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아버지는 한자를 빨리 익혔다. 형제도 없고 다른 놀거리도 없는 터라 집에 있는 책들을 읽었다. 여섯 살 손위 누나가 가끔 사주는 책을 주로 읽었다.
77쪽
고등학교 1학년이었던 1964년 여름방학 때 아버지는 돈을 벌기 위해 광업소를 찾았다. 열일곱 살에 처음 광산노동자로 돈을 벌었다. 열일곱 살 청소년은 폐석장에서 쇳돌 찾는 일을 했다. 선광장에서 철광석과 폐석을 고르면 다시 그 폐석 중에서도 철분 함량이 높은 쇳돌을 찾았다. 아버지는 한 달 동안 일해서 번 돈으로 서랍 두 개가 있는 책상과 영어 사전을 샀다. 이 영어 사전을 아직도 가지고 있다.
78쪽
광업소에서 일했던 사람들의 구술에서는 과거에 임시부로 일했던 사람들에 대한 차별이 곧잘 등장한다.
80쪽
임시직으로 일하는 사람들은 이런저런 설움도 많았지만 '빽이 있어야' 상시직이 될 수 있었다. 인권의식도 부족하고 노조가 제대로 활동하지 못했던 1960년대 광산 폐석장에서 방학 때 임시로 일하는 '잡부' 청소년이 어떤 대접을 받았을지 조금이나마 짐작할 수 있다.
81쪽
1967년에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성인이 된 아버지는 광산에 잡역부로 들어갔다. 대입에 실패하자 "그런 거 하지 말았어야 했다"고 말한 일자리에 제 발로 다시 잦아갔다. 이때도 임시직이었고 그마저도 광산에 할머니와 고모를 통해 아는 사람이 있었기에 가능했다. 그때는 아는 사람 소개로 광산에 취직하는 사람이 많았다.
82쪽
과거의 광산촌이었던 마을에서 비슷한 길을 발견한다.
자원의 이동을 위해 만들어졌던 길은 자원의 이동이 멈추면 사라진다.
그 길을 만들기 위해 많은 사람들의 노동이 동원되었다.
85쪽
”
『쇳돌 - 사라지는 세계, 사라지는 노동, 사라지는 목소리를 채굴하기』 1부3장 잡역부, 이라영 지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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