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민중항쟁 답사기 : 광주·전남 편

D-29
“1980년대는 너무 먼 이야기라고요? 6·25나 6월항쟁이나 똑같이 까마득하다고요? 맞아요, 나도 그랬어요. 동학혁명이나 3·1운동이나 4·19나 한 덩어리로 '먼 시대'였어요. 그런데 조금 살아보니까 10년, 20년이 후딱 흘러가더라고요. 1980년 5·18도, 1987년 6월항쟁도 사실 멀지 않아요. 우리 등 뒤에 있어요. 지금의 우리를 만든 바로 엊그제의 역사였어요. 그런 항쟁이 없었으면 지금 당신과 나의 표정은 훨씬 어두울 거예요. 그때 쇠파이프를 들었기 때문에 2017년에는 촛불만으로도 권력을 끌어내릴 수 있었어요. 나는 그렇게 생각해요.” (‘머리말’ 중에서)
광주 어디서든 '무등'이라는 이름을 접할 수 있다. 가게, 기업, 신문, 학교, 모임, 공공시설, 도로 등등 광주 곳곳에 무등이 새겨져 있다. 무등산의 대표 절경인 '서석대'의 앞글자 '서석'도 흔히 쓰이는 이름이다. 산중도로를 따라 무등산 중턱까지 올라가는 시내버스는 1187번과 1187-1번이다. 무등산 해발고도(1,187m)에 맞춘 번호다. 시민들이 친숙하게 이용하는 대중교통 속에도 무등이 깃들어 있다.
한국 민중항쟁 답사기 : 광주·전남 편 - 나를 만든 현대사, 그날의 함성 속으로 들어가는 글_무등산, 이혜영 지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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향팔님의 문장 수집: "광주 어디서든 '무등'이라는 이름을 접할 수 있다. 가게, 기업, 신문, 학교, 모임, 공공시설, 도로 등등 광주 곳곳에 무등이 새겨져 있다. 무등산의 대표 절경인 '서석대'의 앞글자 '서석'도 흔히 쓰이는 이름이다. 산중도로를 따라 무등산 중턱까지 올라가는 시내버스는 1187번과 1187-1번이다. 무등산 해발고도(1,187m)에 맞춘 번호다. 시민들이 친숙하게 이용하는 대중교통 속에도 무등이 깃들어 있다."
무등(無等)은 등급이 없이 평등하다, 등급을 매길 수 없을 만큼 고귀하다 등의 뜻으로 전해진다.
한국 민중항쟁 답사기 : 광주·전남 편 - 나를 만든 현대사, 그날의 함성 속으로 들어가는 글_무등산, 이혜영 지음
어느 날 나는 무등산 바람재에서 중머리재 가는 길을 걷는다. 산허리를 따라가는 코스라 거의 평지 같다. 짙고 푸른 숲을 지나 갑자기 광활한 암석 무더기를 만난다. 집채같이 큰 암갈색 바위들이 우수수 쏟아져 있는 지대다. 이 돌들의 바다는 광주 시내에서도 바라다보이고 지도 앱 위성사진에도 잘 드러난다. 이런 돌바다를 순우리말로 너덜겅, 지질학 용어로는 '애추'(talus)라 부르는데 내가 마주한 곳은 덕산너덜이다. 무등산 너덜겅은 국내에서 규모가 가장 크다.
한국 민중항쟁 답사기 : 광주·전남 편 - 나를 만든 현대사, 그날의 함성 속으로 들어가는 글_무등산, 이혜영 지음
덕산너덜을 지나며 산 아래 증심사에서 올라오는 범종 소리를 듣는다. 댕- 댕- 댕- 평화로운 종소리를 음미하며 걸을 때 가끔 나는 1977년 봄 이 골짜기에 깃든 '무등산 타잔' 이야기를 떠올린다. 그 타잔이 매일 들었을 소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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향팔님의 문장 수집: "덕산너덜을 지나며 산 아래 증심사에서 올라오는 범종 소리를 듣는다. 댕- 댕- 댕- 평화로운 종소리를 음미하며 걸을 때 가끔 나는 1977년 봄 이 골짜기에 깃든 '무등산 타잔' 이야기를 떠올린다. 그 타잔이 매일 들었을 소리다."
"당국에서는 아무런 대책도 없이 그 추운 겨울에 꼬박꼬박 계고장을 내어 이에 응하지 않았다고 마을 사람들을 개 취급했습니다. 집을 부숴 버리는 것까지는 좋았는데 당장 오갈 데 없는 우리에게 불까지 질렀습니다. 돈이나 천장에 꽂아 두었던 봄에 뿌릴 씨앗도 깡그리 타 버렸습니다. 옛말에도 있듯이 태산은 한 줌의 흙도 거부하지 않으며 대하大河 또한 한 방울의 물도 거부하지 않는다고 하지 않습니까. 세상에 돈 많고 부유한 사람만이 이 나라의 국민이고 죄 없이 가난에 떨어야 하는 사람은 이 나라의 국민이 아니란 말입니까?" [박흥숙 최후진술]
그들이 살았던 오늘 - 이제 역사가 된 하루하루를 읽다 1980년 12월 24일 | 철거민 박흥숙 사형 집행, 김형민 지음
그들이 살았던 오늘 - 이제 역사가 된 하루하루를 읽다1년 365일의 날짜를 이정표 삼아, 우리의 마음에 '오늘'처럼 남은 이야기를 생생하게 되살려낸다. 동시대를 위로하고 인간의 자존심이 무엇인지 보여 준 이들, 관습과 편견을 뒤집은 전설 같은 일들, 언젠가 또 세상을 시끄럽게 할 사건들. 그렇게 웃고 울고, 기뻐하고 아파하고, 선택하고… 그러다 시대를 바꾸기도 했던 365일 '오늘의 역사'를 기록한 책이다.
