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실의 사자 : 고양이는 어떻게 인간을 길들이고 세계를 정복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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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론 고양이는 환영 행렬이 없어도 잘만 살아왔고 어디에 떨어지든 무사히 착지했다. 고양이와 개의 차이는 이 같은 자생력에서 더욱 두드러진다. 들개는 개발도상국 내 여러 도시에서 여전히 문제가 되고 있으며 때로는 침입 포식종의 역할을 한다. 가령, 2006년 피지에서는 들개 열두 마리가 희귀종인 피지땅개구리를 몰살하는 주범으로 몰리기도 했다. 그러나 사실상 개는 인간과 살면서 생물학적으로 재탄생했고 우리가 필요로 하는 용도에 긴밀하게 맞추어져 있어서 우리가 없으면 무척 불행하다. 야생을 떠나 너무 멀리 온 느낌이다. 반면 고양이는 두 세상 모두에 다리를 걸치고 있기에 적응력이 훨씬 뛰어나고 따라서 무시무시한 침입자가 될 수 있다.
거실의 사자 - 고양이는 어떻게 인간을 길들이고 세계를 정복했을까 4.새 애호가들의 외로운 싸움, 애비게일 터커 지음, 이다희 옮김
고양이는 엄마가 새끼를 애지중지하고 인간 영역 안에서든 밖에서든 대적할 상대가 없을 정도로 번식력이 왕성하다. 암컷은 6개월령에 이르면 짝짓기가 가능하고 그 이후부터는 호랑이보다는 토끼처럼 번식한다. 이것은 작은 몸집과 잦은 번식주기 덕분에 고양이가 갖게 된 중요한 생태적 강점이다. 실제로 고양이는 일부 야생 설치류보다 더 빨리 번식할 수 있다. (키라고숲쥐가 보고 배우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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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다가 고양이는 새끼도 사냥감을 죽이는 법을 안다. […] 부지런한 고양이 엄마는 새끼가 몇 주만 돼도 사냥을 가르치는데, 구할 수 있다면 살아 있는 먹잇감을 가져와 교육한다. 가르쳐줄 엄마가 없어도 새끼 고양이들은 살금살금 다가가 사냥감을 덮치는 방법을 스스로 깨친다. "놀이를 하는 새끼 고양이의 행동은 사냥을 흉내 내는 행위일 뿐 다른 어떤 의미도 없다"라고 엘리자베스 마셜 토머스는 『호랑이 종족』에서 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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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식자로서 고양이는 거의 초자연적인 능력을 갖고 있다. 자외선을 볼 수 있으며 초음파를 들을 수 있고 3차원 공간에 대한 신비로울 정도의 이해를 갖고 있어서 소리가 발생하는 지점의 높이도 판단할 수 있다. 고양이는 고양잇과 동물에게만 주어진 이 특별한 재능을 다른 고양잇과 동물은 가지지 못한 유연한 소화력과 결합시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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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활 방식 또한 융통성이 넘쳐서, 고양이는 자연 상태에서처럼 홀로 살 수도 있고 무리 지어 살 수도 있다. 지배하는 영역이 4제곱킬로미터에 달하는 땅일 수도 있고 원룸형 아파트 내부일 수도 있다. 거대한 바위들 위를 배회할 수도 있고 달리는 차들 사이를 비집고 도로를 지나다니기도 한다. 대체로 야행성이지만 먹이 종류, 기온, 계절에 따라 낮 시간에 사냥 여행을 떠나기도 한다. 심지어 신체 구조를 재조정하기도 한다. 행동생태학자이자 야생동물협회 회장을 지낸 마이클 허친스는 갈라파고스제도를 여행한 이야기를 해주었다. 이 섬에는 희귀하고 유명한 동물이 많지만 담수가 부족하기 때문에 육지 동물이 살기 매우 어려운 곳이다. 그러나 고양이에게는 어렵지 않았다. 갈라파고스제도로 유입된 뒤 번성하고 있는 고양이는 "피와 이슬"로 수분을 섭취하며 생존한다고 허친스는 말한다. 그리고 그 결과 눈에 띄게 큰 콩팥을 갖게 되었다. 오늘날 이 적응력 뛰어난 생존자들은 멸종 위기에 있는 갈라파고스슴새와 다윈이 발견해 유명해진 핀치새까지 먹이로 삼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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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고양이의 유연성은 무엇보다 우리와의 관계에서 최고조에 달한다. 