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실의 사자 : 고양이는 어떻게 인간을 길들이고 세계를 정복했을까

D-29
고양이를 지키는 사람들은 길고양이가 자연이 정한 대로 살고 죽을 권리가 있다고 말한다. 그러나 길고양이는 사실 야생동물이 아니다. 가축화의 결과가 몸과 뇌 그리고 DNA에 새겨져 있다. TNR은 모든 것을 자연에 맡기는 방식이 아니다.
거실의 사자 - 고양이는 어떻게 인간을 길들이고 세계를 정복했을까 5.고양이 로비스트, 애비게일 터커 지음, 이다희 옮김
어느 야생동물 학자 모임은 일부 생태학자들이 자기들끼리 쉬쉬하는 이야기를 과학 저널에 실어버렸다. 길고양이 집단을 관리하는 행위는 "벽만 없다 뿐 고양이 호딩(집착적으로 동물을 모으는 일)"이나 다름없다고 쓴 것이다.
거실의 사자 - 고양이는 어떻게 인간을 길들이고 세계를 정복했을까 5.고양이 로비스트, 애비게일 터커 지음, 이다희 옮김
문제는 물론 고양이의 생존 능력이 너무 뛰어나다는 점이다. 중성화로 길고양이 숫자를 효과적으로 줄이려면 전체 개체 수의 약 71퍼센트에서 94퍼센트를 붙잡아 수술해야 하고 거의 모든 암컷이 여기 포함되어야 한다. 그 이하로는 소용이 없다. 수술받지 않은 고양이들이 번식을 늘리고 결국에는 주변 환경이 지탱할 수 있는 수준까지 고양이의 숫자가 다시 늘어난다.
거실의 사자 - 고양이는 어떻게 인간을 길들이고 세계를 정복했을까 5.고양이 로비스트, 애비게일 터커 지음, 이다희 옮김
여러 고양이 애호가들은 작지만 잔인한 최상위 포식자에 대한 자신의 조건 없는 애정을 돌아보며 머리가 약간 이상한 게 아닌지 혼자서 고민하곤 한다.
거실의 사자 - 고양이는 어떻게 인간을 길들이고 세계를 정복했을까 6.톡소플라스마 조종 가설, 애비게일 터커 지음, 이다희 옮김
고양이와 톡소플라스마가 언제 그리고 왜 힘을 합쳤는지는 아무도 모른다. 둘의 관계는 아마 상당히 오래되었을 것이다. 사자와 표범을 비롯한 여러 야생 고양잇과 동물이 한때 지구 대부분을 지배했기에 이 기생충은 고양이가 인간 정착촌에 처음 발을 들여놓기 훨씬 전부터 이미 확산된 상태였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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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이 기생충이 어디에나 존재하게 된 것은 무엇보다 아주 최근에 이르러 인간과 고양이가 맺게 된 진화론적으로 대단히 특별한 관계에 기인한다. 원시 상태의 자연에서는 고양잇과 동물이 먹이사슬의 꼭대기에 있는 다른 동물에 비해서도 매우 희귀했기 때문에 고양잇과 동물에 의존하는 기생충의 확산은 한계가 있었다. 그러다 인간 문명이 생겨났고 오늘날 도심에서는 1제곱킬로미터당 수천 마리의 애완고양이가 살게 되었다. 톡소플라스마는 우리가 고양이를 데리고 새로운 생태계에 들어설 때마다 따라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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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종류의 기생충이 종숙주 외에도 그토록 광범위한 관계망 속에 있는 중간숙주 동물들을 감염시킬 수 있다는 것은 매우 대단한 일이다. 이런 관계망 효과의 핵심에는 아마도 고양잇과 동물의 왕성한 육식 활동이 있을 것이다.
