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걸상 '벽돌 책' 함께 읽기] #35. <쇳돌>

D-29
책에서도 언급되듯 예전에는 정말 <난쏘공>이랑 <사람의 아들>이 없는 집이 별로 없었던 것 같아요. (<이문열 삼국지>도요.) 그런데도 저는 이문열 작품을 단 한 권도 읽어본 적이 없어서(<우리들의 일그러진 영웅>도 초딩 때 선생님이 틀어주신 비디오로만 본 기억이 있어요.) 가끔 그런 얘기 나올 때마다 남자친구가 ‘정말 책 좋아하는 인간 맞아?’ 하는 눈으로 저를 쳐다보곤 하지요 ㅎㅎ 그래서 <사람의 아들>은 꼭 읽으려고 합니다. 요즘 이문구 작품에도 관심이 가더라고요. <관촌수필> 읽어보고 싶어요.
ㅎㅎ 저도 말씀하신 책 정작 인기 절정일 때 안 읽고 한풀 꺾일 때 읽었네요. 뭐가 그리 유명하단 말인가 해서. 특히 <사람의 아들>은 기독교 서적인 줄 알고 기독교 서점 가서 찾았더니 주인이 그런 책도 있나 미간 찡그려가며 함께 있는 사람들과 심각하게 얘기를 주고 받던 기억이 나네요. 자칫 왜 그 책을 여기서 찾는가 썩소를 날릴 수도 있었는데 말이여요. ㅋㅋ(제가 말했나요? 암튼. ㅎ) 그 길로 단골서점에 가서 사서 읽었는데 안 읽었으면 정말 후회할 뻔했어요. 굉장히 잘 쓴 작품이라고 생각하는데 막상 기독교에선 비판을 하더라고요. 예수님의 인성을 왜곡시켰다고. 그런 책이 또 하나가 있는데 노먼 메일러의 <예수의 일기>라는 책이 있죠. 저는 이 책 기독교 문학인 줄 알고 사서 읽었거든요. 예수님을 1인칭 일기로 쓴 말하자면 사복음서를 재해석한 거라고 생각하는데, 누가 예수님을 왜곡시켰다고 비판을 하더군요. 그런 책이 몇권 있긴 하죠? 니코스 카잔차키스도 있고. (아, 니코스의 책은 안 읽었습니다.) 하여간 작가들이란. ㅋㅋ 하긴 작가는 신학자가 아니니까요.
예수의 일기이 소설의 화자는 바로 '예수', 그 자신이다. 그는 열정적이면서도 단정한 목소리로 자신의 지난 날을 술회한다. 젊고 생기 가득한 청년 예수의 모습을 만날 수 있는 새로운 책이다. 지은이는 퓰리처상을 두번이나 받은 인물이며, 소설가와 목사로 활동 중인 조성기씨가 번역을 맡았다.
저도 이문열 작품에 대해서는 단편적으로 접했던 기억이 있어요. 오히려 황석영 선생님 작품들은 꾸준히 읽었는데, 이문열작가와 결이 다를가요?
