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만성리 검은모래해변 옆 길가에 여순사건 사적지 두 곳이 있다. 어디서나 흔히 볼 수 있는 그 야산과 골짜기에, 거대한 죽음이 묻혀 있다. 1948년 11월 진압군이 수백 명의 여수 주민들을 끌어다가 총살해 죽인 후 흙과 돌로 묻어버린 '학살지'다. 만성리 주민들은 그 서늘한 골짜기 옆을 지나가지 못했다. 여수 시내로 가는 지름길이었지만 빙 돌아서 다녔고, 어쩔 수 없이 지나야 한다면 추모의 뜻으로 돌을 하나씩 던져두었다. 학살지에 쌓인 돌들은 탑을 이뤘다.
근처에 있는 '형제묘' 역시 학살터다. 형제가 묻혀 있는 게 아니다. 1949년 1월 진압군이 125명의 주민을 끌고 와 총살하고 불태워버렸다. 시신을 5구씩 눕히고 그 위에 장작을 쌓듯이 또 5구씩 쌓아 올렸다. 5층을 이룬 시신 더미가 모두 5개, 그렇게 125명이 불태워졌다. 기름을 부어 불을 붙인 시신 더미는 사흘 동안 탔다. 유가족들이 와 보니 타버린 잔해들이 엉켜 있어 도무지 형체를 알아볼 수도, 분리해 낼 수도 없었다. 형제처럼 다 함께 있으라고 그대로 큰 묘를 만들고 하나의 비석을 세웠다. ”
『한국 민중항쟁 답사기 : 광주·전남 편 - 나를 만든 현대사, 그날의 함성 속으로』 여순사건, 이혜영 지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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