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걸상 '벽돌 책' 함께 읽기] #35. <쇳돌>

D-29
<단장의 미아리고개> 노래는 모르고 제목만 아는데 이런 사연이 담긴 곡이었다니..!!
연좌제는 비시민화시키기이다. 국가와 정부는 권력 유지를 위해 비국민을 꾸준히 발명해낸다. 중산층 지식인 남성의 위치는 가장 안정적인 시민이다. 한편 노동계층과 여성은 원래 비시민이기에 이들의 시민되기 탈락에는 극적인 요소가 없다. 농부가 농부로 살아가고, 노동계층이 노동자로 살아가고, 여성이 여성으로 살아갈 뿐이다. 탈락된 자들은 원래 자리가 없었기에 그들의 고통과 상실은 사회문제가 되지 못했다.
쇳돌 - 사라지는 세계, 사라지는 노동, 사라지는 목소리를 채굴하기 이라영 지음
무언가를 ‘이루는’ 삶이 아니라 ‘견디는’ 삶은 이름 없이 소멸하고, 이 삶의 경력은 무수한 노동으로 채워진다.
쇳돌 - 사라지는 세계, 사라지는 노동, 사라지는 목소리를 채굴하기 이라영 지음
누군가의 삶을 은유 속에 가둘 수 없다. 사회에서 보이지 않았기에 이동과 사라짐도 보이지 않는, 그러나 이 사회를 지탱해온 어떤 존재들의 움직임과 목소리를 추적하기로 한다. 한 사람의 노동이동에는 한 시대와 장소의 변화가 담긴다. 노동자들의 목소리에는 그들의 생각과 감정이 숨어 있다. 노동자의 입과 노동자의 발을 따라갔다.
쇳돌 - 사라지는 세계, 사라지는 노동, 사라지는 목소리를 채굴하기 이라영 지음
하지만 여성 노동자들의 멋 부리기를 ‘보호색’으로만 본다면 그 또한 차별적 시선이다. 그들은 경제활동으로 눈치보지 않고, 가족 부양이 아닌 오직 자신을 꾸미는 데 돈을 쓰며 최신 유행에 합류하는 기쁨도 누렸다. 어머니는 “양양 시내에 양장점은 아마 그 사람들이 다 팔아줬을 거야. 부츠를 맞추고 그랬다니까”라면서 광산 다니던 여자들이 패션에 관심이 많았음을 강조했고, 아버지는 “그때 광산 다니는 여자들은 대단했지. 얼마나 멋을 부렸다고”라면서 “그때 광업소는 최고였거든”이라는 말을 빼먹지 않았다.
쇳돌 - 사라지는 세계, 사라지는 노동, 사라지는 목소리를 채굴하기 이라영 지음
노동계층 여성의 멋내기는 왜 유난스럽게 언급될까. 중산층 기혼 여성의 멋 부리기와 달리 노동계층 여성에게는 이중적 시선이 존재한다. 그들의 멋 부리기는 돈을 쓸 수 있는 경제력을 드러내는 수단이기에 부러움을 사는 동시에 그것 때문에 ‘밖으로 나도는 점잖지 않은 젊은 여자’가 된다. 아니 에르노의 어머니가 공장에 다니면서 유행을 따라하고 “활기차고 당찬 여공”으로 살아갈 때 “마을에서는 어머니를 행실이 좋지 않은 사람”으로 봤다. 여성 노동자에 대한 이런 차별적 문화 때문에 여성들은 결혼 후에는 대부분은 ‘평범한 주부’가 되려고 했다.
쇳돌 - 사라지는 세계, 사라지는 노동, 사라지는 목소리를 채굴하기 이라영 지음
개인적인 의지로 ‘몸을 팔지 않는’ 사람이 되어야만 순수한 구조적 피해자가 될 수 있다. 한편 혜정/미영과 같은 여성은 아무리 똑똑하고 투쟁 의지가 넘쳐도 남성의 사적 영역을 돌보는 여성의 역할을 잘 수행해야 한다. 그 인물들은 이 모든 역할을 ‘자발적’으로 ‘선택’할 수 있다. 여성이 ‘정조를 보물과 같이’ 아끼며 그가 돌봄 노동을 수행하는 방식을 그리는 데서는 변화한 세월을 느끼기 어렵다. 여전히 여성의 노동과 투쟁보다 자궁 단속에 더 관심이 많다.
쇳돌 - 사라지는 세계, 사라지는 노동, 사라지는 목소리를 채굴하기 이라영 지음
“그때는 군인이 최고”라는 말은 “그때는 광업소가 최고”라는 말로 바뀌었다. 먹고살 데가 없는데 지역에 광산이 있어 먹고살았다. 전직 광산노동자와 광산촌에서 성장한 사람들의 공통된 말이다. “한때는 밥이 되어준 탄광 막장에서” 일했던 수많은 노동자들은 말 그대로 먹고살기 위해 힘든 일을 하러 온다. 인생이 추락한 지점으로 은유되는 막장이지만 실제로 노동자들에게는 인생을 시작할 수 있는 지점이었다.
