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실의 사자 : 고양이는 어떻게 인간을 길들이고 세계를 정복했을까

D-29
길고 가느다란 동공과 고도로 민감한 망막을 가지고 있어 밤이면 달처럼 빛나는 고양이의 눈은 인간의 눈과 다른 점이 많다. 그럼에도 중요한 닮은 점이 있다. 일단 고양이의 눈은 거대하다. 다 큰 고양이의 눈은 인간만큼이나 크고 새끼 고양이의 휘둥그런 눈망울은 작은 얼굴 때문에 더 커 보인다. 왕방울 같은 사람 아기의 눈이 무의식적으로 연상되기 때문인지 눈이 커다란 동물은 대체로 사람들에게 인기도 많다. 판다는 눈이 작은 편이지만 눈 언저리의 검은 점 덕분에 백 배는 더 커 보이고, 세계자연기금의 심벌이 되어 동물 보존 분야 최고의 마스코트로 활약 중이다. 고양이도 멸종 위험과는 거리가 멀어서 그렇지 만약 이 분야에 진출한다면 판다 부럽지 않은 기부금을 받아낼 수 있을 것이다.
거실의 사자 - 고양이는 어떻게 인간을 길들이고 세계를 정복했을까 3.고양이는 아무것도 안 함, 애비게일 터커 지음, 이다희 옮김
토끼를 비롯해 껴안아 주고 싶게 생긴 여러 다른 동물들은 눈이 얼굴 옆에 있다. 더 넓은 시야를 확보하기 위해서다. 심지어 개의 눈도 중앙에서 좀 벗어나 있다. 그러나 고양잇과 동물은 매복 사냥을 하는 포식동물이다. 빠르게 움직이는 먹잇감을, 그것도 밤중에 덮치기 위해서는 거리를 판별할 수 있어야 하기에 육식동물 중에서 가장 뛰어난 양안시를 갖도록 진화했다. 이 같은 시각 능력을 가지려면 양 눈의 시야가 겹쳐야 하므로 고양이의 눈은 앞을 향하고 머리의 정면 중앙에 자리하고 있다. 우리 눈의 방향도 마찬가지다. 그러나 영장류는 매복 사냥을 하는 포식자는 아니고 대체로 풀을 찾아 다니는 초식동물이기 때문에 중앙에 있는 두 눈을 전혀 다른 목적으로 사용한다. 가까이 있는 덤불에 열매가 열렸는지 훑어보거나, 근래에 들어서는 서로의 표정을 읽기 위한 용도로 쓴다. 눈의 위치는 고양이의 얼굴을 사람처럼 보이게 만드는 매우 중대한 요소이다.
거실의 사자 - 고양이는 어떻게 인간을 길들이고 세계를 정복했을까 3.고양이는 아무것도 안 함, 애비게일 터커 지음, 이다희 옮김
이처럼 고양이는 귀여운 요소들이 완벽하게 뒤섞인 외형을 지녔다. 그럼에도 동시에 한때 우리의 조상을 학살했던 동물과 아주 많이 닮았다. 고양이의 얼굴은 최고 포식자의 얼굴인 동시에 아이의 얼굴이고, 그 조합에 매혹적인 긴장이 도사리고 있다.
거실의 사자 - 고양이는 어떻게 인간을 길들이고 세계를 정복했을까 3.고양이는 아무것도 안 함, 애비게일 터커 지음, 이다희 옮김
언젠가 너로 인해 - 가을방학 https://youtu.be/dSRvZt3Jtkk?si=mG5DalaKzzZKD9hW 아주 조그만 눈도 못 뜨는 널 처음 데려오던 날 어쩜 그리도 사랑스러운지 놀랍기만 하다가 먹고 자고 아프기도 하는 널 보며 난 이런 생각을 했어 지금 이 순간 나는 알아 왠지는 몰라 그냥 알아 언젠가 너로 인해 많이 울게 될 거라는 걸 알아 궁금한 듯 나를 바라보는 널 보며 난 그런 생각을 했어 아주 긴 하루 삶에 지쳐서 온통 구겨진 맘으로 돌아오자마자 팽개치듯이 침대에 엎어진 내게 웬일인지 평소와는 달리 가만히 다가와 온기를 주던 너 지금 이 순간 나는 알아 왠지는 몰라 그냥 알아 언젠가 너로 인해 많이 울게 될 거라는 걸 알아 너의 시간은 내 시간보다 빠르게 흘러가지만 약속해 어느 날 너 눈 감을 때 네 곁에 있을게 지금처럼 그래 난 너로 인해 많이 울게 될 거라는 걸 알아 하지만 그것보다 많이 행복할 거라는 걸 알아 궁금한 듯 나를 보는 널 꼭 안으며 난 그런 생각을 했어
나는 종종 앞마당을 서성이거나 살그머니 모퉁이를 돌아가는 동네 고양이를 보며 치토스와 정말 닮았다며 신기해하곤 한다. 그러다가 치토스가 맞다는 걸 깨닫는 순간 등골이 서늘해진다. 어떻게 했는지는 몰라도 그 커다란 몸뚱이를 뒤쪽 테라스 난간 사이로 억지로 밀어 넣어 탈출한 것이다. 나는 나의 소중한 고양이들이 험난한 거리로 나가지 못하도록 아파트 베란다며 콘도미니엄 데크의 둘레를 막는 데 너무 많은 여가 시간을 갖다 바쳤다.
