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실의 사자 : 고양이는 어떻게 인간을 길들이고 세계를 정복했을까

D-29
특히 조류 애호가들은 오래전부터 고양이의 먹성에 불만을 토로해왔다. 2013년 미국 연방 과학자들은 애완고양이와 길고양이를 포함한 미국의 고양이들이 매해 새를 14억에서 37억 마리 죽이며 인간과 연관된 조류 사망의 가장 주된 원인이라는 보고서를 발표했다. (고양이는 새뿐만 아니라 69억에서 207억 마리의 포유동물과 셀 수 없는 파충류 및 양서류도 죽인다.)
거실의 사자 - 고양이는 어떻게 인간을 길들이고 세계를 정복했을까 4.새 애호가들의 외로운 싸움, 애비게일 터커 지음, 이다희 옮김
2005년 숲쥐 숫자가 돌아올 수 없는 다리를 건널까 두려웠던 미국 어류·야생동물관리국은 올랜도에 있는 디즈니 애니멀킹덤 소속의 생물학자들 및 "출연진"과 힘을 합쳐 숲쥐를 사육한 뒤 야생으로 보내기로 했다. (처음에 나는 이것을 특이한 협업이라고 생각했지만 따지고 보면 디즈니사는 언제나 꿋꿋하게 쥐를 변호해왔고 「신데렐라」의 루시퍼나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의 체셔캣 등 디즈니의 가장 유명한 애완고양이들은 은근히 악역을 맡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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톰과 제리의 톰, 가가멜의 아즈라엘, 가제트 엔딩 장면마다 등장하던 빌런 보스(?)의 고양이도 생각나네.
이윽고 키라고숲쥐를 키라고섬으로 데려다줄 시기가 왔다. 조그마한 원격 무선 측정기를 목에 단 숲쥐에게 자연 상태에서 구할 수 있는 먹이를 제공해 체력을 보강하고 울타리가 쳐진 인공 둥지에서 적응할 시간을 주었다. "모든 게 착착 진행됐어요. 방사하기 전까지는요." 딕슨의 말이다. 드게이너는 밤낮을 안 가리고 고양이를 잡았지만 "제때 제거하기는 불가능"했다고 한다. "안 봐도 눈에 선했어요. 숲쥐를 방사한 다음 날 밤이면 다 끝나 있을 게 뻔했어요." 연구자들이 사체를 찾았을 때는 절반쯤 먹힌 채 낙엽 밑에 파묻혀 있곤 했는데 이것은 호랑이가 사냥감을 숨기는 방식과 똑같다. "키라고숲쥐에게 어떻게 고양이를 두려워하라고 가르칠 수 있을까요?" 디즈니 생물학자 앤 새비지가 내게 묻는다. 숲쥐의 천적은 새와 뱀이다. 죽이려고 달려드는 고양이는 "원래 숲쥐와 만나면 안 되는 동물”이다. "키라고숲쥐가 둥지 밖으로 나올 수조차 없다면 어떤 훈련도 의미가 없어요." 디즈니의 사육 프로그램은 2012년에 폐지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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몇 세기에 걸쳐 고양이는 항해 문화의 필수 요소가 되어버렸고 미신을 믿는 노련한 선원들은 고양이가 없는 배에는 타려고조차 하지 않았다. 고양이가 타지 않은 배는 해상법상 유기선(遺棄船)으로 취급되기도 했다. 오늘날까지 항해에서 쓰이는 말 중에는 고양이가 들어간 단어가 많은데 채찍의 일종인 아홉 꼬리 고양이(cat-o’-nine-tails), 매듭의 일종인 고양이 앞발(cat’s paw), 배 위의 좁은 통로를 의미하는 캣워크(catwalk) 등이 여기 해당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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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시대와 종교를 막론하고 고양이를 가장 많이 밀어준 제국은 세계적으로 사상 최대의 해상 권력을 장악했던 대영제국이었다. 탐험가 어니스트 섀클턴은 1914년 고양이를 심지어 남극까지 끌고 갔다. (치피 여사로 불리던 이 고양이는 다가올 엄청난 고생을 감지했는지 현명하게도 배 밖으로 뛰어내리는 시도를 한 적이 있다.) 영국 해군이 군함에서 고양이를 금한 것은 1975년에 이르러서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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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국의 함선들은 고양이를 아메리카 대륙으로 실어 나르는 데 일조했다. 