@오구오구 네, 결이 참 다른 작가이죠. 일단 두 작가는 출생 연도와 집안 배경부터 차이가 있습니다. 황석영 작가는 1943년생으로 초등학교 때 한국 전쟁을, 10대 때 전후의 혼란기를 온몸으로 겪었습니다. 1962년 고등학교를 자퇴한 해 11월, 단편 「입석 부근」이 <사상계> 신인문학상에 당선되면서 등단했죠. 이후 1966년부터 1969년까지는 베트남 전쟁에 참전하기도 했습니다. 반면, 이문열 작가는 1948년생이라 한국 전쟁과 전후의 혼란기를 영유아기로 보냈습니다. (참고로 스티븐 킹이 1947년생, 무라카미 하루키가 1949년 1월생이니 이들과 동년배 작가인 셈입니다.) 이문열 작가 역시 1966년에 고등학교를 중퇴하고 2년 남짓 부산에서 방황하는 청소년기를 보내다가, 1968년 서울대학교 사범대학에 입학했습니다. 하지만 대학 역시 끝내 중퇴하게 되는데, 월북한 아버지를 둔 탓에 ‘연좌제’에 묶여 어차피 출세할 수 없는 삶이라는 좌절감이 컸을 겁니다. 그러다 1979년(만 31세) 동아일보 신춘문예에 중편 「새하곡」이 당선되며 중앙 문단에 이름을 올렸습니다. 10대에 '소년 급제'한 황석영 작가와 비교하면 데뷔가 꽤 늦은 편이었죠. 하지만 같은 해 곧바로 『사람의 아들』(1979)을 발표하며 문단과 대중의 주목을 동시에 받는 인기 작가 반열에 올랐습니다. * 황석영 작가는 이미 이 시점에 대체 불가능한 스타였습니다. 특히 「객지」(1971), 「삼포 가는 길」(1973) 같은 리얼리즘 중단편은 한국 문학사에 길이 남을 명작이지요. 저 역시 황석영 작가가 1970년대에 발표한 중단편들은 지금도 가끔 찾아 읽을 정도로 애정합니다. 이 단편들에는 그가 20대 시절 일용직 노동 등을 전전하며 몸으로 체화한 현장 경험이 고스란히 녹아 있습니다. 반면 이문열 작가는 대중적인 ‘관념 소설’ 혹은 ‘사변 소설’, 그리고 ‘지식인 소설’이 장기였습니다. 『사람의 아들』만 해도 인간 존재의 근원, 신의 존재 이유, 절대적 자유와 고통 같은 형이상학적 주제를 정면으로 건드렸으니까요. 이후 주목받은 「우리들의 일그러진 영웅」(1987) 역시 권력과 대중의 속성을 성장 소설의 틀을 빌려 쓴 작품이고요. 여기에 더해 이문열 작가는 월북한 아버지와 연좌제라는 굴레, 그 안에서 방황하는 아들의 정체성을 ‘지식인 소설’의 형식으로 집요하게 변주해 왔습니다. 대하소설 『영웅시대』(1984)와 『변경』(전 12권)이 대표적입니다. (개인적으로 『영웅시대』는 흥미롭게 읽었지만, 『변경』은 읽다가 중도 하차했던 기억이 나네요.) * 황석영 작가는 1989년 평양 방문 이후 옥고를 치르고 나와 발표한 『오래된 정원』(2000) 『손님』(2001)부터 최근의 『철도원 삼대』(2020)에 이르기까지, 2000년대 이후에는 주로 한국 현대사의 굵직한 궤적을 배경에 깔고서 (세계 무대 쉽게 말하면 노벨 문학상을 염두에 둔) 다양한 형식 실험을 이어가고 있습니다. 이문열 작가는 1990년대 중반 이후에는 보수 이데올로그의 대표 작가로 각인되면서 발표하는 작품도 시원치 않아졌고, 좋은 작품을 쓰더라도 독자와 만나는 접점이 좁아진 듯해요. 저는 「전야, 혹은 시대의 마지막 밤」(1998) 같은 단편은 아주 훌륭한 작품이라고 생각합니다만. (저도 2000년대 이후에는 이문열 작가의 소설을 따로 챙겨 읽지 않았네요.) * 앞에서 언급했듯이, 개인적으로는 1970년대에 황석영 작가가 발표한 단편을 좋아합니다. 2000년대 이후의 장편은 시간이 지날수록 제 문학적 감각과는 조금 거리가 생기는 듯합니다. 개인적인 바람이 있다면, 이젠 그만 노벨 문학상 집착을 내려놓으시면 좋겠다는 생각도 듭니다; 이문열 작가의 작품 중에는 몇 편의 중단편, 그리고 무엇보다 고등학교 졸업 후 대학 입학 전에 읽었던 『젊은 날의 초상』(1981)을 빼놓을 수 없습니다. 수없이 이사를 다니면서도 버리지 않고서 챙겨 온 청춘 소설입니다. 「하구」 「우리 기쁜 젊은 날」 「그해 겨울」 세 편의 중편을 묶어서 펴낸 책입니다. 1960년대 후반부터 1970년대 초반까지 10대 후반, 20대 초반이었던 작가의 자전적 경험을 녹여 쓴 소설이죠. 오래전에 읽고서 다시 펼쳐보진 않았지만, 처음 읽었을 때의 강렬했던 감정이 각인돼 있어서 계속 소장하고 있습니다. 저는 민음사 판으로 가지고 있는데, 지금은 출판사를 옮겨 나오는 것 같더군요. 다시 읽어도 그때만큼 좋을지는 모르겠습니다. :)
삼포 가는 길한국문학의 살아 있는 거장 황석영의 중단편전집이 새로이 출간되었다. 처음 출간된 지 20년이 지난 중단편전집의 체재와 표기 등을 가다듬고, 장정을 새롭게 하고, 신작 「만각 스님」까지 포함해 완전한 중단편전집으로 개비한 것이다.
