸다'는 말은 그에게 '도망갔다'는 말로 들렸다.
한국 민중항쟁 답사기 : 광주·전남 편 - 나를 만든 현대사, 그날의 함성 속으로 들불야학 사람들, 이혜영 지음
박효선은 뛰어난 연극연출가이자 배우였다. 전남대에 다닐 때 연극 동아리를 이끌었고, 선배 윤상원과 연이 닿은 것도 그 동아리에서였다. 윤상원과 박효선은 끼가 넘치는 천상 광대였다. 박효선은 일찌감치 신명 나면서도 사회적 메시지가 강한 연극을 만들어냈다. 1978년, 함평 고구마 피해보상 투쟁에서 승리한 농민들을 위해 만든 마당극 '함평 고구마'도 그중 하나다. 함평 농민들이 포대를 고구마 모양으로 잘라 입고 무대에 올랐다. 농민들 자신이 고구마가 되어 목소리를 냈다. 임진택 명창은 훗날 "대단히 활기차고 힘이 솟는 마당극이었다. 기존 동·서양 어떠한 연극 형태도 모방하지 않은 진짜 토종 농촌 마당극이었다"라고 회고했다. 그런 후배 박효선을, 윤상원이 들불야학 특별강학으로 초청했다. 그는 들불 학강들의 신명을 북돋웠다. 오랜 공장 노동에 지친 학강들은 광천시민아파트 마당에서 박효선이 가르쳐주는 탈춤을 추며 고단한 몸을 달랬다. 이 해방의 마당에는 아파트 주민들도 함께했다. '함평 고구마'의 농민들도, 노동연극의 학강들도 연극을 준비하며 또 다른 자아를 발견했다. 박효선은 배우들이 자기 삶의 주체로 서게 돕는 조력자였다. […] 1980년 3월에는 '극단 광대'를 결성했다. 광주에 본격 연극판을 펼치려던 찰라, 광대 박효선은 5·18을 만났다.
한국 민중항쟁 답사기 : 광주·전남 편 - 나를 만든 현대사, 그날의 함성 속으로 들불야학 사람들, 이혜영 지음
박효선은 윤상원의 들불팀과 함께 YWCA 건물에 머물며 시민군 홍보부장으로 활동했다. 도청 광장의 시민궐기대회 무대 진행을 도맡았다. 그의 특기가 발휘됐다. 박효선은 마지막 항전을 앞둔 5월 26일 밤 집에 돌아왔다. 고통스러운 일기에서 지칭한 '죽은 두 사람'은 윤상원과 박용준이고 '미친 한 사람'은 김영철이었으며 '도망쳐서 살아남은 나머지 한 사람'은 자신이었다. 예기치 못한 격랑에 휘말린 개인은 누구나 어떤 선택을 하게 된다. 그날 밤 집에 갔든 도청에 남았든 집에서 아예 나오지 않았든, 누구도 그 선택을 평가할 수 없다. 스스로에 대한 평가는 가능할 것이다. 박효선은 자신을 용서하지 못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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향팔님의 문장 수집: "1980년 절대공동체를 만나는 도보길 추천 전남대 정문(대학생들) - 무등경기장(택시운전사들) - 광천동 성당+시민아파트(들불야학 『투사회보』 제작자들) - 양동시장(주먹밥 만든 상인들) - 광주공원(시민군들) - 적십자병원(의료진과 헌혈하는 사람들) - 황금동(헌혈하는 사람들) - 5·18민주광장(시민들의 바다) 2시간 반~3시간 소요. 총 8km 중 광주천변 산책로 구간이 3.5km. 특히 5월 17일에 걸어서 도청 앞 5·18민주광장에 도착하면 5·18 전야제에 참여할 수 있다. 광주 원도심 풍속 탐사 코스로도 좋다. 광천동시민아파트 일대는 재개발이 예정돼 있다."
