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민중항쟁 답사기 : 광주·전남 편

D-29
1991년 4월 26일 서울 집회에서 명지대 2학년생 강경대가 경찰의 몽둥이에 맞아 사망했다. 사흘 후, 광주 전남대 도서관 앞 잔디밭에서 2학년생 박승희가 자기 몸을 불살라 중태에 빠졌다. 강경대의 죽음에 분노하며 친구들에게 다 함께 일어나 이 살인정권과 싸우자고 유서를 남겼다. 광주사회 전체가 충격을 받았다. 죽음의 무게란 참으로 무거운 것이지만 5·18 이후 광주에서는 특히 그랬다. 너무 많은 죽음을 보고 겪은 시민들의 상처는 말로 표현할 수 없었다. 그런데 광주의 학생이 분신을 했다. 서울과 광주를 잇는 두 젊은이의 비보에 광주는 마침내 폭발했다. 1991년 5월 19일 강경대 열사가 광주로 오는 길에서였다.
한국 민중항쟁 답사기 : 광주·전남 편 - 나를 만든 현대사, 그날의 함성 속으로 오월시민의 탄생, 이혜영 지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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향팔님의 문장 수집: "1991년 4월 26일 서울 집회에서 명지대 2학년생 강경대가 경찰의 몽둥이에 맞아 사망했다. 사흘 후, 광주 전남대 도서관 앞 잔디밭에서 2학년생 박승희가 자기 몸을 불살라 중태에 빠졌다. 강경대의 죽음에 분노하며 친구들에게 다 함께 일어나 이 살인정권과 싸우자고 유서를 남겼다. 광주사회 전체가 충격을 받았다. 죽음의 무게란 참으로 무거운 것이지만 5·18 이후 광주에서는 특히 그랬다. 너무 많은 죽음을 보고 겪은 시민들의 상처는 말로 표현할 수 없었다. 그런데 광주의 학생이 분신을 했다. 서울과 광주를 잇는 두 젊은이의 비보에 광주는 마침내 폭발했다. 1991년 5월 19일 강경대 열사가 광주로 오는 길에서였다."
5·18 11주기 추모제를 마친 광주 대학생들과 시민들은 5월 19일 오전 금남로에 모여들었다. 강경대 열사를 맞이하기 위해서였다. 아무리 기다려도 운구차는 오지 않았다. 정작 장례행렬은 밤새 고속도로를 달려와 놓고도 광주 입구에서 멈춰 있었다. 경찰이 막았다. 5·18 추모기간인 데다 두 학생의 비보까지, 긴장된 시국이었다. 경찰은 시민들이 결집할 것을 우려해 운구행렬이 광주시내로 들어가지 말고 도시 외곽의 망월동으로 곧바로 가기를 요구했다. 소식을 들은 대학생들이 대거 운암동으로 달려갔다. 운구차가 멈춰 있는 곳은 운암동 호남고속도로 서광주 나들목이었다. 대규모의 전투경찰병력이 나들목을 봉쇄한 상태였다. 그때부터 길목을 트려는 학생들과, 막으려는 경찰들이 하염없이 대치하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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향팔님의 문장 수집: "5·18 11주기 추모제를 마친 광주 대학생들과 시민들은 5월 19일 오전 금남로에 모여들었다. 강경대 열사를 맞이하기 위해서였다. 아무리 기다려도 운구차는 오지 않았다. 정작 장례행렬은 밤새 고속도로를 달려와 놓고도 광주 입구에서 멈춰 있었다. 경찰이 막았다. 5·18 추모기간인 데다 두 학생의 비보까지, 긴장된 시국이었다. 경찰은 시민들이 결집할 것을 우려해 운구행렬이 광주시내로 들어가지 말고 도시 외곽의 망월동으로 곧바로 가기를 요구했다. 소식을 들은 대학생들이 대거 운암동으로 달려갔다. 운구차가 멈춰 있는 곳은 운암동 호남고속도로 서광주 나들목이었다. 대규모의 전투경찰병력이 나들목을 봉쇄한 상태였다. 그때부터 길목을 트려는 학생들과, 막으려는 경찰들이 하염없이 대치하기 시작했다."