거실의 사자 - 고양이는 어떻게 인간을 길들이고 세계를 정복했을까 6.톡소플라스마 조종 가설, 애비게일 터커 지음, 이다희 옮김
그렇다면 고양이와 유사하게 톡소플라스마 역시 정교하게 적응한 생물이면서도 유연성이 뛰어나고, 또 까다로우면서도 문란한 존재라고 할 수 있다. 톡소플라스마와 사촌 관계인 말라리아가 적혈구만 찾아 공격하듯이 여타의 단세포 기생충은 단 한 종류의 인간 세포에 집중하는 데 반해 톡소플라스마는 우리 몸 속에 있는 거의 모든 종류의 세포를 공략한다. 위와 간, 신경, 심장 세포 등 가리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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면역세포 안으로 침입할 수도 있다. 뇌로 몰래 들어가기 위해서 면역세포를 이용하는 것으로 보인다. 뇌는 대부분의 기생충이 침투하지 못하는 곳이다. 우리 몸의 가장 중요하고도 취약한 기관인 만큼 매우 다행스러운 일이다. 뇌에서는 면역반응이 약한데 그 이유는 면역반응이 일어나면 뇌가 부어오르고 이는 좁은 두개골 안에서 치명적이기 때문이다. 따라서 최선의 전략은 애초에 침입자가 들어오지 못하게 막는 것이다. 뇌와 몸 사이의 장벽은 특수한 막을 가진 혈관이 철저하게 감시하고 있으며 뚫기가 거의 불가능하다. 그러나 톡소플라스마는 인체의 신뢰를 받는 면역세포를 트로이의 목마처럼 이용해 장벽 너머로 잠입한다.
거실의 사자 - 고양이는 어떻게 인간을 길들이고 세계를 정복했을까 6.톡소플라스마 조종 가설, 애비게일 터커 지음, 이다희 옮김
알려진 바에 따르면 특정 기생충은 숙주의 행동을 조종해 스스로 생존에 유리한 위치에 선다. 때때로 운 나쁜 숙주 동물은 자기를 희생양으로 바치기까지 한다. 잘 알려진 예를 들자면 어떤 흡충은 개미를 감염시킨 다음 개미가 풀을 타고 올라가도록 자극하는데, 그러면 흡충이 선호하는 숙주인 양이나 소에게 먹힐 확률이 높아지기 때문이다. 톡소플라스마에 감염된 쥐는 고양이 소변 주변에서 전에 없이 대담하게 행동할 뿐 아니라 활동량도 늘어난다는 사실을 연구자들은 발견했다. 과학자들은 쥐들의 무모한 행동이 고양이에게 먹힐 확률을 높이기 위해 설계된 행동일 수 있다고 가정한다. 이 가정이 옳다면 연구 결과는 그야말로 상상 이상이다. 조종 가설의 가장 전형적인 사례는 불운한 개미들과 같이 단순한 생물에서 발견된다. 포유류 중에서 기생충이 숙주를 이토록 본격적으로 조종하는 사례는 또 없다.
거실의 사자 - 고양이는 어떻게 인간을 길들이고 세계를 정복했을까 6.톡소플라스마 조종 가설, 애비게일 터커 지음, 이다희 옮김
한 가지 진실은 페인트를 바른 밋밋한 벽으로 둘러싸인 공간에서 응석받이로 살아갈 수 있는 힘이, 바람이 할퀴는 아남극의 섬이나 화산 원뿔에서의 생존 능력 못지않게 급진적이고 대단한 진화의 결과라는 점이다. 때로는 고양이 때문에 미치겠다고 하는 사람도 있지만 고양이 역시 같은 기분일 수도 있다.
거실의 사자 - 고양이는 어떻게 인간을 길들이고 세계를 정복했을까 7.고양이를 미치게 하는 것, 애비게일 터커 지음, 이다희 옮김