광천시민아파트 광천동성당 옆에 있다. 1970년 7월 완공된 광주 최초의 아파트이자 빈민 연립주택이다. 광주시가 빈민 판자촌을 철거한 자리에 지었다. 주민들이 상환금을 제때 내지 못한다며 광주시가 건물 뼈대만 지은 상태로 분양한 탓에 입주자가 직접 마감공사를 했다. 입주 당시 전체 184가구(2019년 현재 24가구)의 75%가 빈곤가구였다. 층마다 하나씩 있는 공동세면장·세탁장·공동화장실을 이용했다. 광천동성당과 함께 들불야학 근거지로 보존 가치가 크지만 2015년 광주시 역대 최대 규모인 주택재개발사업지구에 포함됐다. 아파트 보존 방법을 수차례 모색했으나 결국 철거로 가닥이 잡히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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향팔님의 문장 수집: "광천시민아파트 광천동성당 옆에 있다. 1970년 7월 완공된 광주 최초의 아파트이자 빈민 연립주택이다. 광주시가 빈민 판자촌을 철거한 자리에 지었다. 주민들이 상환금을 제때 내지 못한다며 광주시가 건물 뼈대만 지은 상태로 분양한 탓에 입주자가 직접 마감공사를 했다. 입주 당시 전체 184가구(2019년 현재 24가구)의 75%가 빈곤가구였다. 층마다 하나씩 있는 공동세면장·세탁장·공동화장실을 이용했다. 광천동성당과 함께 들불야학 근거지로 보존 가치가 크지만 2015년 광주시 역대 최대 규모인 주택재개발사업지구에 포함됐다. 아파트 보존 방법을 수차례 모색했으나 결국 철거로 가닥이 잡히고 있다. "
김영철은 따뜻한 공동체를 꿈꿨다. 가난한 이들이 차별 없이 행복하게 어울려 살아가는 세상을 일구고 싶었다. 그는 광천시민아파트를 무대로 그 꿈을 실현해가던 주민운동가였다. […] 1977년 가을, 김영철과 김순자 부부는 광천시민아파트 A동으로 이사를 왔다. 결혼 2년차, 두 살배기 아들을 데리고. 김영철은 주민운동을 위해 신용협동조합에서 지도자 교육을 받고 YWCA전남협동개발단 간사가 되었다. 그가 파견된 광천시민아파트는 이름만 아파트지 빈민가였다. 여러 세대가 함께 쓰는 화장실은 심지어 재래식이었다. 수용소처럼 양쪽으로 쪽방이 줄지은 복도는 어둡고 언제나 악취로 찌들어 있었다. 시민아파트 주민 180여 세대의 75%가 생활보호대상자였다. 'A동 반장' 김영철의 헌신으로 광천시민아파트는 활기를 띠어갔다. 청년회를 꾸리고, 어린이 주말학교를 운영하고, 아침마다 아이들과 함께 아파트를 구석구석 청소하고, 동네 신용협동조합을 인수해 수익모델을 만들고, 아이들과 주민들이 통장을 개설해 미래를 설계하게 하고…. 주민들은 김영철을 무척 신뢰하고 좋아했다. 시민아파트의 든든한 주민대표였다. 김영철이 아파트 안에 야학을 만들 계획을 갖고 있을 무렵, 이웃한 광천동성당에 들불야학이 생겼다. 귀가 번쩍 뜨이는 희소식이었다. 김영철은 자연스럽게 들불의 식구가 됐다. 시민아파트와 들불이 합친 광천동 공동체는 더욱 훈훈해졌다.
한국 민중항쟁 답사기 : 광주·전남 편 - 나를 만든 현대사, 그날의 함성 속으로 들불야학 사람들, 이혜영 지음
향팔님의 문장 수집: "김영철은 따뜻한 공동체를 꿈꿨다. 가난한 이들이 차별 없이 행복하게 어울려 살아가는 세상을 일구고 싶었다. 그는 광천시민아파트를 무대로 그 꿈을 실현해가던 주민운동가였다. […] 1977년 가을, 김영철과 김순자 부부는 광천시민아파트 A동으로 이사를 왔다. 결혼 2년차, 두 살배기 아들을 데리고. 김영철은 주민운동을 위해 신용협동조합에서 지도자 교육을 받고 YWCA전남협동개발단 간사가 되었다. 그가 파견된 광천시민아파트는 이름만 아파트지 빈민가였다. 여러 세대가 함께 쓰는 화장실은 심지어 재래식이었다. 수용소처럼 양쪽으로 쪽방이 줄지은 복도는 어둡고 언제나 악취로 찌들어 있었다. 시민아파트 주민 180여 세대의 75%가 생활보호대상자였다. 'A동 반장' 김영철의 헌신으로 광천시민아파트는 활기를 띠어갔다. 청년회를 꾸리고, 어린이 주말학교를 운영하고, 아침마다 아이들과 함께 아파트를 구석구석 청소하고, 동네 신용협동조합을 인수해 수익모델을 만들고, 아이들과 주민들이 통장을 개설해 미래를 설계하게 하고…. 주민들은 김영철을 무척 신뢰하고 좋아했다. 시민아파트의 든든한 주민대표였다. 김영철이 아파트 안에 야학을 만들 계획을 갖고 있을 무렵, 이웃한 광천동성당에 들불야학이 생겼다. 귀가 번쩍 뜨이는 희소식이었다. 김영철은 자연스럽게 들불의 식구가 됐다. 시민아파트와 들불이 합친 광천동 공동체는 더욱 훈훈해졌다."
