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05.26.
이 책은 SFWA(미국 과학소설작가협회)가 1929년~1964년에 발표된 SF 단편 및 중단편소설 중에서 협회원들의 투표로 선정한 13편의 단편소설을 수록하여 1970년에 미국에서 출판한 책을 2010년에 우리나라에서 번역출판한 책이므로, '스터전의 법칙'에서 말하는 10%의 뛰어난 작품일 수 있다는 기대감이 있습니다.
이 책에 수록된 13편의 단편소설 작가 중 존 캠벨, 아이작 아시모프, 아서 클라크 이렇게 3명 정도만 들어본 이름이고, 다른 10명의 작가는 전혀 모르는 분들이니 이 책의 내용을 짐작해보기는 꽤 어렵습니다만, 지금은 없어진 예전의 독서습관을 되살리기 위한 목적의 독서이므로 'SF 소설'이기만 하면 된다는 것이 현재의 제 생각입니다.
한편으로는 예전에는 'SF 황금기'에 발표된 소설을 주로 읽었으니 추후 독서습관이 잘 정착되면 그 이후 시대의 소설을 읽어보고 싶다는 생각도 있습니다.
참고로 영미권 기준 SF소설의 시대 구분을 일반적으로는 다음과 같이 구분한다고 합니다.
- SF 형성기: 19세기 ~ 1910년대
- 펄프 SF: 1920년대 ~ 1930년대
- SF 황금기: 1938년대 ~ 1950년대
- 뉴웨이브 SF: 1960년대 ~ 1970년대
- 사이버 펑크: 1980년대
- 현대 SF / 포스트 사이버 펑크: 1990년대 ~ 현재
[SF소설] SF명예의 전당1
D-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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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6.05.28.
01. 존 W. 캠벨 /『어스름(Twilight)』/ 1934년 / 지정훈 번역
< 줄거리 >
'나'와 부동산중개업자인 '제임스 워터스 벤델'은 서로를 '바트'와 '짐'이라는 애칭으로 부를 정도로 절친한 사이로 짐이 미래에서 왔다는 사람에게서 들었다면서 이런 이야기를 들려주었다.
짐이 차를 몰고 가던 중 길로부터 3m 정도 떨어진 곳에 쓰러져 있는 사람을 발견하여 뺑소니사고를 당한 줄로 알고 차에 태우고 5분 정도 가던 중에 그가 정신을 차리고 눈을 뜨면서 오늘 날자를 물어봐서 1932년 12월 9일이라고 답변하자, 그는 자신의 이름은 '아레스 센 켄린'이라고 밝히면서 그의 미들네임인 '센'은 과학을 의미한다고 알려주었다.
또한 켄린은 자기는 3059년의 네바다 시티에 살면서 과학실험의 결과로 시간여행에 성공하여 700만년 후의 미래세계로 갔고, 그 미래세계에서 6개월을 산 후에 3059년으로 돌아가고자 시도하였으나 1,100년이 빠른 지금 시대로 오게 되면서 짐을 만나게 된 것이라고 설명한다.
켄린은 이어서 자신이 본 700만년 후의 인류사회는 지나치게 안전과 편안함을 추구한 결과로 정체되고 낙후하여 천천히 죽어가는 인류의 어스름과 같은 시기이고, 자신은 이를 극복하고자 '호기심을 가진 기계'가 만들어지도록 설정하고 왔으며, 이제 자신이 속한 인류의 하루에서 처음으로 밝게 빛나는 시기(3059년)로 돌아가고자 한다며 이야기를 마친다.
짐은 '켄린'이 들려준 이야기를 상세히 '나'에게 들려준 후에 자기는 그런 허풍을 믿지 않는다고 주장하였으나, 내가 보기에는 짐은 그 이야기를 믿고 있는 것으로 보이고, 나도 켄린이 31세기 사람이라는 것을 믿게 되었으며, 켄린은 700만년 후의 미래세계에서 인류의 밝아오는 어스름도 보고 간 것이라 생각한다.