거실의 사자 - 고양이는 어떻게 인간을 길들이고 세계를 정복했을까 4.새 애호가들의 외로운 싸움, 애비게일 터커 지음, 이다희 옮김
읽다가 빵 터짐(고양이 탈출은 웃을 일이 절대 아니긴 한데). 치토스는 비범한 몸집도 그렇고, 오렌지색 털옷도 그렇고, 동동이와 비슷한 점이 많다. 예전에 집에 오셨던 에어컨 세척 전문가 선생님은 동동이를 보고는 시라소니인 줄 알았다며 눈을 휘둥그레 뜨셨다. 나도 우리 동동이만큼 거대한 코숏은 본 적이 없다.
치토스의 비범한 몸집 때문에 집 안은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 같은 분위기가 된다. 내가 작아진 건지 고양이가 커진 건지 끊임없이 혼란에 빠지는 것이다.
거실의 사자 - 고양이는 어떻게 인간을 길들이고 세계를 정복했을까 서문, 애비게일 터커 지음, 이다희 옮김
오렌지색은 성별과 관련된 형질(암컷보다 수컷이 더 흔하다)이자 습성을 나타내는 표지이며 크기와 힘을 보여주기도 한다. 오렌지색 수컷은 다른 색 수컷보다 더 무겁고 더 공격적이다. (치토스를 키워본 나는 경험적으로 동의한다.)
거실의 사자 - 고양이는 어떻게 인간을 길들이고 세계를 정복했을까 8.사자와 토이거와 라이코이, 애비게일 터커 지음, 이다희 옮김
‘턱시도 고양이는 애교가 많고 사람을 잘 따른다, 활동적이고 머리도 좋다’는 속설이 있다. 털색에 따라 성격이 다르다는 얘기를 처음엔 안 믿었는데, 동동이랑 은동이랑 함께 살아보니 (남자친구네 초코랑 호두도 그렇고) 정말 그 얘기가 맞는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사자, 호랑이와 친척 간이지만 고양이는 편형동물이나 해파리 등 생태계를 가로채는 데 능한 다른 단순 생물과 비슷한 점도 많다. 국제자연보전연맹이 최악의 침입종 100가지 중 하나로 꼽은 고양이는 번지는 곰팡이, 연체동물, 덤불을 비롯해 뇌가 없거나 목적이 없는 생물들로 이루어진 찜찜한 목록에서 특히 화려한 존재감을 자랑한다. 이 염려스러운 목록에는 육식동물이 거의 없고 고도 육식동물은 말할 것도 없다. 그러나 뛰어난 적응력과 번식력, 집 안에 살기 알맞게 변화된 외모를 바탕으로 인간과 특별한 관계를 맺고 있는 고양이는 매우 위협적인 외래종이다.
거실의 사자 - 고양이는 어떻게 인간을 길들이고 세계를 정복했을까 4.새 애호가들의 외로운 싸움, 애비게일 터커 지음, 이다희 옮김
고양이는 특히 섬에서 다른 종의 씨를 말린다. 스페인의 한 연구에 따르면 전 세계 섬에서 멸종한 척추동물의 14퍼센트가 고양이 때문이었다. 연구자들은 이 수치마저도 매우 보수적으로 잡은 것이라고 밝힌다. […] 오스트레일리아에서는 비할 데 없이 빠른 속도로 포유동물이 멸종을 향해 가고 있으며 과학자들은 고양이가 포유동물의 생존을 위협하는 단일 요소 가운데 가장 위험한 요소라고 못 박았다. 서식지 파괴나 지구온난화보다 훨씬 심각한 원인이라는 것이다.