무등산에서 가장 높은 고개인 장불재에 이른다. 산꼭대기의 서석대와 입석대가 바라다보인다. 자를 대고 수직으로 자른 듯 반듯하고 길쭉하고 거대한 바위들이 우르르 모여 서 있는 암석지대다. 지질학 용어로는 주상절리(columnar joint)다. 이 풍경 역시 다른 산에는 흔치 않다. 서석대와 입석대는 너덜겅과 함께 무등산이 가진 독특한 절경이다. 무등산 너덜겅과 주상절리를 처음 본 사람들은 눈이 휘둥그레진다. 그런 다음 '도대체 어떻게 생겨났을까?' 하고 궁금해한다. 지구가 지금보다 많이 추웠을 때, 한반도는 주빙하 지대에 속했다. 북극처럼 늘 얼어 있는 빙하가 아니라 땅이 얼었다 녹았다를 반복하는 빙하의 주변부였다. 화산활동으로 생겨난 무등산 몸덩이는 오랜 세월 얼고 녹기를 반복하면서 독특한 모양으로 갈라지고 부서졌다. 때로는 우수수 쏟아진 돌무더기로, 때로는 우뚝 선 주상절리로. 무등산이 오랜 시련 속에 자신을 단련시켜 만든 예술품 같다.
한국 민중항쟁 답사기 : 광주·전남 편 - 나를 만든 현대사, 그날의 함성 속으로 들어가는 글_무등산, 이혜영 지음
무등산은 모든 것을 지켜보았다. 1980년 6월 1일, '난리'가 도시를 휩쓴 직후 발행된 광주 한 신문의 1면 기사 제목은 '무등산은 알고 있다'였다. 늘 익숙했던 푸근한 무등산의 사진도 실려 있었다. 입도 뻥긋하지 못하게 만든 무시무시한 군사독재 시기, 언론인들은 무등산이 대신 통곡해주기를 바랐다.
한국 민중항쟁 답사기 : 광주·전남 편 - 나를 만든 현대사, 그날의 함성 속으로 들어가는 글_무등산, 이혜영 지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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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89년 봄 무등산 제4수원지 호수에 대학생 시신이 떠올랐다. 조선대의 '운동권 학생'이자 교지 편집장을 맡고 있던 청년은 수배 중이었다. 시신은 참혹하게 훼손돼 있었다. 경찰은 서둘러 '검문을 피해 도망가다 발을 헛디뎌 물에 빠진 것'이라고 발표했다. 누구도 믿기 어려웠다. 군사정권 시절 많은 젊은이가 경찰에 잡혀가고 고문을 당했다. […] 25세 청년 이철규의 사인은 결국 의문사로 남았지만, 무등산은 알고 있다.
한국 민중항쟁 답사기 : 광주·전남 편 - 나를 만든 현대사, 그날의 함성 속으로 들어가는 글_무등산, 이혜영 지음
향팔님의 문장 수집: "무등산은 모든 것을 지켜보았다. 1980년 6월 1일, '난리'가 도시를 휩쓴 직후 발행된 광주 한 신문의 1면 기사 제목은 '무등산은 알고 있다'였다. 늘 익숙했던 푸근한 무등산의 사진도 실려 있었다. 입도 뻥긋하지 못하게 만든 무시무시한 군사독재 시기, 언론인들은 무등산이 대신 통곡해주기를 바랐다."
1980년 6월 2일자 옛 전남일보 1면 「무등산은 알고 있다」 (광주일보 자료사진) https://m.blog.naver.com/kwangjuilbo1/223720607967
1978년 함평의 고구마는 달고 맛난 작물이 아니라 자존감의 다른 이름이었다. 함평 고구마는 문이기도 했다. 농민들이 주인 되는 세상으로 가는 문.
한국 민중항쟁 답사기 : 광주·전남 편 - 나를 만든 현대사, 그날의 함성 속으로 함평 고구마 피해보상 투쟁, 이혜영 지음
함평 고구마 투쟁은 지역 차원의 피해보상 요구를 넘어 한국 농촌의 거대공룡 농협의 민주화를 촉구하는 보편운동이었다. 1970년대, 국민 대다수가 농민이고 농민의 가족이자 친족이었다. 많은 이들이 함평 고구마의 외침에 몸으로 화답했다. 전남과 전국 가톨릭농민회 활동가들, 광주지역 대학생들이 집회장을 찾았다. 이들을 포함해 모두 73명이 단식투쟁을 이어갔다.
한국 민중항쟁 답사기 : 광주·전남 편 - 나를 만든 현대사, 그날의 함성 속으로 함평 고구마 피해보상 투쟁, 이혜영 지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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