< 나의 생각 >
이 소설은 1934년에 발표된 단편 SF로 과학기술의 발전이 인류를 어디로 이끌 수 있는지에 대한 질문을 던지고 있으며, 이야기 속에 또 다른 이야기가 들어있는 액자소설의 서사 구조를 취하고 있습니다.
이 단편소설이 발표되는 당시에는 로켓, 우주개척, 과학혁명을 밝은 미래의 상징으로 내세우는 기술 낙관주의가 일반적이었던 것을 생각하면, 이 소설은 기술 발전이 반드시 인류의 진보를 의미하지는 않는다는 내용이므로 기계가 인간의 모든 필요를 해결해주는 순간, 인간이 오히려 스스로 사고하고 행동할 이유를 잃게 될 가능성을 생각해 볼 수 있도록 합니다.
한편으로는 이 소설이 발표된지 약 100년의 시간이 지난 후에 읽는 독자로서의 관점에서는 '호기심을 가진 기계'가 인간을 변화시키는 것이 아니라 기계에 더 의존하게 만드는 것이므로 정체되고 낙후한 인류사회에 이 '어스름'이 인류의 여명기가 아니라 황혼기를 본격적으로 시작하게 만드는 효과로 작용하게 되는 것은 아닐까 하는 의문을 가져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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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6.06.01.
02. 아이작 아시모프 /『전설의 밤(Nightfall)』/ 1941년 / 박병곤 번역
<줄거리>
소설이 진행되는 공간적 배경은 지구가 아니라 우주 어딘가에 존재하는 외계행성 라가시이고 이 행성에는 지적 생명체가 문명을 일구어 살고 있습니다.
행성 라가시는 6개의 태양이 있는 다중성계에 위치하고 있는 행성이고, 항상 최소 1개 이상의 태양이 떠 있어 낮이 지속되기 때문에 행성인들은 ‘밤’을 경험한 적이 없어 어둠이라는 개념 자체를 이해하지 못하고, '별' 역시 보이지 않기 때문에 우주가 존재한다는 인식도 없습니다.
행성인의 고고학은 라가시문명이 2000년을 주기로 생성과 소멸을 반복하였는데 현재의 문명과 대등하거나 뛰어넘는 수준으로 발전한 문명을 포함하여 모두 10개 이상의 문명이 행성적 규모의 대화재로 소멸하였음을 밝혀냈으나 그 원인은 규명하지 못하였고, 일부 대중이 믿고있는 컬트교의 경전인 묵시록에는 2050년을 주기로 행성 라가시가 대형 동굴에 들어가서 모든 태양이 사라지고 완전한 어둠이 내린 후에 '별'이 나타나 행성인의 영혼을 빼앗아 이성이 없는 짐승으로 만들어버리고 이들이 그 때까지의 문명을 파괴한다고 씌어있습니다.
행성인의 천문학은 행성 라가시와 태양 알파가 중력중심점을 기준으로 상호공전하는 것이 아니라 행성 라가시가 태양 알파를 공전한다는 사실을 발견하였으나 6개의 태양으로 인한 중력의 상호작용이 복잡하여 만유인력법칙을 이해하는데 400년이나 걸렸고, 최근 10년 간 행성 라가시와 태양 알파의 중력에 의하여 계산된 궤도와 관측 결과가 상호 불일치하는 현상이 관찰되어 그 원인을 분석하던 중 행성 라가시의 위성(달)이 존재한다는 가설이 제시되었습니다
천문학의 계산 결과 그 위성은 시직경이 태양 베타의 7배 크기이고, 베타가 가장 먼 거리에 있으면서 하늘에 홀로 떠있을 때 위성이 태양 베타를 가리는 개기일식이 2049년에 한 번씩 일어나며, 개기일식은 행성 라가시의 전지역에서 하루의 절반 동안 지속되면서 '밤'이 된다는 것까지는 밝혀냈으나 '별'이 무엇인지 몰라서 왜 '별'이 나타난다고 하는지, 왜 문명이 대화재로 소멸하는지는 여전히 모르고 있습니다.