나들목에서는 더욱 놀라운 장면이 벌어졌다. 경찰 측이 연달아 터뜨린 최루탄 때문에 사방이 매캐한 연기로 자욱했다. 서서히 연기가 걷혔다. 경찰들은 두 눈을 의심했다. 장례차량이 감쪽같이 사라졌다. 막힌 도로에서 버스가 하늘로 날아갔나 땅으로 꺼졌나, 도저히 믿을 수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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젊은이들은 서광주 나들목의 버스 구출 사건을 운암전투 혹은 운암대첩이라고 불렀다. 운암전투는 흥미로운 사건 이상의 여운을 남겼다. 말로만 들었던 '1980년 광주공동체'의 전설을 1991년의 청년들이 몸으로 체험한 것이다. 경찰과 대치하던 학생들은 수많은 시민의 도움을 받았다. 운암동 가는 학생들을 태운 택시기사는 택시비를 받지 않았다. 근처 주공아파트 주민들은 주먹밥을 지어 날랐다. 단무지, 참기름, 깨를 섞고 김으로 감싼 고소한 그 밥은 1980년 5월 광주공동체의 재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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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대열을 지어 앉아 있는데, 뭐가 날아와서 뒤통수를 툭 쳐요. 돌아보면 초코파이랑 빵이 떨어져 있어요. 시민들이 쓱 지나가 버리니까 고맙단 말도 못하고, 그냥 눈물이 났죠. (이승후. 조선대 90학번) - 싸움을 할 틈이 없었어요. 배달을 하느라고. 운암동 유명 빵집 사장님이 빵을 공짜로 많이 내줘서 시위현장에 나르느라 바빴거든요. (김대인. 전남대 88학번) 경찰의 최루탄에 학생들은 화염병으로 대응했다. 이 무기를 만들려면 기름이 필요했다. 대치하는 시간이 길어지니 기름도 떨어졌다. 학생들이 '화염병 만드는 기름이 필요합니다'라고 쓴 팻말을 들고 서 있으면, 지나던 택시와 자가용 운전자들이 내려서 펌프로 자기 차의 기름을 뽑아줬다. 학생들도 보답을 했다. 운암동 주공아파트 단지 안에서 대기할 때는 주민들을 위해 풍물패 공연도 했다. 공연을 잘 본 주민은 이웃들과 주먹밥을 만들러 갔다. - 아직도 그때 본 언니 오빠들의 풍물패 공연을 잊을 수가 없어요. 정말 기분 좋고 따뜻했거든요. (당시 운암주공아파트에 살던 초등 6년생)
한국 민중항쟁 답사기 : 광주·전남 편 - 나를 만든 현대사, 그날의 함성 속으로 오월시민의 탄생, 이혜영 지음
D-day 5월 18일. 민주인사들은 서울 명동성당에서 5·18항쟁 7주기 추모식을 열고 박종철 군 고문치사 사건의 진상을 폭로한다. […] 1980년 5월에 정부가 저지른 희대의 학살을 기억하는 자리에서 그 정부의 1987년 살인사건을 폭로해 국민들의 분노를 폭발시켰다. 싸움에는 전략이 필요하다. 영화 속 연희와 같은 보통사람들은 아무리 불의에 속이 뒤집어져도 대체로는 꾹 참고 살아간다. […] 그러다 인내의 한계치를 넘어서는 불의를 목격했을 때는 마침내 박차고 일어서게 된다.
