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민중항쟁 답사기 : 광주·전남 편

D-29
광주 천주교계의 단식농성은 전국의 천주교, 개신교 등으로 퍼져나가 5월을 달궜다. 항쟁의 전초전이었다. 이때 광주 신부들이 성명서에 쓴 '동장부터 대통령까지 우리 손으로'라는 표현은 전국적인 슬로건으로 자리 잡았다.
한국 민중항쟁 답사기 : 광주·전남 편 - 나를 만든 현대사, 그날의 함성 속으로 6월항쟁, 이혜영 지음
광주의 6·10국민대회는 금남로에서 시작됐다. 오후 6시 가톨릭센터에서 타종소리 녹음을 내보내면서 막을 올리자, 진압 경찰들은 도로에 도열하고 앉은 수녀들에게 최루탄을 발사했다. 이날만이 아니었다. 경찰들은 5·18 영령 추모법회를 열고 있는 시내 원각사에도 쳐들어갔다. 대웅전에 난입해 스님들에게 최루탄을 발사했다. 이 사건은 광주 불교계도 항쟁에 참여하는 계기가 됐다. 무지막지한 폭력의 시연에도 광주는 물러서지 않았다. 7년 전 총을 든 군인과도 싸웠던 광주였다.
한국 민중항쟁 답사기 : 광주·전남 편 - 나를 만든 현대사, 그날의 함성 속으로 6월항쟁, 이혜영 지음
어쩌면 6월광주는 축제였다. 두들겨 맞고 끌려가고 최루탄 연기에 눈물 콧물 흘리는 게 즐거울 수 있을까마는, 광주시민들에게는 달랐다. 5·18을 겪은 것도 원통한 마당에 줄곧 '폭도의 도시'라는 누명과 오명에 시달려왔다. 몸이 힘든 것보다 고립감이 더 힘들었다. 그런데 1987년 6월에는 전국 모두가 싸우고 있었다. 혼자가 아니라는 안도감, 함께하고 있다는 연대감은 시위를 한편으론 축제로 만들었다. - 이번에는 되겠다, 정말 되겠다 생각했습니다. 전국에서 공동으로 타종하고 공동으로 경적을 울리는데 눈물이 났습니다. 다른 도시에서 10만 모였다, 20만 모였다, 이런 말 들으면 밥 안 먹어도 힘이 났어요. 아, 이제는 우리 고립되지 않겠구나 싶어서. (김영집)
한국 민중항쟁 답사기 : 광주·전남 편 - 나를 만든 현대사, 그날의 함성 속으로 6월항쟁, 이혜영 지음
"동아약국'은 목포 운동가들의 사랑방이었다. 목포 문화의 중심지인 '오거리'에서 멀지 않은 그곳에는 수시로 사람들이 드나들었다. 운동가들은 약을 사는 척하면서 조용히 묻곤 했다. "뭐 소식 있나요?" "이거 읽어봐." 약사는 민주화투쟁 정보가 가득한 유인물을 슬쩍 건네곤 했다. 경찰들은 늘 동아약국을 주시했다. 운동가들은 굴하지 않고 동아약국에서 시국을 논하고 투쟁 방향을 정하고 조직을 만들었다. 약사 안철은 목포 민주화운동의 거목이었다. 안동해 목사의 아들이자 기독교 장로이기도 했던 안철은 1970년대 중반부터 동아약국을 경영하면서 민주화운동의 한가운데로 뛰어들었다. 1977년에는 긴급조치 위반으로 투옥됐고, 1980년 5월에는 목포5·18 시민투쟁위원회 위원장으로 항쟁을 이끌었다. 이후 체포된 그는 광주교도소에서 단식투쟁을 벌였다. 수차례 옥살이를 하면서 얻은 병은 57세에 세상을 떠나게 만들었다. 약사의 담대한 기질을 따라 동아약국은 곧잘 대담한 성토장으로 변신했다. 유인물 한 장만으로도 공권력은 국가보안법 위반을 걸어 징역 몇 년은 거뜬하게 때리던 시국이었다. 그러거나 말거나 안철은 약국 유리창에 '김대중 사면복권하라!'를 크게 써 붙였다. 개헌투쟁 때는 약국에 개헌 서명대를 설치했다. 돈을 벌면 운동 경비로 다 털어 넣었다. 거침없는 행동가였지만 심성이 여린 그는 강상철 열사의 추모행사가 저지된 후 오래도록 괴로워했다. 박종철 군 고문치사 사건이 벌어졌을 때는 약국에 분향소를 차렸다. 안철의 동아약국이 1987년 6월에 항쟁 지휘의 거점이 된 것은 자연스럽고 당연했다. 민주헌법쟁취국민운동본부 목포지부 사무실은 동아약국 건너편 건물 3층에 마련됐다. 안철을 포함한 공동의장을 중심으로 국민회의, 목청련, 종교계 등 목포 민주화세력이 모두 결합했다.