하지만, 이러한 '개기일식론'은 라가시 행성의 사로 대학교 학과장으로 있는 아톤77을 비롯한 소수의 천문대 과학자들에게만 받아들여졌을 뿐이고, 일반 대중은 믿지않고 조롱하였으므로 이를 취재하기 위하여 신문 기자인 테레몬762가 천문대에 방문하면서 소설이 진행됩니다.
<나의 생각>
이 소설은 1941년 발표된 외계행성 라가시를 공간적 배경으로 삼은 단편SF로 "인간의 정신이 감당할 수 있는 인식의 범위가 어디까지인가"라는 질문을 던지고 있습니다.
이 작품의 가장 뛰어난 장점은 압도적인 아이디어에 있다고 생각합니다. 6개의 태양 때문에 밤이 존재하지 않는 행성, 과학과 종교의 충돌에 대한 효과적 묘사, 임박한 문명의 멸망을 막을 수 없다는 절망적인 인식 속에서도 다시 시작될 문명을 좀 더 쉽고 빠르게 복구할 수 있는 토대를 만들기 위한 천문대 과학자들이 보여주는 노력들, 2049년만에 한 번 찾아오는 완전한 암흑 속에서 한 번도 보지 못한 '별'이 등장하면서 압도적인 스케일을 드러내는 광대한 우주, 그 엄청난 스케일 속에서 난폭한 광기를 보이며 무너지는 라가시행성인의 정신과 애써 일군 문명의 파괴 등 흥미를 끄는 내용이 전개되며, "전설의 밤이 다시 돌아온 것이다."라는 마지막 문장이 꽤 여운을 남기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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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6.06.04.
03. A. E. 밴 보그트 /『무기 상점(The Weapon Shop)』/ 1942년 / 고호관 번역
<줄거리>
이 소설의 시간적 배경은 7,000년 후의 미래세계이고, 사회적 배경은 왕실 혈통의 1,180번째 계승자인 여왕 이넬다 이셔가 통치하는 인구 192억명인 지구, 화성, 금성, 위성을 포함하는 규모의 전제군주국가이며, 공간적 배경은 지구의 외딴 구석에 있는 한적하고 평화로운 작은 글레이 마을입니다.
주인공인 파라 클락은 평생 일구어 소유하고 있는 작은 정비소를 운영하면서 아내 크릴 클락과 아들 케일 클락 이렇게 3명이 함께 이 마을에 살고 있고, 여왕으로 대표되는 국가권력에 충성하는 성향이며, 아내와는 좋은 관계를 유지하고 있지만, 아들과는 불화를 겪고 있습니다.
어느 날 파라는 조용하고 평화로운 풍경을 보면서 아내와 함께 마을을 걷던 중 무기상점이 새로 생긴 것을 보게 되고, 작은 마을에 이렇게나 많은 무기를 판매하는 무기상점이 있는 것은 매우 해롭고 극도로 위협적인 일이라고 판단하여 무기상점을 없애자며 앞장섰으나, 자신이 무기상점의 첫 번째 고객이 되었다는 보도가 라디오에서 나오는 등 오해를 받는 중에, 그동안 불화하던 아들마저 제국의 수도로 가겠다며 집에서 나가버려 난처하고 어려운 상황이 됩니다.
아들이 집을 나간지 한 달이 지난 뒤에 제5행성간은행으로부터 아들이 파라 명의의 일람불어음을 제시하고 돈을 받아갔으니 결제를 하라는 연락을 받고, 돈이 없어 운영 중인 정비소를 담보로 제5행성간은행에서 대출을 받아 어음을 결제하였지만, 당일 오후에 은행은 담보권을 경쟁사에 판매하여 파라는 정비소에 대한 소유권을 잃게 되자 이를 해결하고자 법원에 청원을 합니다.
