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민중항쟁 답사기 : 광주·전남 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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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 와중에 일이 벌어졌다. 1978년 6월 27일 전남대 교수 11명이 서명한 선언문이 미국 『AP통신사』와 일본 『아사히신문』에 보도됐다. 제목은 '우리의 교육지표' 선언문이었다. 보도를 접한 박정희 대통령이 너무 화가 나서, 장관들이 한동안 결재를 받으러 가지 못할 정도였다고 한다. 선언문은 바로 박 대통령이 애지중지한 '국민교육헌장'을 조목조목 비판하고 있었다.
한국 민중항쟁 답사기 : 광주·전남 편 - 나를 만든 현대사, 그날의 함성 속으로 전남대 ‘함성’에서 ‘우리의 교육지표’까지, 이혜영 지음
국민교육헌장은 매우 공들여 만들어졌다. 1968년, 박정희는 40여 명의 학자들을 동원해 5개월에 걸쳐 문안을 짜고 6차례의 수정을 거쳤다. 심의회의는 청와대에서 열렸다. 그렇게 태어난 국민교육헌장은 1972년 유신 선포와 함께 국가의 말씀으로 격상됐다. 나이 많은 사람들은 국민교육헌장이 일제강점기 일제가 배포한 '교육칙어'와 많이 닮았음을 느꼈다. 박정희는 일제강점기 사범학교 출신 교사였고, 나중에 장교로 일본군에 몸담았다. 10월유신의 '유신'도 일본의 메이지유신에서 가져왔다. 국민교육헌장은 일제의 군국주의가 압축된 교육칙어와 어쩔 수 없이 닮았다. 국민교육헌장을 만든 그해 1968년, 세계는 반전평화운동의 물결로 출렁이고 동서 냉전의 장막도 거둬지기 시작했다. 분단 정부인 한국의 시계는 거꾸로 갔다. 배타적이고 적개심에 찬 깃발을 높이 휘날리며 병영국가 만들기에 열을 올렸다. '국민교육헌장'은 학교뿐 아니라 생활 곳곳에서 온 국민들의 전투 출정식 의례처럼 암송되고 낭독됐다. 11명의 전남대 교수들은 그 꼴을 더 이상 두고 볼 수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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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발짝 떨어져서 그때를 본다. 1978년 광주의 여름은 뜨거운 공동체의 실현이었다. 당시 사람들은 전혀 예감하지 못했지만, 결과적으로 이 연대는 2년 뒤 5·18민중항쟁 때 시민들이 만들어낸 광주 공동체의 예행연습이 됐다. '우리의 교육지표' 선언은 유신정권의 쇠락을 촉진하고, 수많은 광주시민들을 민주시민으로 거듭나게 했다. 후대의 역사가들이 경이로워하는 '5·18 광주 공동체'는 어느 날 하늘에서 뚝 떨어진 것이 아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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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80년 봄 전국의 민주화시위가 주춤했다. 5월 18일, 신군부는 무장병력을 앞세워 전국을 얼려버렸다. 정권을 가져갈 테니 모두 조용히 있으라는 엄포였다. 굴하지 않은 단 한 곳이 광주였다. 신군부의 가공할 폭력에 맞서 광주는 열흘 동안 싸웠다. 수많은 시민이 죽고, 다치고, 끌려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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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1년 유네스코는 5·18민중항쟁 기록물을 세계기록유산으로 등재했다. 항쟁 당시의 시민 호소문, 선언문, 기사, 일기, 취재수첩, 사진 등 각종 문서에 번호를 매기고 원본을 보존하고 있다. 