한국 민중항쟁 답사기 : 광주·전남 편 - 나를 만든 현대사, 그날의 함성 속으로 6월항쟁, 이혜영 지음
목포 민주화운동 주요 동선 목원동 정명여고 후문(박승희 열사 흉상) - 양동교회 - 목포청년회관 - 트윈스타(공설시장 터) - 목포역 광장 - 오거리문화센터(옛 동본원사, 옛 중앙교회) 1991년 분신한 전남대생 박승희 열사의 모교 후문에 흉상이 세워져 있다. 목원동 일대는 목포 도시 형성사에서 조선인 거류지이자 중심지였고, 근대 기독교 선교사들이 정착해 양동교회, 정명여학교, 영훈학교 등의 시설을 일군 곳이다. 일제강점기 이곳을 근거지로 학생과 청년들, 기독교인들의 항일시위가 활발했다. 목포 청년회관은 항일민족운동 단체였던 신간회 목포지회의 거점이었다. 군사독재 시기에도 학생들과 시민들은 목원동에서 시위대열을 만들어 목포역 광장을 향해 나아갔다. 특히 공설시장은 학생들의 집회 거점이었고, 상인들도 많은 지원을 했다. 일제강점기 때 3·1운동의 중심지도 공설시장이었다. 현재 시장 터에는 33층짜리 주상복합건물 '트윈스타' 두 동이 들어서 있다. 목포 원도심 활성화 사업의 일환으로 추진됐다. 동본원사는 일제강점기 때 지어진 일본식 절이며 나중에 중앙교회로 쓰였다. 5·18 때와 6월항쟁 때 민주화인사들이 모여 수시로 회의를 했다. 지금은 오거리문화센터가 입주했다. 동본원사가 있는 오거리 일대는 목포 문화예술의 중심지였다.
한국 민중항쟁 답사기 : 광주·전남 편 - 나를 만든 현대사, 그날의 함성 속으로 6월항쟁, 이혜영 지음
1982년 봄 프로야구를 출범시킨 사람은 전두환 대통령이다. 5·18의 원죄를 진 그는 국민 이목을 다른 데로 돌리고 싶었다. 자구책 중 하나가 프로야구였다. 의도야 어땠든 프로야구는 기존 고교야구의 인기를 금세 덮어쓰기했다. 한국 프로야구 역사상 전설적인 강자 '해태 타이거즈'는 광주전남의 홈팀이었다. 전라도 사람들은 무등경기장에서 목이 터져라 해태를 응원했다. 그 시간은 5·18의 후유증과 억울함을 푸는 시간이기도 했다. 5월에는 응원인지 시위인지 헷갈릴 정도로 절박했다.
