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애하는 나의 집에게』 밑줄, 메모

D-29
하재영 작가님의 『아무도 미워하지 않는 개의 죽음』을 인상적으로 읽었고, 『친애하는 나의 집에게』는 더 감명 깊게 읽었습니다. 이번에 나온 『나는 결코 어머니가 없었다』도 지금 거실 책장에 꽂혀 있고, 조만간 읽을 생각입니다. 『친애하는 나의 집에게』가 더 알려졌으면 하는 마음에서 밑줄 그은 대목들을 공유합니다.
아무도 미워하지 않는 개의 죽음 - 번식장에서 보호소까지, 버려진 개들에 관한 르포『달팽이들』 『스캔들』 등의 작품을 발표한 바 있는 소설가 하재영의 첫 논픽션으로, 버려진 개들에 대한 이야기를 썼다. 번식장, 보호소, 개농장을 취재하고, 그 과정에서 만난 번식업자, 유기견 보호소 운영자, 육견업자 등 다양한 사람과의 인터뷰를 통해 한국의 개 산업의 실태를 그려낸다.
나는 결코 어머니가 없었다이 책의 표제인 “나는 결코 어머니가 없었다(I never had a mother)”는 에밀리 디킨슨이 편지에 썼던 유명한 문장이다. 이 선언은 모계에 대한 부정이 아니다. 내 안의 ‘여성적 힘’을 선포하는 것이고, 어머니의 시대를 넘어서는 것이며, 나를 낳은 여자의 분신으로 살지 않겠다고 다짐하는 것이다. 그 여성에게는 모두 어머니가 없다. 《나는 결코 어머니가 없었다》는 작가 하재영이 어머니의 생애사를 인터뷰하며 그와 교차하는 본인의 이야기를
[ 몇몇 동네를 거쳐 성동구 금호동으로 갔다. 금호동 일대도 재개발이 추진되고 있었지만 뉴타운이 아니라 개별 구역으로 진행되어 사업에서 제외된 곳이 몇 군데 있었다. 어느 저녁 부동산 중개업자를 따라 금호동 언덕길을 올랐다. 좁은 골목은 경차 한 대가 겨우 지나갈 정도였고 이중삼중으로 들어찬 다가구주택들은 서로의 창문을 가로막고 있었다. 비탈길을 오르다가 머리 위를 올려다보았다. 가로등에 불이 들어오지 않아 골목은 몹시 어두웠다. ]
[ 계약을 하기로 거의 마음을 굳힌 뒤에도 좁고 가파른 골목이나 불이 들어오지 않는 가로등이 마음에 걸렸다. 동생이 퇴근 후 캄캄한 골목을 걸어와야 하는 것이 걱정스러웠다. 비탈길을 여러 번 오르내리며 휴대폰 타이머로 시간을 재보았다. 빠른 걸음으로 걸으면 1분 30초쯤 걸렸다. 곤경에 처했을 때 이것은 긴 시간일까, 짧은 시간일까? 몇 가지 장점에 대해 생각했다. 쇠락한 분위기에도 불구하고 이 주택가는 재개발 구역이 아니었다. 골목만 벗어나면 전철역까지 3, 4분 거리였고 한강 다리를 건너면 바로 동생의 회사가 나왔다. 러시아워에도 20분이면 출퇴근할 수 있을 것이다. 고장 난 가로등을 올려다보며 중얼거렸다. “구청에 민원을 넣으면 해결해주겠지?” 나는 집을 계약했다. ]
[ 동생이 출근하면 집 안 구석구석을 열심히 쓸고 닦았다. 발코니도, 붙박이장도 없었지만 어떻게든 빈 공간을 만들어 플라스틱 대야나 청소기 같은 물건을 감춰보려고 애썼다. 냉장고와 벽 사이의 좁은 틈에 빨래건조대를 끼워 넣고, 한쪽 벽을 커튼으로 가린 뒤 서른 개들이 두루마리 휴지와 여섯 개들이 생수를 그 안에 숨겼다. 그릇과 접시의 개수를 줄여서 싱크대 하부장에 쌀통이 들어갈 자리를 만들었다. 계절이 지난 이불은 압축팩에 담아 침대 밑에 넣었다. ]