한국의 5·18민중항쟁은 영국의 대헌장, 프랑스대혁명의 인권선언과 함께 문명의 진보에 기여한 인류 전체의 역사자산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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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 힘을 낸다. 이름도 모르는 당신의 죽음이 곧 나의 죽음과 같다. 거대한 '한목숨'의 탄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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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월 21일] 오후 1시 정각, 도청 앞 계엄군 스피커에서 애국가가 울려 퍼진다. 동시에 시민들을 향해 총이 난사된다. 집단발포다. 쓰러지고 도망치는 사람들로 금남로가 아수라장이 된다. 뒤이어 놀라운 상황이 벌어진다. 분노한 청년이 대형 태극기를 휘두르며 도로 한복판으로 뛰어나갔다가 총에 맞아 고꾸라진다. 근처 사람들이 빗발치는 총탄에 아랑곳없이 시신을 끌어낸다. 또 다른 청년이 태극기를 휘두르며 뛰어나가고, 총에 맞아 쓰러지고, 끌어내고, 다시 누군가 뛰어나가고 쓰러진다. 높은 건물 옥상에서 총알이 콩 볶듯이 날아온다. 조준사격이다. 하늘에서 기관총이 난사된다. 헬기가 떠 있다. 금남로 집단발포는 10분 동안 계속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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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일간의 항쟁, 5일간의 해방, 마지막 날의 최후 항전. […] 열흘 동안 광주에 두 번 비가 내렸다. 5월 18일에는 가느다란 초승달이 떴다. 시민들은 피로 물든 낮을 보낸 후 칠흑을 맞았다. 마지막 항전이 벌어진 5월 27일 저녁에는 보름달이 떴다. 등나무, 수수꽃다리, 오동나무들이 보라꽃을 피워 바람에 향기를 나부끼고 이팝나무와 찔레가 새하얀 꽃을 한가득 이고 있었다. 1980년 5월, 자연의 시간은 무척 아름다웠지만 인간의 고통에 무덤덤했다.
한국 민중항쟁 답사기 : 광주·전남 편 - 나를 만든 현대사, 그날의 함성 속으로 5·18민중항쟁, 열흘의 기록, 이혜영 지음
살아남은 사람들이 목숨을 걸고 광주 이야기를 전했다. 전국 대학생들이 광주 동영상과 기록사진을 구해 숨죽이며 돌려봤다. 청년들이 광주의 진상을 밝히라고 외치며 자기 몸에 불을 불이고, 건물에서 뛰어내렸다. 여러 문인이 절필을 선언했다. 광주사람들이 목숨 걸고 항쟁의 기록을 모았다. 그 기록이 『죽음을 넘어 시대의 어둠을 넘어』라는 책으로 출간됐지만 곧바로 정부에 압수되고 불태워졌다. 그러나 복사본이 끈질기게 퍼지면서 지하의 베스트셀러가 됐다. 점점 더 많은 사람이 거리로 뛰어나왔다. 프로야구 시구를 했던 전두환은 소탈한 '체육대통령'으로 보이기를 무척이나 바랐지만 이미 수많은 국민이 그의 손에 묻은 피를 보고 말았다. 1980년 5월 광주는 잔혹하게 진압돼 당시에는 오로지 비극으로 보였으나 5·18은 길고도 질긴 전국의 항쟁으로 이어졌다. 1980년대가 타올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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향팔님의 문장 수집: "살아남은 사람들이 목숨을 걸고 광주 이야기를 전했다. 전국 대학생들이 광주 동영상과 기록사진을 구해 숨죽이며 돌려봤다. 청년들이 광주의 진상을 밝히라고 외치며 자기 몸에 불을 불이고, 건물에서 뛰어내렸다. 여러 문인이 절필을 선언했다. 광주사람들이 목숨 걸고 항쟁의 기록을 모았다. 그 기록이 『죽음을 넘어 시대의 어둠을 넘어』라는 책으로 출간됐지만 곧바로 정부에 압수되고 불태워졌다. 그러나 복사본이 끈질기게 퍼지면서 지하의 베스트셀러가 됐다. 점점 더 많은 사람이 거리로 뛰어나왔다. 프로야구 시구를 했던 전두환은 소탈한 '체육대통령'으로 보이기를 무척이나 바랐지만 이미 수많은 국민이 그의 손에 묻은 피를 보고 말았다. 1980년 5월 광주는 잔혹하게 진압돼 당시에는 오로지 비극으로 보였으나 5·18은 길고도 질긴 전국의 항쟁으로 이어졌다. 1980년대가 타올랐다."
