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기서 나가

D-29
남자는 고개를 약간 기울이고 마치 내면까지 훑어보려는 듯 형용의 얼굴을 뚫어져라 쳐다봤다.
법륜이 말한 것처럼 인간들은 대개 기도를 하는 게 아니라 자기 복을 비는 기복을 하는 것이다.
남자는 어리석고 그냥 막무가내다. 그러나 여자는 그 와중에도 뭔가를 하려고 한다.
형용은 형진의 이중성을 알고 있었다.
여자는 대개 더러운 성격을 자기면 자길 해하는데, 남자는 그게 겉으로 드러나 남에게 해코지한다. 그러니 수행정진해야 한다.
그러나 결혼을 앞두고 형용에게 부모를 얕잡고 비웃으며 자신의 속내를 드러낸 적이 있었다.
저 사람들은 끝까지 어떤 진실에 도달해야겠다는 생각이 없어. 자신들의 초라한 세계에서나 중요한 보잘것없는 체면을 지키기 위해 자식들을 괴롭히는 사람들인 거야.
저들에게 진실을 바라볼 수 있는 기회를.
당시 해령은 그런 남자를 따라 웃었고 그 찰나에 이미 사랑에 빠져버렸다.
부페/뷔페 여러 가지 음식을 차려 놓고 손님 스스로 골라 먹도록 한 식당은 ‘뷔페(buffet)’라고 표현해야 한다. 부페, 부패, 뷔폐 등 틀린 표현이 많으니 주의해서 써야 한다. 틀린 표현 중에서 ‘부패’는 썩는다는 뜻이니까 음식을 갖고 이렇게 표현하면 절대 안 된다. 어제 저녁에 뷔페에 가서 양껏 먹었더니 아직도 배가 부르다. 아이들이 전부 다른 종류의 음식이 먹고 싶다고 해서 결국 뷔페에 가서 식사를 하기로 결정했다.
낳으라고/나으라고 ‘낳다’는 아기, 새끼, 알 등을 몸 밖으로 내놓다라는 뜻과 ‘열심히 맞춤법 공부해서 좋은 결과를 낳다’처럼 어떤 결과를 이루거나 가져오는 상황에서도 쓸 수 있다. 병이 고쳐지거나 상처가 아물다를 뜻하려면 ‘낫다’라고 써야 한다. 뒤에 오는 글자에 따라 나아, 낫고, 낫지, 나으니 등으로 변한다. 돼지가 새끼를 한배에 열 마리를 낳았다. 급속한 통일은 심각한 후유증을 낳을 수 있다. 병이 씻은듯이 다 나았다.
해령이 보기에 형진은 세상이 불만이 많았고, 자신을 꽤 대단한 사람이라 여겼다.
어느 정도 글을 쓰는 작가는 대개 자신이 보통 사람은 아니라고 스스로 생각한다. 그런 맘이 있기에 또 글을 쓰는 것인지도 모른다.
이해 말고 넘어가자 작가가 혼자 자기 세계에 빠져 그냥 하는 소리를 독자는 무슨 소리인지 대개는 모른다. 한 5% 정도 알 수 있는 것도 있지만, 모르는 사람이 더 많다. 그냥 작가가 자신의 생각을 떠오르는 순간 갑자기 적은 것일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러니 이해 안 가는 구절은 그냥 넘어가는 게 정신 건강에 좋을 수 있다.