쇳돌 - 사라지는 세계, 사라지는 노동, 사라지는 목소리를 채굴하기 이라영 지음
막장은 언제나 궤도의 끝이며 채굴의 시작점이다.
쇳돌 - 사라지는 세계, 사라지는 노동, 사라지는 목소리를 채굴하기 88쪽, 이라영 지음
인생이 추락한 지점으로 은유되는 막장이지만 실제로 노동자들에게는 인생을 시작할 수 있는 지점이었다.
쇳돌 - 사라지는 세계, 사라지는 노동, 사라지는 목소리를 채굴하기 94쪽, 이라영 지음
"그때는 연좌제가 무서웠어. 아무것도 할 수 없었어. 네 아버지가 이제 연좌제 때문에 아무것도 할 수 없다는 걸 알게 된 거야. 그때부터는 사는 게 사는 게 아니야."
쇳돌 - 사라지는 세계, 사라지는 노동, 사라지는 목소리를 채굴하기 97쪽, 이라영 지음
그래서 나는 고모가 이상한 사람으로 보였다. 총명한 고모와 헛소리를 하는 고모 중 어떤 모습이 고모의 진짜 모습일까. 모두 고모의 진짜 모습일 것이다.
쇳돌 - 사라지는 세계, 사라지는 노동, 사라지는 목소리를 채굴하기 99쪽, 이라영 지음
저에게도 ‘젊을 때 연탄가스 중독으로 이상해졌다’는 가족이 있어서(원인이 정말로 그것 때문인지 확실치 않은 것도 똑같고요.) 이 책에 나오는 가족사가 낯설지 않네요. 어릴 때 저도 자다가 연탄가스를 마신 적이 있어요. 다른 가족들은 병원에 실려갔어도 저는 상태가 그나마 괜찮았는지 집에서 그냥 두통에 어지럼증, 구토 몇번 하고 치료약으로 동치미 국물 마시면서 나아진 기억이 남아 있네요.
향팔님도 그런 일을 겪었군요. 예전엔 주연료가 연탄이고 보면 그런 일이 심심찮게 발생하곤 했죠. 신문에 연탄가스 사망 사고 보도도 많았고. 이 일산화탄소란게 냄새가 없어서. 저 어렸을 때 저희 집에서 일하던 언니가 겨울 낮에 춥다고 부엌문을 꼭 닫고 일하다 갑자기 조용해서 놀란 적이 있었습니다. 불과 1, 2분전만 하더라도 쫑알쫑알 떠들었는데 말입니다. 보니까 바닥에 쓰러져 있더군요. 엄마가 재빨리 안방에 눕히고 김치국물 퍼먹이고 낮이라 다행이지 정말 아찔했죠. 근데 정말 김치국물이나 동치미가 일산화 중독에 효과가 있는 건지 모르겠어요. 물론 병원에선 큰일 날 것처럼 말하는데 민간에선 흔히 쓰는 방법이었잖아요. 암튼 큰일 날뻔했네요. 다행입니다.
네, 흡입한 양이 그리 많지 않았나봐요. 그때 한 방에서 저랑 같이 주무시던 할아버지, 할머니는 병원에 실려가셨지만 다행히 별 탈 없이 퇴원하셨거든요. 저는 의식이 있어서 그랬는지 병원에 안 실려가고 그냥 동치미로 버텼고요. 그게 효과는 그닥 없을 것 같긴 한데요.
일가족 연탄가스 중독은 요즘 생각하면 참 무서운 일인데 당시에는 동치미로 버티거나 또는 저승사자 잠깐 만나고 왔다는 식의 희화화해서 큰 심각성을 느끼지는 못했던 건 같습니다. ^^;;
어머나 큰일 날 뻔 했네요.. 의외로 많이 있었네요.. 그나저나 동치미 국물은 도대체..? 어떤 과학적 근거가 있는 건 아니겠죠. 그래도 무사하셔서 다행입니다.
전 가스를 마신 적은 없지만 예전에는 누구나 어지럼증은 느낀 적이 있지는 않았을까 싶네요...ㅜㅜ 예전 뉴스에서는 지금의 급발진 교통사고처럼 연탄가스 중독의 비극이 일상적인 뉴스였던 것 같습니다. 지금의 어떤 사건들이 미래에는 놀라운 뉴스로 남을까요???
김원일과 이문열 외에도 1941년생 이문구, 1947년생 김성동 등이 연좌제로 좌절된 현실의 통로를 문학에서 찾았다. 이들은 공통적으로 문학이 탈출구였다고 말한다. 문학이 탈출구가 될 수 없었던 사람들은 어떻게 살았을까.
쇳돌 - 사라지는 세계, 사라지는 노동, 사라지는 목소리를 채굴하기 113쪽, 이라영 지음
80년대 이분들 대단했죠. 뭐 굳이 말해서 그 덕분에 걸출한 문인의 탄생과 문단의 축복을 누렸다고 할 수도 있겠지만, 정말 연좌제가 뭔지 첨 알았을 때 그 생경함을 지금도 잊을 수가 없습니다. 우리나라에 그런 법이 있다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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