죽음을 넘어 시대의 어둠을 넘어 초판은 내겐 그저 충격과 공포의 책이었지만, 몇년 전 읽은 개정판은 완전히 다른 책으로 다가왔다. 600쪽 두께에 걸맞게 항쟁의 기록이 상세히 정리돼 있다. 1980년 5월 광주에서 대체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 구체적으로 알게 해준 필독서.
죽음을 넘어 시대의 어둠을 넘어 - 광주 5월 민중항쟁의 기록5·18의 실상에 대해 처음으로 엮여져 나왔던, 역사적 의미가 있는 책이다. 전남사회운동협의회에서 항쟁 참가자, 목격자 200여명을 대상으로 조사하고 소설가 황석영씨가 책임 집필했다. 비밀리에 인쇄를 마치고 제본작업을 하던 중 발각되어 2만 부를 모두 압수당했던 사연도 있다. 결국 인쇄소에서 밤새워 마스터 인쇄로 1 ...
죽음을 넘어 시대의 어둠을 넘어 - 광주 5월 민주항쟁의 기록, 전면개정판5·18의 실상에 대해 처음으로 엮여져 나왔던, 역사적 의미가 있는 책이다. 전남사회운동협의회에서 항쟁 참가자, 목격자 200여명을 대상으로 조사하고 소설가 황석영씨가 책임 집필했다. 비밀리에 인쇄를 마치고 제본작업을 하던 중 발각되어 2만 부를 모두 압수당했던 사연도 있다. 결국 인쇄소에서 밤새워 마스터 인쇄로 1 ...
향팔님의 문장 수집: "2011년 유네스코는 5·18민중항쟁 기록물을 세계기록유산으로 등재했다. 항쟁 당시의 시민 호소문, 선언문, 기사, 일기, 취재수첩, 사진 등 각종 문서에 번호를 매기고 원본을 보존하고 있다. 한국의 5·18민중항쟁은 영국의 대헌장, 프랑스대혁명의 인권선언과 함께 문명의 진보에 기여한 인류 전체의 역사자산이다."
문서 858,900쪽 유네스코에 등재된 5·18 기록물 원본의 분량이다. 종류는 공공기관이 당시 생산한 관련 자료, '김대중 내란음모사건' 조사와 재판 자료, 시민들이 써낸 성명서·선언문·일기, 기자들의 취재수첩, 사진(필름) 자료, 시민들의 기록과 증언, 피해자들의 병원 치료 기록, 국회의 진상규명 회의록, 국가의 피해자 보상자료, 미국의 5·18 관련 비밀해제 문서 등이다. 이를 다 합치면 4,271권, 85만 8,900여 쪽에 이른다. 주요 등재기록물을 보관하고 전시한 곳이 금남로의 5·18민주화운동기록관이다.
한국 민중항쟁 답사기 : 광주·전남 편 - 나를 만든 현대사, 그날의 함성 속으로 더 보기_숫자로 살핀 5·18, 이혜영 지음
버스번호 518 망월동 5·18묘역으로 가는 시내버스 번호다. 노선의 주요 경유지는 5·18자유공원-광주시청-광주학생독립운동기념탑-국립아시아문화전당(옛 도청)-4·19기념관-전남대 정문-망월동이다. 정의로운 저항의 도시 광주를 최대치로 담은 노선이다. 광주학생운동기념탑(광주제일고)과 4·19혁명기념관이 5·18 이전의 광주라면 국립아시아문화전당과 광주시청은 5·18 이후의 광주다. […] 즉 5·18의 시작(전남대)-전개(금남로)-대단원(망월동)의 장소를 모두 확인할 수 있는 버스가 518번이다. 참고로 광주시민의 날은 5월 21일이다. 시민들이 맨손으로 계엄군을 철수시킨 날이다.
한국 민중항쟁 답사기 : 광주·전남 편 - 나를 만든 현대사, 그날의 함성 속으로 더 보기_숫자로 살핀 5·18, 이혜영 지음
1980년 5월 광주는 분명 지옥이었다. […] 동시에 광주에는 정의가 용솟음치고 사랑이 넘쳐흘렀다. 시민들은 이웃을 지키기 위해 목숨을 걸었고, 가진 것을 내놓아 서로를 먹여 살렸다. 너와 나의 구별이 사라진 한 덩어리의 목숨이었다. 그 모습은 훗날 '대동세상'으로 불렸다. 화가 홍성담은 광주 대동세상을 판화로 생생히 구현했다. 그의 대표작인 '오월판화' 연작은 5·18의 주요 장면들을 잘 보여준다.