제임스타운 정착민들은 굶주림에 고양이를 먹기도 했지만 그럼에도 고양이는 디딜 발판, 아니 발톱판을 확보했고 서쪽으로 퍼져나갔다. 개척지 수비대 또는 서부 변경 지대의 전초지에 배치된 덕분이다. 광부들도 고양이를 캘리포니아와 알래스카로 데려갔고 금가루를 받고 팔았다. 언제나처럼 사람들은 고양이가 신흥도시로 밀려드는 쥐를 억눌러주기를 바랐다. 그러나 고양이에게 그럴 능력이 부족했다는 것을 말해주는 미묘한 단서가 있다. 1850년대에 한 육군 중사는 캔자스 요새에 있는 고양이들이 "완전히 엉망"이라고 불평했다. "쥐를 제대로 잡지 못해 온통 벼룩이 날뛸 판이고 풀이 죽은 채 어정거리기나" 했다는 것이다. 일부 고양이는 벼룩이 득실거리는 인간 정착촌을 버리고 맛있는 토종 먹잇감이 풍부한 들판으로 나가는 모험을 감행한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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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물 보호의 관점에서 가장 중요한 사실은 식민지로 이주한 영국인들이 태평양의 온갖 섬에 고양이를 심어두었고 그리하여 고양이의 오스트레일리아 점령을 가능하게 했다는 점이다. 이르게는 1770년 제임스 쿡의 인데버호가 퀸즐랜드 북부에 정박했는데, 한 관찰자는 "고양이들이 어떤 방식으로든 관리되고 있었다고는 도저히 생각할 수 없다"라고 적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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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양이의 쥐잡이 능력을 믿었던 영국인들은 사려 깊게도 잠재적인 식민지로 여긴 머나먼 섬들에 고양이를 놔두고 왔다. 타히티섬에도 스무 마리를 보냈다. 난파한 배의 고양이들이 해안으로 헤엄쳐 오는 바람에 우연히 고양이를 얻게 된 식민지도 있었다. 항해 기록 가운데 가장 흥미로운 내용은 고양이를 처음 본 섬사람들의 반응이다. 원주민들은 고양이와 비슷한 것도 본 적이 없고 그런 생물이 있으리라 상상도 해본 적 없는 상태에서 고양이를 처음 만났다. 인간을 휘어잡는 고양이의 힘은 여기서 가장 극명하게 드러난다. "그들은 우리의 고양이를 보고 특히 감탄했다." 식민 기관의 관리였던 존 유니아크는 1823년 퀸즐랜드 해안에 정박한 머메이드호에 원주민이 탔던 순간을 회상하며 이렇게 말했다. "고양이를 계속해서 쓰다듬었고 해변에 있는 친구들도 보고 감탄할 수 있도록 고양이를 높이 들어올렸다." 미국인 탐험가 티션 필은 사모아인이 "고양이에 열광했고 섬에 들르는 포경선으로부터 어떻게든 고양이를 얻으려고 온갖 수단을 동원했다"라고 썼다. 하파이제도에서는 원주민이 제임스 쿡 선장의 고양이 두 마리를 훔쳤다. 에로망고섬에서 원주민들은 폴리네시아 백단향나무로 만든 끈을 탐험가들의 고양이와 맞바꾸었다. 선견지명이 있는 일부 원주민은 고양이를 두려워했지만 대체로 신기하다는 반응을 보였다. 기독교 선교사들과 함께 도착한 사랑스러운 애완고양이들이 전도에 큰 도움이 되었음은 물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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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론 고양이는 환영 행렬이 없어도 잘만 살아왔고 어디에 떨어지든 무사히 착지했다. 고양이와 개의 차이는 이 같은 자생력에서 더욱 두드러진다. 들개는 개발도상국 내 여러 도시에서 여전히 문제가 되고 있으며 때로는 침입 포식종의 역할을 한다. 가령, 2006년 피지에서는 들개 열두 마리가 희귀종인 피지땅개구리를 몰살하는 주범으로 몰리기도 했다. 그러나 사실상 개는 인간과 살면서 생물학적으로 재탄생했고 우리가 필요로 하는 용도에 긴밀하게 맞추어져 있어서 우리가 없으면 무척 불행하다. 