법원에서 파라는 여왕폐하가 정직한 시민을 상대로 하는 제5행성간은행의 부당행위를 용납하지 않을 것이라는 희망을 피력하지만 판사는 오히려 고귀한 여왕폐하의 이름을 추잡한 이기심을 정당화 하는데 사용한다며 청원을 기각합니다.
전 재산인 정비소를 잃게 되어 실의에 빠진 파라가 장모와 시장에게 찾아가 도움을 요청하지만, 두 사람은 냉정하게 거절하면서 무기상점으로 가보라며 조언을 하여 파라는 이를 자살하라는 뜻으로 곡해하고, 무기상점에서 권총을 구입하고 나오니 갑자기 '무기상점의 법정'으로 이동하게 되면서 소설이 진행됩니다.
<나의 생각>
이 소설은 1942년에 발표된 단편SF로 "국가권력이 개인의 권리를 침해할 때 개인의 권리를 어떻게 지킬 것인가"라는 질문을 던지고 있으며, 이 소설의 제목은 그 '어떻게'를 함축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한편으로는 소설 속의 무기상점에 대하여는 납득하기가 어려웠습니다.
무기상점은 매우 큰 조직이어서 제국 전체에 퍼져있고, 여왕을 인정하지 않는다고 합니다.
또한, 보안이 엄격할 궁전 내부의 여왕과 소수 측근만 있는 자리에서 여왕이 특정인의 살해를 종용하는 장면을 생생하게 재생하여 주인공인 파라에게 보여주었고, 그 시대의 발전한 기술로도 화성에 가기 위하여 3주가 소요되지만 무기상점은 시대를 초월하는 운송기술이 있어서 단 3시간만에 사람을 화성으로 보내어 결과적으로 파라를 궁지로 몰아넣었으며, 공식적으로 사법권력이 있는 제국의 법정에서 기각 판결한 사건을 '무기상점의 법정'에서 판결을 뒤집어 제5행성간 은행이 사기행각을 했다며 피해액의 3배에 달하는 벌금을 부여하고 그 중 절반을 파라에게 지급합니다.
더욱이 40년 전에는 제국과 적대적인 입장에 서서 제국의 살인행각을 막기 위하여 왕족을 제외한 최고 서열부터 시작하여 상류층 3명을 살해했고, 7년 전에는 무기상점을 파괴하려는 제국의 본격적인 시도를 7000년 전의 과거에서 온 무기상점 측 사람의 희생으로 막아냈다고 말하는 대목에 이르러서는 이쯤되면 '무기상점'이 고대 그리스의 연극에서 사용되었다는 '데우스 엑스 마키나' 아니냐 하는 생각이 들었으며, 이런 내용의 소설이 같은 시대를 살고 있는 미국 SF작가들의 투표에서 왜 우수소설로 선정되었는가 하는 의문이 들었습니다.
이 의문에 대하여 생각하던 중 미국에서는 총기 소지가 단순한 취미나 자기 방어에 국한된 문제가 아니라 부당한 국가권력과 맞서 싸울 수 있는 시민의 기본권이라는 정서가 강하고, 이 소설 속 무기상점이 그런 역할을 하고 있으니 그 영향이었을까 하는 생각도 들었지만, 여전히 의문은 풀리지 않고 남아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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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6.06.10.
04. 프레드릭 브라운 /『투기장(Arena)』/ 1944년 / 고호관 번역
< 줄거리 >
플레이아데스 성단 방향에서 왔다는 것은 알지만 어디서 온지는 알 수 없는 외계인이 지구인의 식민지와 전초기지를 선제공격했고, 그 곳에 있는 지구인은 전멸했습니다.
기습적인 선제공격에는 지구인이 대패하였지만 이후 산발적인 전투를 벌여보니 외계인의 우주전함은 지구인의 최신 우주전함 대비 속도와 기동성은 뛰어나지만 무장력은 다소 뒤떨어지는 수준이어서 승패는 알 수 없지만 겨뤄볼만 하다고 판단한 지구인은 10만척의 우주전함과 50만명의 우주군을 편성하여 외계인과 전쟁을 하기로 결정합니다.
