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기서 나가

D-29
형용도 부모가 미워하니 형수 해령에게 좋은 감정이 없었다.
형과 함께 쓰던 방에 홀로 누워 잠들기 직전까지 형에 대해 골똘히 생각한 탓에 악몽을 꾼 거라 여겼다.
누군한테 두들겨맞은 것처럼 몸이 뻐근하면 오히려 잘 잔 것이다.
오늘도 이 책에 감사의 절을 세 번 올렸다. 감사합니다, 라고 하며. 책은 나를 실현하는 강력한 도구다.
피곤할 때 어느 땐 얼굴이 쑤시고 아플 때가 있다. 죽을 날이 머지않은 것이다.
개거품/게거품 몹시 힘들어하거나 흥분했을 때 ‘게거품을 물다’라는 표현을 쓴다. 게가 적을 만나거나 위험에 처했을 때 입 주변에 하얀 거품을 토하는 모습에서 나온 말이다. 멍멍 개가 흥분해서 입에 거품을 물더라도, 게거품이라고 써야 한다. 회의실에서는 팀장이 입에 게거품을 품고 팔짓을 해가며 열변을 토하고 있었다.
벗꽃/벚꽃 벚나무의 꽃으로서 봄에 활짝 화창하게 피며, 꽃이 지고 나면 열매 버찌가 까맣게 익는 것은 ‘벗꽃’이 아니라 ‘벚꽃’이 맞다. 산에 들에 온통 벚꽃이 활짝 피었다.
결국 자기 이익으로 인간은 다 자기 위주다. 남을 위해 밤을 지새우지 않는다. 자식을 위한 것도 알고 보면 자기에게 유리하니까 그러는 것에 불과하다. 법륜이 하는 말이 맞다. 자기에게 그게 이익이 되니까 결국 그리로 움직이는 것이다. 겉으로는 안 그렇다고 하지만 끝까지 캐면 그게 결국 드러난다. 알고 보면 나도 그걸 이미 알고 있던 것이다. 책이 내게 이익이 되어 그리로 죽이라 움직였고 지금도, 앞으로도 그럴 것이다. 책이 내게 이익이 되어서. 인간은 자기에게 이익이 되는 쪽으로 가게 되어 있다, 다른 건 다 궤변(詭辯)으로 개소리에 불과하다. 제대로 된 방향, 머리(이성)가 이는 방향이 아닌 마음(감정)이 이는 방향으로 가서, 그게 어리석은 짓이어도, 자기에게 어리석은 지금은 그게 이익이 되어 그런 것이다. 하여간 이익이 되는 곳으로 가고 있다.
엘레베이터/엘리베이터 사람이나 물건을 싣고 전기의 힘으로 오르내리는 기계는 ‘엘레베이터’가 아닌 ‘엘리베이터(elevator)’가 맞는 표현한다. 우리는 17층까지 엘리베이터를 타고 올라갔다.
나는 보기 싫은 인간 안 보는 게 가장 큰 행복이다. 그건 돈으로도 감히 바꿀 수 없는 기쁨이다.
나는 시골에 공동명의지만 산도 있고 밭도 있고 집터도 있다. 아, 나 부자다.
말줄임표에서 ....... 으로 일곱 개로 안 하고 .... 으로 넷으로 해서 좀 이상하다. 어색하다.
다른 사람은 알 수 없는 것이다. 내가 아는 한 내 입장에서 내 주장만 잘 펴면 된다. 남은 다 알아서 산다. 내가 걱정한다고 그들은 내 말을 절대 안 듣는다, 내가 뭐라고.
한국인 남녀 두 명이 가자에 구타를 당한 건 그래도 한국이 각자도생은 아니란 생각을 하게 했다. 남들은 감히 못하는 훌륭한 일을 한 것이다. 이스라엘은 가만히 그냥 두면 안 된다.
거의 95% 정도가 정상에서 벗어마면 이상하게 생각한다. 이게 불편하기 때문에 좀 이상하면 그들의 이해를 구하는 대신 안 그런 척한다. 말을 해도 듣지도 않고 이해도 힘들기 때문이다. 그냥 안 그런 척하고 내가 좋은 것을 그냥 조용히 하면 그만이다.
개성 사회가 개인의 개성을 존중하지 않으면 많은 사람이 정말 쓸데없는 짓을 하며 각자의 삶을 낭비하는 꼴이 될 수 있다. 사람은 다 다른데 획일화(劃一化)되어 극소수만 제외하고 다수가 어쩔 수 없이 그 한 가지로만 향해 가서 낭비가 이만저만이 아닐 것이다. 이러면 지금 중국이나 북한 같은 독재국(獨裁國)의 국민과 다를 게 뭔가. 겉으로만 민주국이지 스스로 독재국을 만드는 것이나 매한가지다.