나눔의 기쁨 예전에, 시골에서 시루떡을 하면 이웃에 돌렸다. 예상치도 못했는데 이웃에서 떡을 가져오면 그게 그렇게 맛있을 수가 없었다. 그 생각을 하고 우리도 떡을 하면, “그 집도 좀 가져다주지.” 하고 부모께 여쭌다. 심지어 외양간에도 두고 와 소와도 나누어 먹었다. 우리 동네는 예전에 ‘거북이 놀이’를 추석에 했는데, 수수를 엮어 몸에 두르고 논흙으로 얼굴에 검정을 칠해 집집이 돌며-큰 마당에서-신명 나게 한바탕 놀고 고기와 떡과 술을 얻어 뒷동산에 올라 실컷 먹고 마시며 휘영청 밝은 보름달 아래, 밤이 깊어 가는 줄도 모르고 밤새워 놀았다. 이런 게 다 나눔의 기쁨 아니겠나. 진정으로 나눔의 기쁨을 누리려면 주고도 받을 생각을 말아야 할 것 같다. 내가 주었으니까 꼭 되돌려받거나 “이 마음 알아주겠지.”하고 크게 기대하면 크게 실망하게 되어 있다. 그냥 기부(寄附)하는 셈 치는 것이다. 어려운 이웃과 중동 전쟁고아들을 돕는 심정으로. 그게 어려우면 안 받아도 서운하지 않을 만큼만 주는 것이다. 주고 아예 잊어버리는 것이다. 까맣게 잊었다가 뜻밖에 그가 찾아와 “지난번엔 참 고마웠어요.”라며 이자까지 쳐서 주면, 공돈이 생긴 것처럼 그렇게 기쁘지 않을 수 없다. 이런 게 진정 나눔의 기쁨 아니겠나. 누가 찾아오면 먹을 것부터 내놓고 반가운 손님에게-입에 발린 이런저런 소리 하는 것보다- 음식을 정성껏 차려주면 받는 사람도 극진한 대접을 받은 것 같아 고마운 마음이 절로 일 것이다. 나중에라도 그를 생각하면 대접받은 것이 떠오르게 되어 있다. 반가운 사람을 만나면 이런 식으로라도 내 마음을 표하면 그것 또한 나눔의 기쁨 아니겠나. 경사보단 애사를 챙기랬다고 평소 나와 친한 줄 알았는데 부모상을 당했는데도 그가 모른척하면 그게 그렇게 서운할 수가 없는 것이다. 이건 주고 잊어버리라는 말과 다른 것이다. 인간이 세상에 나와 관혼상제(冠婚喪祭), 생로병사(生老病死)의 질서에서 자신의 굵은 마디를, 남이 기억해 주는 것이기 때문이다. 결국 아등바등 지지고 볶으며 살다가 가는, 세파(世波) 속의 한 인간에게 이런 걸 빼면 뭐가 남겠는가. 받아서 맛이 아니라 그가 평소 나를 그렇게밖에 생각 못 했다는 것 같아서 그게 서운한 것이다. 기억의 차이에서 인간의 친밀도가 가늠된다. 그러면 그가 막상 애사(哀事)를 당해도 그 서운함이 그때까지 앙금이 남아 부조하기가 쉽지 않다. 그러니 친할수록 경우(境遇)와 도리를 지켜야 한다. 그렇지만 생각지도 못한 사람이 내게 잊지 않고 부조(扶助)하면 그게 그렇게 또 고마울 수가 없는 것이다. 속물(俗物) 같아도 인간인지라 할 수 없는 일이고, 그것 또한, 세상 속에서 나눔의 기쁨 아니겠나. 그러면서 동시에 내가 친하다고 해서 그도 나와 친한 것도 아닐 수 있고 안 친하다고 생각한 사람이 나를 더 생각해 친해지고 싶어 그때까지도 나를 기억할 수도 있다는, 세상의 이치를. 그게 딱 일치하는 경우는 거의 없다는 거. 뭐든 나를 기준으로 생각할 건 아니라는 거. 나눔의 기쁨 ● 예전 시골에서의 나눔의 기쁨이 지금도 눈에 선하다. ● 아예 받을 생각을 말고 기부 하듯이 주고 잊어버리자. ● 만나면 먹을 것부터 내놓는 것과 음식 대접은 사람의 마음에 깊이 각인된다. ● 애사에서의 부조는 평소 그가 나를 어떻게 생각하느냐가 보이는 것 같다. 인간적인 나눔의 기쁨이라 속물 같아도 어쩔 수 없다. 이것으로 마음이 보이기 때문이다. 그러면서 동시에 사람들 사이의 마음이 서로 일치하는 경우는 잘 없다는 것을 알아야.
이번 지반 선거 나온 거 보면 문재인이 이재명보다 인기는 더 많았다.
형용이 점점 목소리를 키우며 유화를 원망하자 유화는 아이들 눈치를 보며 그만하자는 의미로 형용에게 미소 지었다.
겁먹은 아이들은 형용을 피해 유화의 품으로 파고들었다.
여기 너무 이상해.
봐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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