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이 나는 더 행복하다 읽고 있습니다.

D-29
장애인연대 박경석 씨의 자서전을 읽고 있습니다. 혼자 읽고 있지만 다른 분들도 의견 적으실 수 있도록 열어둡니다.
집 안에만 있었던 5년 동안 밖으로 나오는 일이라고는 1주일에 한 번, 일요일에 교회 가는 것이 전부였다. 육체는 망가져서 어쩔 수 없을지라도 죽어서는 꼭 천당에 가야 한다는 어머니의 강력한 요청과 아무리 바빠도 일요일에는 꼭 집에 왔던 쌍둥이 형이 나를 휠체어에 태워 집 앞 계단을 들고 내려가 잘 잡히지도 않는 택시를 태워 혜화동에 있는 UBF대학생성경읽기선교회에 데리고 나갔다. 그것이 5년 동안의 유일한 정기 외출이었다. 1주일에 한 번, 한 달에 네 번, 운 좋으면 다섯 번이었다. 그것은 공교롭게도 보건복지부 장애인 실태 조사에서 장애인의 70.5%가 한 달에 다섯 번도 외출하지 못한다는, 장애인들의 평균 외출 빈도와 똑같았다. 내가 집 안에 5년 동안 처박혀 살면서 겪었던 일들을 이 땅에 살아가는 대부분의 중증 장애인들이 일상적으로 경험하고 있었던 것이다. 그래서 눈뜨고 찾아봐도 학교나 길거리, 직장에서 장애인들을 볼 수 없었던 것이다.
지금이 나는 더 행복하다 - 스물넷에 장애인이 된 한 남자와 그가 사랑한 노들야학의 뜨거운 희망 메시지 박경석 지음
나의 일상적인 삶 속에 장애인이라는 존재는 없었다. 나는 그 이유가 세상에 장애인이 별로 없어서인 줄 알았다. 그런데 알고 보니 장애인이 없었던 것이 아니라, 학교에 다닐 수 없게 만들어진 환경 때문에 장애인들이 밖에 나올 수가 없어서였다. 장애인의 45.2%가 초등학교를 겨우 졸업한 학력으로 살아간다는 사실이 이를 단적으로 말해주고 있다.
지금이 나는 더 행복하다 - 스물넷에 장애인이 된 한 남자와 그가 사랑한 노들야학의 뜨거운 희망 메시지 박경석 지음
대학은 왕국처럼 현란하다. 하루아침에도 고층 빌딩이 섰다 사라지는 것이 대한민국 대학의 현실이다. 하지만 노들야학은 강당을, 운동장을 기대하지도 않는다. 다만 걸음이 느린 정란이가 너무 힘들지 않도록 지하철역에서 가까운, 수동 휠체어를 탄 영애가 눈이 와도 올 수 있는 평지에, 우준의 거대한 전동 휠체어가 자유롭게 오갈 수 있도록 출입구가 넉넉한, 쉬는 시간 우르르 몰려가도 모두 볼일을 볼 수 있는 넓은 화장실과, 혹시 불이 나면 대피할 수 있도록 경사로를 낀 그런 교실, 그리고 이 땅의 더 많은 영애와 정란과 우준이 힘들지 않게 찾아올 수 있도록 너무 외지지 않은 곳에 교실 한 칸을 갖고 싶었을 뿐이다
지금이 나는 더 행복하다 - 스물넷에 장애인이 된 한 남자와 그가 사랑한 노들야학의 뜨거운 희망 메시지 박경석 지음
결국 35살 나이의 김순석은 부인과 5살배기 아들을 남겨두고 1984년 9월 19일 오전 10시, 자신의 지하 셋방 한구석에서 목숨을 끊고 말았다. 김순석은 검은색 볼펜으로 편지지 다섯 장을 빽빽하게 채운 유서를 서울시장 앞으로 남겼다. 시장님, 왜 저희는 수많은 보도블록 턱 앞에서 좌절해야 합니까? 횡단보도를 건널 때마다 지나는 행인의 허리춤을 붙잡고 도움을 호소해야만 합니까? 높은 식당 문턱 앞에서 허기를 참고 돌아서야 합니까? 왜 저희는 목을 축여줄 한 모금의 물을 마시려고 그놈의 문턱과 싸워야 합니까? 택시를 잡으려고 온종일 발버둥 치다 눈물 흘린 적이 한두 번이 아니었습니다. 휠체어만 눈에 들어오면 그냥 지나치고 마는 빈 택시들과 마주칠 때마다 가슴이 무너져 내렸습니다. 