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orumis님의 대화: 어제 소리내서 읽기, 낭독, 말하기의 차이를 배우고 나서 왜 아이들이 아빠가 책을 읽어줄 때보다 엄마가 책을 읽어줄 때 선호했는지 알겠네요..^^;;; 아빠는 정말 가나다라 읽듯이 소리만 명확히 TTS처럼 '읽어'내고 (일부러 그런건가;;) 엄마는 진짜 이야기에 본인마저 빠져들어서 가끔 애들 책읽으면서 애들보다 더 심하게 웃고 화내고 눈물콧물 질질 흘리기도 하며 오디오북 성우 읽듯이 했으니까요;;; 어릴적 아이가 책을 혼자 읽을 수 있기 전에 도라에몽이나 보노보노 대사를 따라하는 걸 보고 '파랑새'나 창비 어린이 희곡집을 함께 읽어주기 시작했더니 처음엔 엄마 반 아이 반 역할을 맡더니 나중에는 본인이 거의 모든 역할을 맡으며 열연(?)하며 읽던 게 생각났습니다. 그러면서 슬슬 읽기에 재미를 느끼면서 혼자 읽기 시작하더라구요.
그리고 메소드 연기의 위험에 대한 감독님과 배우님의 지적도 정말 흥미로웠습니다. 전 캐릭터 특히 본인으로서는 이해가 안 되는 파렴치하거나 이상한 캐릭터를 연기할 때 그의 동기를 이해하기 위해 감정을 완전히 이입하고 몰입해야 하나 했는데 그게 아니군요. 오히려 연기를 돕기보다 전달에 방해가 될 수 있다는 점이 놀라웠습니다. 그리고 그런 분은 속히 치료를 받아야한다는 점두요..^^;;
어제 강의와 체호프의 연극을 보면서 저는 정신과 치료 중 롤플레잉을 통한 psychodrama기법이 생각났는데요. 어쩌면 해서는 안되는 끔찍한 생각이나 악인의 역할을 연기로 풀어내면서 그 억압된 감정을 해소하기도 하지만 '아, 이렇게 살면 안되겠구나'하는 객관적인 성찰도 얻게 되는 게 아닌가 싶었습니다. 그리고 배우님이 자신은 몰입되기 보다 겉으로 보여주고 관객에게 전달되는 표정 등을 신경쓴다고 했는데 확실히 소리만 연기할 줄 알았던 '굴' 낭독 연기에서도 눈물이 글썽거리기도 하고 배시시 웃기도 하면서 수시로 배우님의 표정이 바뀌고 눈빛과 시선 처리 등에도 집중하게 되더라구요.
실은 안톤 체호프의 조카가 배우로서 개발했다는 미하일 체호프의 '심리 제스쳐' 트레이닝 같다는 생각이 들어서 그것에 대해서도 물어보고 싶었는데 시간이 너무 오래 걸릴까봐 꾹 참았습니다. 이것 또한 뭔가 CBT(인지행동치료)와 연결된 듯한 느낌도 들었구요. 저는 제 자신도 받았지만 가족 중에 정신과 치료 상담을 받은 사람이 많아서 문학이나 예술로서의 연극과 연기 외에도 이런 것도 관심이 많았어요. 그리고 어떻게 보면 체호프는 의술 뿐만 아니라 문학을 통해 사회를 치료하고 치유하게 돕고 싶었던 게 아닐까 싶기도 하구요.
실은 전 체호프의 이야기나 희곡을 읽으면서 이 사람 정말 환자를 대하면서 역전이된 게 아닌가 싶을 정도로 작가 자신이 이바노프처럼 우울증이나 자살한 작가 프세볼로드 가르신에게 바친 단편소설 제목처럼 nervous breakdown (Припадок)을 겪지 않았을까 걱정이 될 정도로 정말 메스로 도려낸 듯 날카롭고 구체적이고 현실적이라는 생각이 들었는데요. 우울증을 그저 단순한 슬픔이 아닌 무기력함, 허무함, 타인 및 세상에 대한 무감각과 단절 등 정확히 정신과 의사처럼 짚어낸 게 놀라웠습니다. 그리고 그런 개인의 고통에 대한 사회의 반응도 정확히 짚어내구요. 하긴 고골도 그렇고 도스토옙스키도 그렇고 러시아 문학에서 보면 광인이나 정신질환에 대한 내용이 많긴 한데.. 어쩌면 개인적인 이유도 있었겠지만 그 당시 시대의 무력함과 좌절 등이 영향을 미쳤을 것 같습니다. 시대적 사회적 환경이 우울함을 유발하고 더 악화시키는 데 비해 정작 그런 개인적이고 내면적인 고통에 대해서는 무관심하고 방치하는 것도 체호프는 지적하려고 했던 것 같고요.
너무 여러가지를 배우고 깨닫고 웃고 넋놓고 감상하다보니 시간이 훌쩍 날라가버려서 뒤풀이에서 더 자세한 이야기를 나누지 못하고 가야해서 아쉬웠습니다. 다른 배우님이 계신 줄도 몰랐네요..ㅜㅜ 김세환 연출님, 정연주 배우님도 너무 감사했습니다.
그리고 항상 맛있는 다과와 멋진 기획으로 알차고 유익한 시간 꽉꽉 채워서 준비해주신 @수북강녕 님 감사합니다.
저도 @borumis 님의 메소드 연기 질문에 새로운 사실을 알게 되어 너무 좋았습니다
저도 안톤 체홉이나 도스토옙스키 작품에서 광인이나 무력감과 좌절등이 많이 나와 왜일까 생각했는데 @borumis 님 말처럼 당시 러시아의 시대적 사회적 상황이 우울감과 좌절을 더 유발시킬 수도 있었겠군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