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실의 사자 : 고양이는 어떻게 인간을 길들이고 세계를 정복했을까

D-29
오월, 동동의 1주기에 부치는 독서. 울지 말고 즐겁고 행복하게 책 읽자. 나를 많이 울렸지만 그보다 더 많이 웃게 해준 동동이를 기억하며.
고양이는 가축화를 스스로 '선택'했다고 말할 수 있는 희귀한 가축이며 우연적으로 얻은 보기 좋은 외모와 차분한 습성을 겸비한 덕에 오늘날 우리의 집, 킹사이즈 침대, 그리고 상상력을 지배한다.
거실의 사자 - 고양이는 어떻게 인간을 길들이고 세계를 정복했을까 서문, 애비게일 터커 지음, 이다희 옮김
고양이는 털 달린 아기가 아니며 훨씬 더 놀라운 존재다. 지구 전체를 발치에 무릎 꿇린 조그만 정복자이다. 고양이는 인간 없이는 존재할 수 없었겠지만 우리가 고양이를 만든 것은 아니며 지금 고양이를 통제하고 있는 것도 아니다. 인간과 고양이의 관계는 소유보다는 도움과 방조의 관계이다.
거실의 사자 - 고양이는 어떻게 인간을 길들이고 세계를 정복했을까 서문, 애비게일 터커 지음, 이다희 옮김
우리는 고양이를 반려동물이자 우리에게 의지하는 존재가 아닌, 마치 자유계약선수처럼 진화하는 존재로 보는 데 익숙지 않다. […] 진정한 사랑은 이해를 필요로 한다. 우리는 고양이에게 점점 더 집착하면서도 충분한 존경심을 보내고 있지 않은 것은 아닐까?
거실의 사자 - 고양이는 어떻게 인간을 길들이고 세계를 정복했을까 서문, 애비게일 터커 지음, 이다희 옮김
고양이를 돌보는 일이 우리에게는 아주 당연하게 여겨지지만 사실 인간이 고양잇과 동물을 돌보기 시작한 것은 아주 최근의 일이며 극히 이례적인 사건이다. 수백만 년간 지구에서 함께 살아왔지만 둘은 예전에는 사이가 좋은 적이 없었고 소파에 꼭 붙어 앉아 있는 일은 더욱 없었다. 인간은 고양이에게 고기와 공간을 놓고 경쟁하는 천적이었다. 먹이를 공유하기는커녕 인간과 고양잇과 동물은 공존하는 동안 대체로 서로의 먹이를 빼앗고 파헤쳐진 서로의 사체를 씹으며 살아왔다. 솔직히 말하자면 우리가 주로 먹히는 쪽이었다.
거실의 사자 - 고양이는 어떻게 인간을 길들이고 세계를 정복했을까 1.사자의 무덤, 애비게일 터커 지음, 이다희 옮김
이토록 경외롭기 그지없는 포식자들의 존재, 그리고 이들이 인류와 살벌한 관계를 맺었던 역사를 고려할 때 오늘날 인간이 고양잇과 동물을 지구상에서 쓸어버리기 직전이라는 사실은 특히 놀랍다. 오늘날 대부분의 고양잇과 동물은 심각한 감소 추세에 있고 날마다 인간에게 영역을 빼앗겨간다. 물론 단 하나의 예외가 있다.
거실의 사자 - 고양이는 어떻게 인간을 길들이고 세계를 정복했을까 1.사자의 무덤, 애비게일 터커 지음, 이다희 옮김
고양잇과 동물이 번성하기 위해 필요한 것은 공간이다. 그래서 곰이나 하이에나 같은 다른 대형 육식동물에 비해 자연 속에서 흔히 볼 수 없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가장 작은 고양잇과 동물도 필요한 동물성 단백질을 얻으려면 상대적으로 방대한 땅덩어리가 필요하다. 육식동물이 체중 1킬로그램을 지탱하려면 그 서식 환경 내에 어림잡아 먹이동물 100킬로그램이 있어야 한다. 고도 육식동물(hypercarnivore)의 경우 더 큰 위험을 무릅쓸 수밖에 없다. 이 동물들에게는 진화론적 대안이 없다. 죽이지 않으면 죽어야 한다. 고양잇과 동물들은 실제로 종종 서로를 잡아먹곤 한다. 사자는 치타를 먹고 표범은 카라칼을 먹으며 카라칼은 리비아살쾡이를 먹는다. 심지어 같은 종을 죽이기도 한다. 이런 적대적인 태도는 고양잇과 동물이 왜 고독한 존재일 수밖에 없는지 설명해준다.