윤상원과 김영철과 박용준은 모두 5·18 항쟁지도부의 시민군이었다. 세 사람 모두 죽음을 각오하고 5월 27일 새벽의 광주를 지켰다. 김영철은 두 아우를 모두 잃었다. 윤상원은 도청 민원실 자신의 곁에서, 박용준은 도청 건너 YWCA 건물에서. 그는 살아서 숨 쉬는 것조차 견딜 수 없었다. 상무대 영창에서 죽음을 자청했지만 원한다고 와주지 않았다. 이후 18년 동안 그는 버티기 위해 환상의 시간을 창조해야 했다. 그 시간 속에서는 모두가 살아 있었다. 생전의 그는 "아니야, 상원이 살아 있어. 용준이 살아 있어. 저기 있어" 하는 말을 되풀이했다. 그 세계 속에서는 동생들과 함께 노래 부르고 장난치며 결코 저물지 않는 봄날 야유회를 즐기고 있기를. 파란 '추리닝' 차림의 영원한 오락반장으로 누비고 있기를. 현실의 시간은 예외 없이 가혹했다. 5·18을 진압한 신군부의 공안당국은 광천시민아파트를 불순분자들의 소굴로 낙인찍었다. 주민들도 살아가자니 당국에 협조해야 했고, 김영철 가족을 멀리해야 했다. 김영철·김순자 부부는 '간첩부부' 소리를 듣고 공동체운동의 꿈이 무너지는 소리를 들으며 광천시민아파트를 꿋꿋이 지켰다.
한국 민중항쟁 답사기 : 광주·전남 편 - 나를 만든 현대사, 그날의 함성 속으로 들불야학 사람들, 이혜영 지음
향팔님의 문장 수집: "사람들은 이제 5월 광주를 서서히 지워간다. 자상, 열상, 타박상, 골절, 총상, 그리고 자책감, 그리움 같은 광주의 '구체적 실감'이 사라진 사람들의 가슴속엔 민주, 열사, 항쟁, 성지, 기념식 같은 '역사적 추상' 만 남았다."
광주의 정신은 죽은 사람들과 함께 묻혔으며, 김대중의 집권과 자본화(흔히 '민주화'라 불리는)의 광풍은 광주의 모든 유산들을 체제내화했다. 광주의 흔적은 무공훈장을 가슴에 단 느물느물한 중년 남성들의 이전투구에서나 발견되며, 광주의 정신이 필요한 모든 현실적 저항에 오늘 광주는 결합하지 않는다. 지난 6월 광주의 보수화를 고뇌하다 쓸쓸히 돌아간 윤한봉 선생의 장례식 풍경은 오늘 광주의 처지를 극적으로 보여준다. 그를 비현실적이고 고집스런 사람으로 따돌리던 수많은 후배와 옛 동지들이 모두 출연한 기괴한 가면무도회는 말이다.
B급좌파 : 세 번째 이야기 한 50년쯤 후에 | 한겨레21 | 2007.9.10., 김규항 지음
B급좌파 : 세 번째 이야기<B급 좌파>, <나는 왜 불온한가>, <가장 왼쪽에서 가장 오른쪽까지>의 김규항의 신작. 부조리한 세상과 끊임없이 악전고투하는 좌파 지식인 김규항이 5년 만에 출간하는 그의 세 번째 칼럼집이다. 2005년 여름부터 2010년 봄까지 블로그 규항넷을 비롯해 「한겨레」,「프레시안」,「시사저널」,「보그」등에 기고해 온 글모음집이다.