한국 민중항쟁 답사기 : 광주·전남 편 - 나를 만든 현대사, 그날의 함성 속으로 6월항쟁, 이혜영 지음
현대 한국사를 크게 바꾼 민중운동으로 흔히 세 가지의 사건을 꼽는다. 1960년 4·19혁명 때는 지휘부가 없었다. 20년 후 5·18 때는 지휘부가 항쟁 중간에 생겨났다. 7년 후 6월항쟁 때는 지휘부를 미리 만들어 시위를 기획했다. 역사적 경험의 학습효과였다. 그 힘으로 한국 민주화 투쟁사에서 가장 조직적이고 치밀하고 대규모인 항쟁을 수행했다. […] 1987년 6월 우리나라는 방방곡곡이 뜨거웠다. 도시는 저마다의 6월을 기억하게 됐다. 각 지역마다 역사와 문화가 고유하기 때문에 같은 날의 승리라도 빛깔이 달랐다. 6월항쟁의 기록물이 주로 서울에 집중된 점은 그래서 아쉽다. 물론 서울은 국본 전국 지휘부의 근거지였고 정권과의 최전방 전투지였다. 국내외 언론의 이목이 집중되는 곳이니 싸움의 전시효과도 가장 컸다. 그래도 전국의 시위들이 없었다면 6월항쟁은 이어갈 수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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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수와 순천과 광양도 두렵지 않았을까. 광주가 5·18의 후유증을 겪고 있었다면 이 도시들은 '여순사건'의 상처를 안고 있었다. 인명피해는 말할 것도 없고 지역사회가 오래도록 상처와 차별로 고통을 받았다. 이후 사회적 이슈에 목소리를 내는 데 주저할 수밖에 없었다. 그런 여수와 순천과 광양도 6월항쟁 후반부 시위가 폭발했다. 1948년 이후 처음이었다. - 일부는 도로를 점거하고, 일부는 여전히 골목에 숨어서 지켜보는 사람도 있었고요. 시민들에겐 피해의식이 집단무의식처럼 있었으니까요. 저항은 곧 죽음이다, 라는 생각요. 그런 상태에서 사람들이 시위에 나선 것입니다. 아, 시대는 변할 수 있구나, 하는 생각을 했습니다. (여수 권동채) - 시위하다가 배가 고플 때쯤 제과점에서 빵이 막 쏟아졌어요. 뭉클하고 눈물이 났습니다. (순천 안세찬) 시위대 규모는 대도시 광주와 비교하기 어렵지만 '여수와 순천과 광양도 뒤집어졌다'는 사실만으로도 큰 사건이었다. '심지어 여순사건의 상처를 가진 도시들까지 일어섰으니 이번 싸움은 반드시 승리한다'는 확신과 자신감을 다른 지역에 안겨줬다. 도시마다 귀한 역할을 해낸 6월이었다.
한국 민중항쟁 답사기 : 광주·전남 편 - 나를 만든 현대사, 그날의 함성 속으로 6월항쟁, 이혜영 지음
광주 천주교계의 단식농성은 전국의 천주교, 개신교 등으로 퍼져나가 5월을 달궜다. 항쟁의 전초전이었다. 이때 광주 신부들이 성명서에 쓴 '동장부터 대통령까지 우리 손으로'라는 표현은 전국적인 슬로건으로 자리 잡았다.
한국 민중항쟁 답사기 : 광주·전남 편 - 나를 만든 현대사, 그날의 함성 속으로 6월항쟁, 이혜영 지음
광주의 6·10국민대회는 금남로에서 시작됐다. 오후 6시 가톨릭센터에서 타종소리 녹음을 내보내면서 막을 올리자, 진압 경찰들은 도로에 도열하고 앉은 수녀들에게 최루탄을 발사했다. 이날만이 아니었다. 경찰들은 5·18 영령 추모법회를 열고 있는 시내 원각사에도 쳐들어갔다. 대웅전에 난입해 스님들에게 최루탄을 발사했다. 이 사건은 광주 불교계도 항쟁에 참여하는 계기가 됐다. 무지막지한 폭력의 시연에도 광주는 물러서지 않았다. 7년 전 총을 든 군인과도 싸웠던 광주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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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쩌면 6월광주는 축제였다. 두들겨 맞고 끌려가고 최루탄 연기에 눈물 콧물 흘리는 게 즐거울 수 있을까마는, 광주시민들에게는 달랐다. 5·18을 겪은 것도 원통한 마당에 줄곧 '폭도의 도시'라는 누명과 오명에 시달려왔다. 