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실의 사자 : 고양이는 어떻게 인간을 길들이고 세계를 정복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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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활 방식 또한 융통성이 넘쳐서, 고양이는 자연 상태에서처럼 홀로 살 수도 있고 무리 지어 살 수도 있다. 지배하는 영역이 4제곱킬로미터에 달하는 땅일 수도 있고 원룸형 아파트 내부일 수도 있다. 거대한 바위들 위를 배회할 수도 있고 달리는 차들 사이를 비집고 도로를 지나다니기도 한다. 대체로 야행성이지만 먹이 종류, 기온, 계절에 따라 낮 시간에 사냥 여행을 떠나기도 한다. 심지어 신체 구조를 재조정하기도 한다. 행동생태학자이자 야생동물협회 회장을 지낸 마이클 허친스는 갈라파고스제도를 여행한 이야기를 해주었다. 이 섬에는 희귀하고 유명한 동물이 많지만 담수가 부족하기 때문에 육지 동물이 살기 매우 어려운 곳이다. 그러나 고양이에게는 어렵지 않았다. 갈라파고스제도로 유입된 뒤 번성하고 있는 고양이는 "피와 이슬"로 수분을 섭취하며 생존한다고 허친스는 말한다. 그리고 그 결과 눈에 띄게 큰 콩팥을 갖게 되었다. 오늘날 이 적응력 뛰어난 생존자들은 멸종 위기에 있는 갈라파고스슴새와 다윈이 발견해 유명해진 핀치새까지 먹이로 삼는다.
거실의 사자 - 고양이는 어떻게 인간을 길들이고 세계를 정복했을까 4.새 애호가들의 외로운 싸움, 애비게일 터커 지음, 이다희 옮김
이런 고양이의 유연성은 무엇보다 우리와의 관계에서 최고조에 달한다. 고양이가 다른 포유동물, 특히 육식동물에게는 없는 여러 선택지를 갖는 것은 바로 우리 사이에서 누리는 특별한 지위 때문이다. 배의 평형수나 사람의 신발 바닥을 통해 전 세계로 이동하는 침입종 동식물을 우리가 의식적으로 지원하는 경우는 많지 않다. 그러나 고양이의 경우 우리는 노골적으로 상황을 고양이에게 유리하게 만들어준다.
거실의 사자 - 고양이는 어떻게 인간을 길들이고 세계를 정복했을까 4.새 애호가들의 외로운 싸움, 애비게일 터커 지음, 이다희 옮김
대체로 생태계가 지탱할 수 있는 포식동물의 숫자는 그 먹이동물이 감당할 수 있을 만큼이다. 그보다 많아지면 포식동물은 굶는다. 그러나 특히 도심 지역에서, 고양이 숫자는 먹이동물의 숫자가 아닌 인구를 반영한다. 집 안에서 애완용으로 키우기 때문이기도 하고 수많은 길고양이가 우리의 쓰레기장을 주기적으로 찾기 때문이다. […] 이런 최상위 포식자의 과다는 지역 먹이동물들을 압박한다. 다 큰 새보다 고양이가 더 많은 지역도 있다. 이는 누의 숫자에 비해서 사자가 많은 상황에 견줄 수 있다.
거실의 사자 - 고양이는 어떻게 인간을 길들이고 세계를 정복했을까 4.새 애호가들의 외로운 싸움, 애비게일 터커 지음, 이다희 옮김
오늘날 고양이는 과거에 고양잇과 동물이 전혀 없었던 수천 개의 섬에 서식하고 있으며 이런 유입은 지금도 여전하다. 그 원인으로는 관광용 크루즈나 부족의 이주, 그리고 생태학자들이 두고두고 부끄러워할 일이지만 연구 목적의 원정이 있다. 오랫동안 고립되어 있었던 섬들은 생태 다양성의 보고이다. 토종 포식동물이 없으니 고양이는 먹이사슬의 꼭대기로 오르기 쉽고 먹잇감은 어디로도 도망칠 수 없다. 먹이동물들이 꼭 도망을 치고 싶어 한다는 뜻은 아니다. 뭘 모르는 섬 동물들은 대개 포식자를 피하기 위한 전략을 갖고 있지 않다. 심지어 두려움도 모른다. '섬 생물 특유의 온순함'(island tameness) 때문에 그야말로 날지 못하는 새처럼 가만히 앉아 잡아먹히기를 기다린다.
