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걸상 '벽돌 책' 함께 읽기] #35. <쇳돌>

D-29
7장에서 사북항쟁이 언급되네요. 이 사건의 전모에 관해 제대로 아는 게 없어서 항상 궁금했어요. 세간에는 당시 항쟁의 와중에 사북 동원탄좌 노동자들이 어용노조 위원장 이재기의 부인에게 행했던 폭력이 주로 알려졌던 것 같습니다. 영화 <1980 사북>을 꼭 봐야겠어요. 작년 개봉 후 최근에도 도서관 등에서 자주 상영하는 것 같던데요. (지난달에도 저희 지역구 도서관 두 곳에서 상영을 해줬는데 가보질 못했네요.)
1980 사북1980년 4월, 강원도 정선군 사북에서는 대규모 소요사태가 발생했다. 감시와 착취에 시달리던 광부 3천여 명은 사북을 장악하고 공권력과 정면으로 충돌했다. 계엄군이 투입되기 직전에 협상이 타결되어 사북은 유혈사태를 피했다. 하지만 그 과정에서 수많은 피해자가 발생했다. 40여 년의 세월이 흘렀지만 그 상처는 아물지 않고 있다.
stella15님의 대화: 역시! 👍 저는 황석영 작가는 안 맞는 것 같더라고요. 그래도 그 분이 우리나라 문단계에 끼친 영향은 어마어마하죠. 근데 그분도 노벨문학상에 연연하셨나요? 고은 시인이 그렇다는 얘기는 들은 것 같습니다만. 근데 이제 내려놓지 않으셨나요? 그 영광이 까마득한 후배에게로 돌아갔으니. ㅋ 그 보다는 이문열 작가가 좀 충격적이긴 했죠? 2천년들어와선가? 그의 책이 불태워지는 사건 있었잖아요. 그 사건 이후 절필을 선언했다고 들었던 것 같은데 본인으로선 굉장히 충격적이었을 것 같습니다. 우리나라 사람 무섭긴하죠? 그분이 세운 문학촌은 지금도 운영이 잘 되고 있는지 모르겠습니다. 언젠가 YG님께서 책도 시간의 산물이라고 하셨던 기억이 납니다. 정말 한때 기라성 같은 작가의 세상에 없을 작품도 지나놓고나면 큰 맘 먹지않으면 여간해서 읽는다는 게 쉽지 않은 것 같습니다. 무엇보다 제가 독서에 대한 열의가 예전 같지가 않아서리. ㅠ
아 저는 황석영 작가님 책 개밥바라기 좋았어요~
"미쳤어, 미쳤어, 노조에 미쳤어. 매일 술 마시고, 내가 OO이 낳아서 산모인데, 산모가 있는 방에 새벽에 전부 노조 인간들이 우리 집에 몰려온 거야. 선거 때문에. 내가 완전 햇산모야. 1월에. 옛날에 방 하나에 살았잖아. 우리 집에 전화가 없으니까 인간들이 그냥 막 몰려온 거야. 옛날에는 그냥 그렇게 막 몰려왔다구."
쇳돌 - 사라지는 세계, 사라지는 노동, 사라지는 목소리를 채굴하기 129쪽, 이라영 지음
어릴 때 나에게 아버지란 '내 아버지'라기보다 '양양광업소 노조 사람'이었다. 노조 사람이 우리 집에 사는 것이다. 노조에 몰두했던 시절의 기억을 더듬으면 지금도 아버지는 목소리에 힘이 실린다. "그때는 그래도 싸우면 오히려 힘이 나. 사장이랑 마주 앉으면 내가 동등해지거든." 오랜 시간 노조에서 싸우느라 늘 '모가지'가 간당간당한 일상을 살아갔으면서도 아버지는 싸웠다는 사실에 자아존중감을 느꼈다. 마주 앉아 싸우는 관계, 정확히 말하면 '싸울 수 있는 관계'는 동등한 시민이라는 기분을 안겼다. 싸움의 결과와 무관하게 싸우고 있다는 것 그 자체, 함께하는 동료들이 있다는 사실에서 삶의 감각을 느꼈다. 이러한 아버지와 달리 어머니는 노조의 '노' 자도 듣기 싫다며 그 시절을 몸서리치게 기억한다.
