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만 명이 모였다. 자그마한 나주 시내에서 누구도 이런 규모의 인파를 본 적이 없었다. 실무자들은 깜짝 놀랐다. 집회시간인 오전 10시, 성당 마당은 이미 꽉 찼다. 농민들은 성당 옆 집들 지붕 위에 올라가 앉고, 성당 문밖을 채우고, 광목간 도로 사거리까지 꽉꽉 메웠다. 농민들 스스로도 놀랐다. 이 거대한 농민집회의 기록은 2년 뒤 1989년 서울 여의도에서 전국농민대회가 열리기 전까지 깨지지 않았다.
농민들이 읍내에 나오는 과정부터 전투였다. 마을사람들이 모여 경운기 타고 털털털털, 3~4시간 걸려 대회장에 왔다. 당시엔 큰길만 아스팔트 포장이 되어 있었고 나머지는 흙먼지 날리는 비포장길이었다. 그렇게 모인 1만 명 농민들의 함성이 나주 하늘을 울렸다.
'부당수세 폐지하라! 농조를 해체하라! 모든 수리시설과 농지개량사업을 국가가 전액투자하라! 수리시설을 정부가 직접 관리하라! 징수한 부당수세를 반환하라!'
그간 입에 착착 붙은 삼채가락 구호도 넘실댔다.
'못~ 내 못~ 내 절~ 대 못내 부당수세 절~대 못내.'
시위대는 나주성당을 나와 농조를 향해 가두행진을 했다. 꽉 찬 가마니 두 개를 끌어다가 농조 마당에 철푸덕 던졌다. 농민들이 반납한 수세 고지서 1만 장이 들어 있었다. 농조 조합장은 시위대의 규모와 당당함에 기가 질려 강제징수를 하지 않겠다고 약속해야 했다.
농민들은 나주군청 앞에 다시 집결한 후 해산했다. 당시 인구로 볼 때 나주 모든 농가에서 1명씩 나온 셈이었다. 대회에 다녀오지 않은 사람은 대화에서 소외감을 느낄 정도였다. 나주농민대회는 전설이 됐다. ”
『한국 민중항쟁 답사기 : 광주·전남 편 - 나를 만든 현대사, 그날의 함성 속으로』 나주 수세거부 투쟁, 이혜영 지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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