향팔님의 문장 수집: "광주의 정신은 죽은 사람들과 함께 묻혔으며, 김대중의 집권과 자본화(흔히 '민주화'라 불리는)의 광풍은 광주의 모든 유산들을 체제내화했다. 광주의 흔적은 무공훈장을 가슴에 단 느물느물한 중년 남성들의 이전투구에서나 발견되며, 광주의 정신이 필요한 모든 현실적 저항에 오늘 광주는 결합하지 않는다. 지난 6월 광주의 보수화를 고뇌하다 쓸쓸히 돌아간 윤한봉 선생의 장례식 풍경은 오늘 광주의 처지를 극적으로 보여준다. 그를 비현실적이고 고집스런 사람으로 따돌리던 수많은 후배와 옛 동지들이 모두 출연한 기괴한 가면무도회는 말이다."
조국혁신당(대체 무슨 생각을 해야 스스로 이런 당명을 지을 수가 있을까. 제정신이 아니거나, 어마어마한 나르시시스트거나.)의 조국 같은 인간들이 광주 5.18 기념식에서 빤빤한 낯으로 팔뚝질을 해가며 ‘님을 위한 행진곡’을 열창하는 모습을 보면 속이 안 좋아진다. 한동훈이나 이진숙, 추경호 같은 인간이 당선되는 꼬라지보다, 조국이 당선되는(되지도 않겠지만) 꼬라지를 상상하는 일이 더 끔찍하니 이를 우짜면 좋지..
https://youtu.be/pD7e25QVde8?si=5_u2FGpuVkHs0g5J 한강 작가를 일깨운 박용준 열사의 일기 https://youtu.be/lUEI_4UTtg4?si=F6w7qCcybXsrhdke 광천동 시민아파트, 들불야학 옛터 속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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향팔님의 문장 수집: "들불은 3년 만에 문을 닫았다. 불이 꺼진 것은 시들해서가 아니라 너무도 뜨거웠기 때문이었다. 들불의 활동 기간은 1978년 7월부터 1981년 7월까지다. 그 사이를 5·18이 관통한다. 5·18을 전후로 7명의 강학이 세상을 떠났다. 들불야학 근거지는 혹독한 탄압에 시달렸다. 남은 강학과 학강들은 광주천변 제방에서 수업을 재개했지만 예전의 웃음소리는 사라졌다. 결국 들불은 1981년 7월 하순 4기 졸업식을 끝으로 문을 닫았다. '노동야학으로 전국에 번지자'는 소망을 담아 들불이라고 이름 지었다. 소망은 이루어지지 못했다. 그러나 들불은 한국민주화 역사에서 크기를 가늠할 수 없는 큰 불로 번졌다. 일찍 하늘의 별이 된 들불 강학들을 후대 사람들은 '들불 7열사'라고 부른다."
『못 다 이룬 공동체의 꿈 : 김영철 열사 유고모음』, 전용호, 5·18기념재단, 2015
스물두 살 박기순 - 1978년, 광주와 들불야학광주.전남지역 최초 노동자 야간학교인 '들불야학' 창립자이자 5.18민주화운동 기념식 제창 노래 '임을 위한 행진곡'의 주인공인 고 박기순 열사 평전이다. 저자는 박 열사의 삶의 궤적을 가족, 고교.대학 친구, 루사 회원, 학과동문, 들불야학 강학 등 80여명의 인터뷰를 통해 복원했다.
윤상원 일기 - 님을 위한 행진곡의 주인공, 시민군 대변인1980년 5월 27일 광주항쟁 당시 마지막까지 도청을 지켰던 윤상원의 일기다. 윤상원은 1960년부터 1979년까지 열권의 일기를 썼다. 1980년 5월 20일, 그는 밤새워 투사회보를 작성하였고 27일 새벽 4시까지 도청을 사수하였다.
윤상원 평전5.18 광주 민주화 항쟁 이후 1991년 <들불의 초상>이라는 이름으로 발간되었던 <윤상원 평전>을 복간한 책. 5.18 항쟁의 시작과 끝을 지키고 30년의 짧지만 굵은 생을 살았던 한 청년의 삶이 이 평전 속에서 다루어진다. 윤창원의 삶에서 가장 중요한 터전이었던 들불야학의 동지인 임낙평씨가 지은이로 참여했다.