객지1960년대 후반 바닷가 간척공사 현장을 배경으로 저임금과 부당한 처우에 시달리던 떠돌이 노동자들이 쟁의를 일으키는 과정을 그린 작품으로, 해방 이후 한국사회에서 노동자 쟁의의 현장을 최초로 형상화해 1970, 80년대 노동소설의 선구로 평가받는 소설이다.
젊은 날의 초상작가 이문열이 "이 책처럼 내 삶과 밀착된 것도 드물다"고 밝힌 소설집이다. 빛과 그림자로 얼룩진 청춘, 스무 살의 고뇌와 방황을 그린 3부작 '하구', '우리 기쁜 젊은날', '그해 겨울'을 중편 '들소'와 함께 실었다.
젊은 날의 초상이문열 작가의 장편소설 대표작 중 하나로 손꼽히는 책으로 1981년 첫 출간되었다. 70, 80년대의 한국 사회를 살아가는 한 젊은이의 삶을 통해 자신이 꿈꿔온 이상과 현실의 괴리에서 오는 무력감으로 괴로워하는 '나'의 방황과 좌절을 그려내고 있다.
오, 그러고보니 황석영 소설도 저는 읽은 게 몇권 없네요. 어릴 때 <오래된 정원>(읽다가 말았음), <손님>(좋게 읽었음)밖에는…. 그때는 <장길산>이랑 <무기의 그늘>도 읽어보고 싶었건만 여태껏 시도조차 못했네요. YG님 글을 읽고 일단 <삼포 가는 길>, <객지>, 이문열의 <젊은 날의 초상>을 킵해 뒀어요. 감사합니다.
@향팔 님, 『젊은 날의 초상』은 제가 만 19세 때 그러니까 30년 전에 좋아했었다는 사실을 꼭 꼭 꼭 기억해 주세요. :)
하하하, 네 꼭 감안하겠습니다.
전 무협소설에 빠져 있던 것 때문인 것 같은데, 고등학생 때 '임꺽정'이랑 '장길산', 그리고 조정래 작가님 책 등을 많이 읽었어요. 그 당시엔 동네 서점에 구비 되어 있던 '장길산'을 용돈 생길 때마다 한권 한권 사 모았던 기억이 납니다. (그 기억이 좋아, 지금도 아이의 책은 절대 한 질을 사준다거나 인터넷으루 주문하지 않고, 구여구여 서점에 끌고 가서 딱 한 권씩만 감질나게 사줘요.) 이문열 작가님 책은 하나도 안 읽어 봤고, 황석영 작가님 책은 '돼지꿈(단편모음집)', '바리데기', '철도원 삼대'를 읽었는데, 돼지꿈/철도원 삼대/바리데기(이 책은 비추) 순으로 좋았어요. '장길산'은 수십년 전에 읽은 거라 아주 재미있었다는 기억밖에 안 나 잘 모르겠어요;;; 요새 주변에서 자꾸 '할매'를 추천해 주시는데, 바리데기의 트라우마 땜에 읽을지는 잘 모르겠습니다. ^^;;
역시! 👍 저는 황석영 작가는 안 맞는 것 같더라고요. 그래도 그 분이 우리나라 문단계에 끼친 영향은 어마어마하죠. 근데 그분도 노벨문학상에 연연하셨나요? 고은 시인이 그렇다는 얘기는 들은 것 같습니다만. 근데 이제 내려놓지 않으셨나요? 그 영광이 까마득한 후배에게로 돌아갔으니. ㅋ 그 보다는 이문열 작가가 좀 충격적이긴 했죠? 2천년들어와선가? 그의 책이 불태워지는 사건 있었잖아요. 그 사건 이후 절필을 선언했다고 들었던 것 같은데 본인으로선 굉장히 충격적이었을 것 같습니다. 우리나라 사람 무섭긴하죠? 그분이 세운 문학촌은 지금도 운영이 잘 되고 있는지 모르겠습니다. 언젠가 YG님께서 책도 시간의 산물이라고 하셨던 기억이 납니다. 정말 한때 기라성 같은 작가의 세상에 없을 작품도 지나놓고나면 큰 맘 먹지않으면 여간해서 읽는다는 게 쉽지 않은 것 같습니다. 무엇보다 제가 독서에 대한 열의가 예전 같지가 않아서리. ㅠ