한국 민중항쟁 답사기 : 광주·전남 편 - 나를 만든 현대사, 그날의 함성 속으로 1980년 5월의 절대공동체, 이혜영 지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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향팔님의 문장 수집: "1980년 5월 광주는 분명 지옥이었다. […] 동시에 광주에는 정의가 용솟음치고 사랑이 넘쳐흘렀다. 시민들은 이웃을 지키기 위해 목숨을 걸었고, 가진 것을 내놓아 서로를 먹여 살렸다. 너와 나의 구별이 사라진 한 덩어리의 목숨이었다. 그 모습은 훗날 '대동세상'으로 불렸다. 화가 홍성담은 광주 대동세상을 판화로 생생히 구현했다. 그의 대표작인 '오월판화' 연작은 5·18의 주요 장면들을 잘 보여준다."
[김규항] “광주 열흘간의 기억만으로도 우리는 평생 행복할 수 있다”는 선생의 말을 기억한다. [홍성담] 광주항쟁은 그냥 시위가 아니라 짧은 꼬뮨이었다. 우리 나름대로 체제를 가지고 있었으니까. 시민들은 시민군을 우리를 지켜주는 사람들이라 여겼고 시민군은 우리가 총을 들고 광주시민을 지켜야 한다고 생각했으니 꼬뮨아닌가. 시민군을 위해 시민들이 먹을 것을 해다 나르고 스스로 질서를 지키고 청소하고 병원을 열고 외부하고는 통신이 두절됐지만 내부에서는 통신이 흐르고 그랬으니 꼬뮨 아닌가. 그뿐인가. 버스 번호판을 다시 통일해서 매겨 버스가 다니고. 번호는 내가 뺑기통 들고 다 매겼다. [김규항] 교통부장관이었다. [홍성담] 당연히. 내가 미술 페인트통을 가지고 있었으니까. 어떤 사람들은 그 당시 광주사람들은 환각에 빠져서 그랬다 하더라만 그런 환각이라면 나쁠 게 뭔가. 우리가 옷깃만 스쳐도 인연이라 그러지만 요즘은 옷깃만 스쳐도 기분 나쁘잖은가. 누가 나를 쳐다보는 것조차도 기분이 나빠하지 않나. 그 열흘 동안에는 누가 나를 쳐다보면 인사하기 바빴다. 누구든지. 요즘은 모르는 사람이 안녕하세요 인사하면 저거 돌았구만 그러지. 누구든 인사하면 다 받아주고 스치면 그것이 기쁘고 살냄새가 나니까 안고라도 싶고 마주보는 사람들이 다 기뻐 즐겁고. 자기가 가진 걸 나누어주는 기쁨이 그때 만큼 강했던 적이 없다. 열개를 갖고 있으면 다섯개는 남과 나누어야 한다는 제도는 그런 데서 저절로 생기더라. 자기 걸 주지 못해서 다들 안달이었다. 이런 세상을 우리가 열흘간 살았으니 다 환각이지. 그 열흘간의 기억만으로도 우리는 평생 행복할 수 있다. [김규항] 그 열흘이 선생에게 남긴 건 뭔가. [홍성담] 그 열흘간의 경험을 온 세상에 이루는 일이다.
아웃사이더 02 개칠된 세상을 벗겨내는 붓 | 아웃사이더를 찾아서 ② 미술가 홍성담, 김규항 김정란 홍세화 진중권 엮음
아웃사이더 02준비호와 창간호를 통해 '극우세력에 대항하는 전투적 글쓰기'의 위력을 보여주었던 무크지 <아웃사이더>의 두번째 권.
