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80년을 살아온 한 인간의 세계가 조용히 사라졌다.
37쪽
나와 비슷하게 생긴 사람 하나가 사라졌다. 그리고 아버지의 "다 죽었지"라는 말이 맴돌았다.
44쪽
한때는 가까웠던 어떤 세계에서 나는 멀어졌고, '사회적 거리 두기' 속에서 조용히 사라진 고모처럼, 그 세계도 사라지는 중이다. 하지만 정말 사라졌을까. 정말 다 죽었을까. 혹은 사라짐을 목격이라도 할 수 있지 않을까. 생각이 꼬리를 물었다. 이상한 고모는 역시 이상한 방식으로 내게 숙제를 남기고 떠났다. 나는 우리 가족과 광산의 관계를 생각했다. '나는 누구인가'라는 질문은 어떤 노동이 나를 키웠는가를 품고 있다고 생각해왔다.
45쪽
직업은 사라져도 사람들은 사라지지 않고 어딘가로 꾸준히 이동한다. 그들이 다 죽을 때까지 사회가 그들의 이동 경로에 무심할 뿐 사람들 대부분은 사는 동안 꾸준히 일을 바꿔가며 생존한다. 무언가를 '이루는' 삶이 아니라 '견디는' 삶은 이름 없이 소멸하고, 이 삶의 경력은 무수한 노동으로 채워진다.
46쪽
”
『쇳돌 - 사라지는 세계, 사라지는 노동, 사라지는 목소리를 채굴하기』 서문 "다 죽었지", 이라영 지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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