야생을 떠나 너무 멀리 온 느낌이다. 반면 고양이는 두 세상 모두에 다리를 걸치고 있기에 적응력이 훨씬 뛰어나고 따라서 무시무시한 침입자가 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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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양이는 엄마가 새끼를 애지중지하고 인간 영역 안에서든 밖에서든 대적할 상대가 없을 정도로 번식력이 왕성하다. 암컷은 6개월령에 이르면 짝짓기가 가능하고 그 이후부터는 호랑이보다는 토끼처럼 번식한다. 이것은 작은 몸집과 잦은 번식주기 덕분에 고양이가 갖게 된 중요한 생태적 강점이다. 실제로 고양이는 일부 야생 설치류보다 더 빨리 번식할 수 있다. (키라고숲쥐가 보고 배우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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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다가 고양이는 새끼도 사냥감을 죽이는 법을 안다. […] 부지런한 고양이 엄마는 새끼가 몇 주만 돼도 사냥을 가르치는데, 구할 수 있다면 살아 있는 먹잇감을 가져와 교육한다. 가르쳐줄 엄마가 없어도 새끼 고양이들은 살금살금 다가가 사냥감을 덮치는 방법을 스스로 깨친다. "놀이를 하는 새끼 고양이의 행동은 사냥을 흉내 내는 행위일 뿐 다른 어떤 의미도 없다"라고 엘리자베스 마셜 토머스는 『호랑이 종족』에서 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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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식자로서 고양이는 거의 초자연적인 능력을 갖고 있다. 자외선을 볼 수 있으며 초음파를 들을 수 있고 3차원 공간에 대한 신비로울 정도의 이해를 갖고 있어서 소리가 발생하는 지점의 높이도 판단할 수 있다. 고양이는 고양잇과 동물에게만 주어진 이 특별한 재능을 다른 고양잇과 동물은 가지지 못한 유연한 소화력과 결합시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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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활 방식 또한 융통성이 넘쳐서, 고양이는 자연 상태에서처럼 홀로 살 수도 있고 무리 지어 살 수도 있다. 지배하는 영역이 4제곱킬로미터에 달하는 땅일 수도 있고 원룸형 아파트 내부일 수도 있다. 거대한 바위들 위를 배회할 수도 있고 달리는 차들 사이를 비집고 도로를 지나다니기도 한다. 대체로 야행성이지만 먹이 종류, 기온, 계절에 따라 낮 시간에 사냥 여행을 떠나기도 한다. 심지어 신체 구조를 재조정하기도 한다. 행동생태학자이자 야생동물협회 회장을 지낸 마이클 허친스는 갈라파고스제도를 여행한 이야기를 해주었다. 이 섬에는 희귀하고 유명한 동물이 많지만 담수가 부족하기 때문에 육지 동물이 살기 매우 어려운 곳이다. 그러나 고양이에게는 어렵지 않았다. 갈라파고스제도로 유입된 뒤 번성하고 있는 고양이는 "피와 이슬"로 수분을 섭취하며 생존한다고 허친스는 말한다. 그리고 그 결과 눈에 띄게 큰 콩팥을 갖게 되었다. 오늘날 이 적응력 뛰어난 생존자들은 멸종 위기에 있는 갈라파고스슴새와 다윈이 발견해 유명해진 핀치새까지 먹이로 삼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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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고양이의 유연성은 무엇보다 우리와의 관계에서 최고조에 달한다. 고양이가 다른 포유동물, 특히 육식동물에게는 없는 여러 선택지를 갖는 것은 바로 우리 사이에서 누리는 특별한 지위 때문이다. 