거실의 사자 - 고양이는 어떻게 인간을 길들이고 세계를 정복했을까 4.새 애호가들의 외로운 싸움, 애비게일 터커 지음, 이다희 옮김
"특정한 동물에게는 넘치는 애정을 보이고 신경을 쓰면서 다른 동물의 안녕을 무시하는 것은 왜일까요?" 대부분의 오스트레일리아 사람들은 자국 토종 동물에 대한 "애착이 없어서 그런 동물을 잃는 것을 상대적으로 하찮게" 여긴다고 한다. "우리는 모든 생물을 공평하게 대우하고 있지 않아요." 하와이에서 보낸 편지에서 보전생물학자 크리스토퍼 레프치크는 말한다. "우리는 어떤 동물을 좋아할지 고르고 선택하죠."
거실의 사자 - 고양이는 어떻게 인간을 길들이고 세계를 정복했을까 4.새 애호가들의 외로운 싸움, 애비게일 터커 지음, 이다희 옮김
현대의 동물복지 운동은 농경 지역에서 도시로의 이주가 이어지던 빅토리아시대 영국에서 시작됐다. 야생의 위험으로부터 벗어나고, 마당을 채운 가축의 생사를 날마다 확인해야 하는 농장의 현실에서 멀어진 사람들은 동물을 새로운 관점에서 바라보기 시작했다.
거실의 사자 - 고양이는 어떻게 인간을 길들이고 세계를 정복했을까 5.고양이 로비스트, 애비게일 터커 지음, 이다희 옮김
전후 영국에서 시작된 TNR은 가장 그럴듯한 제3의 방식으로 떠올랐다. 지구의 지킴이로서 인간의 책임감과 귀여운 고양이를 죽이지 않으려는 욕망을 결합하는 TNR의 논리는 충분히 합리적으로 들린다. 고양이를 중성화시켜서 문제의 싹을 자르되 살게 내버려둔다. 이 방식은 또한 인간에게 '회귀'의 의미를 가진다고 말해지기도 한다. 애완동물로 살 필요 없이 인간 문명을 들락날락하면서 우리 곁에 머무는 방식이 고양이가 인간과 교류하는 좀 더 전통적이고 자연적이며 나은 방식이라는 것이다.
거실의 사자 - 고양이는 어떻게 인간을 길들이고 세계를 정복했을까 5.고양이 로비스트, 애비게일 터커 지음, 이다희 옮김
고양이를 지키는 사람들은 길고양이가 자연이 정한 대로 살고 죽을 권리가 있다고 말한다. 그러나 길고양이는 사실 야생동물이 아니다. 가축화의 결과가 몸과 뇌 그리고 DNA에 새겨져 있다. TNR은 모든 것을 자연에 맡기는 방식이 아니다.
거실의 사자 - 고양이는 어떻게 인간을 길들이고 세계를 정복했을까 5.고양이 로비스트, 애비게일 터커 지음, 이다희 옮김
어느 야생동물 학자 모임은 일부 생태학자들이 자기들끼리 쉬쉬하는 이야기를 과학 저널에 실어버렸다. 길고양이 집단을 관리하는 행위는 "벽만 없다 뿐 고양이 호딩(집착적으로 동물을 모으는 일)"이나 다름없다고 쓴 것이다.
거실의 사자 - 고양이는 어떻게 인간을 길들이고 세계를 정복했을까 5.고양이 로비스트, 애비게일 터커 지음, 이다희 옮김
문제는 물론 고양이의 생존 능력이 너무 뛰어나다는 점이다. 중성화로 길고양이 숫자를 효과적으로 줄이려면 전체 개체 수의 약 71퍼센트에서 94퍼센트를 붙잡아 수술해야 하고 거의 모든 암컷이 여기 포함되어야 한다. 그 이하로는 소용이 없다. 수술받지 않은 고양이들이 번식을 늘리고 결국에는 주변 환경이 지탱할 수 있는 수준까지 고양이의 숫자가 다시 늘어난다.
거실의 사자 - 고양이는 어떻게 인간을 길들이고 세계를 정복했을까 5.고양이 로비스트, 애비게일 터커 지음, 이다희 옮김
여러 고양이 애호가들은 작지만 잔인한 최상위 포식자에 대한 자신의 조건 없는 애정을 돌아보며 머리가 약간 이상한 게 아닌지 혼자서 고민하곤 한다.
거실의 사자 - 고양이는 어떻게 인간을 길들이고 세계를 정복했을까 6.톡소플라스마 조종 가설, 애비게일 터커 지음, 이다희 옮김
고양이와 톡소플라스마가 언제 그리고 왜 힘을 합쳤는지는 아무도 모른다. 둘의 관계는 아마 상당히 오래되었을 것이다. 사자와 표범을 비롯한 여러 야생 고양잇과 동물이 한때 지구 대부분을 지배했기에 이 기생충은 고양이가 인간 정착촌에 처음 발을 들여놓기 훨씬 전부터 이미 확산된 상태였을 것이다.