몸이 힘든 것보다 고립감이 더 힘들었다. 그런데 1987년 6월에는 전국 모두가 싸우고 있었다. 혼자가 아니라는 안도감, 함께하고 있다는 연대감은 시위를 한편으론 축제로 만들었다. - 이번에는 되겠다, 정말 되겠다 생각했습니다. 전국에서 공동으로 타종하고 공동으로 경적을 울리는데 눈물이 났습니다. 다른 도시에서 10만 모였다, 20만 모였다, 이런 말 들으면 밥 안 먹어도 힘이 났어요. 아, 이제는 우리 고립되지 않겠구나 싶어서. (김영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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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아약국'은 목포 운동가들의 사랑방이었다. 목포 문화의 중심지인 '오거리'에서 멀지 않은 그곳에는 수시로 사람들이 드나들었다. 운동가들은 약을 사는 척하면서 조용히 묻곤 했다. "뭐 소식 있나요?" "이거 읽어봐." 약사는 민주화투쟁 정보가 가득한 유인물을 슬쩍 건네곤 했다. 경찰들은 늘 동아약국을 주시했다. 운동가들은 굴하지 않고 동아약국에서 시국을 논하고 투쟁 방향을 정하고 조직을 만들었다. 약사 안철은 목포 민주화운동의 거목이었다. 안동해 목사의 아들이자 기독교 장로이기도 했던 안철은 1970년대 중반부터 동아약국을 경영하면서 민주화운동의 한가운데로 뛰어들었다. 1977년에는 긴급조치 위반으로 투옥됐고, 1980년 5월에는 목포5·18 시민투쟁위원회 위원장으로 항쟁을 이끌었다. 이후 체포된 그는 광주교도소에서 단식투쟁을 벌였다. 수차례 옥살이를 하면서 얻은 병은 57세에 세상을 떠나게 만들었다. 약사의 담대한 기질을 따라 동아약국은 곧잘 대담한 성토장으로 변신했다. 유인물 한 장만으로도 공권력은 국가보안법 위반을 걸어 징역 몇 년은 거뜬하게 때리던 시국이었다. 그러거나 말거나 안철은 약국 유리창에 '김대중 사면복권하라!'를 크게 써 붙였다. 개헌투쟁 때는 약국에 개헌 서명대를 설치했다. 돈을 벌면 운동 경비로 다 털어 넣었다. 거침없는 행동가였지만 심성이 여린 그는 강상철 열사의 추모행사가 저지된 후 오래도록 괴로워했다. 박종철 군 고문치사 사건이 벌어졌을 때는 약국에 분향소를 차렸다. 안철의 동아약국이 1987년 6월에 항쟁 지휘의 거점이 된 것은 자연스럽고 당연했다. 민주헌법쟁취국민운동본부 목포지부 사무실은 동아약국 건너편 건물 3층에 마련됐다. 안철을 포함한 공동의장을 중심으로 국민회의, 목청련, 종교계 등 목포 민주화세력이 모두 결합했다.
한국 민중항쟁 답사기 : 광주·전남 편 - 나를 만든 현대사, 그날의 함성 속으로 6월항쟁, 이혜영 지음
목포 민주화운동 주요 동선 목원동 정명여고 후문(박승희 열사 흉상) - 양동교회 - 목포청년회관 - 트윈스타(공설시장 터) - 목포역 광장 - 오거리문화센터(옛 동본원사, 옛 중앙교회) 1991년 분신한 전남대생 박승희 열사의 모교 후문에 흉상이 세워져 있다. 목원동 일대는 목포 도시 형성사에서 조선인 거류지이자 중심지였고, 근대 기독교 선교사들이 정착해 양동교회, 정명여학교, 영훈학교 등의 시설을 일군 곳이다. 일제강점기 이곳을 근거지로 학생과 청년들, 기독교인들의 항일시위가 활발했다. 목포 청년회관은 항일민족운동 단체였던 신간회 목포지회의 거점이었다. 군사독재 시기에도 학생들과 시민들은 목원동에서 시위대열을 만들어 목포역 광장을 향해 나아갔다. 특히 공설시장은 학생들의 집회 거점이었고, 상인들도 많은 지원을 했다. 일제강점기 때 3·1운동의 중심지도 공설시장이었다. 현재 시장 터에는 33층짜리 주상복합건물 '트윈스타' 두 동이 들어서 있다. 목포 원도심 활성화 사업의 일환으로 추진됐다. 동본원사는 일제강점기 때 지어진 일본식 절이며 나중에 중앙교회로 쓰였다. 5·18 때와 6월항쟁 때 민주화인사들이 모여 수시로 회의를 했다. 지금은 오거리문화센터가 입주했다. 동본원사가 있는 오거리 일대는 목포 문화예술의 중심지였다.