향팔님의 문장 수집: "1980년 5월 광주는 분명 지옥이었다. […] 동시에 광주에는 정의가 용솟음치고 사랑이 넘쳐흘렀다. 시민들은 이웃을 지키기 위해 목숨을 걸었고, 가진 것을 내놓아 서로를 먹여 살렸다. 너와 나의 구별이 사라진 한 덩어리의 목숨이었다. 그 모습은 훗날 '대동세상'으로 불렸다. 화가 홍성담은 광주 대동세상을 판화로 생생히 구현했다. 그의 대표작인 '오월판화' 연작은 5·18의 주요 장면들을 잘 보여준다."
오월 : 5.18광주민중항쟁 연작 판화제주 4·3사건, 5·18광주민주화운동, 세월호 사건 등 시대의 아픔을 외면하지 않고 꾸준히 사회 참여적 작품 활동을 이어온 화가 홍성담이 광주민주화운동 38주년을 맞이해 5·18을 소재로 작업했던 판화들을 묶어 5·18광주민중항쟁 연작 판화집을 출간했다.
총과 주먹밥은 1980년 5월 광주를 두 개의 기둥처럼 떠받친다. 사회학자 최정운 교수는 『오월의 사회과학』이라는 책에서 5·18 광주를 '절대공동체'라고 표현했다. '절대적'이라는 말은 비교하거나 상대할 만한 것이 없다는 뜻이니 절대공동체는 무척이나 고귀한 말이다. 인간 이외의 다른 조건이 붙지 않는 공동체였다는 의미다. 그는 5·18 광주가 "너와 나 사이의 모든 차이에도 불구하고 자기 생명을 걸고 타인의 고통에 응답하고 연대하려는 최대의 자발성에 기초한 공동체였기 때문"이라고 풀이했다. 미국의 정치사회학자 조지 카치아피카스는 5·18 때 광주 시민들이 "실현되지 않은 인류의 잠재력을 실현했다"라고 표현했다. 머리는 훈훈한 공동체의 삶을 동경하지만, 사실 내 몸은 뿔뿔이 살아가는 도시살이에 익숙하다. 편리한 익명성 속에서 남들과 얽히지 않고 내 일상에 몰입하며 살 수 있다. 이웃과 알고 지내는 일은 한편으로는 신경 쓰이고 성가신 일이다. 하물며 이름 모를 타인을 위해 내 목숨을 내놓는다니, 그런 공동체가 과연 가능할까. 예전에는 의구심이 들었다. 인간은 이기적 동물이라고 철석같이 믿었다. 그러나 5·18의 경험담과 목격담을 들을 때마다 그 공동체는 신화가 아니라 실현 가능한 '실체'임을 알게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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향팔님의 문장 수집: "총과 주먹밥은 1980년 5월 광주를 두 개의 기둥처럼 떠받친다. 사회학자 최정운 교수는 『오월의 사회과학』이라는 책에서 5·18 광주를 '절대공동체'라고 표현했다. '절대적'이라는 말은 비교하거나 상대할 만한 것이 없다는 뜻이니 절대공동체는 무척이나 고귀한 말이다. 인간 이외의 다른 조건이 붙지 않는 공동체였다는 의미다. 그는 5·18 광주가 "너와 나 사이의 모든 차이에도 불구하고 자기 생명을 걸고 타인의 고통에 응답하고 연대하려는 최대의 자발성에 기초한 공동체였기 때문"이라고 풀이했다. 미국의 정치사회학자 조지 카치아피카스는 5·18 때 광주 시민들이 "실현되지 않은 인류의 잠재력을 실현했다"라고 표현했다. 머리는 훈훈한 공동체의 삶을 동경하지만, 사실 내 몸은 뿔뿔이 살아가는 도시살이에 익숙하다. 편리한 익명성 속에서 남들과 얽히지 않고 내 일상에 몰입하며 살 수 있다. 이웃과 알고 지내는 일은 한편으로는 신경 쓰이고 성가신 일이다. 하물며 이름 모를 타인을 위해 내 목숨을 내놓는다니, 그런 공동체가 과연 가능할까. 예전에는 의구심이 들었다. 인간은 이기적 동물이라고 철석같이 믿었다. 그러나 5·18의 경험담과 목격담을 들을 때마다 그 공동체는 신화가 아니라 실현 가능한 '실체'임을 알게 됐다."
