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어머니는 어느 날 건강하게 살이 찐 막내아들을 만났다. 깨어나보니 꿈이었다. 아무리 찾아도 아이가 없어 부엌 바닥에 주저앉아 통곡했다. 자식을 잃은 어머니는 '남은 자식'을 데리고 교회에 다녔다. 신경정신과 병원에도 갔다. 어머니는 종교와 의학 사이에서 스스로를 일으켜 세우려 했지만 종교도 의학도 어머니를 돕지는 못했다. 남편은 "노조에 미쳐서" 상실의 동반자가 되지 못했다. 오히려 아버지는 자신의 모든 불안정한 상황과 가정사의 고통 속에서 더욱 노조 활동에 매진했다. 아버지는 가정을 온전히 어머니에게 맡겼다. 내게 1980년대는 노조에 미친 아버지와 자식 상실로 우울한 어머니가 서로의 울분을 뒤섞으며 위태로운 2인 3각을 하는 시기였다. 아버지를 향한 어머니의 불만만큼이나 "왜 내가 하는 일을 그렇게 싫어해!" 라는 아버지의 신경질도 거셌다. 이들은 수시로 싸웠다. 고통 앞에서 종교도 의학도 도움이 되지 않았던 어머니는 "다 마음의 문제"라고 말하길 좋아한다. 결국 모든 것은 개인 의지의 문제가 된다. 세월이 흐른 지금도 "노조에 미쳐서" 가정에 무신경했다고 아버지를 나무라는 어머니 목소리의 강도는 달라지지 않았다. 다만 지금은 이 말을 듣고 있는 아버지가 아무런 반박도 하지 않는다. ”
『쇳돌 - 사라지는 세계, 사라지는 노동, 사 라지는 목소리를 채굴하기』 131-132쪽, 이라영 지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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