한국 민중항쟁 답사기 : 광주·전남 편 - 나를 만든 현대사, 그날의 함성 속으로 6월항쟁, 이혜영 지음
1982년 봄 프로야구를 출범시킨 사람은 전두환 대통령이다. 5·18의 원죄를 진 그는 국민 이목을 다른 데로 돌리고 싶었다. 자구책 중 하나가 프로야구였다. 의도야 어땠든 프로야구는 기존 고교야구의 인기를 금세 덮어쓰기했다. 한국 프로야구 역사상 전설적인 강자 '해태 타이거즈'는 광주전남의 홈팀이었다. 전라도 사람들은 무등경기장에서 목이 터져라 해태를 응원했다. 그 시간은 5·18의 후유증과 억울함을 푸는 시간이기도 했다. 5월에는 응원인지 시위인지 헷갈릴 정도로 절박했다.
한국 민중항쟁 답사기 : 광주·전남 편 - 나를 만든 현대사, 그날의 함성 속으로 거목의 고향_김대중, 이혜영 지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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향팔님의 문장 수집: "1982년 봄 프로야구를 출범시킨 사람은 전두환 대통령이다. 5·18의 원죄를 진 그는 국민 이목을 다른 데로 돌리고 싶었다. 자구책 중 하나가 프로야구였다. 의도야 어땠든 프로야구는 기존 고교야구의 인기를 금세 덮어쓰기했다. 한국 프로야구 역사상 전설적인 강자 '해태 타이거즈'는 광주전남의 홈팀이었다. 전라도 사람들은 무등경기장에서 목이 터져라 해태를 응원했다. 그 시간은 5·18의 후유증과 억울함을 푸는 시간이기도 했다. 5월에는 응원인지 시위인지 헷갈릴 정도로 절박했다."
예전에는 프로야구 관람을 좋아해서 거의 매일저녁 야구 중계를 봤다. 응원팀은 그날 경기를 같이 보는 사람이 누구냐에 따라 바뀌었다. (친)오빠도 (전)남편도 두산 곰팀을 좋아해서 나도 덩달아 베어스를 응원했다가, 타이거즈를 좋아하는 학교 선배랑 볼 때는 나도 잠시 무등산호랑이팀 팬이었다가, 친한 입사 동기가 서울 쌍둥이를 좋아하면 또 그 팀도 응원했다가… (하지만 혼자 볼 때는 내게도 소신이 있었다. 20대 때는 류현진 선수가 좋아서 이글스를 응원했다. 히어로즈에 박병호 선수가 있을 때는 그 팀을 좋아했다.) 가을야구가 시작되면 언더독 심리가 발동했는지 항상 둘 중에 더 못 하는 팀이 우리 편이었다. 그 편이 더 재미있었다. 그러던 것이 지금은 야구를 안 본 지 오래됐다. 가끔 WBC 같은 국제대회나 하면 몇 경기 볼까. 이유는 딱히 없고 그냥, 질렸나보다. 충성팀이 없다보니 그런 것 같기도 하고. 마침 지금 만나는 남자친구는 야구를 안 좋아한다. 안 좋아하는 정도가 아니라 심지어 이종범이 누군지 모르고(옛날사람 중에 이종범 모르는 아재는 처음 봄), 야구 얘기가 나오면 맨날 한다는 소리가, ‘전두환이 도입해서 첫 시구까지 했던 프로야구를 왜 보냐’, ‘대중을 우민화하는 3S 정책에 휘둘리면 안 된다’… (아니 님은 그냥 야구에 관심이 없어서 안 보시는 거잖아요 ㅎㅎ) 차라리 크보 경기는 수준이 너무 떨어져서 안 본다든지(근데 사실 고 맛에 보는 거긴 한데! 병맛 크보가 말아주는 도파민 중독에 빠지면 답도 없지요), 양아치들 승부조작이나 학폭 땜에 안 본다 하는 게 3S 타령보다 훨씬 나을 텐데ㅋ 야구 시청은 한때는 내 삶에서 뺄 수 없는 취미였지만, 한번 안 보기 시작하니 점점 멀어진다. 선수들 이름도 낯설어지고. 언젠가는 독서 취미도 그렇게 되려나? 뭐, 나야 워낙 변덕이 죽 끓듯 하니까. 언젠가는 다시 야구에 재미를 붙일지도 모르지.
한국 민주화의 큰 별이 진 저녁, 야구장 외야석에 앉아 그를 생각했다. 한편으로 궁금했다. 한국 사회는 왜 거인 김대중에게 유독 냉혹한 잣대를 들이댔을까. 한국 프로야구라는 현상 하나에도 참 많은 것이 얽혀 있어 한 마디로 규정하기 어려운데 말이다.