양측은 우주에서 조우하여 전투가 시작되었고, 주인공인 카슨은 이 전투에 지구군의 일원으로 편성되어 우주전투기에 탑승하여 외계인의 우주전투기와 접전을 벌이던 중 갑자기 정신을 잃었다가 파란색 돔으로 둘러싸인 파란색 모래가 평평하고 넓게 펼쳐져 있는 낯선 장소에서 깨어납니다.
주위를 둘러보니 파란색 돔은 둘레 230m, 지름 180m 정도이고, 정중앙에는 벽이 돔을 가로질러 설치되어 있으며, 군데군데 있는 앙상한 덤불도 파란색으로 돔 안에 있는 모든 것은 파란색이지만, 중앙벽 너머 반대쪽 벽 근처에 지름이 1m 정도 되는 구체만이 붉은색인데, 이 붉은 구체가 선제공격해 온 외계인입니다.
여전히 영문을 몰라 어리둥절하고 있을 때 머리 속에서 목소리가 들려오는데, 그 목소리는 자신은 종족 전체가 하나로 융합하여 진화의 궁극에 이른 또 다른 외계인이라고 자신을 소개하면서 지구인과 외계인이 서로의 전력이 엇비슷하여 이대로 전쟁을 계속 벌이면 양쪽 모두 멸망하여 소멸할 것으로 판단되어 하나의 문명이라도 살리기 위하여 양측에서 임의로 각각 한 개체만을 선발하여 이 곳에 데려왔다고 설명합니다.
또한 그 목소리는 두 개체가 똑같이 벌거벗은 맨몸으로 아무런 무기없이 익숙하지 않고 불편한 조건 속에서 시간제한 없이 둘 중 한 개체가 죽을 때까지 싸워야 하고, 여기서 죽는 개체의 종족은 종말을 맞아 소멸할 것이며, 살아남은 개체의 종족만이 발전하고 진화할 수 있는 기회를 얻게 될 것이라고 말하므로, 카슨과 붉은 구체 형상의 외계인은 서로 자신이 살아남기 위하여 그리고 자신의 종족이 소멸되지 않도록 하기 위하여 목숨을 건 싸움을 벌이면서 소설이 진행됩니다.
< 나의 생각 >
선제공격을 한 외계인의 입장에서는 거주행성을 떠나 오랜 시간에 걸쳐 먼 거리를 지나온 뒤에 최초로 만난 지적생명체이었을 지구인과 어떠한 접촉도 시도하지 않고 즉시 전쟁을 벌일 정도의 적대감이 있다는 설정은 이 소설을 발표한 1944년이 제2차세계대전이 한창 진행 중이었다는 사회상을 반영하더라도 설득력이 부족하지 않은가 하는 생각이 먼저 든 반면에 다른 한편으로는 이러한 제 생각이 어찌보면 전쟁 경험이 없는 일개 개인의 한가로운 잡념에 불과할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또한, 진화의 궁극에 이르렀다는 또 다른 외계인이 수많은 생명이 희생될 뿐만 아니라 양측의 공멸을 불러올 수도 있는 전쟁을 피하기 위하여 임의로 선발한 두 개체의 결투로 승패를 겨루어 패배한 개체의 종족 전체를 소멸시킨다는 결정을 할 수 밖에 없다면 과연 '진화의 궁극에 이르렀다'고 할 수 있는가 하는 의문이 들기도 했지만, 이 또한 예전에 읽은 바 있는 아서 C. 클라크의 1953년작 『유년기의 끝』에서 받은 영향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기도 합니다.