윤상원 평전 - 1980년 5월, 광주를 지킨 최후의 시민군 대변인 윤상원의 삶과 죽음열사, 윤상원. 5.18 시민군 대변인으로 서른의 나이에 전남도청에서 계엄군의 총에 맞는 순간까지 앞의 이름과 싸운 사람. 광주시에서는 그 행적을 기려 생가를 사적지로 세우려 하고, 그의 민주화운동 한 걸음 한 걸음은 광주시 지정 ‘오월길’ 코스 안에 빠짐없이 담겼다.
5월의 불사조 박용준1980년 5·18 광주민주화운동 당시 들불야학을 이끌었던 박용준 열사의 평전. 고학으로 공부를 마치고 광주YWCA에서 근무하던 박용준은 1980년 5월 26일 계엄군이 쏜 총탄에 맞아 스물 다섯 짧은 생을 마감했다.
박관현 평전 - 새벽 기관차1980년 5월 민주화운동의 주역이었던 박관현 열사 30주기를 맞아 출간된 박관현 평전. 1980년 5월 민주항쟁을 주도적으로 이끌며 민주화의 들불이 된 박관현 열사의 짧은 삶을 되돌아봄으로써, 당시 우리의 사회현실이 어떠했는지를 살펴본다.
신영일 평전 - 광주의 불씨 하나가 6월 항쟁으로 타오르다걷는사람 역사의 한 조각 두 번째 작품. 신영일 열사의 생애를 재구성하는 『신영일 평전』. 1980년대 민족문학을 이끌어 왔으며 『문익환 평전』 『소태산 평전』 『김남주 평전』 등 역사적 소임을 가지고 다양한 작업을 펼쳐 온 작가 김형수가 이번에는 광주의 청년 지도자 신영일의 궤적을 기록한다.
녹두서점의 오월 - 80년 광주, 항쟁의 기억서점 가족의 눈으로 본 80년 오월에 대한 증언이자 살아남은 자들이 이어간 또 다른 항쟁에 대한 기록을 담은 책이다. 5·18항쟁을 언급할 때 항쟁 최후의 거점이었던 전남도청과 더불어 빼놓을 수 없는 공간이 있다. 바로 녹두서점이다.
향팔님의 대화: 『못 다 이룬 공동체의 꿈 : 김영철 열사 유고모음』, 전용호, 5·18기념재단, 2015
[KBS 인물현대사] 영원한 오월광대, 박효선 https://youtu.be/dwXqndy1Z78?si=UOE555Z4BdV_Vvo8 [광주MBC] 다큐드라마 ‘시민군 윤상원’ 제1부 (극본·주연 박효선) https://youtu.be/x7oUtscR56w?si=qEHI-JD9nIqb7hPm
금희의 오월진보 연극 운동에 앞장섰던 박효선의 작품으로, 1988년 제1회 민족극 한마당에서 공연된 이후 지방에서 순회공연되었다.
박효선 전집 1 - 희곡-오월극오월을 불꽃처럼 노래한 오월광대 故 박효선의 희곡, 일기, 기고, 평론들을 모아 엮었다. 1권은 박효선의 오월 삼부작과 함께 세 편의 오월 시나리오를 담는다. 어느 역사가도 따라올 수 없는 통찰로 복잡한 사태를 간결하게 전달하고 있다.
박효선 전집 2 - 희곡-시대극오월을 불꽃처럼 노래한 오월광대 故 박효선의 희곡, 일기, 기고, 평론들을 모아 엮었다. 2권은 <함평 고구마>와 <부미방>, <딸들아 일어나라>와 같은 시대극을 담고 있다.
박효선 전집 3 - 일기.수기오월을 불꽃처럼 노래한 오월광대 故 박효선의 희곡, 일기, 기고, 평론들을 모아 엮었다. 3권은 박효선의 영혼이 깃든 일기와 수기를 담고 있다. 1981년 12월 28일에서 시작한 그의 일기는 쓰다 말다 다시 이어져 나가면서 1996년 7월 10일에서 그친다.