한국 민중항쟁 답사기 : 광주·전남 편 - 나를 만든 현대사, 그날의 함성 속으로 거목의 고향_김대중, 이혜영 지음
예전에는 프로야구 관람을 좋아해서 거의 매일저녁 야구 중계를 봤다. 응원팀은 그날 경기를 같이 보는 사람이 누구냐에 따라 바뀌었다. (친)오빠도 (전)남편도 두산 곰팀을 좋아해서 나도 덩달아 베어스를 응원했다가, 타이거즈를 좋아하는 학교 선배랑 볼 때는 나도 잠시 무등산호랑이팀 팬이었다가, 친한 입사 동기가 서울 쌍둥이를 좋아하면 또 그 팀도 응원했다가… (하지만 혼자 볼 때는 내게도 소신이 있었다. 20대 때는 류현진 선수가 좋아서 이글스를 응원했다. 히어로즈에 박병호 선수가 있을 때는 그 팀을 좋아했다.) 가을야구가 시작되면 언더독 심리가 발동했는지 항상 둘 중에 더 못 하는 팀이 우리 편이었다. 그 편이 더 재미있었다. 그러던 것이 지금은 야구를 안 본 지 오래됐다. 가끔 WBC 같은 국제대회나 하면 몇 경기 볼까. 이유는 딱히 없고 그냥, 질렸나보다. 충성팀이 없다보니 그런 것 같기도 하고. 마침 지금 만나는 남자친구는 야구를 안 좋아한다. 안 좋아하는 정도가 아니라 심지어 이종범이 누군지 모르고(이종범 모르는 아재는 옛날사람 중에 처음 봄), 야구 얘기가 나오면 맨날 한다는 소리가, ‘전두환이 도입해서 개막전 시구까지 했던 프로야구를 왜 보냐’, ‘대중을 우민화하는 3S 정책에 휘둘리면 안 된다’… (아니 님은 그냥 야구에 관심이 없어서 안 보시는 거잖아요 ㅎㅎ) 차라리 크보 경기는 수준이 너무 떨어져서 안 본다든지(근데 사실 고 맛에 보는 거긴 한데! 병맛 크보가 말아주는 도파민 중독에 빠지면 답도 없지요), 양아치들 승부조작이나 학폭 땜에 안 본다 하는 게 3S 타령보다는 훨씬 나을 텐데ㅋ 야구 시청은 한때는 내 삶에서 뗄 수 없는 취미였지만, 한번 안 보기 시작하니 점점 멀어진다. 선수들 이름도 낯설어지고…. 언젠가는 독서 취미도 그렇게 되려나? 뭐, 나야 워낙 변덕이 죽 끓듯 하니까. 언젠가는 다시 야구에 재미를 붙일지도 모르지.
한국 민주화의 큰 별이 진 저녁, 야구장 외야석에 앉아 그를 생각했다. 한편으로 궁금했다. 한국 사회는 왜 거인 김대중에게 유독 냉혹한 잣대를 들이댔을까. 한국 프로야구라는 현상 하나에도 참 많은 것이 얽혀 있어 한 마디로 규정하기 어려운데 말이다.
한국 민중항쟁 답사기 : 광주·전남 편 - 나를 만든 현대사, 그날의 함성 속으로 거목의 고향_김대중, 이혜영 지음
학교 다닐 때 김대중 전 대통령이 강연을 온 적이 있다. 총학에서는 김대중 방문을 반대하는 내용의 현수막을 정문에서부터 강연장까지 걸어두고 보이콧을 시도했다. 아마 ‘대통령 김대중 = 신자유주의의 첨병’, 뭐 그런 이유였던 것 같다. 그래, 그렇긴 하지. 그러거나 말거나 나는 쭐래쭐래 가서 그의 강연을 들었다. 내용은 하나도 기억나지 않지만 열심히 들었다. (그날 저녁 TV뉴스에 김대중 전 대통령의 학교 방문 소식이 한 꼭지 나왔는데 그걸 본 막내고모가 득달같이 전화하셨다. 방금 청중 학생들 속에 니 얼굴이 0.1초 나왔다고. 그걸 알아본 고모가 대단하다. 이런 못난 물건도 조카딸이라고. 내가 뒤늦게 대학이라는 곳에 가겠다고 결심했을 때 ‘정말 생각 잘 했다’며 기뻐하던 고모. 지금은 우리 막내고모도 김대중 선생님도 이 세상에 안 계신다.)