아 저는 황석영 작가님 책 개밥바라기 좋았어요~
그러시군요. 저는 이문열을 좋아했습니다.^^
당대의 유명한 작가님들을 이렇게 정리해 주시니 너무 감사합니다. 옛날에는 이문열 작가님이 아주 유명하셨는데.. (책을 읽지 않는 사람들도 알수 밖에 없는 분위기)... 마치 헤르만 헤세의 <데미안>이 고전 문학계의 bts같은 느낌처럼 이문열 작가님도 그랬던 거 같아요. 그런데 요즘 잘 보이시지 않으시던데 그런 일들이 있었군요. @YG 님과 @stella15 님의 말씀처럼 책도 시간의 산물인거 같네요^^
문단에서 안 보이는 작가가 어디 이문열 작가뿐이겠습니까? 성석제 작가도 그렇고, 회색 눈시람의 최윤 작가도 안 보이고 많죠. 황석영 작가는 나름 꽤 오랫동안 활동하셨던 거 같우데 언제부턴가 새책이 안 나오고 있죠? 그분들의 책을 읽고 안 읽고를 떠나 아쉬움이 큽니다. 어찌보면 당연한 거긴한데. ㅠ
순태 아빠처럼 연좌제 피해자라서 다른 일자리를 얻지 못해 광산에 왔듯이, 내 아버지도 마찬가지였다. 다만 순태 아빠는 '서울 법대를 나온 천재'지만 내 아버지는 전혀 대학을 다니지 않았다. 연좌제 피해자의 박탈된 직업 선택의 자유를 강조하는 방식이 '원래는 더 높은 곳에 있어야 마땅한 사람이 이렇게 굴러떨어졌다'로 서술되는 점은 광산을 소재로 한 소설에서도 예외가 아니다.
쇳돌 - 사라지는 세계, 사라지는 노동, 사라지는 목소리를 채굴하기 114쪽, 이라영 지음
연좌제는 비시민화시키기이다. 국가와 정부는 권력 유지를 위해 비국민을 꾸준히 발명해낸다. 중산층 지식인 남성의 위치는 가장 안정적인 시민이다. 한편 노동계층과 여성은 원래 비시민이기에 이들의 시민되기 탈락에는 극적인 요소가 없다. 농부가 농부로 살아가고, 노동계층이 노동자로 살아가고, 여성이 여성으로 살아갈 뿐이다. 탈락된 자들은 원래 자리가 없었기에 그들의 고통과 상실은 사회문제가 되지 못했다. 다시 말해 자신의 이야기를 할 수 있는 일부 지식인 남성의 서사가 역사를 과잉 점유한다. 지식인 남성은 그 위치 때문에 희생자 서사를 가지기도 쉽다. 국가폭력의 피해자가 '중산층이 되지 못한 지식인 남성' 서사로 급격히 좁아진다. 이들은 문학으로 울분을 표출하며 사회에서 지적으로 망명한 지식인의 자리를 만들어갔다.
쇳돌 - 사라지는 세계, 사라지는 노동, 사라지는 목소리를 채굴하기 114쪽, 이라영 지음
화제로 지정된 대화
다들 재미있게 읽고 계시죠? 6월 4~5일 주말에는 4장 '채광과 궤도부' 5장 '진짜 일을 구할 때까지만' 6장 '연좌제, 비국민 만들기'까지 읽습니다. 한반도에서 20세기 중후반을 살아내는 일은 평범한 시민에게도 결코 쉽지 않았음을 보여주는 한 가지 사례 같습니다. 저는 전라남도 영암과 목포가 생활권이었는데, 저자의 가족사와는 상반된 상황이 있었어요. 그 얘기를 잠깐 할아버지 서사 중심으로 잠깐 써본 적이 있었습니다.