향팔님의 대화: https://youtu.be/pD7e25QVde8?si=5_u2FGpuVkHs0g5J 한강 작가를 일깨운 박용준 열사의 일기 https://youtu.be/lUEI_4UTtg4?si=F6w7qCcybXsrhdke 광천동 시민아파트, 들불야학 옛터 속으로
현재가 과거를 도울 수 있는가? 산 자가 죽은 자를 구할 수 있는가? 자료를 읽을수록 이 질문들은 불가능한 것으로 판명되는 듯했다. 인간성의 가장 어두운 부분들을 지속적으로 접하며, 오래 전에 금이 갔다고 생각했던 인간성에 대한 믿음이 마저 깨어지고 부서지는 경험을 했기 때문이다. 이 소설을 쓰는 일을 더이상 진척할 수 없겠다고 거의 체념했을 때 한 젊은 야학 교사의 일기를 읽었다. 1980년 오월 당시 광주에서 군인들이 잠시 물러간 뒤 열흘 동안 이루어졌던 시민자치의 절대공동체에 참여했으며, 군인들이 되돌아오기로 예고된 새벽까지 도청 옆 YWCA에 남아 있다 살해되었던, 수줍은 성격의 조용한 사람이었다는 박용준은 마지막 밤에 이렇게 썼다. “하느님, 왜 저에게는 양심이 있어 이렇게 저를 찌르고 아프게 하는 것입니까? 저는 살고 싶습니다.” 그 문장들을 읽은 순간, 이 소설이 어느 쪽으로 가야 하는지 벼락처럼 알게 되었다. 두 개의 질문을 이렇게 거꾸로 뒤집어야 한다는 것도 깨닫게 되었다. 과거가 현재를 도울 수 있는가? 죽은 자가 산 자를 구할 수 있는가?
빛과 실 - 2024 노벨문학상 수상 강연문 수록, 2024 노벨문학상 수상작가 한강 지음
빛과 실 - 2024 노벨문학상 수상 강연문 수록, 2024 노벨문학상 수상작가“역사적 트라우마를 정면으로 마주하고 인간 삶의 연약함을 드러내는 강렬하고 시적인 산문”이라는 선정 이유와 함께 2024년 노벨문학상을 수상한 작가 한강의 신작 『빛과 실』(2025)이 문학과지성사 산문 시리즈 <문지 에크리>의 아홉번째 책으로 출간되었다.
지사적 풍모를 갖추는 게 쉬운 일은 아니다. 그러나 지사만이 역사에 기여하는 건 아니다. 〈화려한 휴가〉는 역사에 기여했다. 언젠가는 들불야학의 전사들을 주인공으로 하는, 켄 로치의 〈보리밭을 흔드는 바람〉을 넘어서는 광주 영화가 만들어지길 소망한다. 들불야학의 전사들은 그런 영화를 만들기에 차고 넘치는 소재다. 꼭 만들어질 것이다. 민우가 신애에게 남긴 마지막 말처럼, "한 50년쯤 후에"라도 꼭.
B급좌파 : 세 번째 이야기 한 50년쯤 후에 | 한겨레21 | 2007.9.10., 김규항 지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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향팔님의 문장 수집: "지사적 풍모를 갖추는 게 쉬운 일은 아니다. 그러나 지사만이 역사에 기여하는 건 아니다. 〈화려한 휴가〉는 역사에 기여했다. 언젠가는 들불야학의 전사들을 주인공으로 하는, 켄 로치의 〈보리밭을 흔드는 바람〉을 넘어서는 광주 영화가 만들어지길 소망한다. 들불야학의 전사들은 그런 영화를 만들기에 차고 넘치는 소재다. 꼭 만들어질 것이다. 민우가 신애에게 남긴 마지막 말처럼, "한 50년쯤 후에"라도 꼭."
<부활의 노래>라는 영화가 있었다는 건 이번 이혜영 선생 책 덕분에 처음 알았다. (심지어 윤상원 역에 “신인배우 이경영”이라니!) 지금껏 본 5.18 영화들 중에 정말 좋다고 느낀 작품은 없었다. (꽃잎은 다시 보기도 싫다.) 김규항 선생 말대로, 화려한 휴가나 택시운전사 같은 영화가 그것보다 더 좋은 작품으로 가는 “다리”라고 믿고 싶다. <보리밭을 흔드는 바람> 정도까지는 아니어도 좋으니까.