고양이가 다른 포유동물, 특히 육식동물에게는 없는 여러 선택지를 갖는 것은 바로 우리 사이에서 누리는 특별한 지위 때문이다. 배의 평형수나 사람의 신발 바닥을 통해 전 세계로 이동하는 침입종 동식물을 우리가 의식적으로 지원하는 경우는 많지 않다. 그러나 고양이의 경우 우리는 노골적으로 상황을 고양이에게 유리하게 만들어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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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체로 생태계가 지탱할 수 있는 포식동물의 숫자는 그 먹이동물이 감당할 수 있을 만큼이다. 그보다 많아지면 포식동물은 굶는다. 그러나 특히 도심 지역에서, 고양이 숫자는 먹이동물의 숫자가 아닌 인구를 반영한다. 집 안에서 애완용으로 키우기 때문이기도 하고 수많은 길고양이가 우리의 쓰레기장을 주기적으로 찾기 때문이다. […] 이런 최상위 포식자의 과다는 지역 먹이동물들을 압박한다. 다 큰 새보다 고양이가 더 많은 지역도 있다. 이는 누의 숫자에 비해서 사자가 많은 상황에 견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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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날 고양이는 과거에 고양잇과 동물이 전혀 없었던 수천 개의 섬에 서식하고 있으며 이런 유입은 지금도 여전하다. 그 원인으로는 관광용 크루즈나 부족의 이주, 그리고 생태학자들이 두고두고 부끄러워할 일이지만 연구 목적의 원정이 있다. 오랫동안 고립되어 있었던 섬들은 생태 다양성의 보고이다. 토종 포식동물이 없으니 고양이는 먹이사슬의 꼭대기로 오르기 쉽고 먹잇감은 어디로도 도망칠 수 없다. 먹이동물들이 꼭 도망을 치고 싶어 한다는 뜻은 아니다. 뭘 모르는 섬 동물들은 대개 포식자를 피하기 위한 전략을 갖고 있지 않다. 심지어 두려움도 모른다. '섬 생물 특유의 온순함'(island tameness) 때문에 그야말로 날지 못하는 새처럼 가만히 앉아 잡아먹히기를 기다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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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정한 동물에게는 넘치는 애정을 보이고 신경을 쓰면서 다른 동물의 안녕을 무시하는 것은 왜일까요?" 대부분의 오스트레일리아 사람들은 자국 토종 동물에 대한 "애착이 없어서 그런 동물을 잃는 것을 상대적으로 하찮게" 여긴다고 한다. "우리는 모든 생물을 공평하게 대우하고 있지 않아요." 하와이에서 보낸 편지에서 보전생물학자 크리스토퍼 레프치크는 말한다. "우리는 어떤 동물을 좋아할지 고르고 선택하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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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의 동물복지 운동은 농경 지역에서 도시로의 이주가 이어지던 빅토리아시대 영국에서 시작됐다. 야생의 위험으로부터 벗어나고, 마당을 채운 가축의 생사를 날마다 확인해야 하는 농장의 현실에서 멀어진 사람들은 동물을 새로운 관점에서 바라보기 시작했다.
거실의 사자 - 고양이는 어떻게 인간을 길들이고 세계를 정복했을까 5.고양이 로비스트, 애비게일 터커 지음, 이다희 옮김
전후 영국에서 시작된 TNR은 가장 그럴듯한 제3의 방식으로 떠올랐다. 지구의 지킴이로서 인간의 책임감과 귀여운 고양이를 죽이지 않으려는 욕망을 결합하는 TNR의 논리는 충분히 합리적으로 들린다. 고양이를 중성화시켜서 문제의 싹을 자르되 살게 내버려둔다. 이 방식은 또한 인간에게 '회귀'의 의미를 가진다고 말해지기도 한다. 애완동물로 살 필요 없이 인간 문명을 들락날락하면서 우리 곁에 머무는 방식이 고양이가 인간과 교류하는 좀 더 전통적이고 자연적이며 나은 방식이라는 것이다.
거실의 사자 - 고양이는 어떻게 인간을 길들이고 세계를 정복했을까 5.고양이 로비스트, 애비게일 터커 지음, 이다희 옮김
고양이를 지키는 사람들은 길고양이가 자연이 정한 대로 살고 죽을 권리가 있다고 말한다. 그러나 길고양이는 사실 야생동물이 아니다. 가축화의 결과가 몸과 뇌 그리고 DNA에 새겨져 있다. TNR은 모든 것을 자연에 맡기는 방식이 아니다.
거실의 사자 - 고양이는 어떻게 인간을 길들이고 세계를 정복했을까 5.고양이 로비스트, 애비게일 터커 지음, 이다희 옮김
어느 야생동물 학자 모임은 일부 생태학자들이 자기들끼리 쉬쉬하는 이야기를 과학 저널에 실어버렸다. 길고양이 집단을 관리하는 행위는 "벽만 없다 뿐 고양이 호딩(집착적으로 동물을 모으는 일)"이나 다름없다고 쓴 것이다.