한국 민중항쟁 답사기 : 광주·전남 편 - 나를 만든 현대사, 그날의 함성 속으로 거목의 고향_김대중, 이혜영 지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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향팔님의 문장 수집: "한국 민주화의 큰 별이 진 저녁, 야구장 외야석에 앉아 그를 생각했다. 한편으로 궁금했다. 한국 사회는 왜 거인 김대중에게 유독 냉혹한 잣대를 들이댔을까. 한국 프로야구라는 현상 하나에도 참 많은 것이 얽혀 있어 한 마디로 규정하기 어려운데 말이다."
학교 다닐 때 김대중 전 대통령이 강연을 온 적이 있다. 총학에서는 김대중 방문을 반대하는 내용의 현수막을 정문에서부터 강연장까지 걸어두고 보이콧을 시도했다. 아마 ‘대통령 김대중 = 신자유주의의 첨병’, 뭐 그런 이유였던 것 같다. 그래, 그렇긴 하지. 그러거나 말거나 나는 쭐래쭐래 가서 그의 강연을 들었다. 내용은 하나도 기억나지 않지만 열심히 들었다. (그날 저녁 TV뉴스에 김대중 전 대통령의 학교 방문 소식이 한 꼭지 나왔는데 그걸 본 막내고모가 득달같이 전화하셨다. 방금 청중 학생들 속에 니 얼굴이 0.1초 나왔다고. 그걸 알아본 고모가 대단하다. 이런 못난 물건도 조카딸이라고. 내가 뒤늦게 대학이라는 곳에 가겠다고 결심했을 때 ‘정말 생각 잘 했다’며 기뻐하던 고모. 지금은 우리 막내고모도 김대중 선생님도 이 세상에 안 계신다.)
2009년 봄, 그는 고향 신안 하의도를 찾았다. 하의3도 농민운동기념관 개관식 축사를 하면서 자신의 85년 인생을 숫자로 요약했다. "저는 다섯 번의 죽음의 고비를 넘겼는데 한번은 (1950년 한국전쟁 당시) 공산당이 목포를 점령했을 때이고 나머지 네 번은 군사독재자들에 의한 것이었습니다. 그리고 6년 반을 감옥살이를 했고, 20여 년을 연금과 감시 속에서 살았고, 3년 반의 망명생활을 했습니다."
한국 민중항쟁 답사기 : 광주·전남 편 - 나를 만든 현대사, 그날의 함성 속으로 거목의 고향_김대중, 이혜영 지음
김대중은 자신을 겁이 많은 사람이라고 표현했다. 1980년 내란음모죄로 법정에서 최종 선고를 앞두고 있을 때를 이렇게 회고했다. "나는 재판장의 입 모양을 뚫어져라 보았다. 입술이 옆으로 찢어지면 사, 사형이었고, 입술이 앞쪽으로 튀어나오면 무, 무기징역이었다."
한국 민중항쟁 답사기 : 광주·전남 편 - 나를 만든 현대사, 그날의 함성 속으로 거목의 고향_김대중, 이혜영 지음
인간 김대중의 동지는 아내 이희호(1922~2019)였다. 이희호는 일찍부터 주목받는 사회운동가이자 인권운동가였다. 흔히 그녀를 우리나라 제1세대 여성운동가라고도 하는데, 여성운동은 방대한 활동의 일부분이었다. 20세만 넘어도 '노처녀'라는 소리를 듣던 당시, 이희호는 사회운동에 매진하며 40세를 넘겼다. 그러다가 김대중과 결혼했다. 그녀의 고등학교 스승의 회고다. "남자는 두 아이가 딸린 홀아비에 빈털터리였다. 남자의 전셋집에는 몸이 성치 않은 홀어머니가 있었고, 또 심장판막증으로 앓아 누운 여동생이 있었다. 미국 유학까지 갔다 와 여성계 지도자로 뻗어나가고 있는 이희호가 이런 궁색한 처지의 남자와 결혼한다니, 누구나 균형이 맞지 않는 일이라고 생각했다. 심지어는 눈물을 흘리며 안 된다고 말리는 사람도 있었다." […] 두 사람은 부부이면서 동지였다. 김대중의 투쟁은 늘 두 사람의 투쟁이었다. […] 김대중은 "아내에게 부끄러운 사람이 되지 않으려고 협박과 유혹을 뿌리쳤다"라며 "아내가 없었으면 나도 없었다"라고 회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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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아버지는요...