부활의 노래광주항쟁을 전후해 ‘들불야학’을 주도했던 윤상원, 박관현, 윤상원과 영혼결혼식을 올린 박기순 등 실존인물 3인의 삶을 그린 장편 극영화. 사회정의 실현을 꿈꾸던 철기는 야학에 참여하면서 정치·사회적 모순과 민중의 현실에 대한 이해를 더해간다. 야학 선배 태일과 민숙, 노동자야학생 현실, 봉준 등과 공장 실태를 조사하던 그는 유신과 긴급조치의 부당성을 깨닫는다. 10.26 이후 총학생회장에 당선되어 대중집회를 주도하여 민주화를 향한 행보를 가져갈 무렵, 비상계엄확대에 따른 정치적 격변은 철기를 도피생활로 몰아넣는다.
화려한 휴가광주에 사는 택시기사 민우. 어릴 적 부모님을 여의고 끔찍이 아끼는 동생 진우와 단둘이 사는 그는 오직 진우 하나만을 바라보며 평범한 일상을 살고 있다. 진우와 같은 성당에 다니는 간호사 신애를 맘에 두고 사춘기 소년 같은 구애를 펼치는 그는 작은 일상조차 소중하다. 이렇게 소소한 삶을 즐기는 이들에게 어느 날 갑자기, 생각지도 못한 무시무시한 일이 벌어진다. 무고한 시민들이 총,칼로 무장한 시위대 진압군에게 폭행을 당하고 심지어 죽임을 당하기까지 한다. 눈 앞에서 억울하게 친구, 애인, 가족을 잃은 그들은 퇴역 장교 출신 흥수을 중심으로 시민군을 결성해 결말을 알 수 없는 열흘 간의 사투를 시작 하는데…
택시운전사택시운전사 만섭은 아내를 여의고 11살 딸을 키우며 어렵게 살림을 꾸리는 가장. 외국손님을 태우고 광주에 갔다 통금 전에 돌아오면 밀린 월세를 갚을 수 있는 거금 10만원을 준다는 말에 독일기자 피터를 태우고 영문도 모른 채 길을 나선다. 피터는 독일 공영방송 소속 기자로, 일본에서 ‘광주가 심상치 않다’는 말을 듣고 광주로 향한다. 어떻게든 택시비를 받아야 하는 만섭의 기지로 검문을 뚫고 겨우 들어선 광주. 위험하니 서울로 돌아가자는 만섭의 만류에도 피터는 대학생 재식과 황기사의 도움 속에 촬영을 시작하는데...
보리밭을 흔드는 바람1920년 아일랜드. 젊은 의사 데이미언은 런던의 병원에 일자리를 얻지만, 아일랜드인에 대한 영국 군대의 횡포를 목격하고 형 테디와 연인 시네이드 그리고 친구들과 함께 아일랜드의 독립운동에 뛰어든다. 그리고 마침내 영국과 평화조약을 맺게 된 아일랜드, 그러나 일부 지역 자치만 허용한다는 영국의 발표에 데이미언은 형 테디와 심한 대립 관계에 놓이게 되고 연인 시네이드와의 애정 관계마저 이상이 생기는데… 조국의 자유를 위해 형과 사랑하는 연인과의 위기를 맞게 된 데이미언의 엇갈린 운명과 선택이 시작되는데…
1. 몇년 전부터 오월마다 하고 있는 ‘광주’ 독서 덕분에, 올해는 오랜만에 김규항 선생의 글을 꺼내 읽었다. 책에 쌓인 먼지도 털고. 어릴 때는 거의 외우다시피 하던 김규항 선생의 글을, 왜 나는 더이상 읽지 않는 것일까? 2. 2010년 6월 지방선거, 나는 진보신당 서울시장 후보 노회찬에게 표를 던졌다. 유세현장에 놀러가 춤도 추고, 동네방네 소문도 냈다. 항상 그랬듯 그것 때문에 주변의 민주당 지지자들로부터 욕을 많이 먹었다. 노회찬 때문에 오세훈이 당선된 거라고. (반면, 2008년 총선에서 노회찬이 40%를 득표하고 ‘하바드 7막7장’한테 3%p 차이로 졌을 때 민주당 후보가 가져간 16%(!)의 사표를 욕하는 사람은 없었다.) 엊그제 지방선거 사전투표를 하러 가던 길, 동네 시장 좁은 골목에서 유세를 도는 정의당 권영국 후보와 마주쳤다. 투표를 마치고 집에 돌아와 16년 전 노회찬 후보가 책으로 만들어 냈던 새빨간 공약집을 꺼내 펼쳤다. (빨간색은 이제 심지어 국힘당의 것이 된지 오래다.) 페이지를 넘길수록 만감이 교차한다. 할 말이 너무 많아서 아무 할 말이 없다. 3. 오래 전, 사랑하던 사람과의 대화 중에 그가 내게 말했다. 나이를 먹으면 너도 변할 거라고, 장담하는데 앞으로 10년 안에 ‘빨갱이(?)짓’ 그만두게 될 거라고. 그의 예언(?)대로, 나는 이제 변한 걸까, 아닌 걸까?