2009년 봄, 그는 고향 신안 하의도를 찾았다. 하의3도 농민운동기념관 개관식 축사를 하면서 자신의 85년 인생을 숫자로 요약했다. "저는 다섯 번의 죽음의 고비를 넘겼는데 한번은 (1950년 한국전쟁 당시) 공산당이 목포를 점령했을 때이고 나머지 네 번은 군사독재자들에 의한 것이었습니다. 그리고 6년 반을 감옥살이를 했고, 20여 년을 연금과 감시 속에서 살았고, 3년 반의 망명생활을 했습니다." 산전수전이다. 민족 전체의 수난이었던 한국전쟁을 제외하고 본다면, 김대중은 자신이 택한 삶의 여정에서 네 번 목숨을 잃을 뻔했다. 1971년 5월 목포에서 중앙선을 넘어 질주하는 트럭을 피하다 교통사고를 당해 죽을 뻔했고, 1973년 8월 일본 도쿄에서 괴한들에 납치돼 살해당할 뻔했다. 며칠 후에는 바다 한복판으로 끌려가 돌과 함께 매달린 후 내던져질 뻔했다. 1980년 5·18 때는 정권을 탈취하려고 광주의 '폭동'을 조종했다며 사형선고를 받았다.
한국 민중항쟁 답사기 : 광주·전남 편 - 나를 만든 현대사, 그날의 함성 속으로 거목의 고향_김대중, 이혜영 지음
김대중은 자신을 겁이 많은 사람이라고 표현했다. 1980년 내란음모죄로 법정에서 최종 선고를 앞두고 있을 때를 이렇게 회고했다. "나는 재판장의 입 모양을 뚫어져라 보았다. 입술이 옆으로 찢어지면 사, 사형이었고, 입술이 앞쪽으로 튀어나오면 무, 무기징역이었다."
한국 민중항쟁 답사기 : 광주·전남 편 - 나를 만든 현대사, 그날의 함성 속으로 거목의 고향_김대중, 이혜영 지음
인간 김대중의 동지는 아내 이희호(1922~2019)였다. 이희호는 일찍부터 주목받는 사회운동가이자 인권운동가였다. 흔히 그녀를 우리나라 제1세대 여성운동가라고도 하는데, 여성운동은 방대한 활동의 일부분이었다. 20세만 넘어도 '노처녀'라는 소리를 듣던 당시, 이희호는 사회운동에 매진하며 40세를 넘겼다. 그러다가 김대중과 결혼했다. 그녀의 고등학교 스승의 회고다. "남자는 두 아이가 딸린 홀아비에 빈털터리였다. 남자의 전셋집에는 몸이 성치 않은 홀어머니가 있었고, 또 심장판막증으로 앓아 누운 여동생이 있었다. 미국 유학까지 갔다 와 여성계 지도자로 뻗어나가고 있는 이희호가 이런 궁색한 처지의 남자와 결혼한다니, 누구나 균형이 맞지 않는 일이라고 생각했다. 심지어는 눈물을 흘리며 안 된다고 말리는 사람도 있었다." […] 두 사람은 부부이면서 동지였다. 김대중의 투쟁은 늘 두 사람의 투쟁이었다. […] 김대중은 "아내에게 부끄러운 사람이 되지 않으려고 협박과 유혹을 뿌리쳤다"라며 "아내가 없었으면 나도 없었다"라고 회고했다.
한국 민중항쟁 답사기 : 광주·전남 편 - 나를 만든 현대사, 그날의 함성 속으로 거목의 고향_김대중, 이혜영 지음
사공의 뱃노래 가물거리면 삼학도 파도 깊이 스며드는데 부두의 새악씨 아롱 젖은 옷자락 이별의 눈물이냐 목포의 설움 삼백 년 원한 품은 노적봉 밑에 님 자취 완연하다 애달픈 정조 유달산 바람도 영산강을 안으니 님 그려 우는 마음 목포의 노래 깊은 밤 조각달은 흘러가는데 어찌타 옛 상처가 새로워진다 못 오는 님이면 이 마음도 보낼 것을 항구에 맺은 절개 목포의 사랑
한국 민중항쟁 답사기 : 광주·전남 편 - 나를 만든 현대사, 그날의 함성 속으로 거목의 고향_김대중, 이혜영 지음
항구도시를 노래하는 정서에는 기본적으로 애상이 서려 있다. 항구가 떠남과 돌아옴의 장소인데다, 돌아옴마저 기약하기 어려울 때가 많기 때문. 목포의 노래에는 뭔가 더 있다.