[책걸상 '벽돌 책' 함께 읽기] #34. <아버지의 시간>[도서 증정] 《아버지를 구독해주세요》마케터와 함께 자유롭게 읽어요~! <책방지기의 인생책> 좋은 날의 책방과 [아버지의 해방일지] 함께 읽기
한 출판사에서 나온 이토록 다양한 책들의 향연, 오늘 당신이 고를 이야기는?
[김영사/책증정] 쓰는 사람들의 필독서! 스티븐 킹 《유혹하는 글쓰기》 함께 읽기[김영사 / 책 증정] <새로운 실용주의 과학철학> 편집자 & 번역가와 함께 읽기[김영사/책증정] 무작정 퇴사하기 전에, <까다로운 사람과 함께 일하는 법> 함께 읽기[벽돌책 독파] 주자와 다산의 대결 <두 개의 논어> 편집자와 함께 읽기 [김영사/책증정]수학자의 눈으로 세상을 바라보다《세상은 아름다운 난제로 가득하다》함께 읽기
같이 연극 보실 분들, 구합니다.
[그믐연뮤번개] 3. [독서x관극x모임지기 토크] 우리 몸에 살고 있는 까라마조프를 만나다[그믐연뮤번개] 2. [독서x관극x번역가 토크] 인간 내면을 파헤치는 『지킬앤하이드』[그믐연뮤번개] 1. [책 읽고 연극 보실 분] 오래도록 기억될 삶의 궤적, 『뼈의 기록』
우리의 노동 일지
[책걸상 '벽돌 책' 함께 읽기] #35. <쇳돌>[그믐연뮤클럽] 6. 우리 소중한 기억 속에 간직할 아름다운 청년, "태일"[일은 당신을 사랑하지 않는다] 여러분은 일을 즐기고 있나요?[그믐밤] 4. 『난장이가 쏘아올린 작은 공』 다시 읽기 @국자와주걱
🎁 여러분의 활발한 독서 생활을 응원하며 그믐이 선물을 드려요.
[인생책 5문 5답] , [싱글 챌린지] 완수자에게 선물을 드립니다
이기원 단장과 함께 스토리의 비밀, 파헤칩니다
스토리탐험단 시즌2 : 장르의 해부학 1. 호러스토리탐험단 시즌2 : 장르의 해부학 2. 액션 + 로버트 맥키의 액션스토리 탐험단 시즌 2 : 장르의 해부학 읽기 3. 신화 4. 회고록과 성장물
한국 희곡 낭독이 이렇게 재밌다니!
<플.플.땡> 4. 우리는 농담이 (아니)야<플.플.땡> 3 당신이 잃어버린 것 2부<플.플.땡> 2. 당신이 잃어버린 것플레이플레이땡땡땡
히어로와 함께
카라마조프의 피도스토옙스키와 29일을[그믐연뮤번개] 3. [독서x관극x모임지기 토크] 우리 몸에 살고 있는 까라마조프를 만나다
나이지리아 소설가, 치누아 아체베
노예제, 아프리카, 흑인문화를 따라 - 08.신의 화살, 치누아 아체베노예제, 아프리카, 흑인문화를 따라 - 07.더 이상 평안은 없다, 치누아 아체베노예제, 아프리카, 흑인문화를 따라 - 06.모든 것이 산산이 부서지다, 치누아 아체베
혼자이기에 오히려 깊이 읽은 책들
<인간의 대지> 오랜만에 혼자 읽기 『에도로 가는 길』혼자 읽기천국의 열쇠 혼자 읽기거실의 사자 : 고양이는 어떻게 인간을 길들이고 세계를 정복했을까
부커상을 받았어요
[책증정][1938 타이완 여행기] 12월 18일 오후 8시 라이브채팅 예정! [이 계절의 소설_봄] 『벵크하임 남작의 귀향』 함께 읽기[Re:Fresh] 3. 『채식주의자』 다시 읽어요.[서울국제작가축제X비채] 버나딘 에바리스토의 <소녀, 여자, 다른 사람들> 함께읽기 챌린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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