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북강녕님의 문장 수집: "(톨카초프) 그래, 내 집은 교외에 있어, 말하자면 난 퇴근하고 나서도 여기저기 심부름하러 뛰어다녀야 하는 노예, 끈 쪼가리, 흐물흐물한 살덩어리일 뿐이야. 왜냐하면 우리 동네에는 시내에 나가는 사람이 있으면, 그의 아내는 물론이고 온 동네 부인들이 그에게 당연한 듯이 온갖 심부름을 시키는 아주 아름다운 풍속이 있거든. 아내는 나더러 양장점에 달려가 주문한 옷이 허리품은 너무 넓고 어깨품은 너무 좁다고 욕을 하고 오라는 거야. 어린 소네츠카는 새 구두를 사오라고 하고, 처제는 선홍색 비단을 20코페이카어치 사오라느니, 3아르신만큼 끊어오라느니 하고...
잠깐, 기다려 보게. 내 써 온 그대로 읽어주지. (주머니에서 쪽지를 꺼내 읽는다) 램프용 전구, 햄 소시지 1푼트, 5코페이카어치 정향과 계피, 미샤가 부탁한 피마자기름, 굵은 설탕 10푼트. 자, 다음은 집에서 가지고 나와야 할 것들이네. 설탕 담는 청동단지, 10코페이카어치 석탄산과 구충제, 맥주 20병, 식초, 아가씨용 코르셋, 그리고... 미샤의 가을 외투와 덧신. 자, 여기까지가 아내와 가족들이 부탁한 것들이네. 이제부터는 친구와 이웃들 심부름일세. 빌어먹을. 내일이 볼로디아 볼로쟈의 명명일이어서 자전거를 사줘야 해. 비흐리나 중령부인은 임신 중인데, 내가 매일 산파한테 들러서 와주십사고 청을 넣어야 하지. 그리고 기타 등등, 기타 등등.
내 주머니에는 이런 쪽지가 다섯 장 있고, 내 손수건은 온통 매듭 투성이야. 알겠나, 친구. 이런 식으로 퇴근하고 나서 집에 가는 열차시간이 되기 전까지 혀 빼문 개처럼 온 시내를 바삐 싸돌아다녀야 한다네. 달리고 달리면서, 인생을 저주하면서, 상점에서 약국으로, 약국에서 양장점으로, 양장점에서 식료품 가게로, 다시 약국으로. 여기서는 넘어지고, 저기서는 돈을 잃어버리고, 세 번째 가게에서는 돈 내는 걸 깜박하고 나오는 바람에 고함지르는 점원에서 쫓기고, 네 번째 가게에서는 숙녀의 치맛자락을 밟는 바람에... 휴우! 이 모든 걸 다 해치우고 나면 온몸이 만신창이가 되어 밤새도록 뼈마디가 쑤신다네. 게다가 꿈에는 악어가 나온다니까. p.337
(무라쉬킨) 이보게 친구, 작은 부탁 하나만 들어주게! 제발! 자, 그러마고 약속하게! (중략) 자네가 친절을 베푸는 셈일세. 이보게, 내 이렇게 부탁하네. 우선, 올가 파블로브나에게 내 인사를 전해주게. 나는 건강하게 잘 지내고 있으며, 당신 손에 키스를 보낸다고 말해주게. 둘째로, 그녀에게 작은 물건을 하나 전해주게. 그 여자가 내게 손재봉틀을 구해달라고 했는데, 그걸 대신 전해줄 사람이 없었거든... 자네가 좀 전해주게! 그리고 말 나온 김에 이 카나리아 새장도 부탁하네... 새장 문이 부서지지 않도록 조심해야 하네... 자네, 왜 그런 눈으로 날 보는 건가? p.340"
친구의 하소연을 들어주는 척했지만 무라쉬킨도 똑같네요 ㅠㅠ
인간은 역시 이기적인가 봅니다 타인의 아픔, 고충에 진정으로 공감하는 경우는 아예, 전혀 없다는 생각이 드네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