이 소설은 흥미로운 아이디어를 담고 있지만 여러 측면에서 설득력이 부족한 것 같다는 생각이 드는 한편으로는 당시에는 우수소설로 선정되었음을 감안하면, 제가 작품 발표 당시 미국의 사회적 정서 - 특히 외계인의 선제공격과 지구인의 대응은 1941년 일본의 진주만 공습을 연상하게 합니다 - 를 제대로 이해하지 못한 것 같기도 하여, 끝내는 이런 감상이 소설이 발표된지 82년이 지난 고전 SF 특유의 거리감이라고 할 수 있을까 하는 생각마저 들기도 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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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6.06.11.
05. 머레이 라인스터 / 『최초의 접촉(First Contact)』 / 1945년 / 지정훈 번역
< 줄거리 >
우주를 빛보다 더 빠른 속도로 비행할 수 있는 오버드라이브장치가 탑재되어 있는 지구인의 우주선 랜버본호는 게성운의 중심부에 있는 쌍성계의 작은 별을 근거리에서 관찰할 목적으로 지구로부터 4000광년 거리를 비행하여 무사히 목적지인 게성운에 도착합니다.
그런데 그 곳에서 어딘가 다른 태양계에서 온 지구인과 비슷한 수준의 기술을 가진 것으로 추정되는 검은색의 외계우주선과 만나게 되었고, 그 외계우주선은 랜버본호에 30Km 거리까지 접근하다가 멈추고는 지름이 2m가 안되는 작은 둥근 형태의 물체를 남겨놓고 다시 600Km까지 물러났으며, 랜버본호의 선장은 이 외계물체가 상호 접촉을 위한 용도의 물체이라고 판단합니다.
랜버본호의 관측부 직원인 토미 도트는 지구인은 음파에 의하여 의사소통을 하는 반면에 외계인은 전파(단파)에 의하여 의사소통을 한다는 것을 알아낸 후 일종의 번역기를 성공적으로 만들어 외계인과의 소통을 시도합니다.
그 결과 서로가 상대를 적대시하여 공격할 의사는 없지만, 이제 헤어져 각자의 세계로 돌아가고자 해도 어느 한쪽이 먼저 귀환하면 다른 쪽이 항로를 추적하여 상대의 거주행성 위치를 알 수 있고, 상대가 지금은 우호적이더라도 수십 년 뒤나 수세기 뒤에 마음이 변하여 침략세력으로 돌변할 수도 있으므로 양측 모두 자신의 거주행성을 노출하지 않기 위해서라도 조우현장에서 먼저 떠날 수 없다는 공통된 고민이 있음을 확인하게 됩니다.
그렇다고 서로 비슷한 수준의 기술을 보유하고 있는 상대를 제거하기 위하여 전투를 벌이면 운좋게 상대를 전멸시킬 수도 있겠지만 오히려 양측 모두 공멸할 위험이 더 크다는 사실에도 공감하고 있음을 확인하면서 소설이 진행됩니다.
< 나의 생각 >
이 소설은 "처음으로 만나는 지구인과 외계인이 서로에 대한 공포와 불신을 어떻게 극복할 수 있는가"라는 질문과 "상호 신뢰 구축과 합리적인 대화의 중요성"이라는 답변을 동시에 제공합니다.
이 소설의 가장 큰 장점은 독창적인 설정과 뛰어난 문제 제기에 있다고 생각합니다. 전작인 프레드릭 브라운의 『투기장(Arena)』이 외계인과의 첫 만남을 전쟁으로 묘사한 반면에, 이 소설은 양측이 서로를 두려워하면서도 대화를 통해 해결책을 찾으려는 과정을 중심으로 전개되며, 특히 상대방에게 거주행성의 위치가 노출될 위험 때문에 어느 쪽도 조우현장을 쉽게 떠날 수 없다는 설정은 매우 논리적이고 긴장감을 높혀 자연스럽게 '나라면 어떤 선택을 할까'라는 생각을 하게 합니다.