거실의 사자 - 고양이는 어떻게 인간을 길들이고 세계를 정복했을까 6.톡소플라스마 조종 가설, 애비게일 터커 지음, 이다희 옮김
그러나 이 기생충이 어디에나 존재하게 된 것은 무엇보다 아주 최근에 이르러 인간과 고양이가 맺게 된 진화론적으로 대단히 특별한 관계에 기인한다. 원시 상태의 자연에서는 고양잇과 동물이 먹이사슬의 꼭대기에 있는 다른 동물에 비해서도 매우 희귀했기 때문에 고양잇과 동물에 의존하는 기생충의 확산은 한계가 있었다. 그러다 인간 문명이 생겨났고 오늘날 도심에서는 1제곱킬로미터당 수천 마리의 애완고양이가 살게 되었다. 톡소플라스마는 우리가 고양이를 데리고 새로운 생태계에 들어설 때마다 따라왔다.
거실의 사자 - 고양이는 어떻게 인간을 길들이고 세계를 정복했을까 6.톡소플라스마 조종 가설, 애비게일 터커 지음, 이다희 옮김
한 종류의 기생충이 종숙주 외에도 그토록 광범위한 관계망 속에 있는 중간숙주 동물들을 감염시킬 수 있다는 것은 매우 대단한 일이다. 이런 관계망 효과의 핵심에는 아마도 고양잇과 동물의 왕성한 육식 활동이 있을 것이다.
거실의 사자 - 고양이는 어떻게 인간을 길들이고 세계를 정복했을까 6.톡소플라스마 조종 가설, 애비게일 터커 지음, 이다희 옮김
그렇다면 고양이와 유사하게 톡소플라스마 역시 정교하게 적응한 생물이면서도 유연성이 뛰어나고, 또 까다로우면서도 문란한 존재라고 할 수 있다. 톡소플라스마와 사촌 관계인 말라리아가 적혈구만 찾아 공격하듯이 여타의 단세포 기생충은 단 한 종류의 인간 세포에 집중하는 데 반해 톡소플라스마는 우리 몸 속에 있는 거의 모든 종류의 세포를 공략한다. 위와 간, 신경, 심장 세포 등 가리지 않는다.
거실의 사자 - 고양이는 어떻게 인간을 길들이고 세계를 정복했을까 6.톡소플라스마 조종 가설, 애비게일 터커 지음, 이다희 옮김
면역세포 안으로 침입할 수도 있다. 뇌로 몰래 들어가기 위해서 면역세포를 이용하는 것으로 보인다. 뇌는 대부분의 기생충이 침투하지 못하는 곳이다. 우리 몸의 가장 중요하고도 취약한 기관인 만큼 매우 다행스러운 일이다. 뇌에서는 면역반응이 약한데 그 이유는 면역반응이 일어나면 뇌가 부어오르고 이는 좁은 두개골 안에서 치명적이기 때문이다. 따라서 최선의 전략은 애초에 침입자가 들어오지 못하게 막는 것이다. 뇌와 몸 사이의 장벽은 특수한 막을 가진 혈관이 철저하게 감시하고 있으며 뚫기가 거의 불가능하다. 그러나 톡소플라스마는 인체의 신뢰를 받는 면역세포를 트로이의 목마처럼 이용해 장벽 너머로 잠입한다.
거실의 사자 - 고양이는 어떻게 인간을 길들이고 세계를 정복했을까 6.톡소플라스마 조종 가설, 애비게일 터커 지음, 이다희 옮김
알려진 바에 따르면 특정 기생충은 숙주의 행동을 조종해 스스로 생존에 유리한 위치에 선다. 때때로 운 나쁜 숙주 동물은 자기를 희생양으로 바치기까지 한다. 잘 알려진 예를 들자면 어떤 흡충은 개미를 감염시킨 다음 개미가 풀을 타고 올라가도록 자극하는데, 그러면 흡충이 선호하는 숙주인 양이나 소에게 먹힐 확률이 높아지기 때문이다. 톡소플라스마에 감염된 쥐는 고양이 소변 주변에서 전에 없이 대담하게 행동할 뿐 아니라 활동량도 늘어난다는 사실을 연구자들은 발견했다. 과학자들은 쥐들의 무모한 행동이 고양이에게 먹힐 확률을 높이기 위해 설계된 행동일 수 있다고 가정한다. 이 가정이 옳다면 연구 결과는 그야말로 상상 이상이다. 조종 가설의 가장 전형적인 사례는 불운한 개미들과 같이 단순한 생물에서 발견된다. 포유류 중에서 기생충이 숙주를 이토록 본격적으로 조종하는 사례는 또 없다.