거실의 사자 - 고양이는 어떻게 인간을 길들이고 세계를 정복했을까 4.새 애호가들의 외로운 싸움, 애비게일 터커 지음, 이다희 옮김
특히 조류 애호가들은 오래전부터 고양이의 먹성에 불만을 토로해왔다. 2013년 미국 연방 과학자들은 애완고양이와 길고양이를 포함한 미국의 고양이들이 매해 새를 14억에서 37억 마리 죽이며 인간과 연관된 조류 사망의 가장 주된 원인이라는 보고서를 발표했다. (고양이는 새뿐만 아니라 69억에서 207억 마리의 포유동물과 셀 수 없는 파충류 및 양서류도 죽인다.)
거실의 사자 - 고양이는 어떻게 인간을 길들이고 세계를 정복했을까 4.새 애호가들의 외로운 싸움, 애비게일 터커 지음, 이다희 옮김
2005년 숲쥐 숫자가 돌아올 수 없는 다리를 건널까 두려웠던 미국 어류·야생동물관리국은 올랜도에 있는 디즈니 애니멀킹덤 소속의 생물학자들 및 "출연진"과 힘을 합쳐 숲쥐를 사육한 뒤 야생으로 보내기로 했다. (처음에 나는 이것을 특이한 협업이라고 생각했지만 따지고 보면 디즈니사는 언제나 꿋꿋하게 쥐를 변호해왔고 「신데렐라」의 루시퍼나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의 체셔캣 등 디즈니의 가장 유명한 애완고양이들은 은근히 악역을 맡고 있다.)
거실의 사자 - 고양이는 어떻게 인간을 길들이고 세계를 정복했을까 4.새 애호가들의 외로운 싸움, 애비게일 터커 지음, 이다희 옮김
톰과 제리의 톰, 가가멜의 아즈라엘, 가제트 엔딩 장면마다 등장하던 빌런 보스(?)의 고양이도 생각나네.
이윽고 키라고숲쥐를 키라고섬으로 데려다줄 시기가 왔다. 조그마한 원격 무선 측정기를 목에 단 숲쥐에게 자연 상태에서 구할 수 있는 먹이를 제공해 체력을 보강하고 울타리가 쳐진 인공 둥지에서 적응할 시간을 주었다. "모든 게 착착 진행됐어요. 방사하기 전까지는요." 딕슨의 말이다. 드게이너는 밤낮을 안 가리고 고양이를 잡았지만 "제때 제거하기는 불가능"했다고 한다. "안 봐도 눈에 선했어요. 숲쥐를 방사한 다음 날 밤이면 다 끝나 있을 게 뻔했어요." 연구자들이 사체를 찾았을 때는 절반쯤 먹힌 채 낙엽 밑에 파묻혀 있곤 했는데 이것은 호랑이가 사냥감을 숨기는 방식과 똑같다. "키라고숲쥐에게 어떻게 고양이를 두려워하라고 가르칠 수 있을까요?" 디즈니 생물학자 앤 새비지가 내게 묻는다. 숲쥐의 천적은 새와 뱀이다. 죽이려고 달려드는 고양이는 "원래 숲쥐와 만나면 안 되는 동물”이다. "키라고숲쥐가 둥지 밖으로 나올 수조차 없다면 어떤 훈련도 의미가 없어요." 디즈니의 사육 프로그램은 2012년에 폐지되었다.
거실의 사자 - 고양이는 어떻게 인간을 길들이고 세계를 정복했을까 4.새 애호가들의 외로운 싸움, 애비게일 터커 지음, 이다희 옮김
몇 세기에 걸쳐 고양이는 항해 문화의 필수 요소가 되어버렸고 미신을 믿는 노련한 선원들은 고양이가 없는 배에는 타려고조차 하지 않았다. 고양이가 타지 않은 배는 해상법상 유기선(遺棄船)으로 취급되기도 했다. 오늘날까지 항해에서 쓰이는 말 중에는 고양이가 들어간 단어가 많은데 채찍의 일종인 아홉 꼬리 고양이(cat-o’-nine-tails), 매듭의 일종인 고양이 앞발(cat’s paw), 배 위의 좁은 통로를 의미하는 캣워크(catwalk) 등이 여기 해당한다.
거실의 사자 - 고양이는 어떻게 인간을 길들이고 세계를 정복했을까 4.새 애호가들의 외로운 싸움, 애비게일 터커 지음, 이다희 옮김
그러나 시대와 종교를 막론하고 고양이를 가장 많이 밀어준 제국은 세계적으로 사상 최대의 해상 권력을 장악했던 대영제국이었다. 탐험가 어니스트 섀클턴은 1914년 고양이를 심지어 남극까지 끌고 갔다. (치피 여사로 불리던 이 고양이는 다가올 엄청난 고생을 감지했는지 현명하게도 배 밖으로 뛰어내리는 시도를 한 적이 있다.) 영국 해군이 군함에서 고양이를 금한 것은 1975년에 이르러서이다.