노회찬의 약속 - 서울, 2010년 6월진보신당 서울시장 예비 후보 노회찬의 정책 공약집. 노회찬이 꿈꾸는 서울은 어떤 서울인지, 그러한 서울을 만들기 위한 노회찬의 약속이 무엇인지 묶어낸 책으로 서울시장에 도전하는 노회찬이라는 한 입후보자의 약속이자, 많은 사람들이 행복을 두려워하지 않았으면 하는 절박한 바람이고, 우리가 살고 있는 세상이 얼마나 즐겁게 바뀔 수 있는지를 보여주는 현실가능의 상상모음집이기도 하다.
향팔님의 문장 수집: "그런가 하면 엊그제 지나친 영등포 어느 대로변엔 "5.18 광주 순례단 모집, 한나라당 00 지구당"이라는 플래카드가 걸려 있다. 이런 걸 '개나 걸이나' 라고 했던가. 다큐멘터리 영화 <민들레>에는 유가협 어머니들이 한나라당 당사 화장실에서 "이놈들 화장실 좋은 것 좀 봐. 이놈들이 우리 자식 죽인 놈들인데…." 하고 독백하는 장면이 있다. 내 생각에 그 당을 그 독백만큼 정확하게 규정할 수 있는 말은 없다. 그 당에 아무리 젊은 피와 붉은 피(다른 말로, 빌어먹을 자식들과 벼락 맞을 자식들)가 수혈된다 해도 말이다."
민들레늦은 밤 농성장의 삼십촉 백열등 아래, 자식잃은 부모들이 옹기종기 모여 앉아 나름의 사연들을 펼쳐놓는다.
망월동 국립5·18민주묘지는 오월 영령들의 안식처다. 들불야학 청춘들이 있고, 비명에 쓰러진 시민군들이 있고, 저수지에서 물놀이하다 총 맞아 죽은 초등학생이 있고, 금남로에서 죽은 학생이 있고, 같은 반 친구의 죽음이 억울해 항쟁 마지막 날 도청을 지키다가 죽은 벗이 있고, 헌혈을 하고 나오다가 헬기 총격에 쓰러진 고등학생이 있고, 남편을 기다리다 총 맞아 죽은 만삭의 새댁이 있고, 버스를 타고 가다 난사하는 총에 맞고 암매장됐다가 뒤늦게 신원이 확인돼 원통함을 푼 청년이 있고, 칼에 맞아 평생 후유증에 시달리다 얼마 전 영면에 들어간 '신입' 영령이 있고…. 묘비 뒤편에 새겨진 내용들을 읽다가 숨을 자주 고쳐 쉰다. 망월동에서 마음의 평정을 유지하기는 쉽지 않다.
한국 민중항쟁 답사기 : 광주·전남 편 - 나를 만든 현대사, 그날의 함성 속으로 오월시민의 탄생, 이혜영 지음
어디 살던 누구였는지를 밝히지 못한 '무명열사'들의 묘도 있다. 넝마주이, 고아, 날품팔이 노동자 등 당시 거처가 분명치 않은 희생자도 다수였다. 이름을 불러줄 가족이나 벗을 갖지 못한 혹은 찾지 못한 열사들이다. 이름도 사진도 없으니 '무명열사' 네 글자만으로 그 삶을 상상하기가 쉽지 않다.
한국 민중항쟁 답사기 : 광주·전남 편 - 나를 만든 현대사, 그날의 함성 속으로 오월시민의 탄생, 이혜영 지음
열 개의 묘역 중 마지막 10묘역에는 봉분이 없다. 평평한 잔디밭에 비석들뿐이다. 5·18 때 죽었다는 사실이 확인됐지만 시신을 아직도 찾지 못한 희생자들을 추모하는 '행방불명자 묘역'이다.
한국 민중항쟁 답사기 : 광주·전남 편 - 나를 만든 현대사, 그날의 함성 속으로 오월시민의 탄생, 이혜영 지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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