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기서 나가

D-29
남도 남을 치우치게 싫어한다 나는 사람을 치우치게 좋아한다고 느낀다. 그런데 알고 보니, 남은 안 그런 것 같아도 남도 그런 것 같다. 아니, 남도 나처럼 남을 치우치게 싫어한다. 남도 나처럼 남을 골라서 좋아하고 싫어한다. 나도 남도 자신이 좋아하고 싫어하는 사람이 따로 있다.
불행의 씨앗 불행에 빠지지 않으려면 자신의 기질(氣質)을 정확히 알고 불필요한 욕심을 내려놓으면 된다. 내가 씨름을 못하는데 “나는 왜 씨름을 못할까?”하고 고민해 봐야 아무 소용 없다. 내가 노래를 못하는데 “왜 나는 노래를 못할까?”하고 고민하는 건 어리석은 짓이다. 원래 씨름을 못하는데 잘하는 사람처럼 잘하려고 하니까 불행한 것이다. 여기서 방향과 관점(觀點)을 확 바꿔 그냥 지금 내가 하고 싶고 자꾸 나도 모르게, 하게 되는 것을 하면 불행에서 어느 정도 벗어날 수 있다. ‘불행의 씨앗’인 안 되는 것에 집착(執着)해서 그렇다. 되지도 않는, 남이 정해 놓은 수준에 이르려고 해서 불행한 것이다. 나는 분명 다른 걸 잘하는 게 있지만 그걸 모를 수 있다. 남에겐 그게 잘 보인다. 남은 안 가진 걸 자신은 이미 가지고 있다는 것을. 찾아보면 많다. 가능하지 않지만, 그게 아무것도 없다고 쳐도 그냥 자신을 그대로 못하는 걸 받아들이고 그것으로 출발하면 적어도 거기서 긴장하고 불행하지는 않다. 어떤 한 분야(이를테면 100m 달리기)에서, 잘난 사람 잘난 대로 살고 못난 사람 못난 대로 살면 된다. 뱁새가 황새 따라가면 다리가 찢어진다. 나는 내 분야에서 나름대로 나대로 살면 된다. 너는 100m 12초에 끊고, 나는 25초에 끊으면 된다. 안 되는 12초에 끊으려고 하니까 불행한 것이다. 나는 100m 25초에 끊으면서, 좋아하는 노래나 한껏 즐기면서 부르면 되는 것이다. 남 기준에 맞춰 자진해서 불행을 자초(自招)할 필요는 없다. 황새 따라갈 필요 없이 각자의 자리에서, 뱁새인 나는 휘파람 노래를, 즐겁게 불며 살면 되는 것이고 황새는 우아하게 논에서 물고기와 개구리를 잡아먹으며 살면 되는 것이다. 남과 비교하지 않고 자신과 비교하는 삶을 살면 불행에 안 빠질 수 있다. 어리석게 남과 비교하지 말고 자신과 비교하자. 내 몸이 기우는 곳으로 가자. 행복 하려고 하지도 말고 지금 가진 걸 가지고 마음이 이는 곳으로 가면 그뿐. 지금, 가진 걸 잃은 후에야 그때 그게 바로 행복이구나, 깨달을 것이다. 원래 건강을 잃어야 건강했던 그때가 행복이었다고 깨닫는 게 우리들 인생 아니겠나. 그러니 이나마 지금 가진 걸 맘껏 누르며 행복하자.
자신감이 떨어져 화장 안 하고 맨얼굴로는 슈퍼도 못 간다. 특히 우리나라 여자 중에 그런 사람이 많다. 안 그런 사람은 그냥 의식하지 않고 그냥 나간다. 그런 버릇이 붙은 사람은 화장을 해야 한다. 이건 남이 봐서 그런 것보다 우선 자신에 대한 자신감이 떨어져 그런 것이다.
근데 더 이상한 게 뭔지 알아요?
해령은 그 뒤로도 쓸데없는 얘기를 한참 늘어놓다 집으로 돌아갔다.
돈 벌기가 취미이고 그게 좋으면 돈을 벌면 된다. 그게 아니면 아예 거기에서 거리를 두자.
책은 자신을 배신을 안 한다는게 가장 큰 장점이다.
드라마 같은 데 점을 보고 무당이 자주 등장해 이제 한국이 미신 천국으로 불릴 날도 머지 않은 것 같다.
원래는 마광수 교수가 더 살아 글을 더 많이 써야 하는데 아쉽다. 대신 공지영이 많은 경험을 했고 글을 잘 써 그녀의 책도 한번 이번에 읽어보자. 뭔가 얻는 게 많을 것이다. 비록 딸에게 하는 말이라도.
직장 생활을 하며 남들처럼 평범하게 표 안 나게 사는 것도 좋지만 그러면 뭔가가 빠진 것 같다. 자기만의 그 무엇을 표출해야 한다. 안 그러면 삶이 너무 허무하다. 그게 바로 살아 있는 동안 하는 자아 실현이다.
유화가 몸을 숙여 살피자 형용도 새를 내려다보곤, 그대로 신발로 참새를 밟아 숨통을 끊었다.
부처가 하늘에서 내려다보면 아무것도 아닌 걸 갖고 아등바등하고 인간들은 지지고 볶고 싸운다. 그게 뭐하는 짓인지 도대체가 이해가 안 가는 것이다.
순화는 토종닭을 삶고 소고기를 굽고 전과 잡채까지 정성껏 차려 내놓았다.
얘들/애들 ‘얘들’은 ‘이 아이들’이 줄어든 말이다. 말할 때 생각하고 있는 대상을 부르거나 가리킬 때 쓴다. ‘애들’은 ‘아이들’이 줄어든 말이다. 특별히 어떤 대상을 가리키는 게 아닐 때도 쓸 수 있다. 얘들 정말 웃기는 애들이네.
베게/베개 잠잘 때 베고 자는 물건은 ‘베개’다. 베게‧배개‧비게‧벼게 등 잘못된 표현이 많지만, 정답은 하나! ‘베개’뿐이다. 잠을 잘 때에는 낮은 베개를 베고 바른 자세로 자는 것이 건강에 좋다. 영희는 베개를 끌어안고 자는 습관이 있다.
형용이 자신의 감정에 몰두해 더 깊은 분노를 쌓아가는 것이 느껴지자 침묵 속에서 유화의 막연한 두려움이 몸집를 키워갔다.
여자 작가는 생활 전선, 일상에서 일어나는 일을 잘 표현한다. 이게 장점이다. 그대로 자기 감정을 그대로 종이 위에 써 그런 것 같다.
유화는 순진하게 투정 부리는 정우에게 미소를 지었지만 형용은 자신 때문에 눈치를 보고 풀이 죽은 아이들을 신경 쓰지 않았다.
유명하고 자기 스타일이 노출된 작가는 그 이름으로 다른 글을 그럴 듯하게 쓴다. 이래서도 안 유명한 작가가 좋다. 자기 스타일을 AI가 모방 못 하기 때문이다. 자기 스타일은 자기만 만들기 때문이다. 유일하게 자기 스타일의 글만 존재하고.
유화는 아이들을 위해서라도 침묵하기로 마음먹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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