쇳돌 - 사라지는 세계, 사라지는 노동, 사라지는 목소리를 채굴하기 131쪽, 이라영 지음
어머니는 어느 날 건강하게 살이 찐 막내아들을 만났다. 깨어나보니 꿈이었다. 아무리 찾아도 아이가 없어 부엌 바닥에 주저앉아 통곡했다. 자식을 잃은 어머니는 '남은 자식'을 데리고 교회에 다녔다. 신경정신과 병원에도 갔다. 어머니는 종교와 의학 사이에서 스스로를 일으켜 세우려 했지만 종교도 의학도 어머니를 돕지는 못했다. 남편은 "노조에 미쳐서" 상실의 동반자가 되지 못했다. 오히려 아버지는 자신의 모든 불안정한 상황과 가정사의 고통 속에서 더욱 노조 활동에 매진했다. 아버지는 가정을 온전히 어머니에게 맡겼다. 내게 1980년대는 노조에 미친 아버지와 자식 상실로 우울한 어머니가 서로의 울분을 뒤섞으며 위태로운 2인 3각을 하는 시기였다. 아버지를 향한 어머니의 불만만큼이나 "왜 내가 하는 일을 그렇게 싫어해!" 라는 아버지의 신경질도 거셌다. 이들은 수시로 싸웠다. 고통 앞에서 종교도 의학도 도움이 되지 않았던 어머니는 "다 마음의 문제"라고 말하길 좋아한다. 결국 모든 것은 개인 의지의 문제가 된다. 세월이 흐른 지금도 "노조에 미쳐서" 가정에 무신경했다고 아버지를 나무라는 어머니 목소리의 강도는 달라지지 않았다. 다만 지금은 이 말을 듣고 있는 아버지가 아무런 반박도 하지 않는다.
쇳돌 - 사라지는 세계, 사라지는 노동, 사라지는 목소리를 채굴하기 131-132쪽, 이라영 지음
참미르님의 대화: ​ ...위험한 노동현장을 개선한 게 아니라 성별논리로 배제한것, 어떻게 생각하시는지요?
이렇게 볼 수도 있을 것 같아요! 역시 독서모임의 장점은 내가 생각지 못했던 부분을 알게 된다는 것이지요. <쇳돌>에도 "광산은 남편이 없는 여성이나 결혼하지 않은 젊은 여성의 일자리였다."라는 부분이 나오지요. 결혼하면 당연히 떠나야 하는 일자리였고, 광산에서 일하는 걸 결혼 때 숨기려고 했다는 부분도 나오구요. 여자가 결혼 전에 밖으로 나돌아 일했다는 게 "흉"이 되는 풍조도 말씀하신 성별논리에 따른 배제라고 볼 수 있겠지요?!
연좌제라는 국가폭력의 피해자가 되어 비시민되기를 강요받아온 아버지에게는 광산 노동조합에 들어가 싸우는 것이 시민되기의 방법이었다.
쇳돌 - 사라지는 세계, 사라지는 노동, 사라지는 목소리를 채굴하기 이라영 지음
어릴 때 나에게 아버지란 '내 아버지'라기보다 '양양광업소 노조 사람'이었다.
쇳돌 - 사라지는 세계, 사라지는 노동, 사라지는 목소리를 채굴하기 이라영 지음
오랜 시간 노조에서 싸우느라 늘 '모가지'가 간당간당한 일상을 살아갔으면서도 아버지는 싸웠다는 사실에 자아존중감을 느꼈다. 마주 앉아 싸우는 관계, 정확히 말하면 '싸울 수 있는 관계'는 동등한 시민이라는 기분을 안겼다. 싸움의 결과와 무관하게 싸우고 있다는 것 그 자체, 함께하는 동료들이 있다는 사실에서 삶의 감각을 느꼈다.