[ 창은 외부창과 내부창으로 이중이었고 두 창 사이에 꽤 널찍한 공간이 있었다. 그곳에 제라늄이나 히아신스를 키우고 싶었다. 식물이 있으면 옥색 싱크대와 조잡한 장식몰딩이 들어간 방문과 MDF로 만든 저가 가구도 봐줄 만해질 것 같았다. 그러나 수납공간이 전혀 없는 집에서 화분을 놓는 것은 공간 낭비였다. 그곳은 선풍기나 철 지난 옷을 보관하는 창고가 되었다. 창문 앞에 짐을 쌓아둔 탓에 햇볕은 들지 않았지만 잘 정돈된 집을 보면 기분이 좋았다. 리모델링 공사를 하거나 마음에 드는 가구를 사들일 수는 없어도 단정하고 깨끗한 집에 살고 싶었다. ]
[ 싸구려 벽지를 감추기 위해 벽에 사진과 그림을 붙였다. 에곤 실레의 화집에서 오려낸 그림들은 침대 옆에, 사진집에서 잘라낸 작가의 사진들은 책상 앞에 붙였다. 쑥스럽지만 내 방이 작가의 방처럼 보이기를 바랐다. ‘진짜’ 작가라면 다른 작가의 사진을 붙이지 않을 거라는 생각은 하지 못했다. ‘진짜’ 작가라면 책상 앞에 남의 사진 대신 원고 청탁서나 마감 날짜가 표시된 스케줄 표가 있을지 모른다는 생각도 하지 못했다. ]
[ 열 평대의 집에서 제외해야 하는 가구가 책장만은 아니지만, 책이 없는 집은 소파가 없는 집이나 4인용 테이블이 없는 집과는 다를 것 같았다. 책이 한 권도 없는 집을 상상하니 어쩐지 쓸쓸했다. 나는 시를 프린트한 A4용지를 벽에 붙였다. “그리운 것들은 그리운 것들끼리 몸이 먼저 닮아 있구나”(허수경, 「기차는 간다」, 『혼자 가는 먼 집』), “아직도 여기는 너라는 이름의 거울 속인가 보다”(김혜순, 「한 잔의 붉은 거울」, 『한 잔의 붉은 거울』) 같은 시구를 바라보며 이런 문장이 있는 공간이면 아주 누추하지는 않은 거라고 스스로를 위안했다. ]
[ 내가 나름의 방식으로 현실의 남루함을 감추고 있을 때, 동생은 다른 방식으로 삶의 궁핍함을 숨기고 있었다. 가방과 구두 디자이너인 동생은 자신이 일하는 업계를 ‘연봉과 맞먹는 가방을 들고 다니는 사람들이 있는 곳’이라고, ‘몸에 걸친 옷과 가방과 구두로 안목을 평가받는 곳’이라고 표현했다. 동생은 유행에 민감하고 소비에 관대한 업계 분위기를 쫓아가느라 힘겨워했다. ]
[ 언제나 나보다 더 많이 포기하고 더 많이 짐을 졌던 동생은 그때도 혼자 많은 것을 감당하고 있었다. 무명의 신인작가인 나도 동생의 어깨에 얹힌 짐이었다. ]
[ 직장 상사에게 “‘명품 백’ 하나 없는 가방 디자이너는 너밖에 없다”는 핀잔을 듣고 얼마 뒤, 동생은 루이 비통 핸드백을 할부로 구매했다. 우리는 ‘루이 비통’을 변형해 가방에 ‘비똥이’라는 애칭을 붙여주기까지 했다. 며칠 뒤 외출을 하려다 동생이 놓고 간 가방을 보았다. 한 번쯤은 내가 빌려 써도 괜찮을 것 같았다. 잠시 망설이다 가방을 들고 집을 나섰다. 쇼핑하는 친구를 따라 백화점에 갔고 지하식당가에 있는 회전초밥 집에서 밥을 먹었다. 큰일이 났다는 사실을 깨달은 것은 두 번째 접시를 막 비웠을 때였다. 옆자리에 올려둔 가방이 사라져 있었다. ]
[ 나는 정신 나간 사람처럼 백화점을 뛰어다녔다. 수백만 원짜리 가방을 가진 사람이 얼마나 많은지 처음 알게 된 날이었다. 시선을 돌리는 곳마다 루이 비통 핸드백이 보였다. 비슷한 가방을 든 사람이 보이면 창피한 줄도 모르고 남의 가방을 살펴보았다. 분실물 센터를 찾아가고 백화점 바깥까지 둘러본 뒤, 화장실 쓰레기통에 버려져 있던 내 지갑을 찾아냈다. 오래전 동대문 시장에서 구매한 낡은 지갑 안에는 천 원짜리 지폐 하나가 덩그러니 남아 있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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