거실의 사자 - 고양이는 어떻게 인간을 길들이고 세계를 정복했을까 5.고양이 로비스트, 애비게일 터커 지음, 이다희 옮김
문제는 물론 고양이의 생존 능력이 너무 뛰어나다는 점이다. 중성화로 길고양이 숫자를 효과적으로 줄이려면 전체 개체 수의 약 71퍼센트에서 94퍼센트를 붙잡아 수술해야 하고 거의 모든 암컷이 여기 포함되어야 한다. 그 이하로는 소용이 없다. 수술받지 않은 고양이들이 번식을 늘리고 결국에는 주변 환경이 지탱할 수 있는 수준까지 고양이의 숫자가 다시 늘어난다.
거실의 사자 - 고양이는 어떻게 인간을 길들이고 세계를 정복했을까 5.고양이 로비스트, 애비게일 터커 지음, 이다희 옮김
여러 고양이 애호가들은 작지만 잔인한 최상위 포식자에 대한 자신의 조건 없는 애정을 돌아보며 머리가 약간 이상한 게 아닌지 혼자서 고민하곤 한다.
거실의 사자 - 고양이는 어떻게 인간을 길들이고 세계를 정복했을까 6.톡소플라스마 조종 가설, 애비게일 터커 지음, 이다희 옮김
고양이와 톡소플라스마가 언제 그리고 왜 힘을 합쳤는지는 아무도 모른다. 둘의 관계는 아마 상당히 오래되었을 것이다. 사자와 표범을 비롯한 여러 야생 고양잇과 동물이 한때 지구 대부분을 지배했기에 이 기생충은 고양이가 인간 정착촌에 처음 발을 들여놓기 훨씬 전부터 이미 확산된 상태였을 것이다.
거실의 사자 - 고양이는 어떻게 인간을 길들이고 세계를 정복했을까 6.톡소플라스마 조종 가설, 애비게일 터커 지음, 이다희 옮김
그러나 이 기생충이 어디에나 존재하게 된 것은 무엇보다 아주 최근에 이르러 인간과 고양이가 맺게 된 진화론적으로 대단히 특별한 관계에 기인한다. 원시 상태의 자연에서는 고양잇과 동물이 먹이사슬의 꼭대기에 있는 다른 동물에 비해서도 매우 희귀했기 때문에 고양잇과 동물에 의존하는 기생충의 확산은 한계가 있었다. 그러다 인간 문명이 생겨났고 오늘날 도심에서는 1제곱킬로미터당 수천 마리의 애완고양이가 살게 되었다. 톡소플라스마는 우리가 고양이를 데리고 새로운 생태계에 들어설 때마다 따라왔다.
거실의 사자 - 고양이는 어떻게 인간을 길들이고 세계를 정복했을까 6.톡소플라스마 조종 가설, 애비게일 터커 지음, 이다희 옮김
한 종류의 기생충이 종숙주 외에도 그토록 광범위한 관계망 속에 있는 중간숙주 동물들을 감염시킬 수 있다는 것은 매우 대단한 일이다. 이런 관계망 효과의 핵심에는 아마도 고양잇과 동물의 왕성한 육식 활동이 있을 것이다.
거실의 사자 - 고양이는 어떻게 인간을 길들이고 세계를 정복했을까 6.톡소플라스마 조종 가설, 애비게일 터커 지음, 이다희 옮김
그렇다면 고양이와 유사하게 톡소플라스마 역시 정교하게 적응한 생물이면서도 유연성이 뛰어나고, 또 까다로우면서도 문란한 존재라고 할 수 있다. 톡소플라스마와 사촌 관계인 말라리아가 적혈구만 찾아 공격하듯이 여타의 단세포 기생충은 단 한 종류의 인간 세포에 집중하는 데 반해 톡소플라스마는 우리 몸 속에 있는 거의 모든 종류의 세포를 공략한다. 위와 간, 신경, 심장 세포 등 가리지 않는다.
거실의 사자 - 고양이는 어떻게 인간을 길들이고 세계를 정복했을까 6.톡소플라스마 조종 가설, 애비게일 터커 지음, 이다희 옮김
면역세포 안으로 침입할 수도 있다. 뇌로 몰래 들어가기 위해서 면역세포를 이용하는 것으로 보인다. 뇌는 대부분의 기생충이 침투하지 못하는 곳이다. 우리 몸의 가장 중요하고도 취약한 기관인 만큼 매우 다행스러운 일이다. 뇌에서는 면역반응이 약한데 그 이유는 면역반응이 일어나면 뇌가 부어오르고 이는 좁은 두개골 안에서 치명적이기 때문이다. 따라서 최선의 전략은 애초에 침입자가 들어오지 못하게 막는 것이다. 뇌와 몸 사이의 장벽은 특수한 막을 가진 혈관이 철저하게 감시하고 있으며 뚫기가 거의 불가능하다. 그러나 톡소플라스마는 인체의 신뢰를 받는 면역세포를 트로이의 목마처럼 이용해 장벽 너머로 잠입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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