쇳돌 - 사라지는 세계, 사라지는 노동, 사라지는 목소리를 채굴하기 이라영 지음
7장에서는 아버지의 노조활동에 대한 회상이 이어지는 군요. 연좌제에 발목 잡혀 주저앉기보다, 주저앉은채로 살아가는 게 아니라 어떻게든 목소리를 내려 노력했다는 점이 인상 깊습니다. 집에서도 과묵한 아버지가 아니었기에 이라영 작가의 삶에 영향을 준 것 같기도 하구요. 한편으론, 너무 자신의 목소리에 집중한 탓에, 어머니의 삶은 고달팠을 거라는 생각도 드는군요. 아마 8장에서 그 고달팠던 어머니의 삶을 돌아볼 수 있을 것 같습니다. (너무 직설적인 표현이지만 이혼안하고, 어머니가 미치지 않고서 (자식을 잃었으니까요) 살아낸 어머니가 대단하단 생각도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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탱구밤이엄마님의 대화: 이렇게 볼 수도 있을 것 같아요! 역시 독서모임의 장점은 내가 생각지 못했던 부분을 알게 된다는 것이지요. <쇳돌>에도 "광산은 남편이 없는 여성이나 결혼하지 않은 젊은 여성의 일자리였다."라는 부분이 나오지요. 결혼하면 당연히 떠나야 하는 일자리였고, 광산에서 일하는 걸 결혼 때 숨기려고 했다는 부분도 나오구요. 여자가 결혼 전에 밖으로 나돌아 일했다는 게 "흉"이 되는 풍조도 말씀하신 성별논리에 따른 배제라고 볼 수 있겠지요?!
네. 이 조항에서 여성과 18세 미만인 미성년자가 같이 다뤄진것도 눈에 띕니다. 시대적으로 여성을 미숙한 존재로 규정짓고, 정치와 사회적 노동에서 배제하던 때였으니까요.
이라영 작가님 매우 개구장이(?)였군요? 레이스, 구슬에 (가짜) 박카스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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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80년 5.17 계엄령 이후 8월에 최규하 대통령이 사임했고 9월1일에 전두환은 공식적으로 대통령이 되었다. 그해 5월과 9월 사이 신군부는 부정부패와 비리 척결이라는 명목으로 사회 구석구석을 ‘청소’했다. 1980년 8월 20일 노동조합정화지침(정화조치)이 내려지면서 ‘정화’라는 이름으로 노동조합 부수기가 본격적으로 진행되었다. 신군부는 삼청교육대를 만들고 10월에는 국가보위입법회의라는 입법기구도 만들었다. (… ) 1980년 12월 노동법을 개악하면서 노조가 산별 체제에서 기업별 체제로 전환되었다..... 부조리하고 부패한 노조 간부를 정리한다는 명목으로 민주화나 농성을 주도한 노조 간부들을 축출했다. (...)‘3금’ 복수노조 금기, 제3자 개입금지, 정치활동 금지.
쇳돌 - 사라지는 세계, 사라지는 노동, 사라지는 목소리를 채굴하기 이라영 지음
‘사람은 왜 친절해야 하는가’라는 도덕 시험 문제에 내가 ‘돈을 벌기 위해서’라고 답을 한게 화근이었다. (…) 담임 선생님은 어머니를 찾아왔을 때 “꼭 이렇게 하지 않아도 살 수 있잖아요”라고 했다.
쇳돌 - 사라지는 세계, 사라지는 노동, 사라지는 목소리를 채굴하기 이라영 지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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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ida님의 문장 수집: "‘사람은 왜 친절해야 하는가’라는 도덕 시험 문제에 내가 ‘돈을 벌기 위해서’라고 답을 한게 화근이었다. (…) 담임 선생님은 어머니를 찾아왔을 때 “꼭 이렇게 하지 않아도 살 수 있잖아요”라고 했다."
결혼한 여자가 장사를 하는 것도 '자식 교육'에 안좋다고 당당히 지적하는 선생님을 회상하는 이 에피소드가 참 웃프네요..... 도돼체 '흉' 되는 일이 왜이리 많은지.. 잘 살려고 하는 일인데.... 저는 2000년대 중반에 저희 형님이 옷가게를 시작했는데,, 시아버님이 좋게 보지 않으신 걸 보니 충격을 받아드랬어요... 갑자기 그 일이 기억나더라구요... 이런 저런 핑계거리를 얘기하는 형님이 안쓰러웠지요.. 인식이 사라지는데는 많은 시간과 사건들이 필요한가봐요.. 이제는 같이 안벌면 못 산다 겠죠?