<기획회의>에 짧게 썼던 글의 한 대목입니다. * 1920년에 태어난 할아버지께서 세상을 뜨시고 나니 두고두고 후회되는 일이 있다. 돌아가시기 전에 삶의 전반을 육성으로 기록해 두는 일을 미처 하지 못한 것이다. 마지막 몇 년간 인지 기능이 저하되어 결국 3년간 치매로 고생하시다 돌아가신 탓이 컸다. 그 전이라도 좀 더 부지런히 찾아뵈었더라면 분명 기회가 있었을 텐데, 바쁘다는 핑계로 그 소중한 기회를 놓쳤다. 할아버지는 1919년 3·1운동이 일어난 이듬해(1920년)에 태어나, 패배주의가 짙게 깔렸던 일제 강점기를 20대 중반까지 통과했다. 가세가 기울어 집안 생계를 일찌감치 책임져야 했기에, 10대 후반에 전라남도 영암에서 함경남도 흥남까지 올라가 당시 아시아 최대 규모였던 흥남비료공장에서 일했다. 그렇게 일제 강점기 말 전쟁통에 모은 돈은 해방 후 삶의 종잣돈이 되었다. 해방 후에는 발 빠르게 고향의 땅과 산을 사고, 행정 공백기에 지역 사회의 지도자(Leader)로서 다양한 역할을 했다. 그러다 1950년 한국 전쟁이 터졌다. 놀랍게도 할아버지는 전쟁 당시 ‘반동분자’로 몰려 목포 교도소에서 총살 직전까지 갔다가 구사일생으로 목숨을 구했다. 나중에는 산으로 끌려가 빨치산의 짐꾼 노릇을 하기도 했다. (할아버지께서 평생 말을 아끼셨던 삶의 비극적인 한 대목이다.) 어렴풋한 기억이 있다. 1988년 출간되어 50만 부 이상 팔린 이태의 논픽션 『남부군』을 할아버지께서 탐독하시다가, 옆에 있던 나에게 슬쩍 말씀하셨다. “과장이 많다.” 나중에 할아버지의 파란만장한 청년기를 접하고서야, 그가 그토록 단호하게 평할 자격이 있는 분이었음을 깨달았다. 아직 끝이 아니다. 한국 전쟁 이후 험난한 현대사를 온몸으로 관통하며 겪어 온 우여곡절. 대하소설에 필적할 서사들이 할아버지의 별세와 함께, 그리고 게으른 손자의 무심함 속에서 영영 사라져 버렸다. 할아버지뿐이겠는가. 일제 강점기, 전쟁, 독재와 산업화의 시기를 살아낸 수많은 ‘살아있는 책’들이 이 순간에도 한 명씩 역사 속으로 소멸하고 있다.
뒷얘기를 추가하자면, 목포 교도소에서 총살 직전에 "강 아무개 동지 아닌가?" 하면서 누군가가 반갑게 일으켜 세우더래요. 알고 봤더니, 흥남비료공장 노동조합위원장. 흥남비료공장에서는 노동조합 친화적인 열심히 일하는 10대 청년으로 각인되었었나 봅니다. 그 노동조합위원장이 당 간부로 목포까지 내려왔다가 할아버지를 우연히 보게 된 것이죠! (정말 영화 같은 장면이죠? 이런 일이 대한민국 곳곳에서 희극적, 비극적으로 많았으리라 생각됩니다.)
헉, 그 순간 그 우연한 만남이 아니었으면… 생각하기도 무섭습니다 ㅠㅠ 할아버님의 삶이 정말 역사 그 자체네요.
와 영화같은 이야기네요. 저는 돌아가신 친정아버지의 베트남 참전과 관련된 영화같은 이야기를 들었던 것이 기억에 나는데. 언젠가 정리해보고 싶기는 합니다 할머니 할아버지와는 가깝지 않아서 그닥 많은 이야기가 생각나지 않는데 80중반의 시어머니 (대둔산 밑자락)의 어린시절과 전후 상황에 대한 이야기는 너무 많이 들어서. 개인의 한맺힌 과거에 대한 이야기가 95프로. 지겨울 때도 있지만 물어보고 기억해 놓는것도 필요하다는 생각이 드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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