고양이와 관련된 여느 문제와 마찬가지로 고양이가 다른 존재와 교류하는 방식, 또는 그 방식의 결여는 단백질 및 단백질 조달과 관련이 있다. 그 결여를 가장 잘 이해하는 길은 역시 개와 비교해보는 것이다. 개량된 늑대라고 할 수 있는 개들은 집단으로 사냥을 하면서 진화했다. 생존은 먹이를 잡기 위해 협동하는 능력에 달려 있었다. 소통과 협력은 개의 이빨만큼이나 생존에 결정적인 무기였다. 인간 역시 비슷한 진화 과정을 거쳤고 집단생활에 영향을 받았다. 함께 수만 년을 지내면서 인간은 심지어 개와 공진화했을 수 있다. 일본 학자들이 최근 밝혀낸 사실에 따르면 늑대들은 시선 접촉을 피하는 반면 개들은 오래전 가축화 단계에서 인간의 시선 중심적인 소통 방식을 배웠다고 한다. 눈을 맞추는 행위는 이후 개와 인간의 상호 소통 언어에서 매우 핵심적인 부분이 되었기 때문에 이제 개는 주인과 눈이 마주치면 옥시토신이 분비된다. 주인 역시 시선을 되돌려주면서 기분이 좋아지게 하는 이 호르몬의 작용을 느낀다. (인간 부모는 자식과 같은 방식으로 유대감을 쌓는다.) 이런 식으로 개와 인간은 "사회적 파트너"가 되었다. 수천 년이 넘도록 이어진 인위도태 및 인간에 대한 상시적 의존 덕택에 개가 주인의 존재와 주인이 보내는 신호에 그 어느 때보다 민감해졌다는 사실에는 의심의 여지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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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앞서 살펴보았듯 고양이는 완벽한 외톨이다. 거의 모든 야생 고양잇과 동물은 자기만의 영역을 돌아다니면서 홀로 사냥하고 살아가며 동종의 다른 개체와 마주치는 일은 아주 드물다. 어떤 식으로든 협력은 거의 불가능하다. 집단을 이루어 사는 사자도 사냥할 때는 협력하지 않는다. 따라서 서열에 따른 위계는 있을 수조차 없다. 천생 은둔자인 고양이는 표현을 하도록 진화하지 않았다. 그 표현을 읽을 수 있는 다른 고양이가 주변에 없었기 때문이다. 고양잇과 특유의 무표정한 얼굴은 이 때문이다. 고양이는 꼬리를 흔들거나 귀를 쫑긋 세우거나 눈을 애처롭게 뜨지 않으며 그런 신호를 읽을 줄도 모른다. 고양이가 보내는 명확한 시각적 신호는 죽기 아니면 살기의 상황에서만 전달되곤 한다. 고양이가 등을 구부리고 털을 세워 복어처럼 몸을 부풀릴 때가 그때다. 게다가 고양이는 몸을 숨겼다가 습격을 하는 포식동물이므로 소리를 이용한 신호도 사용하지 않는다. 고양이의 주된 소통 수단은 페로몬, 즉 달갑지 않은 얼굴을 마주보지 않아도 주고받을 수 있는 냄새 메시지이다. 간단히 말해 고양이의 소통 방식은 인간이 원하는 사회적 교류를 제공하기에는 거의 유례없이 불충분하다. 고양이는 친구가 아닌 거리, 칭찬이 아닌 단백질을 원한다. 인간과 고양이는 생물학적으로 어울리지 않는 한 쌍이다.
거실의 사자 - 고양이는 어떻게 인간을 길들이고 세계를 정복했을까 7.고양이를 미치게 하는 것, 애비게일 터커 지음, 이다희 옮김
고양이 편을 들자면, 그들이 냄새에 기반한 제한적인 표현 방식을 이용해 우리와 소통하려고 진심으로 노력한다는 증거도 일부 있다. 소변을 뿌리거나 얼굴, 엉덩이에 있는 분비선을 이용해 우리 다리에 미묘한 메시지를 쓴다는 것이다. 그러나 인간은 이런 단서를 눈치채기에는 너무 둔하다. 우리의 후각은 특히 무디다. (한 연구에 따르면 고양이 주인은 냄새의 깊은 의미를 이해하기는커녕 냄새를 통해 자기 고양이를 구별할 수조차 없었다.) 상호 소통의 실패는 집 안에서 사는 고양이를 위험한 위치에 놓는다. 집에 갇힌 고양이는 우리의 도움 없이는 살아갈 수가 없기 때문이다. 문제를 더 복잡하게 만드는 것은 고양이가 훈육할 수 없는 대상이라는 점인데 이것은 브래드쇼가 말하는 "취약한 사회적 능력”에 기인한다. 고양이는 유일하게 먹이만 보상으로 여기기 때문에 훈련을 시키기가 매우 어렵다. 우리의 방식을 가르칠 수가 없는 것이다.