80년을 살아온 한 인간의 세계가 조용히 사라졌다. 37쪽 나와 비슷하게 생긴 사람 하나가 사라졌다. 그리고 아버지의 "다 죽었지"라는 말이 맴돌았다. 44쪽 한때는 가까웠던 어떤 세계에서 나는 멀어졌고, '사회적 거리 두기' 속에서 조용히 사라진 고모처럼, 그 세계도 사라지는 중이다. 하지만 정말 사라졌을까. 정말 다 죽었을까. 혹은 사라짐을 목격이라도 할 수 있지 않을까. 생각이 꼬리를 물었다. 이상한 고모는 역시 이상한 방식으로 내게 숙제를 남기고 떠났다. 나는 우리 가족과 광산의 관계를 생각했다. '나는 누구인가'라는 질문은 어떤 노동이 나를 키웠는가를 품고 있다고 생각해왔다. 45쪽 직업은 사라져도 사람들은 사라지지 않고 어딘가로 꾸준히 이동한다. 그들이 다 죽을 때까지 사회가 그들의 이동 경로에 무심할 뿐 사람들 대부분은 사는 동안 꾸준히 일을 바꿔가며 생존한다. 무언가를 '이루는' 삶이 아니라 '견디는' 삶은 이름 없이 소멸하고, 이 삶의 경력은 무수한 노동으로 채워진다. 46쪽
쇳돌 - 사라지는 세계, 사라지는 노동, 사라지는 목소리를 채굴하기 서문 "다 죽었지", 이라영 지음
탱구밤이엄마님의 대화: 이라영 작가님 매우 개구장이(?)였군요? 레이스, 구슬에 (가짜) 박카스까지..!!
꼬꼬마 때 박카스 한 모금만 얻어먹고 싶어서 어른들을 쫄랐던 기억이 나네요. (그런데 그것이 미싱 윤활유였다니! 식겁했습니다. 하긴, 옛날엔 다 마신 음료수 병에 정말 별의별걸 다 넣고 살았었죠.) 그때는 할아버지께서 가끔 타 드시는 커피도 얼마나 맛보고 싶던지요. 애들은 이런거 마시면 머리 나빠진다고 절대 못 먹게 하셨어요. 먹고 싶어서 쳐다보고 있으면 할아버지가 ‘프리마’를 타 주시기도 했지요… 뜨거운 물에다가 프림, 설탕만 넣으셨던 것 같아요. 할아버지가 폐지 판 돈으로 깡통에 들어 있는 ‘코코아’ 가루를 사오시는 날이면 정말 너무 신이 났었죠. 그건 전적으로 손주들 먹이려고 사오신 것이라… 코코아 깡통 속 포장지를 처음 뜯는 순간 그 고운 가루의 결이랑 향기가 지금도 기억나네요.
향팔님의 대화: 꼬꼬마 때 박카스 한 모금만 얻어먹고 싶어서 어른들을 쫄랐던 기억이 나네요. (그런데 그것이 미싱 윤활유였다니! 식겁했습니다. 하긴, 옛날엔 다 마신 음료수 병에 정말 별의별걸 다 넣고 살았었죠.) 그때는 할아버지께서 가끔 타 드시는 커피도 얼마나 맛보고 싶던지요. 애들은 이런거 마시면 머리 나빠진다고 절대 못 먹게 하셨어요. 먹고 싶어서 쳐다보고 있으면 할아버지가 ‘프리마’를 타 주시기도 했지요… 뜨거운 물에다가 프림, 설탕만 넣으셨던 것 같아요. 할아버지가 폐지 판 돈으로 깡통에 들어 있는 ‘코코아’ 가루를 사오시는 날이면 정말 너무 신이 났었죠. 그건 전적으로 손주들 먹이려고 사오신 것이라… 코코아 깡통 속 포장지를 처음 뜯는 순간 그 고운 가루의 결이랑 향기가 지금도 기억나네요.
할아버지의 사랑!! 저는 어릴 때 쿨피스를 마셨는데 (그때도 쿨피스였는지 모르겠지만 여하튼 그 비슷한) 그것이 사촌동생이 해놓은 실례였던 적이 있었죠........................
탱구밤이엄마님의 대화: 할아버지의 사랑!! 저는 어릴 때 쿨피스를 마셨는데 (그때도 쿨피스였는지 모르겠지만 여하튼 그 비슷한) 그것이 사촌동생이 해놓은 실례였던 적이 있었죠........................
헉!! 우째요……………………
일상에서 영어를 섞어 쓰는 사람을 거북하게 여기듯이 서양 음식을 무척 싫어했다(돈가스가 서양 음식이 아니라는 사실은 중요하지 않다).
쇳돌 - 사라지는 세계, 사라지는 노동, 사라지는 목소리를 채굴하기 이라영 지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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