오월의 사회과학 - 사회과학자의 시선으로 새롭게 재구성한 5월 광주의 삶과 진실'대한민국을 생각한다' 여섯 번째 이야기. 5·18은 한국 현대사를 바꿔놓은 큰 사건이었다. 정치학자 최정운은 외관으로서의 사실이 아니라 시민들이 겪었던 내적 경험 속으로 파고들어간다. 말하자면 증언을 통해 시민들이 당시 가졌던 생각, 감정 상태 등을 감정이입을 통해 재구성하는 것이다.
한국의 민중봉기 - 민중을 주인공으로 다시 쓴 남한의 사회운동사 1894 농민전쟁 ~ 2008 촛불시위미국의 진보적 학자 조지 카치아피카스가 잘 알려지지 않은 아시아 민중봉기 역사에 관해 썼다. 1권은 20세기 한국의 사회운동, 특히 광주민주화항쟁을 다루고 있으며, 2권은 남아시아와 동아시아 10개국의 20세기 후반 봉기를 다룬다.
6층 윤공희 대주교의 방은 공간 전체가 그대로 울림을 준다. 1980년 당시 광주 대주교였던 그의 집무실이 옛 모습 그대로 보존되어 있다. 집무실 창문은 금남로와 좁은 골목을 내려다본다. 윤공희 대주교는 훗날 회고했다. "5월 19일, 이곳 집무실에서 내려다보이는 골목에서 계엄군에게 젊은이가 폭행을 당하고 있었다. 피를 흘리는 모습을 보고 응급조치를 취해야할 텐데 생각하면서도 두려워서 실천하지 못했다." 그렇게 고백하지만 윤 대주교는 광주 천주교계의 수장으로서 사태 수습을 위해 최선을 다했다. 대주교 방의 창가는 목격자의 고독을 느끼게 한다. 옛날식 나무 창틀 때문인지 그 너머 금남로도 금세 1980년 5월로 시간이동을 할 것 같다. 저 아래서 누군가 죄 없이 죽도록 맞고 있다면 난 어떻게 할까.
한국 민중항쟁 답사기 : 광주·전남 편 - 나를 만든 현대사, 그날의 함성 속으로 1980년 5월의 절대공동체, 이혜영 지음
항쟁 4일째 시민들이 무장 특수부대를 맨손으로 몰아내고 도청을 접수한 것은 찬란한 주권 선언이었다. 당시 대학생이었던 김담연 씨의 회고다. "(시민들이 총을 든 것에 대해) 계엄사는 총기 탈취라고 했는데 나는 회수라고 생각한다. 그들이 국민으로부터 위임받은 권리를 국민을 죽이는 데 사용하는 순간, 그들이 반란군이었다. 군부가 반란을 일으킨 것이다. 그렇다면 도시의 젊은이들이 총기를 가져온 것은 국민의 재산을 반란군으로부터 회수한 것이다. 우리는 반란군으로부터 도시를 지켜야 했다."
한국 민중항쟁 답사기 : 광주·전남 편 - 나를 만든 현대사, 그날의 함성 속으로 1980년 5월의 절대공동체, 이혜영 지음
항쟁 4일째 저녁부터 도청 광장은 되찾은 주권의 상징이었고 광주 공동체의 구심점이었다. 그때의 '도청'은 건물 하나가 아니라 분수대 광장을 둘러싼 동심원의 심장이었다. 전남도청, 전남경찰청, 상무관, YMCA, YWCA 같은 공기관과 시설들이 모여 있었다. 해방광주 5일 동안 시민들은 자연스레 역할을 나누고 이 건물들을 자치장소로 썼다. 장례(상무관), 시민군 교육(YMCA), 홍보(YWCA)가 나뉘고, 이 모든 활동을 지휘하고 조율하는 수습위원회와 시민군이 도청에 머물렀다. 위계질서에 따른 역할 분담이 아니었다. 누구나 원하는 곳에 찾아가 손을 보탰고 모두가 대등했다. 수많은 시민이 매일 도청 광장 분수대 주변으로 모여들어 궐기대회를 열고 계엄군의 만행을 규탄했다. 말 그대로 스스로 다스리는 자치의 공간이었다. 상상 못할 비극을 함께 헤쳐 나왔다는 끈끈한 유대를 공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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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아버지는요...