거실의 사자 - 고양이는 어떻게 인간을 길들이고 세계를 정복했을까 1.사자의 무덤, 애비게일 터커 지음, 이다희 옮김
고양잇과 동물이 인간의 진화에 준 가장 큰 선물은 먹잇감이 아닌 청소동물로서의 인간에게 안긴 선물이다. 이 덕분에 인간은 최초로 숙명적인 고기 맛을 보게 되었다.
거실의 사자 - 고양이는 어떻게 인간을 길들이고 세계를 정복했을까 1.사자의 무덤, 애비게일 터커 지음, 이다희 옮김
매우 큰 암사자 두 마리가 눈을 번뜩이는 사진을 연구실에 걸어둔 포비너는 […] 우리가 부끄러움을 모르는 도둑이었거나 청소동물, 또는 "절취기생생물"(kleptoparasite)이었을 가능성이 더 크다고 믿는다. 우리의 은혜롭지 못한 "숙주"는 가젤이나 다른 초식동물을 사냥한 큰고양이로, 배가 부를 때까지 먹은 다음 나중에 더 먹을 작정으로 자리를 떴을 것이다. 그러면 우리의 약삭빠른 조상들이 몰래 다가가 훔칠 수 있는 만큼 훔쳐 왔을 것이다. 우리는 표범이 (아마도 사자와 같은 더 큰 고양잇과 동물에게 빼앗기지 않기 위해) 나무 위에 숨겨둔 영양을 슬쩍했을지도 모른다. 특히 검치호랑이야말로 최고의 먹이를 남겼을 것이다. 인류학자 커티스 매리언이 지적했듯이 검치호랑이의 커다란 이빨은 사냥하는 데는 유용하지만 씹는 데는 그렇지 않기에 뼈에 상당히 많은 고기가 남아 있었을 것이기 때문이다.
거실의 사자 - 고양이는 어떻게 인간을 길들이고 세계를 정복했을까 1.사자의 무덤, 애비게일 터커 지음, 이다희 옮김
인간의 가축 떼와 텃밭의 첫 등장은 여러 다른 동물, 특히 고양잇과 동물에게 종말의 시작을 알리는 신호탄이었다.
거실의 사자 - 고양이는 어떻게 인간을 길들이고 세계를 정복했을까 1.사자의 무덤, 애비게일 터커 지음, 이다희 옮김
희귀 동물의 털가죽으로 가득한 캐비닛을 걸어 잠근 헬겐은 복도 건너편으로 가서 마지막으로, 작은 고양잇과 동물의 두개골을 꺼낸다. 표본에 달린 라벨에 따르면 이 동물은 크기는 작지만 오늘날 인도에서 인디애나주에 이르는 광범위한 영역에 분포하고 있다. 오래전 사자가 호령하던 영역보다 좀 더 넓다. 이 동물은 펠리스 카투스(Felis catus), 즉 고양이이다. "보세요." 내가 들여다볼 수 있도록 작은 턱뼈를 벌리며 헬겐이 말한다. "작은 호랑이와 다름없죠. 나름대로 무시무시해요. 이빨 좀 보세요."
거실의 사자 - 고양이는 어떻게 인간을 길들이고 세계를 정복했을까 1.사자의 무덤, 애비게일 터커 지음, 이다희 옮김
고양이의 송곳니는 길고 날카롭다. 인간과 마찬가지로 고양이 입 안에도 세균이 많아서 깊이 물리면 감염 위험이 있다. 동동이는 다섯 살 때 방광결석 수술을 받았다. 내가 면회를 가서 입원장 문을 열자마자 동동은 발버둥을 치며 수액 줄을 빼고 그대로 뛰쳐 나갔다. 처음 겪는 입원 스트레스와 공포로 패닉에 빠졌던 것이다. (동동이는 고양이답게 낯선 장소에 몹시 예민했고, 덩치만큼 힘도 셌다.) 정신없이 도망치는 동동을 쫓아가서 강제로 붙잡아 들어올리다가 오른쪽 팔뚝을 제대로 물렸다. 피부에 구멍이 네 개 났길래 소독하고 항생제를 먹었는데도 하루가 지나니 퉁퉁 붓고 욱신욱신 쑤셨다. 병원에 가서 상처를 째고 고름을 짜내고 봉합한 후 일주일 정도 반깁스를 했다. 내 팔에는 지금도 그때의 흉터가 조그맣게 남아 있는데, 눈에 띌 때마다 이제는 슬쩍 웃음이 나온다. 동동이가 나에게 영원히 남기고 간 흔적이라 생각하니 그마저도 소중하다. 가끔은 일부러 그 흔적을 가만히 바라보기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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