배의 평형수나 사람의 신발 바닥을 통해 전 세계로 이동하는 침입종 동식물을 우리가 의식적으로 지원하는 경우는 많지 않다. 그러나 고양이의 경우 우리는 노골적으로 상황을 고양이에게 유리하게 만들어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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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체로 생태계가 지탱할 수 있는 포식동물의 숫자는 그 먹이동물이 감당할 수 있을 만큼이다. 그보다 많아지면 포식동물은 굶는다. 그러나 특히 도심 지역에서, 고양이 숫자는 먹이동물의 숫자가 아닌 인구를 반영한다. 집 안에서 애완용으로 키우기 때문이기도 하고 수많은 길고양이가 우리의 쓰레기장을 주기적으로 찾기 때문이다. […] 이런 최상위 포식자의 과다는 지역 먹이동물들을 압박한다. 다 큰 새보다 고양이가 더 많은 지역도 있다. 이는 누의 숫자에 비해서 사자가 많은 상황에 견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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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날 고양이는 과거에 고양잇과 동물이 전혀 없었던 수천 개의 섬에 서식하고 있으며 이런 유입은 지금도 여전하다. 그 원인으로는 관광용 크루즈나 부족의 이주, 그리고 생태학자들이 두고두고 부끄러워할 일이지만 연구 목적의 원정이 있다. 오랫동안 고립되어 있었던 섬들은 생태 다양성의 보고이다. 토종 포식동물이 없으니 고양이는 먹이사슬의 꼭대기로 오르기 쉽고 먹잇감은 어디로도 도망칠 수 없다. 먹이동물들이 꼭 도망을 치고 싶어 한다는 뜻은 아니다. 뭘 모르는 섬 동물들은 대개 포식자를 피하기 위한 전략을 갖고 있지 않다. 심지어 두려움도 모른다. '섬 생물 특유의 온순함'(island tameness) 때문에 그야말로 날지 못하는 새처럼 가만히 앉아 잡아먹히기를 기다린다.
거실의 사자 - 고양이는 어떻게 인간을 길들이고 세계를 정복했을까 4.새 애호가들의 외로운 싸움, 애비게일 터커 지음, 이다희 옮김
"특정한 동물에게는 넘치는 애정을 보이고 신경을 쓰면서 다른 동물의 안녕을 무시하는 것은 왜일까요?" 대부분의 오스트레일리아 사람들은 자국 토종 동물에 대한 "애착이 없어서 그런 동물을 잃는 것을 상대적으로 하찮게" 여긴다고 한다. "우리는 모든 생물을 공평하게 대우하고 있지 않아요." 하와이에서 보낸 편지에서 보전생물학자 크리스토퍼 레프치크는 말한다. "우리는 어떤 동물을 좋아할지 고르고 선택하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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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의 동물복지 운동은 농경 지역에서 도시로의 이주가 이어지던 빅토리아시대 영국에서 시작됐다. 야생의 위험으로부터 벗어나고, 마당을 채운 가축의 생사를 날마다 확인해야 하는 농장의 현실에서 멀어진 사람들은 동물을 새로운 관점에서 바라보기 시작했다.
거실의 사자 - 고양이는 어떻게 인간을 길들이고 세계를 정복했을까 5.고양이 로비스트, 애비게일 터커 지음, 이다희 옮김
전후 영국에서 시작된 TNR은 가장 그럴듯한 제3의 방식으로 떠올랐다. 지구의 지킴이로서 인간의 책임감과 귀여운 고양이를 죽이지 않으려는 욕망을 결합하는 TNR의 논리는 충분히 합리적으로 들린다. 고양이를 중성화시켜서 문제의 싹을 자르되 살게 내버려둔다. 이 방식은 또한 인간에게 '회귀'의 의미를 가진다고 말해지기도 한다. 애완동물로 살 필요 없이 인간 문명을 들락날락하면서 우리 곁에 머무는 방식이 고양이가 인간과 교류하는 좀 더 전통적이고 자연적이며 나은 방식이라는 것이다.
거실의 사자 - 고양이는 어떻게 인간을 길들이고 세계를 정복했을까 5.고양이 로비스트, 애비게일 터커 지음, 이다희 옮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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