차라리 그까짓 신경질과 욕설이야 살아보려는 저의 의지를 다시 한 번 다져주게 해주었습니다. 하지만 도대체 움직일 수 있는 공간을 만들어주지 않는 서울의 거리는 저의 마지막 발버둥조차 꺾어놓았습니다. 시장님, 을지로의 보도블록은 턱을 없애고 경사지게 만들어주셔서 고맙습니다. 하지만 그 밖에는 시내 어느 곳을 다녀도 그놈의 턱과 부딪혀 씨름을 해야 합니다. 또 저 같은 사람들이 드나들 수 있는 화장실은 어디 한 군데라도 마련해주셨습니까? 장애자들은 사람대우를 받지 못합니다. 대우를 받아도 끝내는 이용만 당합니다. 조그마한 꿈이라도 이뤄보려고 애써봤지만 시간이 흐를수록 사회는 저를 약해지게만 만듭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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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착 투쟁을 하는 중증 장애인들을 향해 손가락질하고 큰소리치며 욕하는 일부 시민들의 모습은 차라리 슬픔이었다. 장애인들이 지하철을 이용하기 위해 그 위험하고 불편한 리프트를 타고 오르내리고, 고장 난 리프트에 매달린 채 구조대가 도착할 때까지 몇 시간이고 기다리며, 심지어 리프트에서 떨어져 다치거나 죽는 사고가 벌어졌을 때도 사람들은 누구 하나 관심을 가지지 않았다. 사람이 살아가는 데 있어 가장 기본적이라 할 수 있는 대중교통을 안전하고 편리하게 이용할 권리마저 보장받지 못할 정도로 장애인에 대한 차별이 시멘트처럼 굳어져 있는 현실에 대해서는 침묵하거나 외면하던 사람들이, 자신들의 이해관계가 조금 침해당하자 즉각적으로 반응하는 모습은 화가 나기보다 오히려 슬픔과 연민이 일게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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힘들었습니까? 우리가 지하철을 타고 이렇게 이동하는 모습을 보면서 사람들은 우리에게 병신이라고 손가락질했습니다. 그래, 좋습니다. 우리는 병신입니다. 그러나 당당한 병신이 되고 싶습니다. 지금까지 우리는 비장애인인 모든 사람들이 보편적으로 누리는 ‘이동할 권리’를 누리지 못하고 살아왔습니다. 그래서 기본적인 이동 권리를 보장하라고 좋은 말로 요구했습니다. 그런데 아무리 말을 해도 그들은 듣지 않았습니다. 그래서 우리의 권리를 보장받기 위해 이렇게 지하철을 타는 투쟁을 하고 있는데, 지하철이 조금 늦으니까 그래서 자신들에게 조금이라도 피해가 오니까 곧바로 병신새끼라고 욕하는군요. 그래도 우리 이제 더 이상은 이렇게 살지 맙시다. 병신이라고 욕해도 당당한 병신으로 살아봅시다! 그래서 이 부끄럽고 야만적인 상황이 무엇 때문인지 분명하게 말합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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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민국 사람이라면 누구나 능력에 따라 대학에 지원할 수 있다. 그런데 장애를 이유로 지원조차 못 하게 한다면 그것은 대학이 비난받아야 하는 것이지 장애인 개인의 잘못은 아니다. 장애인을 위한 시설 부족도 마찬가지다. 시설이 없어 장애인의 입학을 허락할 수 없다면 대학은 장애인이 어려움 없이 대학에 다닐 수 있도록 시설을 갖춰야 하는 것이지, 그렇지 못했으니 아예 입학하지 말라는 것은 장애인에 대한 차별일 뿐 아니라 교육기관으로서 보여주어야 할 도리도 아니다. 