거실의 사자 - 고양이는 어떻게 인간을 길들이고 세계를 정복했을까 6.톡소플라스마 조종 가설, 애비게일 터커 지음, 이다희 옮김
한 가지 진실은 페인트를 바른 밋밋한 벽으로 둘러싸인 공간에서 응석받이로 살아갈 수 있는 힘이, 바람이 할퀴는 아남극의 섬이나 화산 원뿔에서의 생존 능력 못지않게 급진적이고 대단한 진화의 결과라는 점이다. 때로는 고양이 때문에 미치겠다고 하는 사람도 있지만 고양이 역시 같은 기분일 수도 있다.
거실의 사자 - 고양이는 어떻게 인간을 길들이고 세계를 정복했을까 7.고양이를 미치게 하는 것, 애비게일 터커 지음, 이다희 옮김
고양이와 관련된 여느 문제와 마찬가지로 고양이가 다른 존재와 교류하는 방식, 또는 그 방식의 결여는 단백질 및 단백질 조달과 관련이 있다. 그 결여를 가장 잘 이해하는 길은 역시 개와 비교해보는 것이다. 개량된 늑대라고 할 수 있는 개들은 집단으로 사냥을 하면서 진화했다. 생존은 먹이를 잡기 위해 협동하는 능력에 달려 있었다. 소통과 협력은 개의 이빨만큼이나 생존에 결정적인 무기였다. 인간 역시 비슷한 진화 과정을 거쳤고 집단생활에 영향을 받았다. 함께 수만 년을 지내면서 인간은 심지어 개와 공진화했을 수 있다. 일본 학자들이 최근 밝혀낸 사실에 따르면 늑대들은 시선 접촉을 피하는 반면 개들은 오래전 가축화 단계에서 인간의 시선 중심적인 소통 방식을 배웠다고 한다. 눈을 맞추는 행위는 이후 개와 인간의 상호 소통 언어에서 매우 핵심적인 부분이 되었기 때문에 이제 개는 주인과 눈이 마주치면 옥시토신이 분비된다. 주인 역시 시선을 되돌려주면서 기분이 좋아지게 하는 이 호르몬의 작용을 느낀다. (인간 부모는 자식과 같은 방식으로 유대감을 쌓는다.) 이런 식으로 개와 인간은 "사회적 파트너"가 되었다. 수천 년이 넘도록 이어진 인위도태 및 인간에 대한 상시적 의존 덕택에 개가 주인의 존재와 주인이 보내는 신호에 그 어느 때보다 민감해졌다는 사실에는 의심의 여지가 없다.
거실의 사자 - 고양이는 어떻게 인간을 길들이고 세계를 정복했을까 7.고양이를 미치게 하는 것, 애비게일 터커 지음, 이다희 옮김
그러나 앞서 살펴보았듯 고양이는 완벽한 외톨이다. 거의 모든 야생 고양잇과 동물은 자기만의 영역을 돌아다니면서 홀로 사냥하고 살아가며 동종의 다른 개체와 마주치는 일은 아주 드물다. 어떤 식으로든 협력은 거의 불가능하다. 집단을 이루어 사는 사자도 사냥할 때는 협력하지 않는다. 따라서 서열에 따른 위계는 있을 수조차 없다. 천생 은둔자인 고양이는 표현을 하도록 진화하지 않았다. 그 표현을 읽을 수 있는 다른 고양이가 주변에 없었기 때문이다. 고양잇과 특유의 무표정한 얼굴은 이 때문이다. 고양이는 꼬리를 흔들거나 귀를 쫑긋 세우거나 눈을 애처롭게 뜨지 않으며 그런 신호를 읽을 줄도 모른다. 고양이가 보내는 명확한 시각적 신호는 죽기 아니면 살기의 상황에서만 전달되곤 한다. 고양이가 등을 구부리고 털을 세워 복어처럼 몸을 부풀릴 때가 그때다. 게다가 고양이는 몸을 숨겼다가 습격을 하는 포식동물이므로 소리를 이용한 신호도 사용하지 않는다. 고양이의 주된 소통 수단은 페로몬, 즉 달갑지 않은 얼굴을 마주보지 않아도 주고받을 수 있는 냄새 메시지이다. 간단히 말해 고양이의 소통 방식은 인간이 원하는 사회적 교류를 제공하기에는 거의 유례없이 불충분하다. 고양이는 친구가 아닌 거리, 칭찬이 아닌 단백질을 원한다. 인간과 고양이는 생물학적으로 어울리지 않는 한 쌍이다.
거실의 사자 - 고양이는 어떻게 인간을 길들이고 세계를 정복했을까 7.고양이를 미치게 하는 것, 애비게일 터커 지음, 이다희 옮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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