거실의 사자 - 고양이는 어떻게 인간을 길들이고 세계를 정복했을까 4.새 애호가들의 외로운 싸움, 애비게일 터커 지음, 이다희 옮김
영국의 함선들은 고양이를 아메리카 대륙으로 실어 나르는 데 일조했다. 제임스타운 정착민들은 굶주림에 고양이를 먹기도 했지만 그럼에도 고양이는 디딜 발판, 아니 발톱판을 확보했고 서쪽으로 퍼져나갔다. 개척지 수비대 또는 서부 변경 지대의 전초지에 배치된 덕분이다. 광부들도 고양이를 캘리포니아와 알래스카로 데려갔고 금가루를 받고 팔았다. 언제나처럼 사람들은 고양이가 신흥도시로 밀려드는 쥐를 억눌러주기를 바랐다. 그러나 고양이에게 그럴 능력이 부족했다는 것을 말해주는 미묘한 단서가 있다. 1850년대에 한 육군 중사는 캔자스 요새에 있는 고양이들이 "완전히 엉망"이라고 불평했다. "쥐를 제대로 잡지 못해 온통 벼룩이 날뛸 판이고 풀이 죽은 채 어정거리기나" 했다는 것이다. 일부 고양이는 벼룩이 득실거리는 인간 정착촌을 버리고 맛있는 토종 먹잇감이 풍부한 들판으로 나가는 모험을 감행한 것으로 보인다.
거실의 사자 - 고양이는 어떻게 인간을 길들이고 세계를 정복했을까 4.새 애호가들의 외로운 싸움, 애비게일 터커 지음, 이다희 옮김
동물 보호의 관점에서 가장 중요한 사실은 식민지로 이주한 영국인들이 태평양의 온갖 섬에 고양이를 심어두었고 그리하여 고양이의 오스트레일리아 점령을 가능하게 했다는 점이다. 이르게는 1770년 제임스 쿡의 인데버호가 퀸즐랜드 북부에 정박했는데, 한 관찰자는 "고양이들이 어떤 방식으로든 관리되고 있었다고는 도저히 생각할 수 없다"라고 적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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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양이의 쥐잡이 능력을 믿었던 영국인들은 사려 깊게도 잠재적인 식민지로 여긴 머나먼 섬들에 고양이를 놔두고 왔다. 타히티섬에도 스무 마리를 보냈다. 난파한 배의 고양이들이 해안으로 헤엄쳐 오는 바람에 우연히 고양이를 얻게 된 식민지도 있었다. 항해 기록 가운데 가장 흥미로운 내용은 고양이를 처음 본 섬사람들의 반응이다. 원주민들은 고양이와 비슷한 것도 본 적이 없고 그런 생물이 있으리라 상상도 해본 적 없는 상태에서 고양이를 처음 만났다. 인간을 휘어잡는 고양이의 힘은 여기서 가장 극명하게 드러난다. "그들은 우리의 고양이를 보고 특히 감탄했다." 식민 기관의 관리였던 존 유니아크는 1823년 퀸즐랜드 해안에 정박한 머메이드호에 원주민이 탔던 순간을 회상하며 이렇게 말했다. "고양이를 계속해서 쓰다듬었고 해변에 있는 친구들도 보고 감탄할 수 있도록 고양이를 높이 들어올렸다." 미국인 탐험가 티션 필은 사모아인이 "고양이에 열광했고 섬에 들르는 포경선으로부터 어떻게든 고양이를 얻으려고 온갖 수단을 동원했다"라고 썼다. 하파이제도에서는 원주민이 제임스 쿡 선장의 고양이 두 마리를 훔쳤다. 에로망고섬에서 원주민들은 폴리네시아 백단향나무로 만든 끈을 탐험가들의 고양이와 맞바꾸었다. 선견지명이 있는 일부 원주민은 고양이를 두려워했지만 대체로 신기하다는 반응을 보였다. 기독교 선교사들과 함께 도착한 사랑스러운 애완고양이들이 전도에 큰 도움이 되었음은 물론이다.
거실의 사자 - 고양이는 어떻게 인간을 길들이고 세계를 정복했을까 4.새 애호가들의 외로운 싸움, 애비게일 터커 지음, 이다희 옮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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