그런데도 이런 문제가 불거지는 것은 장애인의 권리에 대한 문제를 끊임없이 동정과 시혜의 대상으로만 보기 때문이다. 비장애인들의 보행을 돕기 위해 인도를 넓히고 신호등을 설치하고 육교를 없애고 그 자리에 건널목을 만드는 것이 비장애인들을 동정하고 그들에게 시혜를 베풀어주기 위해서인가? 그것은 시민으로서 당연히 누려야 하는 권리이기 때문이다. 마찬가지로 장애인을 위해 경사로를 만들고 엘리베이터를 설치하고 저상버스를 도입하는 것은 장애인들에게 시혜를 베푸는 것이 아니라 장애인들의 권리에 대한 당연한 행정일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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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바다 투쟁은 최성창을 비롯해 친인척 주범들과 관련자들을 에바다 복지법인 이사회에서 완전히 몰아내고, 헌신적인 공익 이사진으로 전원 교체하는 성과를 이루어내어 승리한 투쟁으로 유명하다. 하지만 그 문제를 해결하는 과정에서 수많은 사람들이 비리 재단 쪽에서 사주한 무리들에게 폭행을 당해야 했다. 에바다 해결을 위해 농성하던 학생들과 그들과 함께하던 교사들이 머물던 ‘해아래 집’은 비리 재단이 고용한 용역들에 의해 새벽에 습격을 당하기도 했다. 그 과정에서 교사와 학생들은 폭행을 당해야 했으며, 특히 여교사들은 교실에서 제자들에게 뺨을 맞고, 얼굴에 침 뱉음을 당하고, 뜨거운 물세례를 받아 실신하기도 했다. 노들은 7년의 기나긴 투쟁 과정에서 포기하지 않고 끊임없이 그들과 함께하려고 노력했다. 서울 지역에서 일어난 투쟁이 아니었기에 노들야학 학생 모두가 함께하기는 힘들었지만 큰 집회가 있으면 꼭 학생들과 교사들을 모아 봉고차를 타고 평택역과 시청 앞에서 벌어진 집회에 참여했다. 노들 역사에서 힘들고 포기하고 싶었던 에바다 투쟁을 끝까지 함께함으로써 승리할 수 있었다는 것이 노들에게는 너무나 큰 기쁨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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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통 자립생활이라고 하면 부모나 다른 사람의 도움 없이 스스로 혼자 살아가는 것을 말한다. 그래서 부모로부터 독립을 하게 된다. 이것이 비장애인 중심의 일반적인 자립생활 개념이다. 하지만 장애인에게 있어, 특히 혼자서는 대소변 처리도 할 수 없고, 음식을 만들거나 심지어 먹지도 못하고, 사소한 일상적인 작업은 물론 가장 기본적인 이동도 자유롭지 못한 중증 장애인에게 있어 자립생활은 과연 무엇일까?...자립생활 운동은 바로 치료와 보호의 대상이라는 장애인의 정체성을 거부하는 것이라 생각한다. 그것은 바로 장애인 자신에게서 시작되어야 하고 가족과 사회로 확산되어야 한다. 자립생활은 아무리 중증 장애인일지라도 스스로 생활할 수 있는 사회적 환경을 만들어가는 기초적인 원동력일 것이다. 그렇다면 이동하고 생활하는 데 도움이 필요한 장애인에게 그 도움은 자원봉사나 개인의 선한 행동 차원에 머무는 것이 아니라 국가가 보장하는 차원에서 이뤄져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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