한국 민중항쟁 답사기 : 광주·전남 편 - 나를 만든 현대사, 그날의 함성 속으로 거목의 고향_김대중, 이혜영 지음
여드레 팔십리 - 정태춘 https://youtu.be/DYDnOooUtjw?si=mG_zaFQsxpE_IgnE 여드레 팔십리 방랑의 길목엔 남도 해무가 가득하고 어쩌다 꿈에나 만나던 일들이 다도해 섬 사이로 어른대누나 물 건너 제주도 뱃노래 가락이 연락선 타고 와 부두에 내리고 섬처녀 설레던 거치른 물결만 나그네 발 아래 넘실대누나 에헤야 얼라리여라 노 저어 가는 이도 부러운데 에헤야 얼라리여라 님 타신 돛배도 물길 따라 가누나 떠나는 연락선 목 메인 고동은 안개에 젖어서 내 귀에 들리고 보내는 맘 같은 부두의 물결은 갈라져 머물다 배 따라 가누나 나오거나 가거나 무심한 갈매기 선창에 건너와 제 울음만 울고 빈 배에 매달려 나부끼는 깃발만 삼학도 유달산 손 잡아 보잔다 에헤야 얼라리여라 노 저어 가는 이도 부러운데 에헤야 얼라리여라 님 타신 돛배도 물길 따라 가누나
목포인들의 힘은 부두에서 태어났다. 개항 직후 목포로 찾아든 조선인들은 대부분 부두 노동자나 객주로 일했다. 이들은 일찍부터 노동운동을 벌였다. 개항 후 겨우 5개월 만인 1898년 2월 첫 투쟁이 시작됐다. 임금 인하 시도를 저지하는 동맹파업이었다. 부두 노동자들은 1903년까지 모두 여덟 차례에 걸쳐 크고 작은 노동쟁의를 벌였다. 일본인 상공인들은 각종 권력의 지원을 받았고, 조선인 노동자들에게는 함께 맞잡은 손뿐이었다. 부둣가의 분쟁은 갈수록 항일 운동의 양상이 됐다. 투쟁은 신속했고 강력했다. 다른 개항장에서는 선례를 찾기 어려웠다. 목포보다 일찍 문을 연 부산이나 인천에서는 노동자들이 관세가 뭔지, 개항장 역할이 뭔지도 잘 모른 채 일을 시작했다. 목포의 노동자들은 다른 개항장 사례에서 보고 들은 바가 있었다. 후발주자의 학습효과와 같았다. 이들은 일본인들에 조직적으로 대항하며 점점 진화해갔다. 목포 부두 노동운동은 일제강점기 노동운동의 출발점으로 평가되고 있다. 부두 노동자 중에는 전라도 들판의 역사를 기억하는 이들도 많았다.
한국 민중항쟁 답사기 : 광주·전남 편 - 나를 만든 현대사, 그날의 함성 속으로 거목의 고향_김대중, 이혜영 지음
전남 농민군은 장흥 석대들에서 최후의 전투를 벌였다. 무안·함평 일대의 지도자는 배상옥(1862~1894)이었다. 대접주 배상옥의 용맹함은 무안, 영광, 함평, 해남, 강진, 영암 등 전남 서부 농민들의 용기를 북돋웠다. 조선 조정은 배상옥을 '호남 거괴'로 지목하고, 전봉준 장군과 함께 현상금 1,000냥을 내걸었다. 1894년 12월 배상옥은 고막교 전투 후 일본군에 잡혀 처형됐다. 소식을 들은 무안 농민들은 "상옥아 상옥아 배상옥아 백만 군대 어디 두고 쑥국대 밑에서 잠드느뇨"라며 통곡했다. 들판 사람들의 원통함이 채 가라앉지 않았던 3년 세월, 목포가 생겨났다. 배상옥의 고향 무안군 삼향면 대양리는 지금의 목포시 대양동이다.
