향팔님의 문장 수집: "1982년 봄 프로야구를 출범시킨 사람은 전두환 대통령이다. 5·18의 원죄를 진 그는 국민 이목을 다른 데로 돌리고 싶었다. 자구책 중 하나가 프로야구였다. 의도야 어땠든 프로야구는 기존 고교야구의 인기를 금세 덮어쓰기했다. 한국 프로야구 역사상 전설적인 강자 '해태 타이거즈'는 광주전남의 홈팀이었다. 전라도 사람들은 무등경기장에서 목이 터져라 해태를 응원했다. 그 시간은 5·18의 후유증과 억울함을 푸는 시간이기도 했다. 5월에는 응원인지 시위인지 헷갈릴 정도로 절박했다."
예전에는 프로야구 관람을 좋아해서 거의 매일저녁 야구 중계를 봤다. 응원팀은 그날 경기를 같이 보는 사람이 누구냐에 따라 바뀌었다. (친)오빠도 (전)남편도 두산 곰팀을 좋아해서 나도 덩달아 베어스를 응원했다가, 타이거즈를 좋아하는 학교 선배랑 볼 때는 나도 잠시 무등산호랑이팀 팬이었다가, 친한 입사 동기가 서울 쌍둥이를 좋아하면 또 그 팀도 응원했다가… (하지만 혼자 볼 때는 내게도 소신이 있었다. 20대 때는 류현진 선수가 좋아서 이글스를 응원했다. 히어로즈에 박병호 선수가 있을 때는 그 팀을 좋아했다.) 가을야구가 시작되면 언더독 심리가 발동했는지 항상 둘 중에 더 못 하는 팀이 우리 편이었다. 그 편이 더 재미있었다.
그러던 것이 지금은 야구를 안 본 지 오래됐다. 가끔 WBC 같은 국제대회나 하면 몇 경기 볼까. 이유는 딱히 없고 그냥, 질렸나보다. 충성팀이 없다보니 그런 것 같기도 하고. 마침 지금 만나는 남자친구는 야구를 안 좋아한다. 안 좋아하는 정도가 아니라 심지어 이종범이 누군지 모르고(옛날사람 중에 이종범 모르는 아재는 처음 봄), 야구 얘기가 나오면 맨날 한다는 소리가, ‘전두환이 도입해서 첫 시구까지 했던 프로야구를 왜 보냐’, ‘대중을 우민화하는 3S 정책에 휘둘리면 안 된다’… (아니 님은 그냥 야구에 관심이 없어서 안 보시는 거잖아요 ㅎㅎ) 차라리 크보 경기는 수준이 너무 떨어져서 안 본다든지(근데 사실 고 맛에 보는 거긴 한데! 병맛 크보가 말아주는 도파민 중독에 빠지면 답도 없지요), 양아치들 승부조작이나 학폭 땜에 안 본다 하는 게 3S 타령보다 훨씬 나을 텐데ㅋ
야구 시청은 한때는 내 삶에서 뺄 수 없는 취미였지만, 한번 안 보기 시작하니 점점 멀어진다. 선수들 이름도 낯설어지고. 언젠가는 독서 취미도 그렇게 되려나? 뭐, 나야 워낙 변덕이 죽 끓듯 하니까. 언젠가는 다시 야구에 재미를 붙일지도 모르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