[책걸상 '벽돌 책' 함께 읽기] #34. <아버지의 시간>[도서 증정] 《아버지를 구독해주세요》마케터와 함께 자유롭게 읽어요~! <책방지기의 인생책> 좋은 날의 책방과 [아버지의 해방일지] 함께 읽기
한 출판사에서 나온 이토록 다양한 책들의 향연, 오늘 당신이 고를 이야기는?
[김영사/책증정] 쓰는 사람들의 필독서! 스티븐 킹 《유혹하는 글쓰기》 함께 읽기[김영사 / 책 증정] <새로운 실용주의 과학철학> 편집자 & 번역가와 함께 읽기[김영사/책증정] 무작정 퇴사하기 전에, <까다로운 사람과 함께 일하는 법> 함께 읽기[벽돌책 독파] 주자와 다산의 대결 <두 개의 논어> 편집자와 함께 읽기 [김영사/책증정]수학자의 눈으로 세상을 바라보다《세상은 아름다운 난제로 가득하다》함께 읽기
같이 연극 보실 분들, 구합니다.
[그믐연뮤번개] 3. [독서x관극x모임지기 토크] 우리 몸에 살고 있는 까라마조프를 만나다[그믐연뮤번개] 2. [독서x관극x번역가 토크] 인간 내면을 파헤치는 『지킬앤하이드』[그믐연뮤번개] 1. [책 읽고 연극 보실 분] 오래도록 기억될 삶의 궤적, 『뼈의 기록』
우리의 노동 일지
[책걸상 '벽돌 책' 함께 읽기] #35. <쇳돌>[그믐연뮤클럽] 6. 우리 소중한 기억 속에 간직할 아름다운 청년, "태일"[일은 당신을 사랑하지 않는다] 여러분은 일을 즐기고 있나요?[그믐밤] 4. 『난장이가 쏘아올린 작은 공』 다시 읽기 @국자와주걱
🎁 여러분의 활발한 독서 생활을 응원하며 그믐이 선물을 드려요.
[인생책 5문 5답] , [싱글 챌린지] 완수자에게 선물을 드립니다
이기원 단장과 함께 스토리의 비밀, 파헤칩니다
스토리탐험단 시즌2 : 장르의 해부학 1. 호러스토리탐험단 시즌2 : 장르의 해부학 2. 액션 + 로버트 맥키의 액션스토리 탐험단 시즌 2 : 장르의 해부학 읽기 3. 신화 4. 회고록과 성장물
한국 희곡 낭독이 이렇게 재밌다니!
<플.플.땡> 4. 우리는 농담이 (아니)야<플.플.땡> 3 당신이 잃어버린 것 2부<플.플.땡> 2. 당신이 잃어버린 것플레이플레이땡땡땡
히어로와 함께
카라마조프의 피도스토옙스키와 29일을[그믐연뮤번개] 3. [독서x관극x모임지기 토크] 우리 몸에 살고 있는 까라마조프를 만나다
나이지리아 소설가, 치누아 아체베
노예제, 아프리카, 흑인문화를 따라 - 08.신의 화살, 치누아 아체베노예제, 아프리카, 흑인문화를 따라 - 07.더 이상 평안은 없다, 치누아 아체베노예제, 아프리카, 흑인문화를 따라 - 06.모든 것이 산산이 부서지다, 치누아 아체베
혼자이기에 오히려 깊이 읽은 책들
<인간의 대지> 오랜만에 혼자 읽기 『에도로 가는 길』혼자 읽기천국의 열쇠 혼자 읽기거실의 사자 : 고양이는 어떻게 인간을 길들이고 세계를 정복했을까
부커상을 받았어요
[책증정][1938 타이완 여행기] 12월 18일 오후 8시 라이브채팅 예정! [이 계절의 소설_봄] 『벵크하임 남작의 귀향』 함께 읽기[Re:Fresh] 3. 『채식주의자』 다시 읽어요.[서울국제작가축제X비채] 버나딘 에바리스토의 <소녀, 여자, 다른 사람들> 함께읽기 챌린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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