한국 민중항쟁 답사기 : 광주·전남 편 - 나를 만든 현대사, 그날의 함성 속으로 거목의 고향_김대중, 이혜영 지음
피해자를 가해자로 둔갑시킨 현상의 시작은 1971년 대통령 선거였다. 40대의 젊은 후보 김대중은 전국적으로 돌풍을 일으켜 박정희 후보를 위협했다. 서울 장충단 공원에서 후보 유세를 할 때 100만 명의 인파가 몰려 환호했다. 3선을 노리던 박정희는 몹시 긴장했다. 온갖 수단을 동원해 김대중을 내리눌렀다. 그 하나가 영남과 호남 사이의 이간질이었다. "호남 후보 김대중이 대통령이 되면 영남이 다 죽는다"라는 선동이 박정희 후보 진영에서 처음 나왔다. 황당한 선동의 효과가 대선 결과를 좌우한 정도는 아니었다. 영호남 투표 성향은 아직 크게 다르지 않았다. 심지어 김대중을 키워낸 목포에서도 몰표는 없었다. 김대중 3만 3,000여 표, 박정희 1만 8,000여 표를 기록했다. 김대중이 대선에 진 후 경남 진주에 갔을 때도 남강변에 4만 5,000여 명의 사람들이 모여 김대중을 기다렸다. 그들은 "대통령 선거 다시 하라" 하고 외쳤다. 오히려 그 시절까지는 도시와 농촌의 차이가 컸다. 도시 사람들은 주로 야당을 지지하고 농촌 사람들은 여당을 지지하는 성향이 강해서 '여촌야도'라고 했다. 이후 선거부터 지역감정을 부추기는 일이 주요 전략으로 급부상했다. 대선에서 유용함을 확인한 박정희와 여당 쪽이 적극적이었다. 한국전쟁 이후 남북 분단체제가 고착됐듯이 영호남 지역감정이라는 '만들어진 구도' 역시 굳어져 버렸다.
한국 민중항쟁 답사기 : 광주·전남 편 - 나를 만든 현대사, 그날의 함성 속으로 거목의 고향_김대중, 이혜영 지음
농조 문제는 농협보다 더 고약한 구석이 있었다. 물론 농협도 설립 취지와 어긋난 운영으로 원성을 샀지만, 사실 '농민들의 공동 권익 신장'이라는 목표에 맞게 원칙대로 운영하면 해결될 일이었다. 농조는 조합비를 내는 이유부터가 좀 이상했다. 현대국가에서 저수지와 댐을 짓고 유지하는 비용을 왜 농민이 내는 걸까. 도시에 길 닦는다고 도시 주민이 돈을 따로 내지는 않는다. 도로며 댐이며 모두 정부 예산으로 조성할 사회기반시설이 아닌가. 결국 농민들은 국가와 농조에 이중으로 세금을 내는 셈이었다. 농민들은 '하늘에서 저절로 떨어지는 물로 장사하는 농조'라고 비꼬았다. 매년 말 농조에 내는 돈을 '조합비'라고 하지 않고 '수세'라고 불렀다.
한국 민중항쟁 답사기 : 광주·전남 편 - 나를 만든 현대사, 그날의 함성 속으로 나주 수세거부 투쟁, 이혜영 지음
글타래
화제 모음
지정된 화제가 없습니다
💡독서모임에 관심있는 출판사들을 위한 안내
출판사 협업 문의 관련 안내[모임] 간편 독서 모임 만들기 매뉴얼 (출판사 용)
그믐 새내기를 위한 가이드
그믐에 처음 오셨나요?[메뉴]를 알려드릴게요. [그믐레터]로 그믐 소식 받으세요
천천히 읽어요
[함께 읽는 과학도서] 천천히 곱씹으며 느리게 읽기 <지구의 짧은 역사> 3부세계문학전집 느리게 읽기 (1) 브람스를 좋아하세요...
웰다잉 오디세이 2분기의 여정
[웰다잉 오디세이 2026] 6. 잘못은 우리 별에 있어 [웰다잉 오디세이 2026] 5. 죽은 다음[웰다잉 오디세이 2026] 4. 인생의 짧음에 대하여
나누고 싶은 책 이야기 by 꼬모
편지들이 알려주는 먼 시절의 인생역정낙담과 희망이 뒤섞인 사우디 아라비아 이야기편안하게 명랑하고, 평범해서 비범한 일상과 성장여전히 재미있고 여전히 김빠지는 시리즈 신간추리로 양념 친 러브스토리 연작집
조선과 한국을 바라보는 특별한 시선!
[김영사/책증정] 다니엘 튜더 소설 《마지막 왕국》 편집자와 함께 읽어요![어크로스/책증정] <뉴요커> 칼럼니스트 콜린 마샬과 함께 진짜 한국 탐사하기!