명작의 탄생 이상적인 이성(異性)이나 어떤 대상을 향한 게 있고 그게 지금 나와 함께 할 것 같은 가능성으로 설렘이 연속되면 작가는 그걸 향해 글을 더 잘 쓸 수 있는 것 같다. 뭔가 일상의 단조롭고 권태로운 상태보단 위기와 힘듦과 상상, 희망 상태에 있을 때 더 좋은 글이 나오는 것 같다. 그가 곁에 있어 황홀경으로 사랑의 세계에 빠져 허우적거릴 때, 그때 나오는 글은 사랑으로 넘실거려 충만할 것이다. 이런 사랑의 숲에 있을 때는 사랑스러운 노래만 나온다. 온 세상이 온통 자기들의 사랑을 완성하기 위해 존재하는 것 같기 때문이다. 환희에 찬 글이다. 다른 사랑에 빠진 연인에겐 그게 더 깊이를 가져다준다. 자기를 대변하기 때문이다. 인간은 자기의 지금 상태에 동조(同調)한다. 자기가 지금 기쁘면 기쁨에, 자기가 슬프면 슬픔에 끌리는 것이다. 기쁘면 웃음을 유발하는 영화를, 슬프면 주인공이 슬픔에 빠진 영화를 찾아 극장으로 향하는 것이다. 그러나 진정 헤어져 슬프고, 그런 사람을 만날 것 같은 가망과 희망이 있어 상상의 나래를 펼 때, 더 역사적인 명작이 창출되는 것 같다. 슬픔과 희망이 있는 상태, 지금 누려 충족된 상태가 아닐 때가. 충일(充溢)보다 결핍과 부족일 때가 그걸 채우기 위해 뭔가 행동에 나선다. 헤어짐으로 슬픔의 글이, 누림으로 환희의 글이, 설렘으로 희망을 글이 탄생하는 것이다. 그러나 명작은 헤어짐과 희망에서 더 많이 나오는 것 같다. 가지고 누리면서 충만하면 여유의 글은 탄생할지 몰라도 치열하고 맹목적이지 않아 명작이 덜 나온다고 본다. 왜냐하면 더 좋은 탄생은 에너지와 함수관계에 있기 때문이다. 그중에서도 설렘보단 헤어져 깊은 슬픔에 빠져 있을 때 진정한 명작이 탄생하는 것 같다. 이때 표출되는 기운이 가장 세기 때문이다. 그럴 땐 오줌만 해결하고 18시간 동안 꼼짝 않고 자기의 글로 그 심정을 표출하기도 한다. 하다못해 유행가조차 수작(秀作)은 거의 헤어짐의 쓰라린 노래다. 내 말이 맞나, 바이걸의 <내 이름은 여자>와 지아의 <술 한잔 해요>와 이수영의 <Grace>와, 이소라의 <바람이 분다>를 지금 감상해 보라. 아, 문희옥의 <성은 김이요>도 있다. 거의가 다 애절한 이별 노래다. 노랫말에서, 자긴 아니라고 이제 어느 정도 잊었다고-거기서 놓여났다고-하지만, 아직 사랑의 감정이 남아 이렇게 노래로라도 내 심정을 달래려는 것 아니겠나. 뭔가 기분 전환 삼아 한껏 우아하게(Gracefully) 꾸미고 외출해서 주변을 둘러보지만, 마침, 봄놀이 나온 나들이객들의 깔깔 함박웃음처럼 세상은 내 슬픔과는 아랑곳없이 정해진 궤도를 돌뿐이다. 내 슬픔을 조금도 봐주지 않는다. 동참하지 않는다. 내 슬픔에 동조하지 않는다. 그 웃음소리가 오늘따라 유난히 커서 비수(匕首)가 되어 내 가슴을 후벼팔 뿐이다. “뭐가 저렇게 좋을까?” 차라리 내가 그들에게 동조해 슬픔을 누르고 쓴웃음을 짓지만, 가사(Lyrics)의 끝에 가면 진짜 속마음이 슬그머니, 고스란히 고개를 내민다. 이별 슬픔과 이런 이별을 표현한 글이 만나면 그 글이 명작이 안 될 수 없다. 나는 오롯이, 거기서, 나처럼 이별 슬픔에 빠진 그를 본다. 아니, 나 자신을, 그 슬픔의 글에서 만나 함께 슬퍼하는 것이다. 거기에 울고 있는 내가 있다. 이 명작을 통해 나는 비로소 치유되고, 카타르시스를 느끼고 보다 성숙해져 어느 정도의 시간과 함께 이젠 한때 사랑했던 그를, 친구처럼 대할 수 있게 되는 것이다. 동시에 자기 자신도 더 정확히 볼 수 있게 된다. 자신에 대한 지식이 한층 쌓여가는 것이다.
나는 글을 쓰고 책을 읽으며 힐링을 하고 외로우면, 아니 이게 좀 충만하면 만나고 싶은 사람을 만나 술을 잔뜩 먹는 삶의 반복이 좋다. 이게 내게 가장 최상의 삶이다.
전쟁 일으켜 사람을 마구 합법적으로 죽이는 트럼프 같은 인간은 태어나지 말았어야 했다.
종이 위에선 그게 자기 정체성이기 때문에 속이는 게 쉽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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