거실의 사자 - 고양이는 어떻게 인간을 길들이고 세계를 정복했을까 7.고양이를 미치게 하는 것, 애비게일 터커 지음, 이다희 옮김
바로 이 지점에서 고양이와 인간의 상호작용에 관한 연구가 몹시 흥미로운 단계로 접어든다. 인류와의 관계에서 흔히 그래왔듯 고양이들이 나서서 우리를 길들이는 것이다. 집 안에 갇혀 다른 방도가 없는 모든 애완고양이는 아둔한 인간을 길들이는 벅찬 과제를 시작한다. 이것은 평범한 고양이의 (반)사회적 능력을 적잖이 벗어나는 일이니만큼 고양이는 거의 맨손으로 시작해서 인간을 상대로 여러 가지 실험을 벌여야 한다. 알고 보면 우리가 애정 표현이라고 여기는 고양이의 행동은 무조건적이지 않을 뿐만 아니라, 오히려 고양이가 우리에게 조건반사를 학습시키는 과정이다. 고양이가 실험의 설계자이고 우리는 파블로프의 개인 셈이다. 고양이를 사랑하는 사람은 이것을 어느 정도 당연하게 생각하고 심지어 사랑스럽게 여긴다. "허니번은 정말 애굣덩어리예요." 어느 연구에서 한 고양이 주인은 이렇게 말했다. "애정을 요구해요. 쓰다듬으라고, 또는 쓰다듬기를 멈추지 말라고 앞발로 사람을 '때리기도' 하죠." 우리는 길들이기 과정의 대부분을 의식하지 못한다.
거실의 사자 - 고양이는 어떻게 인간을 길들이고 세계를 정복했을까 7.고양이를 미치게 하는 것, 애비게일 터커 지음, 이다희 옮김
예를 들면 고양이는 인간이 소리에 잘 반응한다는 사실을 어떻게든 알아낸다. 고양이가 가르릉거릴 때의 듣기 좋은 떨림을 생각해보자. 성대주름에서 나는 음조가 있는 이 울림은 고양이들 사이에서는 어떠한 고정된 의미도 없다. "기분 좋아"일 수도 있고 "나 죽겠다"일 수도 있다. 그러나 사람에게 이 소리는 반가운 소리이며 심지어 달콤한 속삭임과도 같다. 이것을 아는 많은 고양이는 사람에게 들리는 곳에서 이 목적 없는 울림을 변형한다. 아주 가냘프지만 매우 거슬리는, 집요한 신호를 포함시키는 것이다. 아기의 칭얼거림을 닮은 이 소리는 주로 먹이를 요구할 때 쓰는 신호이다.
거실의 사자 - 고양이는 어떻게 인간을 길들이고 세계를 정복했을까 7.고양이를 미치게 하는 것, 애비게일 터커 지음, 이다희 옮김
야옹 소리 역시 사람을 뜻대로 부리기 위함이다. 야생에서 잘 사용하지 않는 이 울음소리에는 별 의미가 없다. 그러나 여러 주인이 자기 고양이의 울음소리를 특정한 명령으로 해석하고 있으며 이것은 올바른 해석이다. 애완고양이는 길고양이나 야생의 고양잇과 동물에 비해 더 자주, 그리고 더 간절하게 야옹거릴 뿐만 아니라 자기 집 안에서 자기 주인에게 어떤 지시를 내릴 목적으로 독창적인 야옹 언어를 고안해낸다. 이런 독특한 신호는 다른 집에서는 통하지 않는다. 주인은 자기 고양이의 특정한 주문을 따를 수 있지만 옆집 고양이의 주문은 이해하지 못할 수 있다. "고양이의 울음소리의 분류는 공통적인 규칙의 습득이 아닌 특정 개체가 내는 소리의 습득에 달려 있다"라고 한 연구는 말한다. 어김없이 고양이가 아닌 인간이 공부를 해야 하는 것이다. 소통에 과하게 의존하는 습성 탓에 인간은 고양이에게 착취를 당하기 딱 좋다. 기능적 자기공명영상(functional MRI)을 이용한 어느 조사에서는 우리 뇌의 혈류가 고양이 울음소리의 높낮이에 따라 변한다는 사실이 드러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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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양이에게 가장 중요한 것은 일관성과 예측 가능성이라는 사실을 발견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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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양이는 또한 자기 몸에 대한 통제권이 자기에게 있다고 느껴야 한다. 아이러니하게도 버핑턴이 연구 대상으로 삼은 아픈 고양이들은 대개 사랑이 넘치는 주인들이 키우던 고양이였다. 아픈 고양이를 몰래 버리기보다 수의사에게 엄청난 치료비를 지불하는 쪽이었다. 그러나 때로는 애정이 깊을수록 간섭이 더 심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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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는 고양이를 일부러 학대하려고 한 주인을 만난 적은 없어요. 하지만 가족과의 관계를 의도치 않게 망쳐버리는 사람은 아주 흔하죠."
거실의 사자 - 고양이는 어떻게 인간을 길들이고 세계를 정복했을까 7.고양이를 미치게 하는 것, 애비게일 터커 지음, 이다희 옮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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