이 소설의 결말은 지나치게 이상적으로 서로를 완전히 알지 못하는 상황에서 신뢰가 형성될 수 있는가라는 의문을 가지게 만들기도 하지만, 이러한 결말이 평화와 협력의 가치를 강조하기 위한 장치로 이해할 수 있는 여지도 있고, 특히 이 소설이 발표된지 81년이 지난 지금도 여전히 생각할 거리를 제공한다는 점에서 더 점수를 주기로 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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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을 한 줄로 요약한다면 어떻게 하시겠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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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은 "인간의 과학기술이 발전하여 미지의 세계를 만나게 될 경우의 가능성, 한계, 인간성에 대하여 질문하고 그 해답을 찾고자 하는 SF 단편소설들을 수록한 책"이라고 생각합니다.
부연설명을 추가한다면 이 책은 1929년~1964년 출판된 SF 단편소설 중 SFWA(미국과학소설작가협회)의 협회원 투표로 선정된 13편의 SF 단편소설을 수록한 소설집으로, 이 책에 수록된 단편소설은 서로 다른 시대와 사회적, 공간적 배경을 바탕으로 소설을 전개하고 있지만, 공통적으로 “과학기술의 발전이 인간 사회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가?”, “인간은 미지의 세계를 어떻게 이해하는가?”, “과학이 발전해도 남아있어야 하는 인간다움은 무엇인가?”와 같은 저마다의 질문을 던지고 그 해답을 제시하고 있습니다.
한편, 많은 사람들이 SF를 우주선, 로봇, 외계인, 시간여행 같은 소재를 다루는 장르라고 생각하고 있고 이 책 에도 이러한 요소들이 등장하지만, 이 책의 저자들이 진정으로 관심을 가지는 대상은 기계나 기술이 아니라 인간이어서 인간성에 대한 탐구가 핵심이며, 과학기술에 대한 낙관론만을 내세우지않고 그 이면에 존재하는 위험과 책임을 함께 보여 주고 있다고 할 수 있습니다.

도우리
완독한 자신에게 주는 축하의 메시지를 적어주세요.
보미사
오랜 독서 공백기간이 있은 후에 한 달을 걸려 완독하였으므로 나름 의미가 있지만, 그렇다고 마냥 기뻐하기도 어렵습니다.
한 때 취미가 독서라고 할 때도 있었지만, 그 이후 오랜 시간을 독서에서 멀어졌다가 금년초에 책을 집어들었다가 독서가 매우 힘들어 깜짝 놀랐으며, 이에 다시 독서를 시작하자고 벼르다가 이제서야 이 사이트의 도움을 받아 책 한 권을 완독하였습니다.
우선 이 사이트의 '싱글챌린지'에 만족합니다.
이 사이트에 오기 전에 둘러본 다른 독서모임은 다른 것은 제쳐두고라도 책을 읽은 감상을 잘 정리하여 다른 회원과 대화하고 의견을 교환한다는게 꽤 부담이 되어 가입하지를 못했고, 이 사이트의 '함께 읽기'는 말하기도 어려운데 글쓰기를 어떻게 할 수 있겠냐 하는 고민을 하였으며, '혼자 읽기'는 글쓰기는 둘째치고 독서루틴이 없으니 책을 읽을 수 있을지조차 잘 모르겠다는 걱정을 했습니다.
반면에 '싱글챌린지'는 '도우리'가 3~4일에 한 번 하는 가벼운 질문이 그대로 독서 진행 격려 또는 독려의 기능을 하고, 다음 질문을 하기 전까지 답글을 등록하면 그럴듯해 보인다는 점에서 한결 마음이 편했습니다.
물론 글쓰기는 여전히 어렵고, 그렇게 힘들게 쓴 답글의 수준이 매우 낮을 수 밖에 없으며, 그 답글을 다른 회원이 볼 수 있다는 점은 부담스럽지만, 그조차도 감내할 수 없다면 다시 독서습관을 가질 수 없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책을 모두 읽기는 했지만, 정말 '완독'을 한 것인지는 의문이라는 생각이 들기도 하지만, 첫 술에 배부를 수는 없다는 말로 위안을 삼도록 하겠습니다.
중간에 참여할 수 없는 모임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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