우리 아버지는요...
[책걸상 '벽돌 책' 함께 읽기] #34. <아버지의 시간>[도서 증정] 《아버지를 구독해주세요》마케터와 함께 자유롭게 읽어요~! <책방지기의 인생책> 좋은 날의 책방과 [아버지의 해방일지] 함께 읽기
한 출판사에서 나온 이토록 다양한 책들의 향연, 오늘 당신이 고를 이야기는?
[김영사/책증정] 쓰는 사람들의 필독서! 스티븐 킹 《유혹하는 글쓰기》 함께 읽기[김영사 / 책 증정] <새로운 실용주의 과학철학> 편집자 & 번역가와 함께 읽기[김영사/책증정] 무작정 퇴사하기 전에, <까다로운 사람과 함께 일하는 법> 함께 읽기[벽돌책 독파] 주자와 다산의 대결 <두 개의 논어> 편집자와 함께 읽기 [김영사/책증정]수학자의 눈으로 세상을 바라보다《세상은 아름다운 난제로 가득하다》함께 읽기
같이 연극 보실 분들, 구합니다.
[그믐연뮤번개] 3. [독서x관극x모임지기 토크] 우리 몸에 살고 있는 까라마조프를 만나다[그믐연뮤번개] 2. [독서x관극x번역가 토크] 인간 내면을 파헤치는 『지킬앤하이드』[그믐연뮤번개] 1. [책 읽고 연극 보실 분] 오래도록 기억될 삶의 궤적, 『뼈의 기록』
우리의 노동 일지
[책걸상 '벽돌 책' 함께 읽기] #35. <쇳돌>[그믐연뮤클럽] 6. 우리 소중한 기억 속에 간직할 아름다운 청년, "태일"[일은 당신을 사랑하지 않는다] 여러분은 일을 즐기고 있나요?[그믐밤] 4. 『난장이가 쏘아올린 작은 공』 다시 읽기 @국자와주걱
🎁 여러분의 활발한 독서 생활을 응원하며 그믐이 선물을 드려요.
[인생책 5문 5답] , [싱글 챌린지] 완수자에게 선물을 드립니다
이기원 단장과 함께 스토리의 비밀, 파헤칩니다
스토리탐험단 시즌2 : 장르의 해부학 1. 호러스토리탐험단 시즌2 : 장르의 해부학 2. 액션 + 로버트 맥키의 액션스토리 탐험단 시즌 2 : 장르의 해부학 읽기 3. 신화 4. 회고록과 성장물
한국 희곡 낭독이 이렇게 재밌다니!
<플.플.땡> 4. 우리는 농담이 (아니)야<플.플.땡> 3 당신이 잃어버린 것 2부<플.플.땡> 2. 당신이 잃어버린 것플레이플레이땡땡땡
히어로와 함께
카라마조프의 피도스토옙스키와 29일을[그믐연뮤번개] 3. [독서x관극x모임지기 토크] 우리 몸에 살고 있는 까라마조프를 만나다
나이지리아 소설가, 치누아 아체베
노예제, 아프리카, 흑인문화를 따라 - 08.신의 화살, 치누아 아체베노예제, 아프리카, 흑인문화를 따라 - 07.더 이상 평안은 없다, 치누아 아체베노예제, 아프리카, 흑인문화를 따라 - 06.모든 것이 산산이 부서지다, 치누아 아체베
혼자이기에 오히려 깊이 읽은 책들
<인간의 대지> 오랜만에 혼자 읽기 『에도로 가는 길』혼자 읽기천국의 열쇠 혼자 읽기거실의 사자 : 고양이는 어떻게 인간을 길들이고 세계를 정복했을까
부커상을 받았어요
[책증정][1938 타이완 여행기] 12월 18일 오후 8시 라이브채팅 예정! [이 계절의 소설_봄] 『벵크하임 남작의 귀향』 함께 읽기[Re:Fresh] 3. 『채식주의자』 다시 읽어요.[서울국제작가축제X비채] 버나딘 에바리스토의 <소녀, 여자, 다른 사람들> 함께읽기 챌린지
모집중밤하늘
내 블로그
내 서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